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자연
제3도시의 문법

에피소드 25 / 50

제3도시로 향하는 빈 운반행렬은 공장에서 1.1킬로미터 떨어져 있었다.

리나의 독립순환은 9시간 14분 남았다.

가장 짧은 외부 경로는 19시간이었다.

“중간에 충전 못 하면 못 가.”

사라가 말했다.

미라는 공장 전력도를 열었다. 배양조 칩은 정상이어도 전지는 새것이 아니었다. 포지 운반기의 구동전압은 조와 달랐다. 그대로 연결하면 순환펌프가 타버렸다.

“변압기 있어?”

공장이 부품목록을 띄웠다.

정상 0.

수리 가능 2.

예상 수리시간 3시간 40분.

빈 행렬 도착 예상 11분.

요나는 아직 벽에 기대 앉아 있었다. 산소포화도는 92퍼센트까지 돌아왔지만 일어서면 시야가 어두워졌다.

“행렬부터 세워.”

그가 말했다.

“세우면 또 뒤에서 들이받아.”

“이번에는 첫 차 말고 마지막 차에 정지판 보여.”

“앞차는 지나가잖아.”

“우리가 탈 건 마지막 빈 차야.”

제3도시 방향으로 가는 행렬은 여섯 대였다. 물도 염류도 싣지 않았다. 각 차량에는 회수용 고정팔과 접힌 그물망이 달려 있었다.

포지가 사람을 붙잡을 손은 없다고 했지만, 화물을 고정할 손은 있었다.

그 손이 사람과 화물을 구분할지는 알 수 없었다.

미라는 공장 외부 수동정지판 하나를 뜯었다. 요나의 방법대로 마지막 차량 센서 높이에 맞춰 세웠다.

행렬이 지하 경사로로 들어왔다.

첫 번째 차량이 일행을 읽었다.

경로상 생체물질 확인.

목적지 회수조건 대조 중.

화면에 공장 안 사람들의 숫자가 나타났다.

인간 개체 8.

전환기 개체 1.

요구 회수량 27.

최소량 미달.

회수 보류.

고정팔은 펴지지 않았다. 포지는 아홉 명을 데려가도 번식군 최소값을 채우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사람을 납치하지 않는 게 아니라 수가 모자라서 안 하는 거네.”

진이 말했다.

두 번째부터 다섯 번째 차량이 지나갔다. 마지막 차량 센서에 정지판이 들어왔다.

수동정지 요청.

제동거리 4.2미터.

차량은 정확히 판 앞에 멈췄다. 후속차량이 없어 충돌도 없었다.

미라는 점검함을 열었다. 목적지 핀은 제3도시에 고정돼 있었다. 화물칸 전력은 72볼트. 배양조는 24볼트였다.

베크가 수리 가능 변압기 두 개를 운반대에 실었다.

“가면서 고쳐.”

“진동 때문에 납땜 못 해.”

“멈춰서 고치면 행렬이 먼저 가.”

다니엘이 말했다.

“리나 전지로 아홉 시간은 가. 그동안 고치면 돼.”

“실패하면 돌아올 전력도 없어.”

리나가 물었다.

“여기 있으면?”

사라가 답했다.

“공장 전력으로 계속 유지할 수 있어.”

“제3도시 가면?”

“네 몸에 맞는 배양수가 있을 가능성이 높아. 하지만 확실하지 않아.”

“행렬 먼저 가면 사람들 데려가?”

“스물일곱 명보다 적으면 보류한다고 했어.”

“제3도시에는 더 많잖아.”

아무도 답하지 않았다.

리나가 말했다.

“가.”

다니엘이 물었다.

“전지 다 쓰면?”

“그때 변압기 고쳐.”

“못 고치면?”

“지금 여기 남으면 저 사람들이 정하게 돼.”

리나는 포지 화면을 봤다.

“가서 내가 싫다고 말할래.”

배양조를 마지막 차량 위에 고정했다. 사람들은 회수그물 아래 빈 공간에 탔다. 요나는 선두가 아니라 미라 옆에 누웠다.

진이 수동정지판을 접었다.

마지막 차량이 움직였다. 앞선 다섯 대와의 간격은 이미 400미터였다. 경로를 잃지 않으려고 속도를 올렸다.

