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26 / 50
제3도시 수분막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은 31시간이었다.
라오는 진흙에 손을 댄 채 물길 아래가 막혔다고 말했다.
같은 이름의 두 에바 라오를 모두 자기 엄마라고 불렀다.
미라는 명단을 열었다.
에바 라오. 임신 31주.
에바 라오. 전환기 아동. 네 살.
“둘 중 한 명이 널 낳았어?”
“큰 에바가 몸 엄마였어.”
“작은 에바는?”
“이름 엄마.”
라오는 손을 진흙에서 떼지 않았다. 손바닥 피부가 물을 먹은 종이처럼 하얗게 불어 있었다.
“나 태어날 때 큰 에바는 죽었어. 작은 에바가 나한테 라오라고 먼저 말했어.”
“그 아이는 네 살이었잖아.”
“나는 아기였어.”
작은 에바는 이관 행렬에서 살아남은 아이였다. 제3도시에 도착한 뒤 여섯 살까지 라오 곁에서 살았다. 물길 감염으로 죽기 전에 자기 손바닥 공생막 일부를 수분감지 배양실에 남겼다.
그 막이 라오의 손에 이식된 것은 라오가 일곱 살 때였다.
“그래서 엄마라고 불러?”
“막 때문에가 아니야.”
라오가 미라를 올려다봤다.
“죽기 전에 내 이름을 세 번 말했어. 여기서는 이름을 처음 끝까지 말해 준 사람도 이름 부모야.”
“기록에는 그런 관계가 없어.”
“당신들 기록에는 가족을 쓰지 말라고 돼 있잖아.”
미라는 명단을 닫지 못했다.
요나가 물길 반대편에 서 있었다. 라오는 그를 보지 않았다.
회청색 여자, 나미 세른이 수리조를 불렀다. 그녀는 검역책임자이자 수분막 접합기술자였다.
“막힌 곳이 어디지?”
라오가 오른손을 20센티미터 옮겼다.
“여기서 아래로 두 팔. 물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새.”
나미가 압력탐침을 꽂았다.
표면 아래 60센티미터에서 저항이 걸렸다.
“밸브보다 얕다.”
“밸브 아니야. 뿌리 안쪽이 죽었어.”
비전환자 수리자 마테오가 말했다.
“니켈이 들어온 지 한 시간도 안 됐다. 뿌리가 벌써 죽을 수 없어.”
라오의 손목이 파랗게 변하지는 않았다. 그는 피부색을 바꾸지 못했다. 대신 손가락 관절 아래 작은 구멍에서 투명액이 맺혔다.
“니켈 때문 아니야. 물이 달아.”
“물은 맛으로 찾는 게 아니다.”
“당신 기계는 압력만 찾아.”
마테오가 탐침을 더 깊이 넣었다. 끝에서 수분이 올라왔다.
염도 1.8배.
질산염 0.4배.
용존산소 3.1퍼센트.
죽은 뿌리 내부의 수치였다.
마테오는 라오를 보지 않고 말했다.
“파자.”
제3도시 사람들은 삽보다 손을 먼저 썼다. 살아 있는 막과 죽은 막의 경계를 손가락으로 찾아 칼날을 넣었다. 미라와 진, 루이스도 수리조에 합류했다.
이안은 라오 곁에 쪼그려 앉았다.
“어떻게 알아?”
“손이 따가워.”
“나는 안 따가운데.”
“네 손은 내 손 아니잖아.”
“도시 소리도 들려?”
“무슨 소리?”
“기계가 말 안 해도 나는 소리.”
라오는 진흙에서 손을 떼었다.
“기계는 발로 차면 나는 소리만 들어.”
“나는 물맛 몰라.”
“그럼 서로 다른 거네.”
두 아이는 실망하지 않았다. 같은 분류가 같은 답을 주리라고 기대한 사람은 어른들이었다.
라오가 이안의 손목을 봤다.
“0이야?”
“응.”
“나도.”
“여기서는 기능 없어도 괜찮아?”
라오는 수리조를 봤다.
“없으면 괜찮아. 생기면 일이 많아.”
수리자 한 명이 라오를 불렀다.
“왼쪽도 봐.”
소년은 대답하지 않았다.
두 번째로 부르자 나미가 손등을 들어 중지시켰다.
“한 구간만 보기로 했다.”
“물길이 위험해.”
“그래도 아이의 손은 도시 센서가 아니다.”
라오는 나미를 봤다. 피부색을 읽을 수 없는 대신 표정을 오래 살폈다.
