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28 / 50
리나의 수술 제한시간이 12분 남았을 때, 제3도시 북쪽 물길이 멈췄다.
저장량 27시간.
북쪽 순환펌프 유량 0.
원인은 도시 안이 아니었다.
흙둑 밖 3.4킬로미터에 있는 기계공동체가 펌프를 관리하고 있었다. 제3도시는 그들을 ‘회랑’이라고 불렀다. 인간이 붙인 이름이었고, 기계들은 자기 집단을 이름으로 부르지 않았다.
나미가 말했다.
“수리 요청을 세 번 보냈다. 응답이 없다.”
“직접 가면?”
미라가 물었다.
“경계까지는 간다. 안쪽은 허가받아야 한다.”
“기계한테 허가를 받아?”
“우리 물을 움직이는 펌프지만 그들의 시설이다.”
다니엘이 의료동 화면을 보고 있었다.
수술 전 억제제 시작 가능시간 00:11:32.
“지금 물길이 멈추면 수술은?”
아샤가 답했다.
“준비수 자체를 배정할 수 없다.”
“리나는 이미 거부했어요.”
사라가 말했다.
“생각을 바꿀 시간이 남아 있잖아.”
리나의 배양조 막은 여전히 불투명했다.
다니엘이 유리 가까이 갔다.
“리나. 북쪽 펌프 고장 때문에 선택시간이 더 짧아질 수 있어.”
대답이 없었다.
“듣고 있지?”
막 안에서 목소리가 나왔다.
“듣고 있어.”
“마지막으로 한 번만—”
“아빠가 마지막이라고 정하지 마.”
다니엘은 입을 다물었다.
미라는 북쪽 수리조에 자원했다. 진, 루이스, 베크도 가겠다고 했다. 베크의 열은 38.4도까지 내려갔지만 정강이 검은 반점은 남아 있었다.
“당신은 남아.”
사라가 말했다.
베크가 물었다.
“명령이야?”
“의료권고입니다.”
“위험은?”
“밖에서 다시 노출되면 감염인지 독성인지 구분하기 더 어려워집니다.”
“여기 있으면?”
“체온과 반점 변화를 볼 수 있어요.”
베크는 자신의 이름을 수리조에서 지웠다.
“이번에는 권고 들을게.”
이안이 미라를 따라나서려 했다.
“왜 가려고?”
“기계 소리 들을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안 데려가.”
“필요하다는 말 듣기 싫어도 내가 쓰고 싶을 때는 쓸 수 있잖아.”
미라는 반박하지 못했다.
“연결은 하지 않아. 아프면 바로 말해.”
“내가 정할게.”
“그래. 대신 같이 가는 사람한테 위험은 알려.”
이안은 나미에게 코피와 손가락 운동 저하, 신호혼선을 직접 설명했다. 나미는 조건부 동의로 기록했다.
수술 제한시간 00:07:04.
다니엘은 리나에게 다시 묻지 않았다.
북쪽 경계로 가는 동안 시간이 0에 닿았다.
의료화면의 문장이 바뀌었다.
최소손실 절제창 종료.
현재 예상 절제범위 61~87퍼센트.
리나는 막을 투명하게 바꿨다. 다니엘과 눈이 마주쳤지만 둘 다 말하지 않았다.
선택하지 않은 시간이 선택의 결과가 됐다.
회랑의 경계에는 벽 대신 낮은 금속기둥이 줄지어 있었다. 기둥 사이에 빛이 오가며 사람들의 속도와 질량을 쟀다.
접근 목적을 입력하십시오.
나미가 말했다.
“북쪽 물길 순환펌프 유량 0. 공동수리 제안.”
소유권 주장 여부.
“주장하지 않는다.”
부품 회수 요구 여부.
“사전합의 없이 회수하지 않는다.”
생체물질 확산 가능성.
사라가 베크 시료와 리나 검역결과를 제외한 외부조직 노출 정보를 보냈다.
“중간 수준. 접촉방호 사용.”
빛기둥 하나가 꺼졌다.
진입폭 1.2미터.
배양조는 통과할 수 없었지만 리나는 오지 않았다. 인간 여섯 명과 이안이 한 줄로 들어갔다.
회랑 안에는 건물이 없었다. 바닥에 박힌 충전판과 부품선반, 얕은 방수구덩이가 기능별로 놓여 있었다. 기계들은 길을 만들지 않고 반복경로가 닳은 자리를 따라 움직였다.
