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27 / 50
리나의 인간형 폐를 다시 만들 수 있다는 말은 물길 저장량이 28시간 남았을 때 나왔다.
제3도시 의료담당자 아샤 벨은 ‘복원’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다.
“단계적 비공생 호흡 재건입니다.”
다니엘이 물었다.
“배양조 없이 살 수 있다는 뜻입니까?”
“성공하면.”
“원래 몸으로 돌아갈 수 있어요?”
아샤의 목이 노랗게 변했다. 불확실성을 알리는 색이었다.
“원래 폐는 남아 있지 않습니다. 공생조직과 분리할 수 있는 기관지도 절반 이하예요. 새 조직을 만들어 연결하는 겁니다.”
리나는 중간동의 투명막 너머에서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
“내 몸 얘기 나한테 먼저 해.”
아샤가 몸을 돌렸다.
“미안하다. 네가 들을 수 있는지 확인하지 않았다.”
“들려.”
“네 폐 바깥에 붙은 공생막을 줄이고, 네 세포로 만든 작은 폐조직을 네 번에 나눠 이식할 수 있어.”
“네 번?”
“한 번에 바꾸면 혈류와 면역계가 견디지 못해. 준비까지 11일, 수술과 회복에 최소 7주.”
“죽을 수도 있어?”
“이 도시에서 비슷한 수술을 받은 열아홉 명 중 세 명이 죽었어. 다섯 명은 배양보조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여섯 명은 혼자 호흡할 수 있게 됐어. 나머지는 치료 중이거나 중단했어.”
다니엘이 성공한 여섯 명만 다시 물었다.
“그 사람들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
“건조동에 네 명, 혼합동에 두 명.”
“만날 수 있어요?”
리나가 말했다.
“내가 만나고 싶다고 안 했어.”
다니엘이 유리 쪽으로 다가갔다가 바닥의 접촉선을 보고 멈췄다.
“정보는 들어야 결정할 수 있잖아.”
“아빠가 결정하려고 듣는 거잖아.”
“네가 배양조에서 평생 살게 둘 수는 없어.”
“평생인지 누가 알아?”
“그러니까 방법 있을 때 봐야지.”
리나의 심박이 81에서 96으로 올랐다. 보조순환은 72퍼센트로 유지됐다.
아샤가 손등을 들었다.
중지.
“설명은 리나가 계속 듣겠다고 할 때만 한다.”
다니엘이 말했다.
“나는 보호자입니다.”
리나가 대답했다.
“제7도시에서 없어졌잖아.”
“그건 에지스가 빼앗은 거고.”
“여기서 다시 주면 내 거야?”
다니엘은 말을 잃었다.
리나는 아샤에게 물었다.
“지금 안 하면 나중에 못 해?”
“할 수는 있어. 다만 검은 외부조직이 기관지 안쪽까지 연결되면 절제범위가 커져. 지금 검사값으로는 14시간 안에 억제제를 시작할 때 가장 손실이 적어.”
“억제제 먹으면?”
“배양조를 식히는 흰 줄기가 죽을 수 있어. 손목 반점도 사라질 수 있고, 감각 일부가 둔해질 수 있어.”
“숲 소리도?”
“네가 무엇을 숲 소리라고 부르는지 측정할 방법이 없다.”
“그럼 내 목소리랑 같이 없어질 수도 있어?”
“그럴 가능성을 숫자로 말할 수 없어.”
리나는 검게 변한 생체선 끝을 봤다.
“안 해.”
다니엘이 즉시 말했다.
“지금 결정하지 마.”
“아빠는 지금 하라고 했어.”
“검사라도 받아 보자는 거야.”
“검사하면 14시간 계속 줄어들잖아.”
“시간이 줄어드는 건 검사 안 해도 같아.”
리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중간동 밖에서 젖은 약초와 소금 냄새가 들어왔다. 제3도시 주민들이 의료제안 공개를 요청하는 냄새였다.
아샤가 설명했다.
“네 치료는 물 4,600리터와 면역배양실 한 칸을 7주 동안 써. 지금 물길 상태에서는 다른 네 사람의 수술이 미뤄질 수 있어. 그래서 개인 결정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 네 사람은 누구야?”
“복원을 기다리는 전환자들.”
다니엘이 말했다.
“아이를 먼저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아샤의 목이 붉게 변했다.
“그 말은 여기서 경고다. 나이가 다른 사람의 고통을 뒤로 미루는 자동순서가 되지는 않는다.”
리나는 네 사람을 만나겠다고 했다.
