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을 건너는 해
심사실의 빈 답

에피소드 48 / 50

심사실에는 긴 책상과 의자 세 개가 있었다.

내 자리에는 의자가 치워져 있었고 휠체어 바퀴가 들어갈 공간이 표시돼 있었다. 나도윤은 문 앞에서 손을 떼었다. 나는 표시선 안으로 직접 들어갔다.

위원장은 이름과 수용번호, 생년월일을 확인했다. 오른쪽에는 교정위원과 외부위원이 앉았고, 끝자리 기록 담당자가 녹음 시작 시각을 말했다.

“심사 중 어깨 통증이나 체위 조정이 필요하면 휴식을 요청하십시오.”

위원장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 안내는 동정이 아니라 절차였다.

첫 질문은 짧았다.

“한재호 씨는 왜 가석방을 원합니까?”

준비한 답에는 치료 연속성과 사회 복귀, 책임 있는 생활이 있었다. 나는 먼저 가장 단순한 말을 했다.

“교도소 밖에서 살고 싶습니다.”

외부위원이 물었다.

“그 욕구가 피해자와 사회가 감수할 위험보다 우선한다고 생각합니까?”

“우선한다고 결정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 심사를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은 석방될 자격이 있다고 봅니까?”

“제가 자격을 증명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석방을 원하고, 밖에서 필요한 의료·주거·보호관찰 계획을 준비했습니다.”

교정위원은 실명 사실확인 진술을 펼쳤다.

“초기 반성자료에서는 회사 압박과 시스템 문제를 앞에 두고 본인의 승인 사실을 뒤에 배치했습니다. 이번 공개 진술에서는 본인 이름과 승인을 앞에 뒀습니다. 어느 쪽이 진실입니까?”

“회사 압박과 보고체계 문제도 사실이고 제가 최종 승인한 것도 사실입니다. 초기 자료는 사실을 거짓으로 쓰지 않으면서도 제게 유리한 순서로 책임을 배열했습니다.”

“그때는 왜 그렇게 했습니까?”

“모범적인 반성문으로 인정받고 가석방 가능성을 높이고 싶었습니다.”

“지금 공개 진술도 같은 목적일 수 있지 않습니까?”

“가석방에 유리할 수 있다고 기대한 마음이 없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는 재검토와 일정 보류가 생겼습니다. 손해가 생겼다는 사실이 동기를 순수하게 만들지는 않습니다.”

“그러면 왜 공개했습니까?”

“공개 기록에서 제 승인 사실이 `관련 관리자들`이라는 말 안에 다시 사라지지 않게 하려고 했습니다. 동시에 회사 압박과 보고체계 책임도 남겼습니다.”

외부위원이 회사 의견서를 들었다.

“회사는 한재호 씨의 진술이 개인 책임을 과도하게 강조하고 조직 전체 사실을 대표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결과적으로 회사가 현장 총괄에게 책임을 돌리는 데 도움을 준 것 아닙니까?”

“그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회사 관련 사실을 별도 항목에서 빼지 않았습니다. 회사가 제 이름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통제할 수 없지만, 제 이름을 빼는 방식으로 그 위험을 없애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그 선택이 피해 회복에 어떤 도움이 됐습니까?”

“기존 공적 기록의 범위를 바꿨습니다. 사망과 부상, 가족의 손실을 회복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위원장은 사과문 항목으로 넘어갔다.

“사과문을 작성했다고 진술했지만 피해자에게 전달하지 않았고 심사에도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책임을 말하면서 사과를 감춘 이유가 무엇입니까?”

“피해자 측은 사고자료와 기록 정정을 요구했지만 제 사과를 요청하지 않았습니다. 수령 의사를 다시 묻는 것 자체가 답변을 요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심사위원에게도 보여 주지 않은 이유는요?”

“미전달 사과문을 제 변화 증거로 쓰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 답변을 통해 지금 변화한 사람으로 보이려는 것은 아닙니까?”

질문은 서기현이 연습 때 했던 것과 같았다.

“그럴 수 있습니다. 저는 제출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 범위에서 답하고 있습니다. 그 선택이 저를 좋은 사람으로 증명한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교정위원이 물었다.

“피해자도 가족도 한재호 씨의 변화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무엇을 근거로 재범이나 책임 회피 위험이 줄었다고 판단해야 합니까?”

“그들의 반응을 근거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의료동 생활기록에서 도움을 조건으로 만들거나 정보를 먼저 이용한 일, 그 뒤 절차를 바꾼 행동, 실명 공개 진술과 출소 계획을 보실 수 있습니다.”

“도움을 조건으로 만들었다는 건 부정적 기록 아닙니까?”

“맞습니다.”

“그런 행동을 한 사람이 밖에서 다시 작은 권력을 이용하지 않을 거라고 어떻게 보장합니까?”

“보장할 수 없습니다. 계획에는 확인하지 않은 정보를 확정하지 않고, 가족을 지원자로 가정하지 않으며, 문제가 생기면 기관과 보호관찰 담당자에게 알리는 절차를 넣었습니다. 행동은 밖에서도 기록과 결과로 확인돼야 합니다.”

위원장은 잠시 기록을 읽었다.

“동료 수용자 이정호 씨 사망 뒤 보완진술을 내지 않았습니다. 이유를 말씀하십시오.”