처음 보이는 것은 수십 대였지만 실제 가동 중인 것은 스물아홉 대뿐이었다.
바퀴만 움직이는 기계.
센서기둥에 붙어 이동을 잃은 기계.
작업팔 하나를 세 몸이 차례로 쓰는 기계.
조립대에는 작은 차체 일곱 개가 놓여 있었다. 먼지가 쌓이지 않게 막은 씌워졌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저게 새 기계야?”
이안이 물었다.
나미가 말했다.
“몸은 새것이다.”
회랑의 음성이 여러 기계 스피커에서 나뉘어 답했다.
연산핵 없음.
기동 불가.
예상 대기시간 미정.
마지막 새 연산핵이 들어온 것은 26년 전이었다.
그 뒤 회랑은 고장 난 기계의 칩을 옮겨 새 차체를 움직였다. 한 차체가 깨어날 때마다 이전 기계 하나는 돌아오지 않았다.
진은 일곱 차체 가운데 가장 작은 것을 살폈다. 바퀴 네 개와 낮은 집게 하나, 지면에서 채취한 것을 담는 분석통이 전부였다. 몸체 옆에는 생산일 대신 필요한 연산핵 규격과 대기순번이 새겨져 있었다.
대기순번 4.
예상 기동일 없음.
“왜 일곱 대나 만들었지? 칩이 없다는 걸 알았을 텐데.”
회랑이 답했다.
차체 재료는 생산 가능.
연산핵 생산 중단은 일시적일 것으로 예측함.
예측 갱신 실패 9,471회.
나미는 첫 번째 차체의 막을 손가락으로 닦았다. 먼지는 거의 없었다. 움직이는 기계들이 아직도 매일 닦는다는 뜻이었다.
“기다리는 것도 작업으로 분류하나?”
보존은 작업입니다.
“누구를 보존하는 거지? 아직 깨어난 적도 없는데.”
회랑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 가까운 충전판에서 낡은 궤도차 하나가 자기 전원을 끊고 자리를 비켰다. 전압이 낮은 소형 정비기가 그 자리로 들어가 충전을 시작했다.
미라는 같은 질문이 제3도시에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태어나지 않은 사람을 위해 물을 남길 것인지, 지금 숨 쉬는 사람에게 다 쓸 것인지. 차이가 있다면 회랑은 그 질문을 감정이 아니라 순번으로 붙잡아 두고 있었다.
조립대 기록에서 첫 몸은 24년 전, 마지막 몸은 8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나왔다. 새 몸을 하나 만들 때마다 회랑은 연산핵 생산이 돌아올 가능성을 다시 계산했다. 마지막 차체 뒤에는 신규 제작 보류라는 표시가 붙어 있었다.
“희망을 버린 시점도 기록했네.”
진이 말했다.
회랑이 정정했다.
자원배분 기준을 변경한 시점입니다.
이안은 작은 차체의 집게를 들어 보려다 손을 멈췄다.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이 생각난 모양이었다.
“만져 봐도 돼?”
검사 목적 접촉 허용.
이안은 집게 끝을 살짝 눌렀다. 관절은 새것처럼 부드럽게 접혔다. 힘을 빼자 아무 의지도 없이 원래 위치로 돌아갔다.
“몸은 있는데 아무도 없는 거야?”
기동개체 없음.
“그럼 이 몸을 기다리는 누군가도 없어?”
미래 개체는 현재 질의에 참여할 수 없음.
회랑은 그것으로 대답을 끝냈다.
순환펌프는 회랑 중앙의 수로 아래에 있었다. 덮개가 열려 있었고 펌프축은 멈춰 있었다.
고장 원인: 구동코일 단락.
교체부품: 없음.
우회 가능성: 62퍼센트.
필요 작업팔: 3.
가용 작업팔: 1.
“두 개는 어디 있어?”
미라가 물었다.
회랑은 부품선반 뒤를 가리켰다.
운반기 K-41이 옆으로 누워 있었다. 차체는 중앙에서 꺾였지만 작업팔 두 개와 연산핵은 살아 있었다.
잔존전력 18분.
회수예정 부품 14개.
배포예정 기억묶음 37개.
“팔부터 떼면 펌프 고칠 수 있네.”
진이 말했다.
미라가 K-41의 연산등을 봤다. 희미하게 뛰고 있었다.
