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몇 퍼센트?
내 마음은 100

에피소드 10 / 10

월요일.

퇴근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민서는 떨렸다.

6시 38분.

도윤에게 메시지가 왔다.

[도윤 : 저 끝났어요.]

민서는 화면을 잠깐 바라봤다.

[민서 : 저도 내려갈게요.]

가방을 들었다.

평소 퇴근인데도 이상하게 긴장됐다. 숫자는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회사 앞에서 도윤을 만났다.

(도윤) : “뭐 먹을까요?”

(민서) : “일단 좀 걸을래요?”

(도윤) : “그래요.”

둘은 삼성동에서 선릉 쪽으로 천천히 걸었다.

가을 저녁이라 바람이 선선했다.

평소 같으면 회사 이야기를 했을 텐데, 오늘은 둘 다 말이 적었다.

민서는 계속 앞만 봤다.

대로변을 걷다가 식당이 모여 있는 골목으로 들어갔다. 사람이 조금씩 줄었다.

민서는 입을 열었다.

(민서) : “저번에 물어본 거 있잖아요.”

도윤이 민서를 봤다. 민서는 여전히 앞만 봤다.

(민서) : “좋아하냐고…”

잠깐 침묵이 흘렀다.

(민서) : “그때 대답 못 해서 미안해요.”

도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민서는 숨을 한번 크게 들이마셨다.

(민서) : “좋아해요.”

말하고 나니 얼굴이 뜨거워졌다. 그래도 이번에는 멈추지 않았다.

(민서) : “생각보다 많이요.”

도윤의 걸음이 멈췄다. 민서도 멈췄다.

도윤을 볼 용기가 나지 않아 괜히 골목 안쪽을 바라봤다.

(민서) : “그때는 제가 괜히 겁먹었어요.”

(민서) : “도윤 대리님 마음이 어떤지 부터 알고 싶었던 것 같아요.”

민서는 작게 웃었다.

(민서) : “근데 생각해보니까 그게 먼저가 아니더라고요.”

이제야 도윤을 바라봤다.

(민서) : “제가 좋아하더라고요.”

숫자는 없었다. 도윤이 지금 무슨 마음인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처음으로, 상대의 답보다 자기 마음을 먼저 말했다.

도윤은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다 천천히 다시 걷기 시작했다.

(도윤) : “저쪽으로 갈까요?”

조금 더 조용한 골목이었다. 민서는 도윤 옆으로 걸었다.

몇 걸음 뒤, 도윤이 말했다.

(도윤) : “저는 그날 차인 줄 알았어요.”

민서가 고개를 돌렸다.

(민서) : “차였다고요?”

(도윤) : “제 마음과 같은지, 좋아하냐고 물었는데 대답이 없었잖아요.”

(민서) : “아…”

(도윤) : “그래서 혼자 민망해하다가.”

도윤이 웃었다.

(도윤) : “불편하실까봐 거리 두려고 했죠.”

민서도 웃음이 나왔다.

며칠 동안 혼자 숫자가 0이 됐나, 3이 됐나 고민했던 게 갑자기 허무했다.

도윤이 잠깐 민서를 봤다.

(도윤) : “저도 좋아해요.”

이번에는 민서의 걸음이 멈췄다.

(도윤) : “제가 원래 좀 느려요.”

(민서) : “알아요.”

(도윤) : “어떻게 알아요?”

민서가 순간 입을 다물었다.

(민서) : “…그냥 느낌이요.”

도윤이 웃었다. 민서도 따라 웃었다.

둘은 다시 걸었다.

조금 전까지 어색했던 거리가, 이상할 만큼 금방 가까워졌다.

도윤의 손등이 민서의 손에 살짝 닿았다.

이번에는 도윤이 민서의 손을 잡았다. 민서는 손을 빼지 않았다.

숫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도윤이 자기를 70만큼 좋아하는지, 80인지, 100인지.

이제 알 수 없었다.

그런데 민서는 처음으로 궁금하지 않았다.

준호의 숫자는 100이었다. 그런데 민서의 마음은 아마 3쯤이었을 것이다.

도윤의 마지막 숫자는 72였다. 한때는 그것조차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알았다.

도윤의 숫자가 몇이든, 자기 마음은

100이었다.

두 사람은 손을 잡은 채 선릉의 골목을 걸었다.

어디서 저녁을 먹을지도 아직 정하지 않았다. 앞으로 둘이 결혼을 하게 될지 아닐지도 몰랐다.

잘 맞을지, 싸울지, 헤어질지조차 알 수 없었다.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확실하지 않은 그 불안 덕분에 앞으로가 궁금했다.

문득 템플스테이에서 했던 질문이 떠올랐다.

태어나서 뭘 하고 죽어야 후회하지 않나요?

그때는 아주 거창한 답이 있을 줄 알았다.

민서는 도윤의 손을 조금 더 꽉 잡았다.

어쩌면 별거 아닐지도 몰랐다.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말하고. 보고 싶으면 만나러 가고. 하고 싶은 게 생기면 해보는 것.

확실하지 않다고 피하지 않고 실패하지 않으려고 가만히 있는 대신, 내 마음이 가는 쪽으로 한번 움직여보는 것.

그것만으로도 어제와는 다른 하루가 시작됐다.

민서는 도윤을 보며 웃었다.

(도윤) : “왜 웃어요?”

(민서) : “그냥요.”

도윤도 웃었다.

민서는 생각했다. 사랑할 시간도 부족한 인생인데, 너무 오래 망설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