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7 / 10
지연은 요즘 준비 시간이 조금 길어졌다.
정확히는 성호 스케줄을 따라나갈 준비였다.
옷을 고르는 시간도 늘었고, 거울도 한 번 더 봤다.
그 사실을 자각한 날, 지연은 화장대 앞에서 혼자 어이가 없었다.
(지연) :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야.”
남편 매니저 하러 가는 건데.
누구한테 잘 보이겠다고.
그날 촬영장에 도착하자 성호가 지연을 보며 말했다.
(성호) : “오늘 예쁜데?”
지연이 바로 가방을 내려놨다.
(지연) : “뭐가.”
(성호) : “그냥.”
(지연) :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준비해.”
성호가 웃으며 지나갔다.
지연은 괜히 머리카락을 만졌다.
그날 일정이 끝난 건 밤이었다.
성호는 샤워를 하고 대기실로 돌아왔다.
무대 메이크업은 지워져 있었고, 검은 머리카락은 아직 덜 말라 이마 위로 조금 내려와 있었다.
지연은 휴대전화를 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또 잠깐 멈췄다.
완벽하게 꾸민 무대 위 모습보다 오히려 더 낯설었다.
젖은 머리카락 아래로 드러난 깨끗한 이마. 화장기 없는 얼굴. 티셔츠 위로 반듯하게 떨어지는 어깨.
성호가 소파에 앉았다.
(성호) : “수건 좀.”
지연이 옆에 있던 수건을 던졌다.
(지연) : “머리 말려. 감기 걸려.”
성호가 수건을 머리에 얹은 채 지연을 봤다.
(성호) : “말려줘.”
지연이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연) : “손 없어?”
(성호) : “매니저잖아.”
(지연) : “매니저가 머리도 말려줘?”
성호가 웃었다.
(성호) : “아내도 해줄 수 있지.”
지연이 주위를 봤다.
다행히 둘뿐이었다.
(지연) : “진짜 손 많이 가.”
말은 그렇게 하면서 수건을 빼앗았다.
지연은 성호 머리를 몇 번 거칠게 털었다.
(성호) : “아, 살살.”
(지연) : “싫어.”
성호가 웃었다.
그러다 지연의 손이 멈췄다.
너무 가까웠다.
앉아 있는 성호와 서 있는 지연의 눈높이가 거의 비슷해져 있었다.
젖은 머리카락 사이로 성호의 눈이 보였다.
성호도 지연을 올려다봤다.
몇 초 동안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먼저 눈을 피한 건 지연이었다.
수건을 성호 머리 위에 툭 덮었다.
(지연) : “나머지는 직접 해.”
성호가 수건을 걷어내며 웃었다.
(성호) : “왜. 갑자기.”
(지연) : “귀찮아.”
성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지연을 보며 웃고 있었다.
며칠 뒤.
다음 촬영장으로 이동하는 차 안.
지연이 안전벨트를 매다가 줄이 꼬였다.
(지연) : “아, 왜 이래.”
옆에 있던 성호가 몸을 기울였다.
(성호) : “가만있어 봐.”
성호의 팔이 지연 앞을 지나갔다.
얼굴이 가까워졌다.
지연은 순간 숨을 멈췄다.
눈앞에는 성호의 어깨와 목선이 먼저 들어왔다. 고개를 조금만 돌리면 얼굴이 닿을 것 같았다.
성호는 아무렇지 않게 꼬인 안전벨트를 풀었다.
딸깍.
(성호) : “됐어.”
그런데 바로 물러나지 않았다.
둘의 눈이 마주쳤다.
지연은 또 심장이 뛰는 걸 느꼈다.
성호가 작게 웃었다.
(성호) : “또 빨개졌다.”
지연이 성호 어깨를 밀었다.
(지연) : “가.”
(성호) : “내 자리 여기인데.”
(지연) : “그냥 가.”
성호는 웃으며 몸을 돌렸다.
지연이 한숨을 쉬었다.
(지연) : “당신 얼굴이 문제야.”
(성호) : “내 얼굴이 왜.”
(지연) : “너무 열심히 생겼어.”
성호가 웃음을 터뜨렸다.
(성호) : “그게 무슨 말이야.”
(지연) : “몰라.”
지연도 웃었다.
한참 웃다가 둘 다 조용해졌다.
성호가 물컵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성호) : “근데 우리 요즘 좀 이상하지 않아?”
지연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연) : “뭐가.”
(성호) : “맨날 붙어 다니고.”
성호가 지연을 봤다.
(성호) : “데이트하는 것 같잖아.”
지연은 잠깐 말이 없었다.
그러다 웃었다.
(지연) : “결혼한 지 11년 됐는데.”
(성호) : “그러니까.”
지연이 물었다.
(지연) : “이상해?”
성호는 잠깐 지연을 바라봤다.
(성호) : “아니.”
그리고 웃었다.
(성호) : “나쁘지 않은데.”
지연도 웃었다.
정말 이상했다.
11년을 같이 살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다시 연애가 시작된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