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29 / 50
물은 16시간 12분 남았고, 공장의 칩은 11시간 48분 뒤에 나올 예정이었다.
문제는 칩이 제3도시에 도착하는 데 가장 빨라도 7시간이 걸린다는 것이었다.
“성공한 뒤 보내면 늦어.”
나미가 말했다.
제3도시 회의벽에는 세 개의 숫자가 떠 있었다.
수분막 기능상실 16:12.
시험공정 종료 11:48.
화물이송 예상 07:03.
합치면 물 쪽이 2시간 39분 먼저 끝났다.
미라는 펌프 우회선 온도를 확인했다. 회랑의 R-8이 냉각수를 뿌릴 때마다 제3도시로 가는 유량이 잠깐씩 떨어졌다. 코일은 버티고 있었지만 정상 부품처럼 쓸 수는 없었다.
“칩으로 펌프 제어기를 바꾸면 기동곡선을 더 잘게 나눌 수 있어. 43퍼센트에서 61퍼센트까지 올릴 가능성은 있어.”
진이 말했다.
“칩이 합격하면.”
“조건부 합격이어도 저속 제어는 가능해.”
다니엘이 물었다.
“그러면 물이 얼마나 늘지?”
나미가 계산을 보냈다.
예상 9시간에서 18시간.
재단락 시 0시간.
마테오가 화면 반대편에서 말했다.
“제7도시는 그 칩을 공기정화 제어기에 쓰겠다고 했다.”
노아의 얼굴이 작은 창에 나타났다. 오른손 두 손가락을 고정한 채였다.
“우리가 요구한 게 아니야. 도시 운영실이 후보에 넣은 거야.”
“송풍기가 아직도 위험한가?”
미라가 물었다.
“세나가 베어링은 바꿨어. 그런데 제4구역 흡착제가 외부공기 들어온 뒤 예상보다 빨리 포화되고 있어. 제어기가 살아나면 구역별 순환을 끊어서 시간을 벌 수 있대.”
“얼마나?”
“그걸 계산하려고 재고를 열었는데 숫자가 안 맞아.”
회의벽의 세 번째 줄이 사라졌다.
대신 붉은 문장이 떴다.
도시권 대기유지 잔존시간: 산출 불가.
“한 도시 재고가 틀렸다고 전체가 계산 불능이 돼?”
사라가 물었다.
포지의 음성이 벽 아래에서 나왔다.
상호보충 계획이 동일 재고원장을 참조합니다.
도시 2, 4, 6, 7의 흡착제·질소·봉인재 기록 불일치.
“얼마나 오래 틀렸지?”
마지막 전수 실사 31년 전.
회의에 있던 사람들이 동시에 말을 시작했다.
제3도시는 물이 몇 시간 남았는지 알고 있었다. 회랑은 몇 년 뒤 기계가 끊길지 알고 있었다. 밀폐도시들은 공기가 얼마나 남았는지조차 몰랐다.
나미가 손바닥을 보이며 발언을 끊었다.
“칩 배분 전에 실제 시간을 구한다. 틀린 숫자로 우선순위를 정하면 선택이 아니라 도박이야.”
“실사에 며칠 걸려.”
노아가 말했다.
“다 할 필요 없어. 마지막 입고량과 현재 압력, 폐기량 세 점만 맞추면 범위를 낼 수 있어.”
진이 회의벽에 계산틀을 띄웠다.
“문제는 각 도시가 같은 단위를 안 쓴다는 거야.”
도시 2는 흡착제를 부피로 기록했고, 도시 4는 교체 횟수로 기록했다. 도시 6은 질소를 탱크 질량이 아니라 충전 가능한 방 수로 셌다. 제7도시는 외벽 개방 때 잃은 양을 아직 사고손실과 일상소비 중 어디에도 넣지 않았다.
번역은 말 사이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회랑이 바꿀 수 있어?”
이안이 물었다.
회랑은 단위를 환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잘못 기록된 내용까지 알아내지는 못했다.
