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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14 / 16

[몇 달 뒤 / 국제 공동검증팀 회의]

처음에는 다들 의심했다.

기록이 나중에 작성된 것 아닐까.

후대의 기술을 보고 베낀 건 아닐까.

실험 결과가 과장된 것은 아닐까.

하준은 그 질문들을 하나도 피하지 않았다.

종이의 연대.

잉크 분석.

당시 저장매체의 원본 파일.

병원 영상의 생성 시점.

연구실 서버에 남아 있던 부분 기록.

여러 자료가 교차 검증됐다.

결론은 하나씩 같아졌다.

노트는 실제로 40여 년 전에 작성됐다.

데이터도 조작 흔적이 없었다.

현대의 기술로 일부 실험을 다시 재현했을 때,

핵심 원리 역시 성립했다.

한 연구자가 회의실에서 말했다.

(연구자) : “이건 단순히 아이디어를 먼저 적어 둔 수준이 아닙니다.”

다른 연구자가 노트를 넘겼다.

(연구자2) : “발달가속, 혈관화, 기능적 통합까지 실제로 이어져 있어요.”

하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화면에 자신의 뇌 MRI가 떴다.

수술 직전.

수술 후.

현재.

수십 년 동안 조직은 사라지지 않았다.

하준의 뇌와 함께 성장했고,

지금도 기능적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하준이 말했다.

(하준) : “이 자료를 공개하겠습니다.”

누군가 물었다.

(연구자) : “아버님 명예회복을 위해서입니까?”

하준은 고개를 저었다.

(하준) : “아닙니다.”

잠시 뒤 덧붙였다.

(하준) : “그가 한 일이 옳았다고 말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하준) : “다만 그가 무엇을 발견했는지는 정확히 기록되어야 합니다.”

[몇 주 뒤 / 국제학회]

자료가 공개되자 과학계가 뒤집혔다.

40여 년 전에 이미 발달가속의 핵심 원리가 기록돼 있었다.

현대 신경재생의학의 기반이 된 몇몇 접근법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기술이 실제 인간에게 적용된 결과가 살아 있었다.

하준 자신이었다.

언론은 다시 태경의 이름을 꺼냈다.

‘퇴출된 과학자의 잊힌 연구.’

‘40년을 앞선 오가노이드 기술.’

‘금지된 실험인가, 시대를 앞선 발견인가.’

이번에도 논쟁은 거셌다.

하지만 40년 전과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이번에는 태경의 과학이 검증되고 있었다.

[저녁 / 부모의 새집]

하준은 태경에게 기사를 보여주지 않았다.

태경은 이미 알고 있었다.

텔레비전에서도,

신문에서도,

자기 이름이 다시 나오고 있었으니까.

(태경) : “네가 공개했지?”

(하준) : “네.”

(태경) : “왜?”

(하준) : “틀린 건 틀린 거고, 맞는 건 맞는 거니까요.”

태경이 아들을 봤다.

하준은 말했다.

(하준) : “아버지가 한 일을 용서해 달라고 한 게 아니에요.”

잠시 숨을 고르고,

그는 덧붙였다.

(하준) : “아버지가 발견한 걸 없던 일로 하지 말라고 한 거예요.”

태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참 뒤에야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