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9 / 16
[세 달 뒤 / 재활치료실]
하준은 다시 걸었다.
처음에는 두 걸음.
다음 주에는 다섯 걸음.
한 달 뒤에는 복도 끝까지 갔다.
지안은 매번 울었다.
태경은 울지 않았다.
대신 숫자를 기록했다.
발작 횟수.
보행 거리.
언어 반응.
근력.
인지 변화.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그 숫자들을 적는 횟수가 줄었다.
하준이 다시 노란 버스를 보고 말했다.
(하준) : “노랑.”
지안이 웃었다.
(지안) : “맞아.”
하준이 아빠를 봤다.
(하준) : “아빠도 알아?”
태경이 웃었다.
(태경) : “아빠도 알아.”
[1년 뒤 / 집]
케이크 위에 초가 여섯 개 꽂혀 있었다.
지안은 불을 붙이다가 손을 멈췄다.
여섯.
둘 다 그 숫자를 오래 바라봤다.
하준이 impatient 하게 말했다.
(하준) : “엄마, 빨리.”
지안이 웃으며 눈물을 닦았다.
(지안) : “알았어.”
불이 켜졌다.
하준이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초를 껐다.
박수가 터졌다.
태경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다섯 살.
의사가 말했던 경계는 이미 지나 있었다.
하준은 여섯 살이었다.
살아 있었다.
그날 밤 하준이 잠든 뒤,
태경은 오랫동안 열지 않았던 연구노트를 꺼냈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넘겼다.
그리고 더 이상 쓰지 않았다.
발달가속 연구도 중단했다.
논문도 쓰지 않았다.
특허도 내지 않았다.
누구에게도 자랑하지 않았다.
지안이 물었다.
(지안) : “정말 끝내는 거야?”
태경은 하준의 방문을 바라봤다.
(태경) : “응.”
(지안) : “그 연구… 세상에 나오면 다른 아이들도—”
태경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태경) : “내가 한 방식으로는 안 돼.”
지안은 더 묻지 않았다.
태경은 연구자로서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알고 있었다.
한 번 성공했다고 해서,
그 방법이 옳아지는 건 아니었다.
그에게 필요한 결과는 이미 방 안에서 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