첫 번째는 소렌 베일이었다. 서른두 살. 목 양쪽에 얇은 호흡주름이 있어 습한 공기에서는 산소를 보조로 흡수했다. 대신 건조동에서 20분 이상 있으면 주름이 갈라져 피가 났다.
“나는 수술받을 거야.”
소렌이 말했다.
“이 몸이 싫어서?”
리나가 물었다.
“건조동에 아이가 있어. 아이를 만날 때마다 투명막 사이에 있어야 해.”
“아이가 습윤동으로 오면?”
“곰팡이 알레르기가 있어.”
“수술하면 같이 살 수 있어?”
“성공하면.”
“실패하면?”
소렌의 피부는 색이 변하지 않았다. 호흡주름 이식 뒤 색변화 기능을 잃었다.
“적어도 내가 골랐다고 아이한테 말할 수 있어.”
두 번째는 히마 레즈였다. 한쪽 다리는 균사와 근육이 결합돼 절단하면 골반까지 잃을 수 있었다. 그녀는 복원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수술을 세 번 미뤘다.
“왜?”
“이 다리로 물길 밑을 느낄 수 있어. 아픈 날에는 잘라내고 싶고, 물이 새는 걸 먼저 찾은 날에는 두고 싶어.”
“둘 중 뭐가 진짜 마음이야?”
“둘 다.”
세 번째 대기자는 검사 중 감염이 발견돼 만나지 못했다. 네 번째는 면담을 거부했다.
복원파는 하나의 몸을 원하는 집단이 아니었다. 통증을 끝내려는 사람, 가족과 같은 공기를 마시려는 사람, 변화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되돌리고 싶은 사람이 함께 있었다.
아샤는 수술실 관찰창을 열었다. 안에서는 열아홉 번째 환자 토마 알렌의 두 번째 단계 수술이 진행 중이었다. 그는 가슴 한쪽에 새 폐엽을 이식받았고 반대쪽 공생막은 그대로 두고 있었다.
“완전히 없애지 않는 거야?”
리나가 물었다.
“첫 폐엽이 혼자 호흡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전에는 반대쪽을 떼지 않아.”
“둘 다 있으면?”
“면역계가 서로 다른 조직을 공격할 수 있어.”
수술대 위 토마의 혈압이 떨어졌다. 의료진은 새 폐로 가는 혈류를 잠그고 공생막 쪽 순환을 올렸다.
아샤가 설명을 멈췄다. 유리 너머 경보에 집중했다.
산소포화도 71퍼센트.
67.
공생막이 팽창하며 토마의 갈비뼈 사이로 붉은 선이 번졌다. 새 폐를 살리려고 억제했던 조직이 다시 그의 숨을 맡았다.
의료진이 혈전을 제거했다.
산소포화도 73.
81.
혈압이 돌아왔다.
리나가 물었다.
“저 사람은 실패한 거야?”
“아직 아니야.”
“성공한 거야?”
“그것도 아직.”
토마는 수술 뒤 깨어났지만 말을 하지 못했다. 통신판에 손가락으로 한 문장을 썼다.
계속한다.
의료진은 다음 단계가 아니라 지금 수술의 회복을 계속한다는 뜻인지 물었다. 토마는 ‘수술 전체를 계속한다’는 칸을 선택했다.
다니엘이 리나를 봤다.
“저 사람도 위험 알고 선택했어.”
“그래서 나도 같은 걸 골라야 해?”
“선택지가 있다는 걸 보라는 거야.”
“아빠는 한쪽만 보고 있어.”
아샤가 토마 기록을 닫았다.
“복원하지 않기로 한 사람도 만나야 공평하다.”
그들은 혼합동의 오렐 카스를 만났다. 오렐의 등에는 넓은 녹색 막이 붙어 있었다. 밝은 곳에서는 막이 당을 만들었지만 실내에서는 오렐의 혈당을 빼앗았다. 그는 하루 네 시간 이상 빛 아래 누워 있어야 했다.
“처음에는 잘라 달라고 했어.”
오렐이 말했다.
“왜 안 잘랐어?”
“절제하면 등 근육 절반을 잃는다고 했거든.”
“그래서 좋아하게 됐어?”
“아니. 싫은 날도 많아.”
“그런데 왜 둬?”
“싫어하는 몸으로도 살 수 있다는 걸 알았어. 몸을 사랑해야만 지킬 수 있는 건 아니더라.”
리나는 자신의 손목 반점을 보았다.
“나중에 자르고 싶어지면?”