공장이 뒤로 사라졌다.

30분 뒤 노아에게서 통신이 왔다.

“문을 열었습니다.”

유압잭 1,427회.

파벨의 들것이 통과할 수 있는 폭 82센티미터.

남은 일곱 명이 도시 쪽으로 이동했다.

노아의 오른손은 손가락 두 개가 움직이지 않았고, 함께 펌프를 돌린 시민 한 명은 어깨가 빠졌다. 그러나 대기구역에는 아무도 남지 않았다.

엘리아스가 말했다.

“제4구역에서 의식이 없던 주민은 사망했습니다.”

외벽 개방 뒤 첫 확인 사망자였다.

이름은 이네스 바르가.

미라는 그 이름을 선택 기록에 추가했다.

문을 연 사람: 미라 한.

사망: 이네스 바르가.

원인: 저산소성 뇌손상 추정.

직접 인과 확정 전.

요나가 기록을 보고 말했다.

“확정 전이라고 쓰면 덜 죽은 것 같아?”

“아니.”

“그럼 왜?”

“모르는 걸 안다고 쓰지 않으려고.”

요나는 눈을 감았다.

“이름은 지우지 마.”

“안 지워.”

차량은 시속 11킬로미터로 움직였다. 제3도시까지 예상 18시간 12분.

사라는 고장 난 변압기를 열었다. 한 대는 권선이 탔고 다른 한 대는 냉각판이 갈라져 있었다. 둘을 합치면 하나를 만들 수 있었다.

미라가 탄 권선에서 살아 있는 구리선을 풀었다. 사라는 냉각판의 균열을 의료접착제로 막았다. 접착제는 열에 약했다.

“출력 절반으로만 써.”

“그러면 순환이 60퍼센트로 떨어져요.”

“배양조 생체선 냉각이 11퍼센트 줄여 줘.”

사라가 조 바깥의 검은 끝을 봤다.

“중계소 접촉 뒤 열전달값이 달라졌어요.”

“나빠졌어?”

“더 좋아졌습니다. 그래서 더 불안해요.”

리나가 말했다.

“내가 듣고 있어.”

“너한테 하는 말이야. 검은 부분이 냉각수를 더 빨리 옮겨. 대신 무엇을 교환하는지 몰라.”

“자를까?”

“지금 자르면 전력소비가 올라가.”

“그러니까 내가 정하면 또 모두한테 영향 가네.”

사라는 대답하지 못했다.

리나는 검은 끝을 잘라내지 않았다. 손목 반점은 팔꿈치 아래에서 멈춰 있었다.

여덟 시간 뒤 변압기가 완성됐다.

리나의 전지는 51분 남았다.

미라가 운반기 전력선에 연결했다. 전압이 24.8볼트까지 내려왔다. 순환기를 붙이자 접착제로 막은 냉각판 온도가 빠르게 올랐다.

사라가 출력을 43퍼센트로 제한했다.

보조순환 61퍼센트.

변압기 예상수명 7시간 20분.

제3도시까지 9시간 31분.

“두 시간 모자라.”

다니엘이 말했다.

미라는 차량 전력표를 봤다. 회수그물 고정팔 네 개가 계속 대기전력을 쓰고 있었다. 사람을 잡지 않으면서도 언제든 잡을 준비를 하는 장치였다.

“고정팔 전력 끊으면?”

“변압기 열부하를 18퍼센트 줄일 수 있어요.”

“차량이 화물 고정불가로 멈출 수도 있어.”

“그물은 수동끈으로 묶어.”

미라가 고정팔 전력선을 하나씩 뽑았다.

회수기능 저하.

운송 계속 가능.

네 번째 선을 뽑자 차량이 속도를 줄였다.

필수 회수장비 비가용.

귀환 권고.

미라는 세 번째 선을 다시 연결했다.

운송 계속.

변압기 예상수명 10시간 08분.

사람을 붙잡을 팔 하나를 남겨야 리나를 살릴 전력을 얻을 수 있었다.

밤이 왔다.

도시 안에서는 조명이 시간에 맞춰 어두워졌지만 바깥의 어둠은 방향을 없앴다. 운반기 센서등과 멀리 번개만 보였다.

