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
몰락

에피소드 11 / 16

[며칠 뒤 / 대학병원 회의실]

조사는 조용하게 시작됐다.

처음에는 영상의학과와 신경외과가 과거 기록을 다시 확인하는 정도였다.

그러다 수술기록으로 넘어갔다.

마취기록.

약품 사용기록.

조직 반입 기록.

당시 수술에 참여했던 의료진 명단.

그리고 결국 태경의 연구실 배양기록까지 조사 대상이 됐다.

태경은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했다.

평소처럼 연구원들의 데이터를 검토했고,

평소처럼 틀린 해석을 지적했다.

하지만 연구실 안의 공기는 이미 달라져 있었다.

사람들은 그가 들어오면 말을 줄였다.

어느 오후,

학과장이 직접 연구실로 찾아왔다.

(학과장) : “태경 교수.”

태경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태경) : “말씀하세요.”

(학과장) : “병원 쪽에서 공식 조사 요청이 왔습니다.”

태경의 손이 멈췄다.

(학과장) : “하준이 수술 관련해서요.”

그제야 태경이 고개를 들었다.

학과장은 한참 그를 바라보다가 물었다.

(학과장) : “무슨 일 있었습니까?”

태경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면 충분했다.

[오후 / 조사실]

태경 앞에는 오래된 수술기록과 배양기록이 놓여 있었다.

조사위원이 하나씩 짚었다.

(위원) : “당시 수술기록에는 새로운 신경조직을 이식했다는 내용이 없습니다.”

(태경) : “네.”

(위원) : “그런데 현재 영상에는 수술 전에는 없던 신경조직이 존재합니다.”

(태경) : “네.”

(위원) : “이 조직이 어디서 왔습니까?”

태경은 몇 초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말했다.

(태경) : “제가 만들었습니다.”

방 안이 조용해졌다.

(위원) : “무슨 뜻입니까?”

(태경) : “하준이의 세포를 기반으로 만든 신경 오가노이드 조직입니다.”

누군가 펜을 내려놓았다.

(위원) : “승인받았습니까?”

(태경) : “아니요.”

(위원) : “임상시험이었습니까?”

(태경) : “아닙니다.”

(위원) : “그럼 뭡니까?”

태경은 한참 뒤에 말했다.

(태경) : “승인되지 않은 이식이었습니다.”

질문은 계속됐다.

누가 알았는가.

어디서 만들었는가.

어떤 데이터를 사용했는가.

수술에 누가 참여했는가.

연구원들은 알고 있었는가.

태경은 마지막 질문에서 바로 고개를 저었다.

(태경) : “연구원들은 모릅니다.”

(위원) : “정말입니까?”

(태경) : “제가 숨겼습니다.”

그날 저녁 도현도 별도의 조사를 받았다.

두 사람은 서로 맞춰 본 적 없는 이야기를 같은 방식으로 털어놓았다.

숨길 방법이 없었다.

이미 기록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준의 뇌 안에 결과가 살아 있었다.

[일주일 뒤 / 대학 본관]

징계위원회는 길지 않았다.

태경은 해임됐다.

연구실은 폐쇄됐다.

관련 연구는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학회는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그의 활동을 정지시켰고,

곧 정식 제명 절차가 시작됐다.

도현 역시 중징계를 받았다.

언론은 사건을 빠르게 받아썼다.

‘세계적 뇌 오가노이드 연구자, 친아들에게 무허가 인간 신경조직 이식.’

‘윤리 원칙 강조하던 과학자의 이중성.’

‘세 살부터 투병한 아들을 실험 대상으로 삼았나.’

태경은 기사들을 읽지 않았다.

누군가는 그를 위선자라고 불렀고,

누군가는 미친 과학자라고 불렀다.

태경은 반박하지 않았다.

기자들이 집 앞까지 찾아왔지만 인터뷰도 하지 않았다.

지안이 물었다.

(지안) : “당신이 뭘 발견했는지 말해야 하는 거 아니야?”

태경은 고개를 저었다.

(태경) : “그걸 말한다고 내가 한 일이 달라지진 않아.”

(지안) : “그래도 사람들이 당신을—”

(태경) : “알아.”

태경은 창밖을 바라봤다.

(태경) : “내가 선 넘은 것도 맞아.”

그때 거실에서 하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준) : “아빠!”

태경이 고개를 돌렸다.

일곱 살의 아이가 거실 한가운데 서 있었다.

살아 있었다.

태경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태경) : “왜?”

(하준) : “숙제 봐줘.”

태경이 웃었다.

(태경) : “가자.”

그날,

과학자로서의 태경은 끝났다.

하지만 아버지로서는,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