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9 / 10
둘의 관계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아침에 성호가 먼저 지연에게 커피를 내밀었고, 지연은 성호 셔츠 깃을 정리해줬다.
차 안에서는 자연스럽게 손을 잡았다.
스케줄이 끝나면 둘이 밥을 먹었다.
예전에는 집에 같이 있어도 각자 휴대전화를 봤는데, 요즘은 하루 종일 같이 있었던 일을 또 이야기했다.
지연은 가끔 웃다가 스스로 이상했다.
결혼 11년 차인데 신혼 같았다.
어느 날 저녁.
성호는 촬영을 마치고 메이크업을 지운 채 지연과 강변을 걷고 있었다.
지연이 성호를 힐끗 봤다.
긴 다리. 깨끗한 피부. 피곤해도 금방 회복되는 몸.
지연이 말했다.
(지연) : “좋겠다.”
(성호) : “뭐가.”
(지연) : “다시 스무 살이라.”
성호가 지연을 봤다.
(성호) : “갑자기?”
(지연) : “그냥.”
지연은 자기 손등을 내려다봤다.
(지연) : “당신은 갑자기 스무 살 됐는데 나는 그대로잖아.”
성호가 웃었다.
(성호) : “그래서?”
(지연) : “뭐가 그래서야.”
(성호) : “서른아홉이면 어때.”
지연이 코웃음을 쳤다.
(지연) : “스무 살 얼굴로 그런 말 하니까 얄밉다.”
성호가 걸음을 멈췄다.
지연도 따라 멈췄다.
성호가 지연 얼굴을 가만히 봤다.
장난치는 표정이 아니었다.
(성호) : “난 지금도 예쁜데.”
지연이 웃었다.
(지연) : “얼굴 젊어지더니 입도 가벼워졌네.”
(성호) : “진짜로.”
지연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성호가 지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줬다.
(성호) : “난 당신 스물다섯일 때도 좋아했고.”
잠깐 멈췄다.
(성호) : “지금도 좋아.”
지연은 괜히 앞을 봤다.
또 얼굴이 뜨거워졌다.
(지연) : “요즘 왜 이렇게 느끼해.”
(성호) : “좋아하잖아.”
(지연) : “누가.”
(성호) : “당신.”
지연이 성호 팔을 꼬집었다.
성호가 웃었다.
둘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
조금 뒤 성호가 먼저 손을 잡았다.
이번에는 지연도 자연스럽게 손가락을 끼웠다.
그날 밤.
둘은 집에 돌아와 소파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TV는 켜져 있었지만 둘 다 제대로 보지 않았다.
성호가 갑자기 말했다.
(성호) : “지연아.”
(지연) : “응.”
성호가 한동안 말을 고르듯 가만히 있었다.
(성호) : “우리 다시 한번 해볼까?”
지연이 성호를 봤다.
무슨 말인지 바로 알았다.
아이.
한동안 하지 않았던 이야기였다.
지연은 시선을 내렸다.
성호가 천천히 말했다.
(성호) : “예전처럼 꼭 가져야 한다는 건 아니고.”
지연은 조용히 들었다.
(성호) : “병원 다니면서 우리 둘 다 너무 힘들었잖아.”
(지연) : “응.”
(성호) : “이번에는 그냥.”
성호가 지연 손을 잡았다.
(성호) : “우리 둘이 다시 같이 해보고 싶어.”
지연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아이를 갖고 싶었던 마음이 없어진 건 아니었다.
그 마음을 너무 오래 눌러두고 살았을 뿐이었다.
다시 기대하는 게 조금 무서웠다.
또 실망할 수도 있었다.
성호가 말했다.
(성호) : “싫으면 안 해도 돼.”
지연이 성호를 봤다.
스무 살 얼굴로 그런 말을 하는 게 이상했다.
그런데 눈빛은 지연이 아는 성호 그대로였다.
지연은 작게 웃었다.
(지연) : “해보자.”
성호가 눈을 조금 크게 떴다.
(지연) : “대신 예전처럼 그것만 보고 살진 말고.”
(성호) : “응.”
(지연) : “우리부터 잘 살자.”
성호가 웃었다.
(성호) : “그건 요즘 꽤 잘하는 것 같은데.”
지연도 웃었다.
성호가 지연을 자기 쪽으로 당겼다.
지연은 자연스럽게 성호 어깨에 기대었다.
다시 아이를 기다려보기로 했다.
이번에는 둘 사이에 아이가 없어서 부족하다고 생각해서가 아니었다.
이미 다시 좋아진 두 사람이,
한 가지 바람을 다시 꺼내보기로 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