요나는 제3도시 접근규칙을 설명했다.

“첫 번째 냄새가 오면 아무것도 만지지 마.”

“무슨 냄새?”

이안이 물었다.

“쓴 냄새. 검역 정지 뜻이야.”

“말로 하면 안 돼?”

“말도 해. 그런데 냄새가 먼저야. 바람 때문에 순서가 바뀌면 기다려.”

“피부색은?”

사라가 물었다.

“목이나 손목이 파래지면 질문. 노란색은 경고. 붉은색은 거부.”

“모두 피부가 변해?”

“전환자 일부만. 비전환자는 색띠를 차.”

“접촉은?”

“손바닥은 동의, 손등은 중지. 팔꿈치는 가족이나 같은 작업조.”

다니엘이 물었다.

“리나 조를 만지면?”

“그쪽 허락 없이 만지면 신체침입으로 봐.”

“내 딸인데.”

“그래서 더 조심해.”

요나의 말투가 달라졌다. 제3도시를 설명할 때 그는 길잡이보다 피고인처럼 들렸다.

미라가 물었다.

“당신은 왜 돌아오라고 했지?”

“검역을 어겼어.”

“어떻게?”

“지금 필요한 건 그게 아니야.”

“도착하면 저쪽이 말할 텐데.”

“그러면 들어.”

그는 더 말하지 않았다.

제3도시까지 1.4킬로미터 남았을 때 첫 냄새가 왔다.

탄 곡물처럼 쓰고 마른 냄새였다.

앞선 운반기 다섯 대가 동시에 멈췄다. 마지막 차량도 정지했다.

벌판에는 벽이 없었다. 낮은 흙둑과 물길, 살아 있는 흰 막이 도시 경계를 이루고 있었다. 건물은 절반이 땅에 묻혀 있었고 지붕마다 색이 다른 이끼가 자랐다.

사람 여섯 명이 물길 건너편에 나타났다.

셋은 피부가 회청색으로 변했고 셋은 목에 파란 띠를 둘렀다. 모두 질문을 표시하고 있었다.

요나가 운반기에서 내렸다. 손바닥을 보이지 않고 손등부터 들었다.

중지.

그는 그 자리에서 기다렸다.

건너편 사람이 말로 물었다.

“몇 명?”

“인간 여덟. 전환자 한 명.”

리나가 배양조를 두드렸다.

“인간 아홉.”

요나가 고쳤다.

“인간 아홉. 그중 한 명은 배양공생 상태.”

회청색 피부의 여자가 목을 노랗게 바꿨다.

경고.

“외부 부착조직은?”

사라가 말했다.

“미분류 흰 줄기 세 가닥. 제5중계소 접촉 뒤 말단이 검게 변했습니다.”

여자의 목이 붉어졌다.

거부.

다니엘이 배양조 앞을 막았다.

“리나를 못 들어오게 하겠다는 겁니까?”

요나가 낮게 말했다.

“말 기다려.”

여자가 향주머니 하나를 물길 위에 던졌다. 젖은 풀과 식초 냄새가 났다.

요나는 두 걸음 뒤로 물러났다.

“뭐야?”

미라가 물었다.

“분리 검역. 리나는 습윤동으로, 우리는 건조동으로 가라는 뜻.”

리나가 말했다.

“싫어.”

요나는 손바닥을 펴 보였다.

동의 요청.

“당사자가 분리를 거부한다.”

제3도시 사람들의 피부색이 서로 달라졌다. 한 명은 파란색, 한 명은 노란색, 한 명은 색이 변하지 않았다. 말보다 먼저 의견이 갈렸다.

비전환자 남자가 파란 띠를 풀어 손목에 두 번 감았다.

“접촉 없는 공동검역을 제안한다.”

회청색 여자가 손등을 들었다.

중지.

그녀는 리나의 조 바깥에 붙은 검은 생체선을 가리켰다.

“저건 우리 수분막을 죽인 적이 있다.”

사라가 물었다.

“같은 조직이라는 증거가 있습니까?”

여자의 피부가 노랗게 변했다.

“증거를 가져오기 전에 들어왔으니까 묻는 거다.”

미라는 그 색을 위협으로 읽고 앞으로 나갔다. 물길 가장자리의 흰 막이 발밑에서 수축했다.