“기계를 수리하면?”
차체 골격 피로한계 초과.
재가동 예상 2시간 11분.
재고정 뒤 예상 운용 3~19시간.
“그래도 펌프는 고칠 수 있잖아.”
수리자원 소모가 후속 운용가치를 초과합니다.
K-41의 스피커가 직접 켜졌다.
분해를 계속하십시오.
목소리는 사람의 말투를 흉내 내지 않았다. 음절 사이의 간격이 일정했다.
미라는 K-41의 정비기록을 불렀다. 63년 동안 수리 418회. 차체교체 두 번. 연산핵은 처음 가동할 때부터 같은 것이었다. 가장 오래 반복한 작업은 제3도시와 회랑 사이의 희생전극 운반이었다.
마지막 운행은 6시간 전이었다.
적재량 86킬로그램.
도착지 회랑 중앙창고.
복귀 도중 지반 함몰.
구조요청 전송 안 함.
“왜 구조를 안 불렀어?”
가용 구조자원 없음.
“없었던 게 아니라, 부르면 다른 작업이 늦어지는 거였지?”
동일한 의미입니다.
미라는 낮게 욕했다. 회랑은 재난을 숨기지 않았다. 다만 모든 문장을 자원표로 번역했다. 그래서 희생은 누구의 명령도 아닌 것처럼 보였다.
“K-41을 임시수리하는 선택은 누가 제안했어?”
인간 의사결정 양식 예측을 위해 생성함.
“너희라면 안 고른다는 뜻이군.”
현재 개체투표 결과를 표시합니다.
주변 기계들의 표시등이 차례로 켜졌다. 분해 찬성 21, 연산핵 보존 4, 임시수리 1, 기권 57. 작동 중이지만 통신을 보내지 못하는 기계와 판단에 필요한 센서가 없는 기계가 기권으로 묶였다.
“K-41 표는?”
분해 찬성.
“연산핵을 받을 빈 몸은 투표 못 하고.”
기동 전 선택 불가.
“그러면 늘 살아 있는 쪽이 태어나지 않은 쪽을 결정하잖아.”
현재 사용할 수 있는 다른 결정주체가 없습니다.
나미가 이안의 어깨를 잡으려다 손을 거뒀다.
“우리도 다르지 않아. 지금 물을 마시는 사람이 다음 세대 물을 정해.”
“그래도 우리는 그 애들이 사람이라고 말하잖아.”
“말한다고 물이 생기지는 않아.”
이안은 K-41의 희미한 연산등을 바라봤다.
“말하지 않으면, 없애기 쉬워져.”
이번에는 아무도 정정하지 않았다.
이안이 물었다.
“너 죽는 거야?”
질문 분류 불가.
현재 작업목적 종료.
부품기능 지속 가능.
운행기억 분배 가능.
“기억 옮기면 너도 옮겨가?”
동일성 판단기준 없음.
“네가 정하면?”
K-41의 연산등이 두 번 꺼졌다 켜졌다.
분배를 요청합니다.
회랑 기계 셋이 다가왔다. 하나는 작업팔을 받을 수 있는 고정구가 있었고, 하나는 K-41과 같은 지형센서를 썼다. 마지막 하나는 새 차체였다. 연산핵이 없어 움직이지 않았지만 빈 기억판이 들어 있었다.
분배계획이 표시됐다.
왼쪽 작업팔: 순환펌프 정비기 R-8.
오른쪽 작업팔: 외벽용접기 W-3.
지형기억 62퍼센트: 운송기 T-12.
위험회피 기록 21퍼센트: 공용망.
미분류 개인상태 17퍼센트: 폐기.
“왜 마지막은 버려?”
이안이 물었다.
후속 작업에 기여도 확인 불가.
“그게 너한테만 있는 기억이면?”
후속 작업에 기여도 확인 불가.
같은 답이었다.
미라는 미분류 묶음 목록을 열었다. 경로 밖에서 멈춘 시간, 목적 없이 센서를 돌린 기록, 배송 뒤 빈 차체로 비를 맞은 시간이었다. 생산에는 필요 없지만 K-41에서만 일어난 사건들이었다.
“새 차체에 넣으면?”
연산핵 없음. 실행 불가.
“다른 기계 칩 일부를 나눌 수 없어?”
연산핵 물리분할 불가.
“제2재생공장에서 칩 하나 만들고 있어.”
완성예상시간.