“왼쪽도 볼게.”
“네가 원하는가?”
“빨리 끝내고 자고 싶어.”
“두 구간 뒤 휴식.”
그 조건이 작업기록에 들어갔다.
미라는 이안을 보았다. 제7도시에서는 아이의 능력이 발견되는 순간 사용횟수부터 계산했다. 제3도시는 물어보았지만, 물이 부족하면 질문의 모양으로 압박했다. 더 나은 절차가 필요를 없애지는 않았다.
수리조는 흙을 1미터 폭으로 열었다. 아래에서 검게 변한 수분막 뿌리가 나왔다. 죽은 조직은 질겼다. 미라가 절단고리를 넣고 당겼다.
뿌리가 끊어지지 않았다.
“내부 섬유가 금속관을 감았어.”
마테오가 말했다.
“관째 빼면 동쪽 공급이 끊긴다.”
“죽은 부분만 벗겨.”
“안 보여.”
라오가 다시 손을 댔다.
이번에는 얼굴이 찌푸려졌다.
“여기 아니야.”
“뭐가?”
“단맛이 움직였어.”
그가 3미터 아래쪽을 가리켰다.
수리조가 두 번째 구덩이를 팠다.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탐침도 정상 압력을 보였다.
마테오가 말했다.
“틀렸어.”
라오는 손바닥을 보았다. 투명액이 노랗게 변해 있었다.
“니켈이 너무 많아.”
사라가 달려왔다. 라오의 손바닥 구멍 주위가 붉게 부어 있었다.
“감각막이 포화됐어요. 지금 느끼는 농도차를 방향으로 착각할 수 있어.”
라오가 말했다.
“아까는 맞았어.”
“지금은 다를 수 있어.”
“한 번 더 보면 알아.”
나미가 그의 손목을 잡지 않고 손등을 내밀었다.
중지.
라오는 자기 손을 진흙 위에 두지 않았다.
잘못 판 구덩이로 물이 스며들었다. 수리조가 흙을 되메웠지만 약 900리터가 빠졌다.
수분막 잔존 예상 29시간.
라오의 능력은 물을 찾았고 물을 잃게도 했다.
이안이 물었다.
“아파?”
“뜨거워.”
“내가 들으면 찾을 수 있을까?”
라오가 고개를 저었다.
“흙은 말 안 해.”
이안은 손을 대지 않았다.
사라는 라오의 손을 깨끗한 물로 씻었다. 나미가 사용량을 기록했다.
치료수 1.6리터.
라오 개인배정에서 차감하지 않음.
공공 수리비용.
“내가 틀렸는데?”
라오가 물었다.
“도시가 네 감각을 요청했고 과부하를 막지 못했다.”
나미가 말했다.
“틀린 값까지 도시 비용이다.”
마테오는 반대의 뜻으로 노란 띠를 들었다.
“본인이 두 번째 구간도 보겠다고 했다.”
“물 부족이 선택을 압박했다.”
“그러면 아무도 위험한 일을 선택할 수 없다.”
“선택할 수 있다. 비용을 혼자 내게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논쟁은 수리를 멈추지 않았다. 마테오는 압력탐침을 30센티미터 간격으로 꽂았다. 미라는 물리관의 소리를 들었다. 진은 유량변화를 기록했다.
라오 없이 찾는 속도는 느렸다.
두 시간 뒤 세 번째 탐침에서 미세한 역류가 나왔다. 첫 구덩이와 40센티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죽은 뿌리가 금속관 아래에서 접혀 있었다.
라오의 첫 방향은 맞았지만 깊이가 틀렸다.
미라는 관 아래에 얇은 금속판을 밀어 살아 있는 조직을 받쳤다. 마테오가 죽은 뿌리를 5센티미터씩 잘랐다. 한꺼번에 자르면 수압이 살아 있는 막까지 찢을 수 있었다.
진이 압력을 읽었다.
“0.3 올랐어.”
“멈춰.”
물이 안정되기를 기다렸다.
다시 5센티미터.
세 번째 절단 뒤 검은 물이 관에서 뿜어 나왔다. 루이스가 임시마개를 넣었다. 마개가 밀려나며 그의 가슴을 쳤다.
그가 숨을 못 쉬고 주저앉았다.
사라는 갈비뼈를 확인했다.
“부러진 건 없는 것 같아요.”
“또 모르는 거네.”
“네. 영상장비 없이는 모릅니다.”
루이스는 진의 도움을 받아 일어났다.