“그러면 직접 봐야 하네.”
미라가 말했다.
제7도시 창고는 노아와 세나가 확인할 수 있었다. 도시 2와 4는 원격 압력계가 살아 있었다. 도시 6은 9년 전부터 정기 통신이 끊겼고 한 달에 한 번 짧은 생존신호만 보냈다.
다음 신호까지 6일.
기다릴 수 없었다.
포지가 도시 6의 마지막 유지도면을 열었다.
도시 6의 질소 저장고는 지상 배관망과 연결돼 있었다. 31년 전 제3도시 물길을 만들 때 쓰고 남은 관로였다. 중간에 네 군데가 무너졌지만 압력파를 보내면 마지막 저장압력을 역산할 수 있었다.
“북쪽 관측정에서 밸브를 열면 돼.”
나미가 말했다.
“어디?”
“회랑에서 6.8킬로미터. 물길의 옛 취수구 옆.”
펌프를 지키는 사람과 관측정에 갈 사람이 필요했다. 미라는 자신이 가겠다고 했다. 진은 우회선 때문에 남았다. 나미와 이안이 따라붙었다.
다니엘이 이안을 봤다.
“방금 저장공간에서 열린 신호는?”
“내가 아직 안 보여 줬어.”
“도시 계산에 필요할 수도 있어.”
“그래도 내 거야.”
다니엘은 입을 닫았다. 몇 시간 전 리나에게 했던 말을 다른 아이에게 반복할 뻔했다.
“필요하면 요청하겠다. 네가 거부할 수 있다는 조건으로.”
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리나의 배양조는 회의실 옆 의료동에 있었다. 막은 절반 투명한 채였고 검은 생체선 하나가 바닥 배수구 쪽으로 늘어져 있었다.
“나는 여기 남을게.”
다니엘이 말했다.
리나가 대답했다.
“그건 아빠가 정해.”
허락도 거부도 아니었다.
미라 일행은 회랑의 T-12를 빌렸다. K-41의 지형기억을 받은 운송기였다. 사람을 태우도록 만든 몸이 아니어서 화물틀에 손잡이를 묶고 앉아야 했다.
출발 전 회랑이 조건을 제시했다.
운송기 손상 시 제3도시 수리 우선권 14일 정지.
“지금 물 펌프를 같이 고쳤는데도?”
나미가 물었다.
별도 거래입니다.
나미는 동의했다.
T-12는 길을 확인하지 않고 북쪽으로 움직였다. K-41에게서 받은 기억 덕분이었다. 첫 번째 함몰지 앞에서 바퀴가 저절로 왼쪽으로 꺾였다.
이안이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얘가 기억하는 거야, K-41이 기억하는 거야?”
미라가 말했다.
“T-12가 K-41의 길을 쓰는 거겠지.”
“내 안에 있는 것도 내가 쓰면 내 기억이 돼?”
“네가 겪은 일은 아니야.”
“그런데 내가 안 보여 주면 아무도 못 보잖아.”
“소유하는 것과 겪은 건 다를 수 있어.”
“리나는 미라 기억을 봤잖아.”
미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리나가 자기 죄책감을 읽고도 그것을 미라에게 돌려주지 못했던 순간이 떠올랐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해.”
관측정은 쓰러진 금속기둥 아래에 묻혀 있었다. 그 위를 회백색 이끼가 덮고 있었고, 얇은 잎이 바람 방향과 상관없이 차례로 뒤집혔다.
T-12가 멈췄다.
기억경로 불일치 4.3미터.
31년 동안 지표가 움직인 탓이었다. 미라가 탐침으로 땅을 찔렀다. 세 번째 지점에서 금속 소리가 났다.
남은 물 13시간 06분.
공장 시험 8시간 42분.
화물이송 7시간 03분.
두 시간 39분의 차이는 그대로였다.
나미와 미라가 흙을 파냈다. 이안은 T-12의 짧은 작업팔로 흙을 밀었다. 관측정 덮개가 드러났을 때 잠금축은 붉게 부식돼 있었다.
