D+1
의사

에피소드 7 / 16

[D-37 / 소아신경외과 진료실]

김도현 교수는 하준이 태어났을 때부터 봐 온 의사였다.

처음 MRI를 설명했던 것도 그였다.

다섯 살을 넘기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던 것도.

태경은 그 앞에 두꺼운 서류철 하나를 내려놓았다.

도현이 첫 장을 넘겼다.

한 장.

두 장.

점점 표정이 굳었다.

(도현) : “이게 뭡니까?”

(태경) : “발달가속 신경 오가노이드 데이터입니다.”

(도현) : “그건 보면 압니다.”

도현이 서류를 덮었다.

(도현) : “왜 나한테 가져왔냐고 묻는 겁니다.”

태경은 대답했다.

(태경) : “하준이한테 이식하고 싶습니다.”

도현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서류를 태경 쪽으로 밀었다.

(도현) : “안 됩니다.”

(태경) : “자료는 다 보지도 않았습니다.”

(도현) : “볼 필요 없습니다.”

(태경) : “동물에서 장기 생존했고, 혈관 연결도 확인했습니다. 양방향 신호도—”

(도현) : “태경 교수.”

도현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도현) : “이건 치료가 아닙니다. 실험입니다.”

태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태경) : “압니다.”

도현의 표정이 더 굳었다.

(도현) : “알면서 아들한테 하겠다고요?”

(태경) : “네.”

(도현) : “당신이 평생 제일 싫어하던 짓 아닙니까?”

태경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도현이 서류를 펼쳤다.

(도현) : “인간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릅니다. 발작이 더 심해질 수도 있고, 조직이 비정상적으로 자랄 수도 있고, 성격이나 기능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몰라요.”

(태경) : “알고 있습니다.”

(도현) : “성공 확률은요?”

침묵.

(도현) : “계산 못 하죠?”

(태경) : “네.”

(도현) : “그럼 안 됩니다.”

태경은 서류철을 다시 챙겼다.

문 앞에서 도현이 말했다.

(도현) : “하준이는 내 환자이기도 합니다.”

태경이 돌아봤다.

(도현) : “그래서 더 못 합니다.”

[D-22 / 병실]

하준의 상태가 빠르게 나빠졌다.

짧은 발작이 하루에도 여러 번 왔다.

먹는 양이 줄었다.

혼자 걷던 아이가 다시 손을 잡아야 했다.

어느 날 하준은 노란 버스 그림을 보고도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지안이 기다렸다.

(지안) : “하준아, 이거 무슨 색이지?”

하준의 입술이 움직였다.

말이 나오지 않았다.

지안은 웃는 얼굴을 유지했다.

(지안) : “괜찮아. 천천히.”

태경은 병실 밖으로 나왔다.

복도 끝에서 도현과 마주쳤다.

도현이 먼저 물었다.

(도현) : “자료, 더 있습니까?”

태경이 그를 봤다.

(도현) : “지난번 이후 데이터.”

태경은 말없이 USB 하나를 건넸다.

[새벽 / 의국]

도현은 혼자 데이터를 봤다.

발달 속도.

혈관화.

장기 생존.

동물에서의 연결.

발작 위험 평가.

같은 자료를 몇 번이고 다시 봤다.

다음 날 아침,

그는 하준의 MRI를 열었다.

남아 있는 정상 뇌조직.

점점 넓어지는 기능 저하 영역.

현대 의학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끝나 가고 있었다.

[D-12 / 병원 옥상]

도현이 태경에게 말했다.

(도현) : “수술한다고 살아난다는 보장 없습니다.”

(태경) : “압니다.”

(도현) : “수술하다 죽을 수도 있습니다.”

(태경) : “압니다.”

(도현) : “살아도 우리가 예상 못 한 일이 생길 수 있어요.”

(태경) : “압니다.”

도현이 한숨을 내쉬었다.

(도현) : “그 말밖에 못 합니까?”

태경은 잠시 침묵했다.

(태경) : “안 하면 어떻게 됩니까?”

이번에는 도현이 대답하지 못했다.

둘 다 알고 있었다.

도현이 난간 너머를 바라봤다.

(도현) : “공식적으로는 못 합니다.”

태경의 눈이 움직였다.

(도현) : “그리고 나는 이 선택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태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도현이 돌아봤다.

(도현) : “그래도 하준이가 죽는 걸 기다리는 것보다 낫다고도 말 못 하겠습니다.”

긴 침묵 끝에,

도현이 말했다.

(도현) : “수술 계획 가져오세요.”

그날부터 두 사람은 의사와 보호자가 아니었다.

같은 비밀을 가진 공범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