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50 / 50
다음 날 아침 해는 높은 창의 철망 그림자를 벽에 먼저 놓았다.
빛은 창틀 아래에서 시작해 흰 타일 줄눈 하나를 비스듬히 가로질렀다. 내가 눈을 떴을 때는 침대 발치까지 오지 않았다.
탁자 위에는 어젯밤 집게로 주운 회색 단추가 있었다. 환자복 두 번째 자리에는 실 두 가닥만 남아 있었다. 첫 번째 단추만 잠그면 옷이 벌어졌고, 세 번째까지 잠그면 목 아래 천이 비뚤게 당겼다.
아침 점검 때 나도윤에게 바느질 도구를 신청했다.
“사용 장소는 공용 탁자입니다. 바늘 한 개, 실 한 타래, 작은 가위 한 개를 확인하고 대여합니다.”
그가 말했다.
“침대에서 하면 안 됩니까?”
“바늘 분실 확인 때문에 지정 장소에서 쓰셔야 합니다.”
나는 환자복을 갈아입고 수선할 옷을 무릎에 올렸다. 오른쪽 어깨는 전날보다 덜 무거웠지만 휠체어를 세게 밀지 않기로 했다. 공용공간까지는 스스로 갔다.
도윤은 투명 상자를 열어 바늘과 가위 수량을 내 앞에서 셌다. 바늘은 끝에 붉은 실 표지가 묶여 있었고, 가위 손잡이에는 대여 번호가 적혀 있었다.
“실 색은 회색과 흰색이 있습니다.”
“회색으로 하겠습니다.”
그는 대여대장에 내 번호와 시각을 적었다. 단추를 다는 일이 반성이나 재활 점수로 기록되지는 않았다. 바늘을 누가 언제 가져가고 돌려주는지만 남았다.
실을 바늘귀에 넣으려 했지만 첫 번째에는 끝이 갈라졌다. 손가락에 침을 묻히려다 멈췄다. 도윤이 작은 실 끼우개를 보여 주었다.
“이것도 같이 대여할 수 있습니다.”
“제가 해 보겠습니다.”
나는 실 끝을 가위로 조금 잘라 다시 넣었다. 두 번째에도 바늘귀 옆을 스쳤다. 햇빛이 공용 탁자 가장자리까지 와서 바늘이 번쩍였다. 밝아진다고 구멍이 커지지는 않았다.
“실 끼우개를 주십시오.”
내가 말했다.
도윤은 도구 하나를 더 대장에 적고 건넸다. 얇은 철선 고리를 바늘귀에 통과시키고 실을 걸어 당기자 한 번에 들어갔다.
나는 실 끝에 매듭을 만들었다. 환자복 천을 무릎 위에 펴니 수선 자리가 몸에서 너무 가까웠다. 목을 숙이면 오른쪽 어깨까지 둥글게 말렸다.
“천을 고정할 집게가 있습니까?”
“바느질용 고정 클립을 드릴 수 있습니다.”
도윤은 작은 플라스틱 클립 두 개를 더 꺼냈다. 나는 환자복을 탁자 앞쪽에 놓고 단추 자리를 맞췄다. 이전 실자국 네 개가 작은 네모를 만들고 있었다.
천이 매끄러워 바늘을 밀 때마다 탁자 위에서 조금씩 돌아갔다. 무릎으로 아래쪽을 고정하려 했지만 감각이 적어 천을 얼마나 누르는지 알 수 없었다.
“미끄럼 받침을 쓸 수 있습니까?”
내가 물었다.
도윤은 얇은 고무 받침을 가져와 탁자 위에 깔았다. 환자복이 덜 움직였다. 내가 무릎으로 누르는 것보다 눈으로 위치를 확인하기 쉬웠다.
첫 바늘을 밀 때 끝이 검지 옆을 스쳤다. 피가 나지는 않았다.
“골무도 필요합니까?”
“주십시오.”
도윤은 플라스틱 골무 하나를 추가로 기록했다. 내 손 기능이 있다는 것과 날카로운 바늘을 맨손으로 끝까지 밀어야 한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었다.