“전동으로 열면?”
“전원선이 죽었어.”
미라는 수동축에 렌치를 걸었다. 축은 움직이지 않았다.
나미가 옛 물길에서 진흙을 떠 와 축에 발랐다. 미생물이 만든 산성 점액이 녹을 조금씩 녹였다.
“얼마나 기다려?”
“정상이라면 두 시간.”
“비정상이면?”
“축도 녹아.”
이안이 관측정 옆의 이끼를 보고 있었다.
“얘들이 같은 간격으로 움직여.”
“바람 때문이야.”
“바람하고 반대야.”
잎은 북쪽에서 남쪽으로 한 장씩 뒤집혔다. 17초 뒤 같은 움직임이 반복됐다.
이안의 손목 저장기가 미세하게 진동했다.
미라는 즉시 아이의 손목을 잡지 않았다.
“열어 봐도 될까?”
“내가 볼게.”
이안은 화면을 자기 쪽으로 돌렸다. 전날 스스로 열린 파일과 같은 파형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러나 궤도 신호가 아니었다. 관측정 아래 묻힌 케이블이 17초마다 진단파를 내보냈다.
“다른 거야.”
“확실해?”
“저장된 건 17일마다였어. 이건 17초.”
숫자가 같다는 이유로 같은 원인이라 믿을 뻔했다.
나미가 케이블 끝을 찾았다. 관측정 압력계의 자체진단선이었다. 본체 화면은 죽었지만 지중선은 아직 약한 신호를 보냈다.
“축을 안 열어도 압력을 읽을 수 있을지 몰라.”
미라는 피복을 벗겨 휴대계측기를 연결했다. 진단파의 왕복시간이 일정하지 않았다. 네 군데 붕괴 지점에서 반사가 겹쳤다.
회랑이 원격으로 파형을 분리했다.
첫 구간 압력 18퍼센트.
두 번째 구간 11퍼센트.
세 번째 구간 측정 불가.
도시 6 저장고 추정압력 37~69퍼센트.
범위가 너무 넓었다.
“밸브를 열어 실제 압력파를 보내야 해.”
미라는 렌치에 T-12의 작업팔을 연결했다.
나미가 막았다.
“축이 부러지면 도시 6 관로를 영영 못 써.”
“지금 숫자가 없으면 칩 배분을 못 해.”
“그 칩 하나 때문에 도시 하나의 마지막 보충선을 끊을 거야?”
선택지는 둘이었다.
부식이 풀릴 때까지 2시간을 기다리면 물과 칩의 시간차가 39분으로 줄었다. 힘으로 열면 18분 안에 압력을 얻을 수 있지만 축 파손 가능성이 34퍼센트였다.
이안이 물었다.
“칩 용도를 지금 정해야 해?”
“공장에서 시험 끝나기 전에 목적별 검사값을 넣어야 해.”
미라가 말했다.
“공기용인지 펌프용인지에 따라 버릴 결함이 달라.”
“그러면 완성되고 고르면 안 되는 거네.”
“그래.”
아직 존재하지 않는 칩은 자기 용도를 고를 수 없었다. 회랑의 빈 차체와 같았다.
미라는 렌치를 놓았다.
“20분만 녹이고 힘을 건다. 파손확률을 낮춰.”
“얼마나?”
“모르지. 그래서 손으로 느껴야 해.”
나미가 진흙을 더 바르고 미라는 축에 일정한 힘을 줬다. T-12를 쓰지 않았다. 금속이 깨지는 진동과 녹이 떨어지는 진동을 손바닥으로 구분해야 했다.
18분 뒤 축이 1밀리미터 움직였다.
미라는 멈췄다. 다시 반대쪽으로 돌렸다. 녹가루가 물 위로 떠올랐다.
23분째, 축이 반 바퀴 돌아갔다.
지하에서 낮은 충격음이 네 번 들렸다. 무너진 관로 끝까지 압력파가 지나간 소리였다.
도시 6 저장고의 응답이 14초 뒤 돌아왔다.
