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42 / 50
정호는 교정병원으로 가는 아침에도 죽을 절반 남겼다.
검사 전 금식은 필요하지 않다는 설명을 들었지만 입맛이 없다고 했다. 윤서진은 복용할 약과 미룰 약을 다시 확인하고, 이동 중 숨참에 대비해 최근 산소포화도와 흉부 영상 기록을 인계 봉투에 넣었다.
“한재호 씨도 갑니까?”
정호가 물었다.
“동일 진료 대상이 아니면 외부 병원에 동행할 수 없습니다.”
나도윤이 대답했다.
“잘됐네.”
정호는 내 쪽을 보았다.
“가서 의사 말까지 대신 외울까 봐 걱정했어.”
“물어보지 않겠습니다.”
“그 말도 지금은 믿기 어렵다.”
그는 이동용 휠체어에 앉았다. 걸을 수 있었지만 병원 안 검사실 사이를 이동할 힘을 아끼기로 했다. 직원은 안전띠와 발판을 확인했고, 정호는 등받이를 너무 세우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철문이 닫힌 뒤 나는 빈 침대를 보았다. 성경은 베개 옆에 남아 있었다. 정호는 가져가지 않았다.
같은 오전, 실명 정정 결정의 예정 공개일이 확정됐다. 일주일 뒤 화요일 오전 열 시였다. 서준호는 약속대로 수진 측 대리인에게 날짜와 담당기관 언론 창구, 결정문 링크가 생성될 주소만 보냈다.
회신은 두 줄이었다.
`일정과 창구 확인했습니다. 변경 시 같은 경로로 통지해 주십시오.`
`학교·직장 직접 접촉 금지 요청은 유지합니다.`
유리의 이름은 없었다. 수진이 언제, 무엇을 말할지도 적혀 있지 않았다. 나는 확인했다는 회신에 다시 답하지 않았다.
정호는 오후 네 시가 넘어 돌아왔다. 오른쪽 등 아래쪽에 작은 압박 드레싱이 붙어 있었고 환자복 위로 병원 담요를 두르고 있었다. 얼굴이 아침보다 지쳐 보였다.
“검사했습니까?”
나는 묻고 나서 바로 덧붙이고 싶었다. 무엇이 나왔는지, 아팠는지, 암이라고 했는지. 정호는 내 질문 하나만 들었다.
“했어.”
그가 대답했다.
서진은 먼저 병원 인계서를 확인했다. CT에서는 오른쪽 폐 아래쪽에 종괴가 의심되는 병변과 흉수, 가슴 안쪽 림프절 비대가 보였다. 악성 질환 가능성이 높지만 영상만으로 확정할 수 없고 감염과 다른 염증성 질환을 함께 감별해야 했다.
숨참을 줄이고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오른쪽 흉수 일부를 빼 세포검사와 배양검사를 보냈다. 한 번에 많은 양을 제거하지 않았고, 시술 뒤 영상에서 즉각적인 합병증은 없었다.
“결과는 언제 나옵니까?”
내가 서진에게 물었다.
정호가 먼저 말했다.
“내 검사야.”
“미안합니다.”
서진은 정호에게 물었다.
“한재호 씨가 인계 내용을 함께 듣는 데 동의하십니까?”
정호는 잠시 나를 보았다.
“오늘 주의할 것만 같이 듣게 해요. 진단 얘기는 나한테 먼저.”
“그렇게 기록하겠습니다.”
서진은 시술 부위 통증, 갑자기 심해지는 숨참, 어지럼, 출혈 여부를 관찰한다고 설명했다. 정호는 오늘 밤 샤워를 피하고 드레싱을 젖게 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그 내용만 들었다.
검사 결과 예정일과 세부 설명은 정호가 서진과 가림막 안에서 따로 확인했다.
저녁에 정호는 죽을 몇 숟갈 먹고 물을 마셨다. 흉수를 빼고 나니 숨은 조금 덜 찬다고 했다. 시술 부위는 기침할 때 당겼다.
“많이 아픕니까?”
“참을 만해.”
나는 예전에 서진이 내게 물었던 말을 떠올렸다.
“통증이 없다는 뜻입니까, 참을 만하다는 뜻입니까?”
정호가 나를 보다가 웃었다.
“간호사 다 됐네.”
“대답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됩니다.”
“가만히 있으면 이 정도.”
그는 손가락으로 셋을 보였다. 서진에게도 같은 숫자를 말했고, 처방된 진통제 복용 여부를 스스로 선택했다. 공복을 피하려고 죽을 두 숟갈 더 먹은 뒤 약을 받았다.
“병원에서 뭐라고 했는지 궁금하지?”
불을 끄기 전 정호가 물었다.
“궁금합니다.”
“왜 안 물어.”
“형이 진단 얘기는 먼저 듣겠다고 했잖습니까.”
“그 말 지키는지 보는 거야?”
“그럴 수도 있습니다.”
정호는 천장을 보았다.
“의사가 나쁜 걸 가능성이 높다고 했어. 그래도 물에서 암세포가 나오는지, 감염인지 봐야 한대.”
“검사를 더 하기로 했습니까?”
“물 빼는 건 했고. 결과가 안 나오면 바늘로 조직을 떼는 걸 생각하래.”
“할 겁니까?”
“결과 보고.”
정호는 병원에서 의사에게 물었던 것을 조금씩 말했다.
“CT만 보고 암이라고 치료하면 안 되냐고 물었어.”
“뭐라고 합니까?”
“감염이면 치료가 다르고, 암이어도 종류를 알아야 약을 고른대. 물에서 세포가 나오면 조직을 안 떼도 되는 경우가 있고, 안 나오면 폐 쪽을 찌르거나 기관지로 검사할 수 있다고 했어.”
