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
세 살

에피소드 2 / 16

[아침 / 집]

하준은 세 살이 되었다.

또래보다 말이 느렸고, 오래 걷지 못했다.

그래도 좋아하는 건 분명했다.

노란 버스.

딸기우유.

그리고 아빠가 퇴근할 때 나는 도어락 소리.

삐리릭.

소리가 나면 하준은 바닥을 짚고 몸을 일으켰다.

(하준) : “아빠.”

태경이 가방을 내려놓고 웃었다.

(태경) : “아빠 왔어.”

하준은 비틀거리면서도 혼자 걸어왔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번째에서 무릎이 꺾였다.

태경이 얼른 받아 안았다.

(하준) : “또.”

(태경) : “또 해?”

하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태경은 다시 조금 떨어져 앉았다.

지안은 주방에서 두 사람을 보다가 달력으로 시선을 돌렸다.

재활치료.

신경과.

뇌파검사.

발달평가.

빼곡한 일정 사이로 하준의 다섯 번째 생일까지 남은 날짜가 줄어들고 있었다.

[오후 / 연구실]

배양실 가장 안쪽 인큐베이터에는 오래된 샘플 하나가 있었다.

HN-365.

배양 365일.

만 1년 된 인간 뇌 오가노이드.

태경의 연구팀이 장기 배양과 혈관화 가능성을 보기 위해 키워 온 조직이었다.

지름은 손톱보다 작았다.

하지만 안에는 미성숙한 신경세포들이 층을 이루고 있었고, 일부는 서로 전기신호를 주고받고 있었다.

태경은 현미경 화면을 보며 말했다.

(태경) : “중심부 산소 공급 다시 확인해 주세요.”

(연구원) : “혈관 유사 구조는 지난주보다 좋아졌습니다.”

(태경) : “유사 구조 말고 실제 기능도요.”

연구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태경은 늘 같은 걸 확인했다.

자랐는가.

살아 있는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가.

혈류를 견딜 수 있는가.

주변 조직과 연결될 가능성이 있는가.

오가노이드 연구에서 하나라도 빠지면 의미가 없었다.

[밤 / 집]

태경이 퇴근했을 때 집이 이상하게 조용했다.

(태경) : “하준아?”

욕실 쪽에서 지안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지안) : “여보!”

태경이 달려갔다.

지안의 품 안에서 하준의 몸이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눈은 한쪽으로 돌아가 있었고 팔다리가 규칙적으로 떨렸다.

태경은 시계를 봤다.

1분.

2분.

3분.

경련이 멈추지 않았다.

구급차 안에서도 계속됐다.

태경은 시간을 셌다.

6분 40초.

7분 12초.

8분 03초.

응급실에서 약이 들어간 뒤에야 하준의 몸이 풀렸다.

[새벽 / 병원 복도]

지안은 벽에 기대 주저앉았다.

(지안) : “간이면 내가 떼어주고, 신장이면 하나 주고 그러면 되잖아.”

태경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지안) : “왜 하필 뇌야.”

지안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지안) : “뇌도 이식할 수 있으면 좋겠어.”

태경의 시선이 멈췄다.

(지안) : “내 뇌라도 떼어주고 싶어.”

지안에게는 절망에서 나온 말이었다.

하지만 태경의 머릿속에서는 다른 계산이 시작됐다.

하준 세 살.

남은 시간 약 두 해.

연구실의 오가노이드 배양 1년.

발달 수준은 아직 너무 어렸다.

태경은 그 자리에서 처음으로 깨달았다.

문제는 단순히 조직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었다.

하준에게 붙일 수 있는 수준까지 자라 있느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