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5 / 16
[1년 뒤 / 국제 신경재생의학 학회]
태경의 이름이 다시 논문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역사적 선행연구를 다루는 각주였다.
그다음에는 발달가속 연구의 초기 원리를 설명하는 문단에 들어갔다.
몇몇 교과서는 신경 오가노이드 이식 역사를 수정했다.
그러나 그 옆에는 늘 같은 설명이 붙었다.
‘비승인 인간 적용.’
‘중대한 연구윤리 위반.’
과학적 선취성과 윤리적 위반은 동시에 기록됐다.
누군가는 여전히 말했다.
결과가 성공했다고 해서 방법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라고.
다른 사람은 말했다.
그래도 그 발견 자체까지 지울 수는 없다고.
하준은 어느 쪽도 부정하지 않았다.
인터뷰에서 기자가 물었다.
(기자) : “아버님의 행동이 정당했다고 생각하십니까?”
하준은 잠시 생각했다.
(하준) : “아니요.”
기자가 예상하지 못한 듯 눈을 들었다.
(하준) : “적어도 과학자의 기준으로는 넘어선 선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기자) : “그런데도 재평가를 요구하신 이유는요?”
하준이 대답했다.
(하준) : “윤리적 잘못과 과학적 사실은 서로 지운다고 없어지는 게 아니니까요.”
그날 인터뷰는 전 세계로 퍼졌다.
[저녁 / 공원]
태경과 하준은 천천히 걸었다.
태경은 지팡이를 짚고 있었다.
(태경) : “괜히 네가 욕먹는 건 아니냐.”
(하준) : “저 원래 댓글 안 봐요.”
태경이 피식 웃었다.
(태경) : “그건 나 닮았네.”
하준도 웃었다.
잠시 뒤 하준이 물었다.
(하준) : “아버지는 그때 후회했어요?”
태경은 걸음을 늦췄다.
한참 뒤 말했다.
(태경) : “과학자로서는.”
하준이 기다렸다.
(태경) : “아버지로서는 모르겠다.”
태경은 옆을 걷는 아들을 봤다.
쉰 살에 가까운 아들.
자기보다 키가 큰 아들.
환자를 보고,
논문을 쓰고,
자기 삶을 살고 있는 아들.
태경이 말했다.
(태경) : “네가 이렇게 늙는 것도 보게 될 줄은 몰랐거든.”
하준이 웃다가 눈을 돌렸다.
그 말은 태경에게서 들은 가장 긴 고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