여섯 사람이 동시에 붉은색을 띠거나 붉은 띠를 들었다.

거부.

미라가 멈췄다.

요나가 말했다.

“노란색은 공격 경고가 아니야. 정보가 부족하다는 경고야.”

“그걸 먼저 말했어야지.”

“말했어도 당신은 리나 앞을 막았을 거야.”

다니엘이 물었다.

“공동검역은 어디서 합니까?”

비전환자 남자가 흙둑 아래의 투명막 건물을 가리켰다.

“중간동. 물 320리터. 공기 14시간. 아홉 명과 배양조가 들어가면 둘 다 절반.”

“물이 왜 절반이야?”

“배양공생체의 수질교환량을 모른다.”

“리나 이름 있어요.”

남자가 리나를 봤다.

“리나의 수질교환량을 모른다.”

리나는 잠시 후 말했다.

“그걸로 해.”

회청색 여자가 붉은 손목을 보였다.

“습윤동 표본검사 전에는 반대한다.”

“표본은 내가 정해.”

리나가 말했다.

“피나 살은 안 줘. 조 바깥 검은 줄기 끝은 줄 수 있어.”

사라가 놀라 그녀를 봤다.

“그건 네 조직과 연결돼 있었어.”

“지금은 밖에 있어.”

“그래도 정보가—”

“내 기록에 먼저 보여 주면 줘.”

회청색 여자가 손바닥을 폈다.

동의.

향주머니에서 이번에는 젖은 돌 냄새가 났다. 검역경로가 열렸다는 뜻이었다.

그때 포지의 빈 운반기들이 움직였다.

첫 차량의 고정팔이 펼쳐졌다. 물길 건너편 사람들은 일제히 흙둑 아래로 몸을 낮췄다.

회수 대상 후보 1,126.

최소 유지종 규모 충족.

신원검증을 시작합니다.

운반기 센서는 도시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씩 읽으려 했다. 그러나 흰 경계막이 열을 흐트러뜨렸고 피부색 변화가 생체식별값을 계속 바꿨다.

신원검증 실패.

경로 접근을 요청합니다.

회청색 여자가 쓴 냄새 주머니를 차량 쪽으로 던졌다. 기계는 냄새를 읽지 못했다.

비전환자들이 물길 아래에서 진흙판을 꺼내 센서에 붙였다. 운반기 하나의 렌즈가 가려졌다.

다른 차량들이 우회하려 했다. 물길 폭은 3미터였다. 바퀴가 흰 막 위에 올라가자 막이 꺼지며 진흙이 차축까지 차올랐다.

포지는 사람을 붙잡을 손이 있었지만, 그 손을 도시 안으로 옮길 길은 없었다.

첫 차량이 정지했다.

두 번째가 뒤에서 부딪쳤다.

제3도시 사람들은 환호하지 않았다. 충격으로 물길 가장자리 막이 찢어졌기 때문이다. 맑던 물에 검은 진흙이 들어갔다.

수분막 오염 경고.

남은 저장량 11시간.

제3도시 사람들은 쓰러진 운반기를 공격하지 않았다. 회청색 여자 둘이 물길에 팔을 넣었다. 피부 아래의 가는 관들이 부풀어 오르며 손끝에서 투명한 점액이 나왔다. 점액이 찢어진 흰 막 가장자리를 붙잡았지만 검은 진흙이 계속 밀려들었다.

비전환자 남자가 소리쳤다.

“서쪽 밸브 닫아! 습윤동 물부터 끊어!”

다른 사람이 반대했다.

“습윤동 끊으면 호흡막 마른다.”

“중간동을 끊어.”

“검역자들이 들어가야 해.”

물은 한 줄기였고 필요한 곳은 셋이었다.

사라가 수질표시를 읽었다.

니켈 농도가 기준치의 아홉 배까지 올랐다. 진흙 속 금속분말이 수분막을 통과하고 있었다.

“침전제를 넣으면 니켈을 묶을 수 있어요.”

회청색 여자가 노란 목으로 물었다.

“무슨 침전제?”

“제2재생공장 회수물에 황화물층이 있습니다.”

“어디?”

