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
D-DAY

에피소드 6 / 16

[D-641 / 연구실]

태경은 낮과 밤에 다른 연구를 했다.

낮에는 원래의 태경이었다.

연구원들의 데이터를 검토하고, 무리한 해석을 잘라냈다.

(태경) : “살아 있다는 것과 정상적으로 기능한다는 건 다릅니다.”

회의가 끝나면 연구원들은 하나둘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마지막 문이 닫힌 뒤,

태경은 다시 배양실로 들어갔다.

아무도 모르는 연구가 시작됐다.

공용 서버에는 올리지 않았다.

실험 목적도 적지 않았다.

낮에 폐기 예정으로 분류한 소량의 배양체를 따로 남겨 두고, 밤마다 혼자 결과를 확인했다.

처음에는 신경회로가 문제였다.

빨리 자란 조직은 겉보기에는 성숙해 보였지만 신호가 엉망이었다.

한쪽은 지나치게 흥분했고,

다른 쪽은 거의 반응하지 않았다.

태경은 발달 속도를 다시 늦췄다.

필요한 세포들이 함께 따라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가속했다.

D-603.

이번에는 회로가 안정됐다.

그러자 혈관이 따라오지 못했다.

조직이 커질수록 중심부가 죽었다.

태경은 다시 조건을 바꿨다.

신경세포보다 먼저 산소와 영양이 들어갈 길을 만들었다.

D-548.

괴사가 멈췄다.

다음은 종양 위험이었다.

빠르게 증식한 세포 일부가 멈추지 않았다.

태경은 그 배치를 전부 버렸다.

한 달을 날렸다.

다시 시작했다.

D-497.

증식은 목표 단계에서 멈췄다.

다음은 이식 후 생존.

다음은 기존 뇌와의 연결.

다음은 성장하는 어린 뇌와 함께 발달할 수 있는가.

문제를 하나 해결하면 그 뒤에 또 하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태경은 잠을 줄였다.

세 시간.

두 시간.

어떤 날은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지안은 그가 무슨 연구를 하는지 정확히 몰랐다.

연구실 사람들은 더 몰랐다.

그들은 그저 태경 교수가 예전보다 더 까다로워졌다고 생각했다.

그가 밤마다 혼자 무엇을 확인하는지,

왜 특정 배양체가 폐기 목록에서 사라지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D-412 / 동물실험실]

태경은 승인된 기존 연구의 범위 안에서 얻을 수 있는 데이터와,

자신이 따로 만든 데이터를 조심스럽게 겹쳐 봤다.

이식 조직이 살아남았다.

숙주의 혈관이 들어왔다.

며칠 뒤,

숙주 쪽에서 시작한 신호가 이식 조직으로 넘어갔다.

태경은 화면을 멈췄다.

다시 자극했다.

같은 반응.

방향을 바꿨다.

이번에는 이식 조직의 신호가 숙주 쪽으로 넘어갔다.

양방향.

태경은 한참 모니터를 바라봤다.

손끝이 떨렸다.

그 순간에도 기뻐하지 않았다.

다음 질문이 이미 떠올랐기 때문이다.

‘얼마나 오래 유지되는가.’

D-356.

장기 생존.

D-301.

비정상 과흥분 없음.

D-263.

성장 중인 뇌에서 연결 유지.

D-219.

발달가속 종료 후 정상 속도로 전환.

하나씩 통과했다.

연구노트의 숫자는 계속 줄었다.

태경이 평생 연구하면서 가장 많은 것을 발견한 시기였다.

그리고 동시에,

가장 많은 것을 숨긴 시기였다.

[오후 / 연구윤리심의위원회]

태경은 마지막으로 정상적인 길을 선택하려 했다.

아들의 이름은 어디에도 적지 않았다.

발달가속 신경조직의 소아 뇌질환 적용 가능성.

비임상 데이터.

예상 위험.

가능한 이득.

그가 가진 자료를 정리해 공식 검토를 요청했다.

심사위원 중 한 명이 물었다.

(위원) : “교수님이 이 심사를 받는 입장이 아니라 심사하는 입장이라면 승인하시겠습니까?”

태경은 입을 다물었다.

대답은 이미 알고 있었다.

(태경) : “아니요.”

(위원) : “그런데 왜 신청하셨습니까?”

태경은 천천히 말했다.

(태경) : “검토할 가치가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며칠 뒤 결과가 나왔다.

‘인간 적용 불가.’

근거 부족.

장기 위험 불명.

소아 대상 적용의 윤리적 위험 과도.

태경은 결정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

틀린 말이 하나도 없었다.

자신이 심사위원이었다면,

똑같이 거절했을 것이다.

그날 밤 태경은 혼자 연구실에 남았다.

승인 거절 문서를 서랍에 넣었다.

그리고 별도의 노트를 꺼냈다.

첫 장에 적힌 숫자는 이미 오래전 시작돼 있었다.

D-730.

그 뒤로 수백 장이 이어졌다.

D-603.

D-412.

D-219.

태경은 마지막 페이지를 펼쳤다.

D-37.

남은 시간 서른일곱 날.

그 아래에는 지금까지 통과한 항목들이 적혀 있었다.

발달 단계.

정상 신경회로.

혈관화.

장기 생존.

종양 위험.

기존 뇌와의 기능적 연결.

성장 후 동반 발달.

태경은 마지막 빈칸을 바라봤다.

‘인간.’

그것만은 실험해 볼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그것이,

가장 큰 관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