“그때 가능한 만큼 자르겠지. 지금보다 위험할 거야.”
“후회 안 해?”
“해.”
“그러면 잘못 고른 거 아니야?”
오렐은 등에 빛을 받도록 몸을 돌렸다.
“후회 없는 선택을 기다렸으면 아직도 수술실 문 앞에 있었을 거야.”
리나는 오렐의 말을 기록해도 되는지 물었다. 오렐은 허락했다.
중간동으로 돌아온 뒤 리나는 비침습 검사만 받겠다고 했다.
“절제도 억제제도 안 해. 보는 것만.”
아샤가 검사범위를 하나씩 확인했다.
저출력 초음파.
혈류 영상.
배양액 성분검사.
외부 생체선 전도검사 제외.
개인기록 우선 저장.
연구망 전송 금지.
리나는 마지막 두 조건을 직접 추가했다.
다니엘은 검사실에 함께 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밖에서 봐.”
“무서우면?”
“내가 부를게.”
검사는 48분 걸렸다. 초음파가 가슴을 지날 때 리나의 공생막은 기계 진동을 따라 수축했다. 영상이 흔들려 세 번 다시 찍었다.
오른쪽 인간형 폐잔존 19퍼센트.
왼쪽 인간형 폐잔존 7퍼센트.
공생호흡막 혈류기여 64퍼센트.
배양액 산소교환 28퍼센트.
나머지는 오차였다.
새 폐를 이식하려면 공생막 혈류를 단계적으로 64에서 20퍼센트 아래로 낮춰야 했다. 그 과정에서 리나는 현재 듣는 저주파 감각, 온도감각 일부, 배양조 밖 흰 조직과의 냉각연결을 잃을 수 있었다.
반대로 그대로 두면 공생막이 기관지 신경을 더 감쌀 확률이 높았다.
14시간 뒤 예상 절제가능 범위 58~83퍼센트.
7일 뒤 31~69퍼센트.
수치는 넓었다. 센서가 어디까지 공생조직인지 구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성공확률은?”
다니엘이 밖에서 물었다.
아샤가 리나를 봤다. 답해도 되는지 묻는 시선이었다.
리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배양조 없이 독립호흡까지 32퍼센트. 야간 보조만 필요할 가능성 29퍼센트. 배양조 의존 유지 23퍼센트. 사망 또는 수술중단 16퍼센트.”
“아까 세 명 죽었다면서요. 16퍼센트보다 낮잖아요.”
“표본이 작다. 리나의 조직은 기존 열아홉 명과도 다르다.”
“안 하면?”
“현재 배양상태로 6개월 생존확률 61~88퍼센트. 배양조 밖 독립호흡 가능성은 계산할 수 없다.”
“범위가 너무 커.”
“그래서 결정 대신 자료로만 써야 한다.”
리나는 영상을 자기 화면에 저장했다. 아샤는 원본을 의료망에서 지울지 물었다.
“응급치료하려면 필요하지 않아?”
“네가 의식을 잃었을 때 의료조가 볼 수 있도록 보관범위를 정할 수 있어.”
리나는 다니엘, 사라, 아샤 세 명이 함께 승인할 때만 열리게 했다. 다니엘 혼자도, 사라 혼자도 볼 수 없었다.
다니엘은 그 선택에 동의했지만 기뻐하지 않았다.
의료배정 회의에는 복원 대기자 가족과 물길 수리조도 참석했다. 리나가 수술을 선택하면 다른 네 사람의 시작일이 최소 9일씩 밀렸다.
소렌은 말했다.
“아이를 먼저 하라는 말에는 반대한다. 그래도 리나 조직은 시간이 더 급하다.”
히마는 노란 띠를 들었다.
“급하다는 이유로 거부를 임시라고 취급하면 안 된다.”
건조동 주민은 물 4,600리터를 의료에 묶는 데 반대했다. 습윤동 주민 일부는 리나의 검은 조직이 도시막과 반응하는 자료를 얻을 수 있다며 수술을 지지했다.
리나가 말했다.
“내 몸 고치면서 도시 자료 얻는 건 내 치료 이유 아니야.”
회의 기록에서 연구편익 항목이 삭제됐다.
다니엘은 삭제에 반대하지 않았다. 대신 수술 준비수만 먼저 확보해 달라고 요청했다.
“리나가 14시간 안에 생각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물길 수리조가 물었다.
“준비수 4,600리터를 빼면 저장시간이 얼마나 줄지 아십니까?”
“3시간 40분.”
