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0 / 10
아이를 다시 가져보기로 한 뒤에도 지연은 서두르지 않았다.
예전처럼 날짜부터 계산하고 병원 일정부터 잡고 싶지는 않았다.
먼저 자기 몸을 조금 더 챙겨보기로 했다.
잠을 잘 자고, 끼니를 거르지 않고, 조금씩 운동했다.
성호는 지연보다 더 적극적이었다.
(성호) : “오늘 운동 안 해?”
(지연) : “피곤해.”
(성호) : “30분만 걷자.”
(지연) : “당신 스무 살 몸이라고 너무 신났어.”
(성호) : “내가 옆에서 끌어줄게.”
(지연) : “그게 더 얄미워.”
그래도 둘은 같이 걸었다.
주말에는 성호가 등산을 제안했다.
지연은 질색했다.
(지연) : “내가 그걸 왜 해.”
(성호) : “건강해지려고.”
(지연) : “평지에서 건강해질래.”
(성호) : “산 공기 좋잖아.”
지연이 성호를 흘겨봤다.
(지연) : “당신 그 산에서 무슨 일 있었는지 벌써 잊었어?”
성호가 웃었다.
(성호) : “이번엔 물 안 마시면 되지. 그럼 초등학생 되는거 아냐?”
결국 지연이 졌다.
토요일 아침.
둘은 등산복을 입고 집을 나섰다.
성호는 스무 살 몸답게 가볍게 올라갔다.
지연은 뒤에서 숨을 몰아쉬었다.
(지연) : “천천히 가.”
성호가 바로 돌아 내려왔다.
(성호) : “손 줘.”
(지연) : “싫어.”
(성호) : “빨리.”
지연은 투덜거리면서도 손을 내밀었다.
성호가 손을 잡아 끌어줬다.
(지연) : “당신 진짜 좋겠다.”
(성호) : “뭐가.”
(지연) : “체력이 남아돌잖아.”
(성호) : “당신도 곧 좋아질 거야.”
(지연) : “나는 스무 살 안 되거든.”
성호가 웃었다.
둘은 천천히 산을 올랐다.
중간에 쉬고, 물을 마시고, 사진도 찍었다.
지연은 오랜만에 땀을 많이 흘렸다.
힘들기는 했지만 기분은 좋았다.
성호가 휴대전화를 들었다.
(성호) : “사진 찍자.”
(지연) : “땀범벅인데 무슨 사진.”
(성호) : “그래도.”
둘이 얼굴을 붙였다.
찰칵.
사진 속 성호는 스무 살이었고, 지연은 서른아홉이었다.
그런데 둘 다 많이 웃고 있었다.
지연은 사진을 한참 봤다.
예전에 보던 스물다섯 살의 두 사람만큼이나 좋아 보였다.
다시 걷기 시작한 지 얼마쯤 지났을 때였다.
앞서 가던 성호가 갑자기 멈췄다.
지연이 뒤에서 물었다.
(지연) : “왜?”
성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한쪽을 빤히 보고 있었다.
지연이 옆으로 다가갔다.
나무 사이에 작은 돌샘이 있었다.
낡은 나무 팻말.
성호의 표정이 굳었다.
(성호) : “여기야.”
(지연) : “뭐가?”
성호가 천천히 샘 쪽으로 걸어갔다.
팻말에는 익숙한 글씨가 적혀 있었다.
청춘샘
한 모금이면 충분합니다.
지연도 멈췄다.
(지연) : “이거…”
(성호) : “응.”
성호가 샘을 바라봤다.
(성호) : “내가 마셨던 거.”
지연은 샘물과 성호를 번갈아 봤다.
처음 성호가 사진으로 보내왔던 그 모습과 똑같았다.
며칠 뒤 다시 찾아왔을 때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던 샘이었다.
지연이 물었다.
(지연) : “진짜 이거 한 모금 마시고 그렇게 된 거지?”
(성호) : “응.”
지연은 잠깐 생각했다.
그리고 샘 옆에 놓인 바가지를 들었다.
성호의 눈이 커졌다.
(성호) : “잠깐.”
지연이 물을 떴다.
(성호) : “뭐 하려고.”
(지연) : “마셔보려고.”
(성호) : “진짜?”
지연이 성호를 봤다.
(지연) : “당신 혼자 스무 살 해봤잖아.”
성호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성호) : “그래서 당신도 하겠다고?”
(지연) : “왜. 나는 안 돼?”
지연은 바가지에 담긴 맑은 물을 내려다봤다.
조금 망설였다.
그리고 딱 한 모금 마셨다.
성호는 말없이 지연을 바라봤다.
지연이 입가의 물을 닦았다.
(지연) : “어때?”
(성호) : “뭐가.”
(지연) : “나 어려졌어?”
성호가 지연 얼굴을 한참 봤다.
(성호) : “아직 똑같은데.”
지연이 인상을 썼다.
(지연) : “당신은 바로 됐어?”
(성호) : “자고 일어났더니.”
지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연) : “그럼 내일 보면 되겠네.”
성호가 웃었다.
둘은 다시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몇 걸음 걷다 지연이 말했다.
(지연) : “근데 나도 진짜 스무 살 되면 어떡할 거야?”
성호가 지연을 봤다.
지연이 장난스럽게 웃었다.
(지연) : “당신이 모르는 얼굴일 수도 있잖아.”
성호는 잠깐 생각하는 척했다.
그리고 지연 손을 잡았다.
(성호) : “그럼 다시 꼬셔야지.”
지연이 웃었다.
(지연) : “자신 있어?”
(성호) : “한 번 성공해봤잖아.”
둘은 손을 잡고 산을 내려갔다.
스무 살이 된 남편.
그리고 내일이면 다시 스무 살이 될지도 모르는 아내.
11년을 함께 산 두 사람에게,
두 번째 청춘이 찾아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