요나가 뒤 운반기를 가리켰다.

“우리가 타고 온 행렬.”

그 순간 피부 세 개가 붉어졌다. 제7도시 사람들이 가져온 물질을 물길에 넣자는 말로 들린 것이다.

사라가 손등을 보였다.

중지.

“넣겠다는 뜻이 아닙니다. 먼저 시험할 작은 물이 필요합니다.”

비전환자 남자가 손목의 파란 띠를 풀어 작은 고리를 만들었다.

질문을 제한된 범위에서 허용한다는 표시였다.

그는 진흙물 200밀리리터를 투명통에 담았다. 사라는 회수막에서 황화물층을 손톱만큼 잘라 넣었다.

물이 검게 변했다.

다니엘이 말했다.

“더 나빠진 것 같은데.”

“금속이 침전되는 중입니다.”

5분을 기다릴 시간이 없었다. 사라는 휴대필터로 물을 밀었다. 여과막 위에 검은 입자가 남았다.

니켈 농도 0.7배.

대신 황화물 냄새가 기준을 넘었다.

“사람이 마시면 안 됩니다. 수분막 뿌리에 넣을 수 있는지도 모릅니다.”

회청색 여자가 손가락을 물에 담갔다. 피부가 잠깐 파랗게 변했다가 노랗게 돌아왔다.

“뿌리는 버틸 수 있다. 잎은 죽을 수 있다.”

“잎이 죽으면?”

이안이 물었다.

비전환자 남자가 답했다.

“동쪽 건조동 공기생산이 18퍼센트 줄어.”

“안 넣으면?”

“뿌리가 죽고 물길 전체를 잃을 수 있어.”

제3도시에서도 선택은 깨끗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둑 옆에 모였다. 피부색과 띠, 냄새가 동시에 오갔다. 말로는 찬성과 반대를 세었지만 냄새는 긴급도를, 색은 확신의 정도를 표시했다.

제7도시 사람들은 그중 절반도 읽지 못했다.

진 아라가 식초 냄새를 맡고 뒤로 물러났다.

“거부한 거 아니야?”

요나가 말했다.

“저건 위험을 알고 찬성한다는 뜻이야.”

“아까 식초는 분리였잖아.”

“젖은 풀하고 같이 있었지. 냄새 하나가 문장이 아니야.”

“그걸 어떻게 다 외워?”

“여기서 자라면 외우는 게 아니라 맡아.”

리나가 배양조 안에서 말했다.

“나는 두 냄새가 같이 안 느껴져.”

사라는 감각표시를 확인했다.

“배양조 필터가 휘발성분 일부를 걸러요.”

“그러면 내가 회의 절반을 못 듣는 거네.”

다니엘이 통신 감도를 올렸다.

“말로 번역해 달라고 해.”

회청색 여자가 노란색을 띠었다.

“냄새는 감정이 아니라 농도와 위험을 함께 전한다. 말로 옮기면 늦어진다.”

리나가 말했다.

“늦어도 말해. 내 몸 들어갈 물이잖아.”

여자는 잠시 파랗게 변했다. 질문 또는 재고였다.

“네 말이 맞다.”

그 뒤 회의의 결론은 말로도 반복됐다.

황화물층을 서쪽 유입부에 0.3퍼센트 농도로 투입한다.

동쪽 잎막 손실 허용치는 12퍼센트로 제한한다.

습윤동과 중간동에 저장수 4시간분을 먼저 배분한다.

건조동 주민은 공기생산 감소를 감수한다.

반대자는 비전환자 일곱, 전환자 셋이었다. 다수결만으로 끝내지 않았다. 반대자 중 물길 작업자가 제시한 안전조건 두 개를 실행절차에 넣었다.

미라는 그것을 보며 엘리아스의 공개추첨을 떠올렸다. 여기 사람들도 정답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다만 동의와 경고를 한 가지 언어에만 맡기지 않았다.

사라가 황화물층을 계량했다. 제3도시 작업자가 그녀의 손목에 파란 띠를 감았다.

질문받을 의무.

사라가 물었다.

“이건 동의입니까, 감시입니까?”

비전환자 남자가 말했다.

“둘 다다. 네가 넣는 동안 누구나 멈추라고 물을 수 있다.”

