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9 / 10
다음 날. 도윤은 평소처럼 출근했다.
(도윤) : “좋은 아침입니다.”
(민서) : “네. 좋은 아침이에요.”
그게 끝이었다. 메신저도 오지 않았다. 점심에도 마주치지 않았다.
퇴근 시간이 비슷했지만, 도윤은 먼저 자리를 떴다. 민서는 모니터 너머로 도윤의 뒷모습을 봤다.
머리 위 숫자는 74 였다.
그다음 날은 72 민서는 자꾸 숫자를 확인했다.
내려가고 있었다. 역시 내가 대답을 못해서 그런가. 그런데 먼저 말을 걸기도 애매했다.
자기가 만든 어색함이었다.
며칠 뒤. 엘리베이터에서 도윤과 둘만 마주쳤다.
(도윤) : “몇 층 가세요?”
(민서) : “1층이요.”
도윤이 버튼을 눌렀다. 민서는 습관처럼 그의 머리 위를 봤다. 그리고 눈을 깜빡였다.
아무것도 없었다. 민서는 다시 봤다. 없었다.
도윤만 그런 게 아니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뒤 지나가는 남자 직원. 아무것도 없었다.
로비에 있던 남자. 없었다. 길거리 남자들.
전부 없었다. 숫자가 사라졌다.
민서는 며칠 동안 계속 확인했다. 아침 출근길에도. 회사에서도.
점심시간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처음 숫자가 보였을 때보다
없어진 지금이 더 이상했다. 특히 도윤은 더 그랬다. 마지막으로 본 숫자는 72.
아니. 그 전에는 78까지 올라갔었다. 지금은?
다시 3이 된 걸까. 0일 수도 있었다.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도윤은 다시 예전처럼 조용해졌다. 업무 이야기만 했다. 퇴근길도 같이 걷지 않았다.
민서는 그럴수록 더 신경 쓰였다.
주말. 민서는 늦게 일어났다. 배달을 시켰다.
소파에 누워 드라마를 틀었다. 그런데 재미가 없었다. 휴대전화를 봤다.
도윤과 마지막으로 주고받은 메신저를 열었다. 별 내용도 없었다. 회의 이야기.
커피 이야기. 퇴근길 이야기. 민서는 화면을 내렸다 올렸다 했다.
도윤과 이야기 하고 싶다. 이 무료한 주말 생각나는 사람은 도윤 뿐이었다.
도윤과의 메신저 창을 열었다. 손가락이 잠깐 멈췄다. 그리고 썼다.
[민서 : 월요일 퇴근하고 시간 돼요?]
보내기 버튼 앞에서 한참 멈췄다. 심장이 빨리 뛰었다. 예전 같았으면 지웠을 것이다.
괜히 먼저 연락했다가 민망해질 수도 있으니까. 도윤의 마음이 이미 식었을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이번에는 그대로 보냈다. 전송.
민서는 휴대전화를 뒤집어 놓았다. 10초. 20초.
다시 화면을 봤다. 읽음. 그리고 답장이 왔다.
[도윤 : 네. 됩니다.]
민서는 한참 그 짧은 문장을 바라봤다. 숫자는 없었다. 도윤이 자기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 마음의 숫자를 먼저 읽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