“그 시간에 물길이 다시 막히면?”
“사용하지 않으면 돌려보내면 됩니다.”
아샤가 말했다.
“면역배양을 시작한 물은 되돌릴 수 없다.”
다니엘이 리나에게 결정하라고 하지 않고 자신이 준비수 확보안을 제출했다.
리나가 반대했다.
준비수 선점안은 부결됐다.
다니엘은 딸의 수술을 원했지만 다른 환자의 물까지 대신 가져올 수는 없었다. 그는 패배한 사람처럼 앉아 있었다.
미라는 그 모습을 보며 자신과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이번에는 절차가 손을 멈췄다.
중간동 반대편에는 공생유지자들이 모였다. 그들도 리나를 설득하려 했다.
“절제하면 네가 잃는 감각은 다시 만들 수 없다.”
나미가 손등을 들어 그들을 멈췄다.
“복원파가 몸을 고르듯 리나도 고른다. 두려움을 정보인 척 주지 마라.”
공생유지자 한 명이 반발했다.
“의료진은 성공 가능성만 보여 준다.”
아샤가 수술 사망률과 중단기록을 공개했다.
“모두 보여 줬다.”
“감각상실은 측정하지 않았잖아.”
“측정법이 없다.”
“그러면 손실이 없는 것처럼 취급한다.”
리나가 유리를 두드렸다.
“둘 다 나가.”
사람들이 말을 멈췄다.
“설명하는 사람만 남아. 내가 부르면 와.”
나미가 동의의 젖은 돌 냄새를 냈다. 복원파와 유지자 모두 중간동에서 물러났다.
다니엘은 남아 있었다.
“아빠도.”
“나는 가족이야.”
“그래서 나가.”
다니엘의 얼굴이 굳었다.
“내가 네 곁에 있으려고 여기까지 왔어.”
“내 곁은 내가 정해.”
그는 접촉선을 넘지 않았다. 한참 뒤 밖으로 나갔다.
미라는 건조동 입구에 앉은 다니엘을 찾았다. 그는 손에 수술 설명판을 들고 있었다.
“예약했어요?”
“빈 시간 확인한 거야.”
“리나가 싫다고 했는데.”
“열한 살이야.”
“그래서 당신이 정하면 돼요?”
“당신이 할 말은 아니지.”
다니엘이 고개를 들었다.
“당신은 아들 대신 내 딸을 넣었어. 지금은 선택권을 배운 사람처럼 말하지만, 당신 아이 몸이 저렇게 됐으면 정말 기다렸을 것 같아?”
미라는 답할 수 없었다.
“모르겠어요.”
“그 말로 빠져나가지 마.”
“안 빠져나가요. 내가 그랬을 거라고 장담 못 한다는 거예요.”
다니엘은 설명판을 접었다.
“나는 리나를 예전으로 돌리고 싶어.”
“예전 리나는 없어요.”
“죽었다는 말이야?”
“아니. 지금 리나가 예전 리나랑 같지 않다는 말이에요.”
“같은 아이야.”
“그럼 지금 아이 말을 들어요.”
다니엘이 일어났다.
“당신은 들을 자격 없어.”
그 말은 맞았다.
물길 수리경보가 울렸다.
접합한 수분막의 유량이 갑자기 떨어졌다.
시간당 437리터.
281.
196.
저장량 예상 19시간.
나미와 수리조가 물길로 달려갔다. 접합부가 다시 찢어진 것은 아니었다. 살아 있는 막이 금속관 안쪽으로 지나치게 자라 유로를 막고 있었다.
“황화물 때문에 성장방향이 바뀌었어.”
마테오가 말했다.
“니켈을 묶었지만 막이 철을 찾게 만들었어.”
수분막은 도시를 살리며 도시의 관을 먹고 있었다.
라오는 치료막을 감은 손을 보았다.
“내 손 아직 뜨거워.”
나미가 말했다.
“쓰지 않는다.”
“19시간이야.”
“그래도.”
“내가 볼게.”
“감각막이 회복되지 않았다.”
“그러면 기계랑 같이 봐.”
라오가 선택한 조건은 손을 물에 넣지 않는 것이었다. 흙 표면에 젖은 천을 놓고 그 위에 손을 댔다. 직접 접촉보다 정보는 약했지만 니켈 흡수도 줄었다.
이안은 옆에서 도시 저주파를 들으려 하지 않았다. 대신 압력탐침 숫자를 읽었다.
“왼쪽 0.8. 오른쪽 0.3.”