“위험은요?”
“물 빼는 건 피 나거나 폐가 쪼그라들 수 있다고 했고, 조직 떼는 건 위치 보고 다시 설명한대.”
정호는 설명을 들은 순서를 기억하고 있었다. 검사 결과를 숨기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어디까지 결정했는지를 확인하는 것 같았다.
“안 하면 어떻게 되냐고도 물었어.”
“어떻게 된답니까?”
“원인을 모르면 맞는 치료를 고르기 어렵고, 물이 다시 차면 숨이 더 찰 수 있대. 그래도 검사를 거부하고 증상만 줄이는 치료를 받을 수도 있다고 했어.”
“그래서 흉수 검사는 한 겁니까?”
“숨도 좀 편해질 수 있고, 뽑은 물로 검사할 수 있으니까. 조직검사는 아직 사인 안 했어.”
“무서웠습니까?”
정호가 나를 바라보았다.
“그건 오늘 질문받은 범위야?”
나는 입을 다물었다.
“무서웠어.”
그가 스스로 덧붙였다.
“바늘보다 결과가.”
정호는 결과를 두려워하면서도 알기 전에 죽음의 의미를 정하지 않았다. 나는 그의 두려움을 용기라는 말로 바꾸지 않았다.
그는 더 말하지 않았다. 나는 생존 가능성이나 치료 기간을 묻지 않았다.
시술 뒤 첫날 밤에는 드레싱 바깥으로 피가 번지지 않는지 정호가 직접 거울로 확인했다. 서진은 갑자기 숨이 차지 않는지, 숨을 들이쉴 때 통증이 늘지 않는지 물었다. 산소포화도는 시술 전보다 조금 높았지만 한 번의 수치로 호전이라고 단정하지 않았다.
정호는 화장실까지 걸어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벽 손잡이를 잡았다. 직원이 이동용 의자를 가져올지 물었고 그는 돌아올 때만 타겠다고 했다. 자기 힘으로 걸어간 일을 증명하려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남은 힘을 어디까지 쓸지 고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차이가 뭡니까?”
내가 물었다.
“증명하려고 걸으면 쓰러져도 걸어야 하고, 내가 고르면 중간에 탈 수 있지.”
그는 돌아오는 길에는 의자에 앉았다.
새벽에는 오른쪽 등 통증이 넷으로 올라 진통제를 요청했다. 간호사는 처방 범위와 마지막 복용 시각을 확인하고 약을 주었다. 정호는 약을 먹은 뒤 통증이 둘로 내려갔다고 말했다. 숨참, 통증, 드레싱 상태가 각각 기록됐다.
다음 날 아침 드레싱을 교체할 때 시술 부위는 깨끗했고 즉각적인 합병증 징후는 없었다. 그것은 악성 가능성이 사라졌다는 뜻이 아니라, 시술 뒤 오늘 처리할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다음 날 교정병원 호흡기 담당자가 원격 진료로 시술 경과를 확인했다. 정호는 재호가 배석하지 않기를 원한다고 말했고, 나는 공용공간으로 나갔다.
진료 뒤 정호가 나를 불렀다.
“최 목사한테는 검사했다는 것만 알려 달라고 했어.”
“결과는요?”
“확정되면 내가 말할지 정할 거야.”
“은희 씨 동생에게는—”
“안 해.”
정호의 대답은 짧았다.
“내가 아픈 게 그 사람 연락받을 이유가 되면 안 돼.”
최 목사에게 보내는 의료 연락에는 `흉부 정밀검사 시행, 결과 대기, 방문 요청 없음`만 적혔다. 기도 부탁이나 유족 연락 중개 요청은 없었다.
최 목사는 짧은 회신을 보냈다.
`알겠습니다. 방문 요청이 있을 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정호는 그 문장을 보고 성경 사이에 넣지 않았다. 의료 연락 서류철에 돌려놓았다.
“기도해 준다는 말이 없네요.”
내가 말했다.
“내가 부탁 안 했으니까.”
“섭섭하지 않습니까?”
“섭섭할 수는 있지. 그래도 부탁하지 않은 걸 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
정호는 최 목사의 기다림을 신의 뜻이나 마지막 화해로 해석하지 않았다.
같은 날 수진 측에는 공개 결정문에 가족관계나 유리의 정보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확인이 전달됐다. 수진 측 대리인은 링크가 실제 열리는 시각만 다시 알려 달라고 했다. 나는 유리가 이미 공개 사실을 들었는지 묻지 않았다.
정호는 세포검사 결과가 나오는 날짜를 직접 묻고 자기 일정표에 적었다. 닷새 뒤 오후 두 시였다. 배양검사는 더 오래 걸릴 수 있다고 했다.
“결과 설명은 누구와 함께 들으시겠습니까?”
서진이 물었다.
“우선 나 혼자.”
“그 뒤 공유 범위를 다시 정하실 수 있습니다.”
“한재호한테는 내가 말할게요.”
그는 나를 의료 대리인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직원은 결과 설명을 정호에게 먼저 하도록 표시했다.
일정표의 닷새 뒤 칸에 정호가 쓴 글씨가 남았다.
`결과. 내가 먼저 듣기.`
그 아래에는 누구에게 말할지 적혀 있지 않았다.
정호는 일정표를 침대 옆 눈높이에 붙였다. 날짜를 잊지 않기 위해서였고, 다른 사람이 먼저 결과를 해석하도록 허락한 표시는 아니었다. 닷새 동안 그 칸은 진단명이 아니라 예약으로만 남아 있었다.
아무도 그 아래에 결론을 미리 적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