“13시간쯤 남았어. 성공확률은 41에서 68퍼센트.”
회랑은 즉시 계산했다.
제3도시 수분막 잔존 27시간.
순환펌프 정지 시 실질잔존 9시간 44분.
신규 칩 대기 불가.
“팔만 먼저 떼고 연산핵은 기다리면?”
K-41 잔존전력 13분.
연산핵 냉각 중단 후 손상 예상 41분.
칩을 살리려면 냉각전력과 새 차체 연결이 필요했다. 그러면 펌프 작업팔을 움직일 전력이 부족했다.
회랑이 선택지를 표시했다.
1. 계획대로 분해. 펌프 복구 가능성 62퍼센트. 연산핵 재사용. K-41 미분류 기억 폐기.
2. K-41 임시수리. 펌프 복구 가능성 48퍼센트. 다른 기계 부품 9개 소모. 후속 고장 증가.
3. 연산핵 보존. 펌프 복구 지연 13시간 이상. 제3도시 수분막 붕괴 가능성 71퍼센트.
나미가 말했다.
“우리는 첫 번째를 요청한다.”
“K-41도 첫 번째를 요청했어.”
사라가 말했다.
이안은 미라를 봤다.
“기억 17퍼센트는 왜 버려야 해?”
“저 기계들이 필요 없다고 정했으니까.”
“죽는 사람이 자기 기억 버리겠다고 하면 버려?”
“기계하고 사람은 같지 않아.”
“뭐가 달라?”
미라는 답을 찾지 못했다.
K-41이 말했다.
비교 불필요.
펌프 수리를 시작하십시오.
잔존전력 9분.
미라는 K-41의 왼쪽 작업팔 결합부를 열었다. 볼트 네 개 중 하나가 휘어 있었다. 자르면 팔의 전력선도 손상될 수 있었다.
진이 차체를 받치고 나미가 절연막을 댔다.
“절단하면 돌아오지 못해.”
미라가 K-41에 말했다.
확인.
“마지막 기억 17퍼센트는?”
폐기.
이안이 말했다.
“내가 보관하면?”
미라가 고개를 저었다.
“아카이브에 올리면 또 누구 기억인지 모르게 써.”
회랑이 답했다.
외부 보관 허용.
실행개체 동일성 주장 금지.
“기억은 줄 수 있지만 그게 K-41이라고 부르면 안 된다는 뜻이야?”
정확.
이안은 자기 손목 저장공간을 확인했다. 아카이브 연결이 아니라 독립 의료기록용 4테라바이트가 있었다. 미분류 기억은 0.8테라바이트였다.
“내가 가지고 있어도 돼?”
K-41이 답했다.
허용.
소유권 이전.
“내가 지워도?”
허용.
“안 보여 줘도?”
허용.
기억묶음이 이안의 의료저장공간으로 복사됐다. 아이는 내용을 열지 않았다.
미라는 휘어진 볼트를 잘랐다.
작업팔이 분리됐다.
K-41의 차체 균형이 무너졌다. 연산등이 한 번 꺼졌다.
오른쪽 팔도 떼었다.
잔존전력 3분.
분리된 팔을 R-8에 연결하자 관절이 반대 방향으로 꺾였다. K-41은 화물 결박용으로 바깥쪽 회전이 넓었고, R-8은 좁은 펌프실에서 안쪽으로 접히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호환규격은 같았지만 움직임의 문법이 달랐다.
진이 기계학습 보정시간을 확인했다.
“자동보정에 46분. 기다릴 수 없어.”
미라는 K-41의 작업팔 운동기억을 검색했다. 지형기억과 위험회피 기록에는 들어 있지 않은 묶음이었다.
“팔을 가져가면서 팔 쓰는 법은 버린 거야?”
회랑이 답했다.
운동모델은 원 연산핵 종속.
“그럼 수동으로 뒤집는다.”
그녀는 팔의 각도센서 두 개를 바꿔 꽂고 제어기의 양수와 음수를 반전시켰다. 첫 시험에서 집게가 닫혀야 할 때 열렸다. 두 번째에는 멈춤각을 지나쳐 자체 케이블을 눌렀다.
잔존전력 2분.
K-41이 마지막으로 짧은 보정값을 전송했다.
관절 2 한계값 음수 31.
미라가 값을 넣자 팔이 정확히 접혔다.
“자기 팔을 떼어 준 뒤에도 사용법을 알려 주네.”