수리조는 죽은 뿌리를 모두 벗겼다. 살아 있는 막 조각을 금속관에 감고 나미와 다른 전환자 둘이 점액으로 경계를 붙였다.
접합부는 즉시 완성되지 않았다.
수분막 재생 예상 18시간.
그동안 누수량 시간당 31리터.
도시 저장량 28시간.
수리로 세 시간을 얻었지만 잃은 물과 죽은 잎 때문에 처음의 31시간으로 돌아가지는 못했다.
나미가 작업 종료 냄새를 냈다. 젖은 나무와 소금 냄새가 섞였다.
요나가 그것을 맡고도 움직이지 않았다.
“당신은 중간동에 못 들어간다.”
나미가 말했다.
“검역 끝날 때까지?”
“그 뒤에도 의회가 결정한다.”
“사람들 데려온 건 내가 아니야.”
“포지 길을 말하는 게 아니다.”
나미가 물길 위쪽을 가리켰다. 새 막 사이에 회색 반점이 남아 있었다.
“19일 전 네가 격리선을 잘랐다. 세프를 데려가려고.”
요나의 턱이 굳었다.
“그때는 살아 있었어.”
“그래서 오염된 몸을 건조동 통로로 끌고 갔다.”
“동생을 밖에 두라고 했잖아.”
“검사 40분을 기다리라고 했다.”
“그 애는 10분도 못 버텼어.”
“네가 선을 자른 뒤 수분막 두 구역이 죽었다.”
요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미라는 그가 제7도시로 돌아오는 길에 세프의 연결줄을 잘랐다는 말을 떠올렸다. 요나는 동생을 두 번 놓지 못했고, 두 번 잘라야 했다.
나미가 말했다.
“네가 떠난 뒤 건조동 아이 셋이 호흡막을 잃었다.”
“죽었어?”
“하나는 아직 치료 중이다.”
요나는 고개를 숙였다.
“그 얘기는 안 했네.”
미라가 말했다.
“말하면 당신들이 안 올 테니까.”
“그 선택도 당신이 대신했어.”
“그래.”
요나는 변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인지도 말하지 않았다.
중간동 문이 열렸다. 투명막 안에는 건조한 구역과 습한 구역이 얇은 수로로 나뉘어 있었다. 리나의 배양조와 일행이 같은 공간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물과 공기는 따로 순환했다.
다니엘은 배양조 옆에 자리를 잡았다. 나미가 접촉 없는 선을 바닥에 그었다.
“선을 넘기 전 손바닥.”
다니엘이 손바닥을 들었다.
리나가 유리 안쪽에서 손을 댔다.
“지금은 와도 돼.”
그가 선을 넘었다.
라오는 치료막을 손에 감고 문 밖에 앉았다. 이안은 그 옆에 앉았다.
“네 나이는 몇 살이야?”
이안이 물었다.
“열세.”
“기록은 열다섯이라는데.”
“몸 엄마 배 속에 있던 시간하고 여기 오기 전은 안 세.”
“왜?”
“그때는 내 이름이 없었으니까.”
“몸은 있었잖아.”
“그래도 여기서는 이름 뒤부터 세.”
“나는 태어난 날부터 세는데.”
“그래서 네가 나보다 두 살 어려?”
“나는 열한 살이야.”
“그럼 내가 두 살 많네.”
“기록대로면 네 살.”
“기록하고 싸우지 마. 안 져.”
라오가 처음 웃었다.
사라는 두 아이의 과거 노출기록을 비교했다.
이안 한.
기능 0 판정 생후 14개월.
도시 저주파·블룸 전구체 간접노출.
직접 신경접속 없음.
라오.
기능 0 판정 추정 생후 9개월.
수분막 공생체 만성노출.
손바닥 화학감각막 이식 7세.
두 아이는 같은 실험의 결과가 아니었다. 기능을 찾지 못한 사회가 같은 숫자를 붙였고, 다른 환경이 서로 다른 몸을 만들었다.
제3도시 기록고에서 기능 0 이관자 목록이 더 열렸다.
27명.
현재 위치 확인 19명.
사망 3명.
기록 불일치 2명.
위치 불명 3명.
변화 양상은 일곱 분류로 나뉘었다.
토양화학 감각.
기계저주파 감각.
면역공생 조절.
수면 중 기억동기.
광편광 시각.
전기장 방향감각.
변화 없음.
이안이 물었다.
“변화 없는 애도 있어?”
사라가 말했다.
“가장 많아. 여덟 명.”
“그럼 0이 아닌 거야?”
“처음부터 0은 네 몸이 아니라 도시가 기능을 찾지 못했다는 뜻이었어.”