라오가 말했다.
“오른쪽이 단데 차가워.”
마테오가 관 외벽 온도를 쟀다. 오른쪽이 1.7도 낮았다. 성장막이 물을 증발시키고 있었다.
미라는 관을 자르지 않고 외부에 얇은 전류를 흘렸다. 철을 찾는 조직이 더 가까운 희생전극으로 방향을 바꾸는지 시험했다.
전극은 제2재생공장에서 가져온 부식금속이었다.
수분막 끝이 3분 뒤 전극 쪽으로 휘었다.
“효과 있어.”
사라가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전극을 먹고 다시 관으로 돌아올 수 있어.”
“그동안 관 안 막을 긁어.”
수리조가 관을 열었다. 살아 있는 막을 전부 제거하지 않고 유로 중앙만 비웠다. 제거한 조직은 폐기하지 않고 별도 수조에 넣었다. 황화물 반응을 관찰하기 위해서였다.
유량 213.
328.
401리터.
저장량 예상 27시간.
완전한 회복은 아니었다.
라오는 손을 떼자 어지러워 주저앉았다. 사라가 전해질 물 300밀리리터를 줬다.
“내 배정에서?”
“공공 수리비용.”
마테오는 이번에는 반대하지 않았다.
리나는 중간동에서 수리과정을 지켜봤다. 흰 줄기 하나가 배양조 아래에서 희생전극 방향으로 움직였다. 검게 변한 끝이 수분막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아샤가 말했다.
“억제제를 쓰면 저 성장은 멈출 가능성이 높다.”
다니엘이 수술 설명판을 다시 폈다.
“리나, 지금 보고도 그대로 둘 거야?”
“저게 나쁜 건지 모르잖아.”
“도시 관을 막았어.”
“내 줄기가 막은 거 아니야.”
“같은 반응을 하잖아.”
“아빠 손이 다른 사람 손이랑 같은 쪽으로 움직이면 같은 사람이야?”
“그런 말장난이 아니야.”
리나의 심박이 다시 올랐다.
아샤가 손등을 들었다.
다니엘은 멈추지 않았다.
“14시간 지나면 절제범위가 커진대.”
“알아.”
“나중에 하고 싶어져도 못 할 수 있어.”
“그래도 지금은 싫어.”
“네가 무서워서 그러는 거잖아.”
“아빠도 무서워서 이러잖아.”
다니엘의 입이 닫혔다.
리나는 말했다.
“내가 잘못 고를 수도 있어.”
“그러니까—”
“잘못 고를 권리도 내 거야.”
다니엘이 유리에 손을 대려 했다. 접촉선 앞에서 멈췄다.
“잡아도 돼?”
리나는 고개를 저었다.
다니엘의 손이 내려갔다.
의료 배정회의가 열렸다. 리나의 수술을 준비하려면 물길 저장량 중 4,600리터를 의료수조로 옮겨야 했다. 소렌과 다른 대기자들의 일정도 밀렸다.
리나는 수술을 거부했다.
공식 기록에는 당사자 거부가 들어갔다.
다니엘은 보호자 이의신청란을 오래 바라봤다.
제3도시 규칙상 12세 미만 아동은 생명위험이 임박하면 보호자가 재심을 요청할 수 있었다. 리나의 기록상 나이는 열한 살이었다.
현재 생명위험은 임박 판정이 아니었다.
그러나 아샤의 14시간 제한은 ‘회복 가능성의 중대한 감소’에 해당할 수 있었다.
다니엘이 재심 버튼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미라는 멀리서 보았지만 다가가지 않았다.
리나도 그를 보고 있었다.
“누르면.”
리나가 말했다.
“아빠랑 같은 방 안 써.”
다니엘은 손을 떼었다.
“안 눌렀어.”
“누르려고 했어.”
“네가 나중에 후회할까 봐.”
“아빠가 후회하기 싫은 거잖아.”
리나는 배양조 내부막을 불투명하게 바꿨다.
아버지와 딸 사이에서 처음으로 유리보다 두꺼운 것이 닫혔다.
수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간은 13시간 22분 남아 있었다.
불투명한 막 안에서 리나의 검은 생체선이 혼자 움직였다. 잘라 두었던 끝이 배양조 바닥의 새 폐 모형을 향해 뻗었다가, 닿기 직전에 멈췄다.
리나는 그것을 보고도 아버지를 부르지 않았다.
그 움직임이 자신의 선택인지 몸의 반응인지 먼저 알고 싶었다.
아직은 둘을 구분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