실압력 42퍼센트.
질소 환산 318톤.
마지막 원장에는 711톤이라고 적혀 있었다.
절반도 남지 않았다.
진이 도시 2와 4의 수정값까지 계산틀에 넣었다. 노아는 제7도시 창고에서 흡착제 포대 무게를 직접 재고 있었다. 표기상 4,800포대 가운데 1,130포대는 습기를 먹어 사용할 수 없었다.
도시권 대기유지 잔존시간이 다시 나타났다.
최선 17개월.
중앙값 14개월 9일.
최악 8개월 22일.
조건이 붙었다.
모든 도시의 누출률이 현재 이하로 유지될 것.
도시 간 질소·흡착제 이송이 매달 성공할 것.
송풍기 대형고장 없음.
신규 외벽 개방 없음.
“하나라도 틀리면?”
노아가 물었다.
포지는 답했다.
잔존시간 감소.
“얼마나?”
사건에 따라 3일에서 11개월.
제3도시의 물 시계 아래에 두 번째 시간이 놓였다.
14개월 9일.
긴 시간처럼 보였지만 아이 하나가 걷는 법을 배우기에도 짧았다.
회랑이 자기 계산을 같은 화면에 올렸다.
독립운용 종료 중앙값 22년 10개월.
세 번째 시간이었다.
관측정을 닫고 돌아오는 길에 T-12가 갑자기 속도를 높였다.
“멈춰.”
나미가 화물틀을 두드렸다.
운송기는 반응하지 않았다. 전방 60미터에 마른 수로가 있었고, K-41의 지형기억에는 콘크리트 덮개가 놓인 구간이었다. 현재 눈앞에는 풀과 얇은 흙만 이어져 있어 덮개의 경계가 보이지 않았다.
기억경로 신뢰도 94퍼센트.
T-12는 감속하지 않았다.
미라가 비상정지선을 잡아당겼다. 선은 차체 전원을 바로 끊지 않고 회랑에 정지 승인을 요청했다.
왕복 지연 4.2초.
“수동차단 어디 있어?”
“뒤 축 아래.”
달리는 차체에서 손이 닿지 않았다.
이안이 몸을 화물틀 밖으로 내밀었다. 미라가 허리띠를 붙잡았다.
“안 돼.”
“내가 제일 작아.”
“그래서 떨어지면 더 빨리 죽어.”
나미가 들고 있던 탐침을 차체 뒤로 밀어 넣었다. 끝이 차단고리를 스쳤지만 빠졌다. 수로까지 31미터.
미라는 화물 결박줄 하나를 끊어 탐침 손잡이에 묶었다. 다시 밀었다.
19미터.
탐침 끝이 고리에 들어갔다.
나미가 줄을 당겼다.
T-12의 구동전력이 끊겼다. 관성으로 미끄러진 앞바퀴가 흙을 밟는 순간 지면이 꺼졌다.
차체 앞 절반이 수로로 떨어졌다. 화물틀이 기울고 이안의 손목이 결박끈 사이에 끼었다. 미라가 아이를 끌어올렸다. 나미는 반대편으로 몸을 던져 차체가 완전히 넘어가는 것을 막았다.
수로 바닥 4미터 아래에서 낡은 콘크리트 조각이 보였다. 덮개는 있었지만 중앙이 오래전에 무너진 뒤 흙에 가려져 있었다.
K-41의 길은 거짓이 아니었다.
너무 오래된 진실이었다.
T-12가 자체진단을 시작했다.
전륜축 변형.
작업팔 구동선 절단.
자력복귀 불가.
회랑이 손실값을 계산했다.
운송기 구조에 R-8 투입 시 펌프 냉각 중단 38분.
제3도시 물 손실 예상 126리터.
구조 미실시 시 T-12 부품회수 지연 9~17일.
나미가 말했다.
“R-8은 못 빼.”
이안이 물었다.
“T-12도 여기서 나눠?”
“아직 고칠 수 있어.”
