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주부에게 32억이 생겼다
한번 팔아볼까

에피소드 7 / 10

서윤은 그날 강의를 결제했다.

예전 같았으면 30만 원 가까운 금액을 보고 며칠은 더 고민했을 것이다.

후기부터 찾아보고, 무료 영상도 뒤져보고, 진짜 도움이 되는지 따져봤을 것이다.

이번에는 달랐다.

‘일단 배워보지.’

결제 버튼을 누르고 나니 이상하게 마음이 가벼웠다.

강의는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상품을 찾는 법. 도매처를 찾는 법. 가격을 정하는 법. 상세페이지를 만드는 법.

서윤은 노트북 옆에 공책을 펴놓고 하나씩 적었다.

처음 보는 단어가 많았다.

마진. 사입. 위탁. 키워드.

전환율.

회사 다닐 때는 처음 보는 업무가 생겨도 어떻게든 해냈었다.

그런데 3년 동안 집안일만 하다 보니 자기가 뭔가를 새로 배우는 감각 자체가 낯설었다.

그래도 좋았다.

강의 하나를 듣고, 선생님이 시킨 대로 상품을 찾아봤다.

잘 팔리는 물건을 보고 왜 잘 팔리는지도 생각해봤다.

가격이 싼지. 사진이 예쁜지. 후기가 많은지. 불편한 걸 해결해주는지.

서윤은 어느 순간부터 마트에 가서도 물건을 그냥 보지 않았다.

‘이건 왜 이렇게 포장했지?’ ‘이건 인터넷에서 팔면 얼마일까?’ ‘이런 건 사람들이 계속 사나?’

세상이 조금 다르게 보였다.

처음에는 이것저것 다 팔아보고 싶었다.

아이 용품. 주방용품. 수납용품. 작은 생활잡화.

그런데 강의를 들을수록 생각보다 따질 게 많았다.

원가. 배송비. 수수료. 반품.

재고.

물건 하나를 2만 원에 판다고 2만 원을 버는 게 아니었다.

(서윤) : “와… 남는 게 별로 없네.”

혼자 중얼거리며 계산기를 두드렸다. 그 과정조차 재미있었다.

예전에는 돈을 잃을까 봐 이런 계산을 해보다가도 금세 창을 닫았다.

이번에는 틀려도 괜찮았다.

몇십만 원을 쓰고 배우는 것도, 몇백만 원어치를 사입했다가 실패하는 것도 당장 생활을 흔들지는 않았다.

그 사실이 생각보다 컸다.

서윤은 처음으로 실패를 계산에 넣을 수 있었다.

오전에는 강의를 듣고, 상품을 찾아보고, 메모를 했다.

하원 시간이 되면 노트북을 덮었다.

그리고 이상한 일이 생겼다.

아이를 데리러 가는 길이 전보다 가벼웠다.

예전에는 오전 내내 집안일을 하고 나면 하원 시간이 너무 빨리 돌아오는 것 같았다.

‘벌써?’

그런 생각부터 들었다.

그런데 요즘은 달랐다. 오전 동안 자기 일을 하고 나면 아이 얼굴이 보고 싶었다.

미술학원 앞에서 기다리다가 문이 열리면 먼저 웃음이 났다.

(아이) : “엄마! 오늘 토끼 만들었어!”

(서윤) : “진짜? 보여줘.”

아이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서윤은 덜 지쳤다.

아이와 보내는 시간은 같은데 오히려 그 시간이 더 풍성해 진 것 같아 좋아졌다.

서윤은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내 시간이 생기니 아이의 시간도 더 즐겁게 볼 수 있었다.

며칠 뒤, 서윤은 직접 도매시장을 찾아갔다.

인터넷으로만 보던 것과는 달랐다.

가게마다 물건이 빼곡했고, 상인들은 빠르게 가격을 말했다.

서윤은 괜히 긴장했다.

(서윤) : “이거… 소량도 가능해요?”

(상인) : “몇 개 하시게요?”

서윤은 순간 숫자를 작게 말했다.

(서윤) : “일단 열 개 정도요.”

상인은 별다른 표정 없이 계산기를 두드렸다.

(상인) : “열 개면 개당 이 가격이고, 스무 개부터는 조금 더 빠져요.”

서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메모했다. 마음속으로는 계속 계산했다.

열 개를 사면 얼마. 포장비 얼마. 배송비 얼마.

다 팔면 얼마나 남는지.

물건을 들었다 놨다 하기를 몇 번. 결국 서윤은 마음에 두었던 제품 하나를 정했다. 처음부터 많이 사지 않기로 했다.

소량. 정말 작게.

망해도 괜찮을 만큼.

집에 돌아와 노트북 앞에 앉았다.

주문 수량을 다시 확인했다.

결제 금액은 서윤이 가진 32억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손이 떨렸다.

로또 당첨 번호를 확인할 때와는 전혀 다른 떨림이었다.

그때는 우연히 생긴 돈이었다. 이번에는 자기가 고른 물건이었다.

자기가 조사했고, 자기가 결정했고, 자기가 책임져야 했다.

서윤은 결제 버튼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잠깐 멈췄다. 그리고 눌렀다.

결제가 완료됐다는 화면이 떴다.

서윤은 그 화면을 한참 봤다. 처음이었다. 돈이 생겨서 무언가를 산 게 아니라,

돈이 있으니까 무언가를 시작해본 것은.

서윤은 혼자 웃었다.

이번에는 정말 시작한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