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숨.찐
바닥이 말하는 것

에피소드 3 / 20

[오전 / 교실]

분필이 칠판을 긁는다.

끼이익—

하라가 귀를 움켜쥔다.

모든 소리가 너무 크다.

그때 두 번째 일진이 하라 앞에 앉아 책상을 두드린다.

쿵. 쿵. 쿵.

(두 번째 일진) : “소리 들으면 잘 피한다며?”

주변 학생들이 장난처럼 책상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하라에게는 장난이 아니다.

소리가 머릿속에서 폭발한다.

코피가 떨어진다.

(코하루) : “그만해. 진짜 아파 보이잖아.”

(두 번째 일진) : “겁먹은 거겠지.”

일진이 달려든다.

하라는 소리를 구분하지 못한다.

대신 발바닥 아래 진동을 느낀다.

왼발.

오른발.

무게가 앞으로 쏠린다.

하라는 눈을 감은 채 반걸음 비킨다.

일진의 팔을 흘려 책상 위에 눌러 버린다.

(두 번째 일진) : “아악!”

하라의 주먹이 올라간다.

한 번만 치면 끝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게 너무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무섭다.

(코하루) : “하라.”

낮은 목소리.

하라는 그 한마디에 멈춘다.

천천히 주먹을 편다.

(하라) : “다시는 이런 식으로 오지 마.”

일진이 물러난다.

코하루가 하라에게 다가온다.

(코하루) : “보건실 가자.”

(하라) : “괜찮아.”

(코하루) : “지금 귀에서 피 나.”

하라가 굳는다.

코하루는 더 이상 능력을 묻지 않는다.

대신 똑바로 말한다.

(코하루) : “네가 뭘 숨기는지는 모르겠어. 그래도 몸 이상한 건 숨기지 마.”

하라는 고개를 끄덕이지 못한다.

그날 밤, 혼자 방바닥에 손을 대 본다.

윗집 의자가 움직이는 진동.

복도에서 누군가 걷는 진동.

벽 너머 수도관의 떨림.

(하라) : “미쳤네.”

세상이 소리뿐 아니라 진동으로도 보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