첫 바늘은 천 뒷면에서 앞면으로 나왔다. 단추 구멍을 통과시켜 다시 아래로 넣었다. 실을 너무 세게 당기자 단추가 천에 붙어 움직이지 않았다.
단추와 천 사이에는 실을 감을 작은 여유가 필요했다. 나는 한 땀을 풀고 다시 시작했다.
두 번째에는 단추가 원래 자리보다 손톱 절반만큼 아래에 놓였다. 첫 번째와 세 번째 단추 사이 선이 맞지 않았다.
이 정도면 잠길 수 있었다. 그냥 두어도 환자복 기능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잠갔을 때 천이 당기는지는 입어 봐야 알 수 있었다.
나는 바늘을 안전 패드에 꽂아 놓고 단추 위치를 다시 쟀다. 위 단추에서 아래 단추까지의 거리를 손가락 마디로 확인했다. 두 번째 자리의 옛 실자국이 더 정확했다.
다시 실을 풀었다.
풀어낸 실은 중간에서 꼬여 작은 매듭이 생겼다. 손톱으로 벌리려다 더 조여졌다. 실을 아끼려고 계속 쓰면 새 단추 뒤에 매듭이 남을 것 같았다.
나는 꼬인 부분을 잘라냈다. 남은 실이 짧아 다시 바늘에 넣어야 했다. 실 끼우개를 두 번째로 사용했다.
“새 실을 더 쓰실 수 있습니다.”
도윤이 말했다.
“이 길이면 됩니다.”
나는 짧은 실로 네 구멍을 몇 번 통과할 수 있는지 세었다. 두 번씩 통과하고 실기둥을 감을 길이는 남았다. 풀리면 실과 바늘을 다시 대여해야 했다.
공용공간 반대편에서는 오태수가 일반동 복귀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재활 평가에서 짧은 거리 보행과 침대 이전이 가능하다고 확인됐고, 일반동에서도 보행기와 낮은 침대를 쓰기로 했다.
태수는 자기 물건을 작은 상자에 넣었다. 정호가 쓰던 침대에 들어온 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떠날 때 침대를 자기 흔적으로 남기려 하지 않았다.
“오늘 나갑니다.”
그가 말했다.
“들었습니다.”
“저 침대 또 누가 쓰겠죠.”
“그럴 겁니다.”
“전에 있던 사람처럼 나도 죽었다고 말하지는 마요.”
“일반동으로 갔다고 말하겠습니다.”
태수가 웃었다.
“굳이 내 얘기를 할 필요도 없고.”
그는 호출벨을 직원에게 반납하고 보행기 고무 끝을 확인했다. 침대 높이는 다음 사람이 오기 전 기본 위치로 돌아갔다.
나는 세 번째로 단추를 놓았다. 이번에는 옛 실자국 위에 맞췄다. 네 개의 구멍을 두 번씩 통과한 뒤 단추 아래 실기둥을 세 번 감았다. 뒷면에 매듭을 만들 때 실이 손가락에서 미끄러졌다.
오른쪽 어깨가 당겨 잠깐 팔을 탁자에 내려놓았다. 바늘은 안전 패드에 다시 꽂았다. 통증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동안 빛은 탁자 가운데를 지나 내 왼손 손등까지 왔다.
철망 그림자는 손등 위에서 네모로 잘렸다. 손을 움직이자 그림자만 피부를 벗어났다. 해가 나를 찾아온 것도, 내 손이 자유로워진 것도 아니었다. 지구가 돌고 오전 시간이 지나 빛의 각도가 바뀐 것이었다.
나는 다시 실을 잡았다.
매듭을 두 번 묶고 남은 실을 잘랐다. 단추를 손가락으로 당겨 보니 조금 움직였고 떨어지지는 않았다.
“입어 보고 확인해야 합니다.”
도윤이 말했다.
나는 수선한 환자복을 입었다. 두 번째 단추를 잠그자 천이 오른쪽으로 아주 조금 당겼다. 단추가 옛 자리보다 한두 밀리미터 비뚤어진 것 같았다.