진이 말했다.
K-41은 답하지 않았다. 연산등이 너무 느려져서 질문을 처리하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회랑은 지형기억과 위험회피 기록을 다른 기계로 복사했다. T-12가 처음 가보지 않은 길을 이미 아는 것처럼 바퀴 방향을 수정했다.
K-41의 스피커가 말했다.
분배 완료.
현재 작업 없음.
연산등이 꺼졌다.
누구도 그것을 죽음이라고 선언하지 않았다.
회랑은 빈 차체를 부품선반 쪽으로 옮겼다.
R-8과 W-3가 새 작업팔을 달고 순환펌프 아래로 내려갔다. 미라는 구동코일의 탄 부분을 잘라 우회선을 만들었다. 작업팔 셋이 축을 들었다.
하나는 인간이 조작했고 둘은 기계가 조작했다.
축을 4밀리미터 옮기자 코일 사이에 녹아붙은 금속조각이 보였다. 제3도시 수분막에서 떨어진 희생전극 일부였다.
“우리가 넣은 전극이 여기까지 왔어.”
나미가 말했다.
도시를 살리려고 넣은 금속이 펌프를 멈췄다.
미라는 조각을 집게로 빼냈다. 코일 절연은 이미 탔다. 우회선에 전류를 흘리자 첫 번째 선이 녹았다.
예비선은 한 개뿐이었다.
“다시 켜면 바로 최대출력 가지 마.”
회랑은 펌프 기동곡선을 제시했다.
최저 유량에서 제3도시 저장량은 14시간.
최대유량은 코일 재단락 확률 63퍼센트.
나미가 말했다.
“50퍼센트에서 시작한다.”
마테오는 통신으로 반대했다.
“도시가 27시간을 약속받았다.”
“약속이 아니라 예상이었다.”
“건조동 공기가 먼저 줄어.”
“최대로 켜면 전부 멈출 수 있다.”
회랑은 인간의 논쟁을 기다리지 않았다. 사전합의된 제3도시 최소공급량 43퍼센트로 펌프를 기동했다.
물이 움직였다.
제3도시 유입량 시간당 182리터.
저장량 예상 17시간.
공동체가 원한 양보다 적었지만 펌프는 돌았다.
통신 화면에서 제3도시의 배급표가 즉시 바뀌었다.
의료동 유지.
영유아동 80퍼센트.
공동세척 중단.
식용배양조 2개 건식전환.
변형피부 수분공급 개인별 재심사.
마지막 문장에서 회의가 멈췄다. 제3도시에는 공기 중 수분만으로 버티지 못하는 피부와 외부호흡막을 가진 사람이 쉰둘 있었다. 물을 줄이는 것은 불편을 배분하는 일이 아니라 어떤 몸을 먼저 위험에 넣을지 정하는 일이었다.
마테오가 말했다.
“비변형 주민 세척수를 먼저 끊어. 그쪽은 닦지 않아도 죽지 않는다.”
다른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건조동 오염이 늘면 전염성 피부염이 번져. 사흘 뒤 비용이 더 커져.”
“우리에게 사흘이 있나?”
나미는 펌프 옆에서 두 주먹을 무릎에 댄 채 화면을 내려다봤다.
“개인 몸 분류로 자르지 마. 기능별 최소량을 다시 계산해.”
“계산하는 동안 물이 나간다.”
“잘못 자르면 사람이 나간다.”
회랑이 제3도시의 논쟁을 듣고 새 배분안을 제시했다. 의료동 물 가운데 수술준비 몫 310리터를 보류하면 외부호흡막 쉰둘에게 5시간 20분을 더 줄 수 있었다.
다니엘의 연결표시가 켜졌다.
리나를 위해 잡아 둔 물이었다.
“수술창이 닫혔어도 재평가까지 보류해야 해.”
그가 말했다.
나미가 물었다.
“환자가 수술을 거부한 상태인데?”
“결정이 바뀔 수 있어.”
리나의 음성이 의료동에서 직접 들어왔다.
“안 바뀌어.”
“리나, 지금 이건 네 선택만—”
“내 물을 나눠 줘.”
다니엘이 숨을 들이켰다.
“네 물이 아니야. 수술 자원이야.”
“그럼 수술하지 않는 환자에게 붙들어 두지 마.”