황화물층이 유입부로 들어갔다. 물길이 잠깐 검게 변했다. 흰 막의 잎 몇 장이 접혀 갈색으로 죽었다.

니켈 농도는 2.1배까지 떨어졌다.

수분막 잔존 예상 31시간.

즉시 붕괴는 막았지만 복구된 것은 아니었다.

다니엘이 리나에게 물었다.

“중간동 들어갈래?”

“검은 줄기 검사부터.”

회청색 여자가 배양조 곁에 와 손바닥을 보였다. 리나가 유리 안쪽에서 같은 자리에 손을 댔다. 접촉 동의를 물리적으로 흉내 낸 것이었다.

여자는 검은 말단을 2센티미터만 잘랐다. 절단면에서 투명액이 나왔지만 리나의 심박은 변하지 않았다.

시료를 즉시 리나의 개인기록 화면과 검역분석기에 동시에 연결했다.

중계소 단백질막 41퍼센트.

제3도시 수분막 유사조직 23퍼센트.

리나 공생조직 유래 단백질 9퍼센트.

미분류 27퍼센트.

“우리 막과 닮았지만 같지 않다.”

여자가 말했다.

“들어갈 수 있어?”

리나가 물었다.

“중간동까지만. 습윤동 물에는 닿지 않는다.”

“아빠도 같이.”

“접촉 없는 구역에서.”

“같은 방.”

여자의 목이 노랗게 됐다.

“공기와 물 용량이 부족하다.”

“내 조 물은 따로 있어.”

사라가 계산했다.

“현재 414리터 중 일부를 가져오면 9시간은 독립할 수 있습니다.”

“그 물은 중계소 배송잔량이야.”

요나가 말했다.

리나는 그를 봤다.

“중계소가 가져가고 남긴 물이야. 누구 물인지 물어볼 데가 있어?”

회청색 여자가 답했다.

“여기서는 물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물길을 고치는 사람이 배분을 제안한다.”

“그럼 나도 아까 물길 고치는 데 내 줄기 검사 줬어.”

여자의 피부가 파랗게 변했다.

그것은 처음으로 리나의 주장을 질문이 아니라 협상으로 받아들였다는 표시였다.

중간동에 리나의 배양수 9시간분과 아홉 사람의 공기 7시간분을 배정하는 안이 기록됐다. 그 뒤에는 물길 복구작업 3시간이 의무가 아니라 교환조건으로 붙었다.

리나가 말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작업을 먼저 말해 줘.”

“수분막 반응을 관찰하고 검은 조직이 닿지 않게 하는 일.”

“그건 내 몸 보는 일이잖아.”

“맞다.”

“노동으로 세지 마.”

여자는 다시 파랗게 변했다.

“그럼 네 작업은 무엇인가?”

“내 조를 식히는 줄기를 어디까지 둘지 내가 정할게. 그 결과를 알려 줄 수 있어.”

“조건으로 기록한다.”

제3도시의 문법은 말보다 복잡했지만, 말이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니었다. 읽지 못하는 사람에게 번역하지 않으면 그것도 권력이 됐다.

회청색 여자의 목이 붉어졌다. 이번 거부는 포지가 아니라 요나를 향했다.

“네가 또 길을 열어 줬다.”

요나의 얼굴에서 피가 빠졌다.

“이번에는 내가 부른 게 아니야.”

“지난번에도 그렇게 말했다.”

미라가 그를 봤다.

요나는 검역을 어긴 방법을 아직 말하지 않았다.

사람들 뒤에서 한 소년이 나왔다. 열세 살이라고 하기에는 키가 컸고 열다섯이라고 하기에는 움직임이 어렸다. 목에는 색띠가 없었고 피부도 변하지 않았다.

소년은 진흙에 손을 댔다.

“물길 아래가 막혔어.”

누구도 측정기를 보지 않았는데 그는 막힌 위치를 정확히 가리켰다.

요나가 낮게 말했다.

“라오.”

소년이 고개를 들었다.

“그 이름을 당신한테 들으려고 만든 거 아니야.”

그는 미라가 가진 11년 전 명단을 가리켰다.

“거기에 에바 라오가 둘 있지?”

“그래.”

“둘 다 내 엄마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