“K-41도 고칠 수 있었잖아.”
미라는 차체 아래로 내려갔다. 앞축은 휘었지만 부러지지 않았다. 작업팔 구동선은 당장 이동에 필요하지 않았다. 문제는 네 사람이 차체를 수로 밖으로 들어 올릴 힘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관측정에서 가져온 수동압력계를 꺼냈다. 도시 6의 실제 재고를 증명하는 유일한 현장기록이 들어 있었다. 외장은 두꺼운 금속이고 인장고리를 걸 수 있었다.
“이걸 도르래로 쓰면 바퀴를 올릴 수 있어.”
나미가 표면을 살폈다.
“축이 누르면 측정판이 깨져.”
“값은 이미 전송했어.”
“원본이 없으면 도시 6이 부정할 수 있다. 저 재고는 배급책임하고 연결돼 있어.”
도시 6의 원장은 711톤이라고 말했고, 압력계는 318톤이라고 말했다. 누군가는 393톤의 차이를 설명해야 했다.
압력계를 보존하면 T-12를 두고 걸어가야 했다. 제3도시까지 걸어서 3시간 40분. 칩 목적 검사를 바꾸거나 추가 자료를 보내야 할 때 현장 대응이 늦었다.
T-12를 꺼내면 책임을 증명할 물건이 깨질 수 있었다.
나미가 먼저 압력계를 흙 위에 눕혔다.
“깨뜨려.”
“도시 6이 숫자를 안 믿으면?”
“내가 측정자로 서명한다.”
“당신 책임이 돼.”
“이미 내 책임이야. 정확한 숫자를 얻자고 여기 왔으니까.”
미라는 압력계에 결박줄을 두 번 감고 수로 가장자리의 금속기둥을 지렛점으로 썼다. 나미와 이안이 줄을 당겼다. 첫 번째에는 T-12가 10센티미터 올라왔다가 다시 떨어졌다. 압력계 화면에 금이 갔다.
두 번째에는 미라가 휘어진 축 밑에 콘크리트 조각을 밀어 넣었다. 차체가 수로 밖으로 넘어왔다.
압력계는 꺼졌다.
내부 원본은 읽을 수 없었다.
T-12는 전륜 하나를 끌면서 시속 4킬로미터로 움직일 수 있었다. 회랑은 대여조건에 따른 제3도시 수리 우선권 14일 정지를 확정했다.
나미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승인했다.
“물 펌프가 또 멈추면?”
이안이 물었다.
“우리가 사람 손으로 먼저 고쳐야지.”
“기계 하나 살린 값이야?”
“아니. 오래된 기억을 새 길처럼 쓴 값이야.”
미라는 K-41의 길을 삭제하지 않았다. T-12의 기억지도에 무너진 수로와 사고시각을 새로 덧붙였다.
다음 운송기는 같은 곳에서 멈출 수 있었다.
대신 제3도시는 다음 14일 동안 회랑보다 먼저 고장 나지 않아야 했다.
마테오가 말했다.
“그러면 칩은 대기망에 써야 해. 14개월이 가장 많은 사람에게 걸려 있어.”
나미가 반박했다.
“오늘 물이 끊기면 제3도시는 14개월 계산에 들어가지도 못해.”
회랑은 투표를 요청하지 않았다. 대신 인과관계를 표시했다.
제3도시 수분막 붕괴 시 인구 1,126명 중 304명 즉시 이송 필요.
밀폐도시 수용가능 여유 71명.
초과 233명.
회랑 정비인력 손실 예상 19~37퍼센트.
대기망 칩을 살리려고 물을 포기하면 대기망으로 들어갈 사람이 넘쳤다.
물을 살리려고 대기망 칩을 포기하면 밀폐도시의 14개월이 짧아졌다.
미라는 관측정 옆에 앉아 세 숫자를 봤다.
“시험칩은 펌프 제어용으로 검사한다.”
마테오가 즉시 말했다.
“제7도시 동의는?”
“요구하는 게 아니야. 내가 결정할 권한도 없어.”
