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5 / 16
[D-699 / 연구실]
첫 실험은 실패했다.
일부 조직은 빠르게 자랐다.
하지만 중심부가 죽었다.
태경은 현미경 화면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성장 속도만 빨라지고 혈관 공급이 따라오지 못한 것이다.
(태경) : “폐기.”
두 번째도 실패했다.
이번에는 세포가 살아남았지만 전기신호가 지나치게 불규칙했다.
빠르게 성숙한 게 아니라,
회로가 망가진 것에 가까웠다.
(태경) : “다시.”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태경은 거의 연구실에서 살았다.
소파에서 두 시간 자고 일어나 배양액을 갈았다.
밥은 식은 삼각김밥으로 때웠다.
집에는 하준이 잠든 뒤 들어갔다가 깨기 전에 다시 나왔다.
(지안) : “당신 얼굴 좀 봐.”
어느 날 새벽, 지안이 현관 앞에서 태경을 붙잡았다.
(지안) : “이러다 당신이 먼저 쓰러지겠어.”
태경은 신발도 벗지 않은 채 벽에 기대 있었다.
(태경) : “조금만 더.”
(지안) : “뭘 조금만 더?”
태경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직 결과가 없었다.
희망을 주기에는 너무 위험했다.
[D-672 / 연구실]
태경은 방향을 바꿨다.
발달 신호만 앞당기는 걸 멈췄다.
혈관화와 지지세포 환경을 먼저 따라붙게 했다.
신경조직이 커지기 전에,
살아남을 길부터 만드는 방식이었다.
며칠 뒤.
태경은 분석 화면을 보다가 움직이지 못했다.
괴사가 줄었다.
전기신호도 이전보다 안정적이었다.
아직 목표와는 멀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속도를 높이면서도 조직이 무너지지 않았다.
태경은 숨을 천천히 내쉬었다.
(태경) : “됐다.”
목소리가 떨렸다.
정확히는,
첫 번째 관문을 겨우 통과한 것뿐이었다.
앞에는 더 큰 문제가 남아 있었다.
이 조직이 정말 정상적인 회로를 만들 수 있는지.
더 자란 뒤에도 혈관이 버틸 수 있는지.
언젠가 하준의 뇌에 들어갔을 때 기존 신경망과 연결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할 것은 끝도 없었다.
태경은 연구노트 첫 장을 다시 펼쳤다.
D-672.
그리고 그 아래에 적었다.
‘발달가속 1차 안정화.’
잠시 뒤 한 줄을 더 썼다.
‘이제부터가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