라오가 손에 감긴 치료막을 내려다봤다.
“기능 생겼다고 사람 숫자가 바뀌는 건 아니네.”
사라는 일곱 분류의 원자료를 열었다. 분류명만 보면 능력처럼 보였지만 각 기록에는 실패와 비용이 더 길게 적혀 있었다.
토양화학 감각 대상 셋 가운데 한 명은 비가 오면 모든 냄새를 통증으로 느꼈다. 기계저주파 감각 대상 둘 중 한 명은 발전기 근처에서 잠들지 못했다. 면역공생 조절로 분류된 아이는 타인의 염증반응을 낮춘 것이 아니라 자기 체온을 바꿔 주변 공생막의 성장을 늦출 뿐이었다.
수면 중 기억동기 대상은 다른 사람의 기억을 읽지 못했다. 같은 방 사람들의 수면주기에 맞춰 악몽을 반복했다.
전기장 방향감각 대상은 북쪽을 찾을 수 있었지만 강한 송전선 근처에서 균형을 잃었다.
“이걸 왜 기능이라고 불렀지?”
미라가 물었다.
사라가 말했다.
“측정할 수 있었으니까.”
“아픈 것도 측정되면 기능이야?”
제3도시 기록담당자 마테오가 답했다.
“제7도시가 보낸 분류명을 처음에는 그대로 썼다. 배급과 치료를 받으려면 이름이 필요했으니까.”
“지금은?”
“본인이 원하는 이름을 쓴다. 아무 이름도 원하지 않으면 증상과 필요한 지원만 기록한다.”
라오가 말했다.
“나는 물길 듣기라고 써.”
“흙은 말 안 한다며.”
이안이 물었다.
“사람한테 설명할 때는 그렇게 말해야 빨리 알아.”
“그럼 틀린 말이잖아.”
“네가 도시 소리 듣는다는 것도 진짜 말은 아니잖아.”
두 아이는 서로를 보았다.
“맞아.”
이안이 먼저 말했다.
나미가 수분막 접합부의 첫 점검을 요청했다. 라오 대신 압력탐침 세 개와 염도센서를 설치했지만 살아 있는 막 안쪽 변화는 읽히지 않았다.
“손을 쓰지 않아도 된다.”
나미가 라오에게 말했다.
“네가 아는 범위에서 수치만 같이 보자.”
라오는 치료막을 감은 손을 무릎 위에 뒀다.
염도 1.3배.
용존산소 8.1퍼센트.
유량 시간당 402리터.
“오른쪽 뿌리가 느려.”
마테오가 탐침을 옮겼다.
압력은 정상이었다.
“왜 느리다고 생각해?”
“아까 손 댔을 때 단맛이 늦게 왔어.”
“지금 손 안 댔잖아.”
“그때 기억.”
마테오는 추정이라고 기록했다. 확정값으로 넣지 않았다.
오른쪽 뿌리 외부를 열자 접합점 하나가 지나치게 두꺼웠다. 점액이 수분막 구멍을 막고 있었다. 라오의 기억은 맞았지만 현재 상태를 보장하지는 않았다.
미라는 얇은 긁개로 점액을 덜어냈다. 유량이 시간당 437리터로 올랐다.
라오는 작업기록에 자기 이름을 넣지 않았다.
“왜?”
이안이 물었다.
“이번에는 손 안 썼으니까.”
“네가 말해서 찾았잖아.”
“기억이었어. 틀릴 수도 있었어.”
“틀려도 도시 비용이라며.”
“비용하고 공은 달라.”
이안은 한참 생각했다.
“제7도시는 둘 다 기능에 넣어.”
“그래서 네가 여기까지 도망왔어?”
“엄마가 데리고 나왔어.”
“너는 나오고 싶었어?”
이안은 열린 외벽 앞에서 했던 말을 떠올렸다.
“나중에는.”
“처음에는?”
“엄마가 정했어.”
라오는 더 묻지 않았다.
중간동 의료담당자가 두 아이의 손을 검사하려 했다. 이안은 손을 내밀지 않았다.
“아픈 데만 말할게.”
“오른손 운동값을 봐야 한다.”
“왜?”
“토양감각막 이식 가능성을 판단하려고.”
미라가 돌아섰다.
“누가 이식해 달랬어요?”
의료담당자의 목이 노랗게 변했다.
“같은 0 분류라 선택지를 설명하려 했다.”
라오가 손등을 들었다.
중지.
“같은 0 아니야.”
“기록은 같다.”