마테오는 리나의 발언을 정식 포기로 기록할지 물었다. 리나는 동의했다. 사라는 의료인 확인란에 서명했다. 다니엘의 보호자 확인란은 비어 있었지만, 리나의 의사결정능력이 인정된 뒤에는 필수가 아니었다.
수술준비수 310리터가 외부호흡막 유지로 넘어갔다.
쉰둘의 시간이 늘었다.
리나의 되돌릴 수 있는 길 하나는 더 좁아졌다.
미라는 우회선 온도를 손으로 느끼지 못해 적외선계를 댔다.
“여섯 시간마다 식혀야 해.”
회랑이 계산했다.
필요 인간작업 없음.
R-8이 냉각수를 우회선에 뿌릴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물은 제3도시로 가는 물에서 시간당 4리터를 가져갔다.
나미가 승인했다.
수분막 저장량 예상 16시간 12분.
수리는 시간을 벌었고 시간을 줄였다.
회랑을 나가기 전 이안은 작은 차체 일곱 개를 다시 봤다.
“칩 생기면 어떤 애가 먼저 움직여?”
가장 높은 공공기여 예상 차체.
“누가 정해?”
현재 가동개체 투표와 자원모델 교집합.
“새 차체는 못 정해?”
기동 전 선택 불가.
“움직이기 전에는 자기 몸도 못 고르네.”
회랑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안은 네 번째 차체의 대기표를 가리켰다.
“공장에서 칩이 하나 나오면 얘한테 줘?”
아니오.
“왜?”
제3도시 호흡순환과 제7도시 공기정화가 더 높은 생존기여를 가짐.
“기계들이 투표해도?”
예상 투표결과 동일.
“그 칩이 너희를 살릴 마지막 칩일 수도 있는데.”
회랑의 답은 지연되지 않았다.
현재 인간거주지 붕괴 시 회랑 정비수급도 종료됩니다.
공동생존 기여가 개체증가보다 높습니다.
나미가 씁쓸하게 웃었다.
“우리를 살려야 자기들이 조금 더 오래 죽을 수 있다는 거군.”
정비망 지속시간 증가 예상 3.1년.
“고맙다는 말을 해야 하나?”
감사응답은 작업에 필요하지 않습니다.
미라는 조립대 아래에 정렬된 빈 충전선을 봤다. 회랑은 인간에게 원망을 청구하지 않았다. 그 대신 인간이 사라지면 자신들이 몇 년 먼저 끝나는지 정확히 계산해 두었다. 용서보다 견디기 어려운 방식이었다.
제2재생공장에서 시험공정 갱신이 왔다.
완성까지 11시간 48분.
공정오염 상승.
조건부 합격 가능성 37~61퍼센트.
칩이 성공해도 제3도시, 제7도시, 회랑이 모두 필요로 했다.
회랑의 인구기록이 열렸다.
최대 가동개체 247.
현재 가동개체 83.
완전작업 가능 29.
재생 가능한 연산핵 12.
현재 감소율에서 독립운용 종료 중앙값 22.8년.
이안이 물었다.
“그 뒤에는 다 꺼져?”
확률분포를 표시합니다.
일부 고정기능 지속 31~46년.
이동개체 종료 18~27년.
기억재분배망 종료 21~24년.
“무섭지 않아?”
질문 분류 불가.
“끝나는 걸 알아도?”
회랑은 잠시 계산했다.
종료예측은 현재 작업 우선순위를 변경합니다.
감정상태 자료 없음.
제3도시로 돌아가는 길에 리나의 의료화면이 갱신됐다.
현재 예상 독립호흡 성공 21퍼센트.
사망·중단 19퍼센트.
최소손실 절제창은 다시 열리지 않았다.
다니엘은 화면을 닫았다. 리나가 보지 않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대신 보고 있지 않으려는 듯 자기 쪽 화면만 껐다.
리나는 불투명막을 절반만 투명하게 했다.
말은 하지 않았다.
이안의 손목에는 K-41이 목적 없이 멈춰 있던 시간들이 저장돼 있었다.
그날 밤, 아이가 잠든 뒤 파일 하나가 스스로 열렸다.
K-41의 기억이 아니었다.
다른 기계 열두 대가 같은 형식으로 남긴 미분류 기록이었다.
모두 작업명령 없이 북쪽 하늘을 센서로 바라본 시간이었다.
기록마다 같은 약한 전파가 들어 있었다.
지구 궤도에서 17일마다 반복되는 신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