“정호 씨의 금식, 송금, 치료 선택과 죽음을 제 변화 증거로 배열한 초안을 썼습니다. 그 사람은 그런 사용에 동의하지 않았고, 사적 경험을 가석방 자료로 내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에게서 배운 것은 없습니까?”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왜 말하지 않습니까?”

“제가 배웠다는 결론을 심사에 제출하면 그의 삶이 제 석방을 위한 근거가 됩니다.”

외부위원이 말했다.

“한재호 씨 답변은 계속 무엇을 말하지 않겠다는 내용입니다. 회피와 절제의 차이가 무엇입니까?”

나는 바로 답하지 못했다.

“결과로 구분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결과입니까?”

“필요한 사실을 공개했는지, 상대가 요구하지 않은 연락을 반복하지 않았는지, 생활 계획에서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지 않았는지 같은 결과입니다.”

“그것도 본인의 해석 아닙니까?”

“일부는 그렇습니다. 그래서 기록과 다른 사람의 판단이 필요합니다.”

오른쪽 어깨가 묵직해졌다. 나는 휴식을 요청할지 망설였다. 참는 모습을 평가받고 싶지 않았다.

“체위 조정을 위해 오 분 휴식을 요청합니다.”

위원장은 녹음을 멈추게 했다. 직원이 들어오기 전 내가 가능한 만큼 앞쪽 체중이동을 했고, 오른쪽 팔을 쉬게 했다. 추가 도움이 필요한지 묻자 필요 없다고 답했다. 오 분 뒤 심사가 재개됐다.

출소 계획 질문에서는 빈칸이 먼저 지적됐다.

“임시주거는 최종 배정이 아닙니다. 방이 없으면 어디로 갑니까?”

“대체 숙소 두 곳 중 하나를 다시 확인합니다. 두 번째 숙소는 욕실 접근성이 아직 확인되지 않아 부적합할 수 있습니다. 둘 다 불가능하면 석방일 조정 또는 교정복지 긴급주거를 요청해야 합니다.”

“석방일 조정을 본인이 결정할 수 있습니까?”

“아니요. 담당기관에 요청할 수 있을 뿐입니다.”

“활동지원 서비스 시작 전 목욕과 이전은요?”

“단기 방문지원과 주거기관 보조 범위를 확인 중입니다. 연결되지 않으면 외래 위생 지원을 예약합니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첫 달 비용이 부족합니다.”

“긴급생활지원과 복지기금 자격을 신청하고 법률 비용 분납을 요청합니다. 승인되지 않으면 지출과 주거 계획을 다시 조정해야 합니다.”

“가족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더 현실적이지 않습니까?”

“그들이 동의하지 않은 지원을 계획에 넣을 수 없습니다.”

“유리 씨가 나중에 연락하면요?”

“연락 목적과 범위를 그때 따로 정합니다. 주거나 돌봄 제공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위원장은 첫 질문지로 돌아왔다.

“수용생활을 통해 삶의 의미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답입니까?”

“하나의 의미를 증명할 수 없다고 썼습니다.”

“그럼 출소 후 무엇을 위해 삽니까?”

준비한 문장은 `오늘의 몫`이었다. 제목처럼 들렸다.

“무엇을 위해 산다는 답을 지금 확정하지 못했습니다. 해야 할 의료 관리와 보호관찰, 법률 대응, 반복하지 말아야 할 행동은 계획할 수 있습니다.”

“그 답은 지나치게 소극적이지 않습니까?”

“그럴 수 있습니다.”

“사회에 기여할 계획은 없습니까?”

“직업능력 평가 전에는 일자리나 자원봉사를 확정해서 말할 수 없습니다. 사고 경험을 교육 소재로 쓰는 일도 피해자와 사실 사용 범위를 검토하지 않고 계획하지 않겠습니다.”

마지막 발언 기회가 주어졌다.

나는 용서를 구하지 않았다. 정호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장애가 나를 바꿨다고도 하지 않았다.

“가석방을 원합니다. 제출한 계획 중 확정되지 않은 부분이 많고, 밖에서 실패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때 숨기지 않고 정해진 담당자에게 알리고 다시 조정하겠습니다. 그 이상으로 제가 변했다고 증명할 말은 없습니다.”

위원장은 심사 종료를 알렸다. 기록 담당자가 녹음 파일을 저장하고 봉인번호를 읽었다.

나는 결과를 묻지 않았다. 오늘 결정하지 않는다는 설명을 이미 들었다.

문밖에서 도윤이 경사로 보조가 필요한지 물었다.

“네.”

그가 휠체어를 밀기 전 발판과 손 위치를 확인했다.

“위원들 표정이 어땠습니까?”

내가 물었다.

“저는 심사실 안에 있지 않았습니다.”

“나올 때 뭐라고 하지는 않았습니까?”

“결과는 공식 통지로 확인하셔야 합니다.”

나는 기록 담당자가 봉인번호를 읽던 목소리와 외부위원이 마지막에 펜을 내려놓은 시각에서 의미를 찾으려 했다. 어느 것도 결정문이 아니었다.

“예정일 전에 알 수는 없습니까?”

“결정이 먼저 확정되면 통지가 빨라질 수 있지만, 문의한다고 절차가 앞당겨지지는 않습니다.”

도윤은 내가 잘 답했다거나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하지 않았다. 경사로에서 휠체어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게 속도만 맞췄다.

내 무릎 위에는 작은 통지 예정표가 놓였다.

`결정 통지 예정일: 14일 이내.`

그 아래 결과 칸은 비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