첫 번째부터 세 번째까지 모두 잠그고 휠체어 등받이에 기대 보았다. 목 아래가 조이지 않았고, 앞으로 몸을 숙일 때 단추 사이가 벌어지지도 않았다. 오른팔을 들어도 옷이 동작을 막지는 않았다.
단추 뒷면 매듭은 짧은 실끝 하나가 튀어나와 있었다. 나는 다시 옷을 벗어 실끝만 가위로 정리했다. 다 달았다고 생각한 뒤에도 한 번 더 손볼 부분이 있었다.
“다시 달 겁니까?”
도윤이 물었다.
나는 목과 어깨를 움직여 보았다. 피부를 누르지 않았고 세 번째 단추와 겹치지도 않았다.
“오늘은 이대로 입겠습니다.”
다음 세탁 뒤 실이 느슨해지면 다시 달 수 있었다.
도윤은 바늘 한 개, 가위 한 개, 실 끼우개 한 개, 고정 클립 두 개를 세었다. 바늘 끝이 손상되지 않았는지 보고 투명 상자에 넣었다. 나는 대여대장 반납 칸에 서명했다.
서준호의 우편은 점심 전에 도착했다. 사고기록 정정안에서 오광철의 `자원 참여` 문구가 최종 삭제되고 `현장 관리 지시에 따른 배치`로 확정됐다고 했다. 회사의 다른 법률 이의는 계속 검토 중이었다.
박미영 측은 기록 정정 결과를 받았고 별도 의견을 보내지 않았다. 내 가석방 불허나 재심 날짜는 그 절차에 포함되지 않았다.
수진 측 송달 창구에는 변경이 없었다. 유리에게서 연락도 없었다. 그들의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는 내 서류에 적혀 있지 않았다.
나는 세 통지 중 어느 것도 답장하지 않았다. 오광철 기록 정정은 내가 감사받을 일이 아니었고, 회사 이의는 변호인과 다음 기한에 대응해야 했다. 유리의 침묵에는 덧붙일 말이 없었다.
오후에는 태수가 일반동으로 옮겨 갔다. 직원이 보행기와 기록을 인계했고, 그는 복도 끝에서 한 번 손을 들었다. 나는 같은 동작으로 답했다.
빈 침대는 바로 소독됐다. 새 이름표는 아직 오지 않았다.
배성환이 공용공간으로 나와 컵을 탁자에 놓았다. 손잡이는 벽 쪽을 향해 있었다.
“이쪽으로 돌려 드릴까요?”
내가 물었다.
“아니요. 오늘은 그냥 컵째 왼쪽으로 옮겨 주세요.”
나는 손잡이만 돌리려던 손을 멈추고 컵을 왼쪽으로 옮겼다.
“여기요?”
배성환이 팔을 뻗었다.
“조금 뒤.”
컵을 손가락 한 마디만큼 밀었다.
“됐어요.”
그는 물을 마셨다. 다음에 놓을 때 자리가 또 달라질 수 있었다.
윤서진은 내 오후 피부 확인과 소변주머니 상태, 오른쪽 어깨 통증을 기록했다. 단추를 혼자 달았는지는 묻지 않았다.
“오늘은 오른쪽으로 체위 변경 가능하십니까?”
“어깨를 받치면 가능합니다.”
“베개 위치를 먼저 확인하겠습니다.”
나는 침대로 옮겨 앉은 뒤 오른팔 위치를 말했다. 서진은 골반과 다리를 맞추고 시트 주름과 관 경로를 확인했다. 한 번 정한 자세는 저녁 식사와 다음 경련 뒤 다시 달라질 수 있었다.
벽의 빛은 오전에 있던 자리에서 사라지고 맞은편 타일 아래로 옮겨가 있었다. 창과 철망과 벽은 그대로였다. 해가 벽을 건너는 동안 내가 한 일은 단추 하나를 다시 달고, 바늘을 반납하고, 컵의 자리를 물은 것이었다.
재심 날짜는 달력 여섯 장 뒤에 있었다.
나는 수선한 두 번째 단추를 한 번 당겨 보았다.
아직 붙어 있었다.
다음 체위 변경까지 사십 분이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