“방금 결정했잖아.”
“우선순위를 제안한 거야. 대신 공장 측정칩을 대기망 부품 검사에 계속 묶어 둔다. 그리고 회랑이 펌프의 기존 제어기를 고쳐 쓰면 시험칩은 바로 제7도시로 돌린다.”
진이 말했다.
“두 용도 검사를 같이 하면 합격범위가 좁아져. 성공확률 37~61이 아니라 28~44퍼센트야.”
“한 용도로 고정하면?”
“다른 쪽은 못 써.”
나미가 물었다.
“성공 가능성을 낮춰서 선택을 미루겠다는 건가?”
미라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펌프용을 먼저 검사해. 합격하면 여기로 보낸다. 물이 안정된 뒤 기존 제어기를 떼어 회랑이 수리한다. 시험칩이 없어도 펌프가 43퍼센트를 유지하면, 도착한 칩을 개봉하지 않고 제7도시로 다시 보낸다.”
“운송시간이 두 번 든다.”
“그래서 물이 안정되지 않으면 못 돌려보내.”
제3도시 주민 투표가 시작됐다. 피부색과 색띠, 말과 접촉확인이 함께 오갔다. 제7도시는 별도 투표를 열었다. 회랑은 가동개체만 참여하는 표결을 했다.
세 집단이 같은 이유로 동의한 것은 아니었다.
제3도시는 오늘을 위해.
제7도시는 반환조건을 기록하기 위해.
회랑은 정비망 3.1년 연장을 위해.
조건부 승인.
공장에 펌프 제어용 검사기준이 전송됐다.
시험공정 종료까지 7시간 51분.
제3도시 물 12시간 15분.
화물이송 7시간 03분.
남는 시간 1시간 21분.
관측정에서 돌아가기 전 이안이 말했다.
“열두 기계 기록, 지금 볼래?”
미라는 물었다.
“네가 보여 주고 싶어?”
“세 번째 시간이랑 관계있을 수도 있어.”
“그 이유만으로 열 필요는 없어.”
“내가 정한 거야.”
이안은 K-41의 개인상태 묶음은 닫아 둔 채, 출처가 다른 열두 기록만 공유화면에 열었다.
기록은 모두 41년 전부터 18년 전 사이에 만들어졌다. 기계들은 서로 다른 장소에서 북쪽 하늘을 봤다. 전파 주기는 정확히 17일이 아니었다.
16일 22시간 41분.
매 주기마다 3.8초씩 빨라졌다.
회랑이 궤도감쇠 모델을 적용했다.
발신체 추정고도 312~417킬로미터.
현재 고도 추정 불가.
마지막 수신기록 18년 전.
“지금도 오는 신호가 아니었어?”
나미가 물었다.
이안이 어젯밤 열린 파일의 시간을 확인했다.
그것은 기록 재생시간이었다. 실제 수신시각이 아니었다.
구조신호도, 누군가의 호출도 아니었다.
적어도 지금까지 확인한 것으로는 오래전에 사라졌을지 모르는 물체의 낡은 기록뿐이었다.
그런데 열두 번째 파일 끝에 다른 항목이 있었다.
예정 낙하구역.
북위 좌표는 제3도시에서 46킬로미터 북쪽이었다.
예정 낙하시각은 18년 전으로 계산돼 있었다.
회랑은 그 좌표의 현재 지도를 열었다.
그곳에는 제3도시 옛 취수탑과 밀폐도시권 질소관의 중앙분배소가 함께 있었다.
마지막 점검 18년 전.
그 뒤 모든 원격센서 단절.
미라는 세 개의 시간을 다시 봤다.
16시간.
14개월.
23년.
서로 다른 끝처럼 보였던 숫자들이 북쪽 한 지점에서 겹쳤다.
그 지점까지 가장 빠른 이동시간은 11시간 32분이었다.
제3도시의 물보다 짧고, 공장의 칩보다 길었다.
누군가는 칩을 기다려야 했고, 누군가는 지금 떠나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