“기록이 몸 아니라고 방금 말했잖아.”
의료담당자는 노란색을 거두고 파란색으로 바꿨다.
“설명을 취소한다. 이안이 먼저 요청하면 다시 말하겠다.”
미라는 화를 낼 대상을 잃은 것처럼 서 있었다. 제3도시도 아이의 몸에서 가능성을 먼저 찾았다. 차이는 멈추라는 손등을 보았을 때 실제로 멈추는가였다.
이안이 라오에게 물었다.
“너는 왜 이식했어?”
“일곱 살 때 물에서 계속 쓰러졌어. 몸 엄마한테서 받은 균이 여기 물하고 싸웠대. 작은 에바 막을 넣으면 덜 아플 수 있다고 했어.”
“네가 골랐어?”
“세 개 냄새 맡아 보고 골랐어.”
“일곱 살인데?”
“아프지 않는 거, 손이 달라지는 거, 아무것도 안 하는 거. 세 개.”
“안 하면?”
“계속 열나거나 나을 수도 있다고 했어.”
“무서웠어?”
“응.”
“지금은 좋아?”
라오는 대답하는 데 오래 걸렸다.
“물을 찾는 건 좋아. 찾으라고 부르는 건 싫어.”
이안이 자기 손목을 가렸다.
“나도 비슷해.”
두 아이가 같은 것은 기능이 아니었다.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었다.
사라는 위치가 확인된 19명의 현재 동의기록을 열었다.
능력 사용 동의 7.
조건부 사용 6.
사용 거부 4.
의사표현 불가 2.
제7도시 기록에는 이 구분이 없었다. 모두 ‘활성’ 또는 ‘비활성’으로만 적혀 있었다.
리나가 자기 화면에서 목록을 읽었다.
“의사표현 못 하는 둘은 누가 정해?”
나미가 말했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다. 생존치료만 보호자와 의료조가 함께 결정한다.”
다니엘이 리나를 보았다.
“왜?”
“그냥.”
리나는 아버지가 자기 과거를 목록 속에서 찾은 것을 알았다.
“나 지금 말할 수 있어.”
“알아.”
“나중에 못 말하면?”
다니엘은 쉽게 답하지 않았다.
“네가 지금 정한 걸 먼저 따를게. 모르는 상황은 혼자 결정하지 않을 방법을 찾고.”
“아빠 혼자 말고?”
“응.”
“누구랑?”
“네가 정해.”
리나는 이안과 사라, 나미를 차례로 보았다. 아직 이름을 고르지 않았다.
제3도시 기록은 기능 0 아이들의 공통 원인을 찾으려 했지만 실패했다. 출생지역, 임신 중 공기막 노출, 부모 기능, 배양수, 예방접종이 모두 달랐다.
공통점은 두 가지뿐이었다.
기존 기능검사에 반응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여러 도시가 그 아이들을 장기 관찰대상으로 남겼다는 것.
실험이 먼저였는지 아이가 먼저였는지는 기록마다 달랐다. 어떤 도시는 기능 0 판정 뒤 공생체를 투입했고, 어떤 도시는 태어나기 전부터 부모에게 전구체를 노출했다.
이안과 라오는 같은 계획의 복제품이 아니었다.
여러 실패가 같은 숫자 아래 모였고, 각 도시가 서로 다른 다음 실험을 붙였다.
기록 마지막 줄에 새 신호가 들어왔다.
위치 불명 세 명 중 한 명이 응답했다.
발신지는 제3도시도 제7도시도 아니었다.
북쪽 1,840킬로미터.
기능 0 대상 04.
상태: 생존.
변화 양상: 분류 거부.
신호에는 생체수치도 기능값도 없었다. 대신 각 도시가 사용하던 기능검사 질문 214개가 첨부돼 있었다. 모든 문항에는 같은 답이 붙어 있었다.
측정 거부.
사라는 발신경로를 확인했다. 북쪽 도시망이 아니라 오래된 기상관측 중계기를 우회한 신호였다. 전력은 약했고 다음 송신 가능시간은 71시간 뒤였다.
이안이 물었다.
“이름은 없어?”
마지막 데이터 조각에 호칭 하나가 있었다.
누르.
사라의 성과 같았다.
사라가 화면을 확대했지만 가족관계 기록은 없었다. 우연히 같은 이름인지, 누군가 그녀에게 보낸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 아래 짧은 요청이 이어졌다.
27명을 한곳에 모으지 마십시오.
모이는 순간 다시 실험이 됩니다.
신호는 거기서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