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0 / 16
[약 2년 뒤 / 응급실]
하준이 다시 크게 경련한 것은 일곱 살 때였다.
너무 갑작스러웠다.
저녁을 먹고 책상에서 그림을 그리던 아이가 연필을 떨어뜨렸다.
몸이 한쪽으로 기울었다.
지안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지안) : “하준아?”
다음 순간 경련이 시작됐다.
태경은 오래전 기억으로 돌아갔다.
세 살.
8분 03초.
구급차.
응급실.
이번에는 더 무서웠다.
다섯 살 때 받았던 그 수술 이후 처음 겪는 큰 발작이었다.
그 수술이 정말 끝난 일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태경의 머릿속을 가장 먼저 스쳤다.
[밤 / 검사실 앞]
CT.
MRI.
뇌파.
검사가 이어졌다.
지안은 손을 떨었다.
(지안) : “우리 때문이면 어떡해?”
태경은 아무 말도 못 했다.
자기가 가장 두려워하던 질문이었다.
몇 시간 뒤 담당 의사가 두 사람을 불렀다.
(의사) : “다행히 이번 발작 자체는 일시적인 문제로 보입니다.”
지안이 숨을 멈춘 채 의사를 봤다.
(의사) : “현재로서는 약물로 조절하면 호전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 당장 생명을 위협하는 소견도 없습니다.”
지안이 겨우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의사는 설명을 끝내지 않았다.
모니터에 MRI를 띄우더니 화면 한쪽을 확대했다.
(의사) : “그런데 뇌 영상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하나 발견됐습니다.”
태경의 표정이 굳었다.
의사가 마우스로 한 영역을 가리켰다.
(의사) : “이쪽 신경조직이 주변과 상당히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는데, 구조가 조금 특이합니다.”
태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의사는 현재 MRI를 한참 보다가 과거 영상을 불러왔다.
하준이 세 살이던 때.
그리고 다섯 살 수술 전 영상.
현재 영상.
세 장이 나란히 놓였다.
(의사) : “이상하네요.”
지안이 태경을 바라봤다.
(의사) : “수술 전 영상에는 이 조직이 없습니다.”
태경의 손끝이 차가워졌다.
의사는 다시 과거 수술기록을 열었다.
기록에는 발작과 압박을 줄이기 위해 시행한 뇌수술만 적혀 있었다.
새로운 신경조직을 넣었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었다.
의사는 기록과 영상을 번갈아 확인했다.
(의사) : “당시 수술 내용만으로는 지금 보이는 이 변화가 설명되지 않습니다.”
잠시 뒤 의사가 다시 말했다.
(의사) : “예전 영상과 수술기록을 영상의학과, 신경외과 쪽에서도 다시 같이 봐야겠습니다.”
태경은 모니터를 바라봤다.
이식됐던 조직은 죽지 않았다.
하준의 뇌 속에 자리 잡고,
주변 조직과 이어지고,
아이와 함께 자라 있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지금 여기서 말할 수는 없었다.
아니,
이제는 숨길 수도 없을 것 같았다.
40개월 넘게 감춰 온 비밀이,
아들이 살아 있기 때문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태경은 그 순간 알았다.
끝났다는 것을.
연구실도.
교수 자리도.
자기가 평생 쌓아 온 이름도.
이제 모두 무너질 차례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두렵기만 하지는 않았다.
병실 안에서 하준이 잠들어 있었다.
일곱 살의 아이였다.
살아 있는 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