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을 건너는 해
내 것이 아닌 커버

에피소드 30 / 50

목욕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왔을 때 내 휠체어에는 방석이 없었다.

샤워 의자로 옮기는 동안 방석 커버 아래쪽에 물기가 묻어 세탁물로 보냈다고 했다. 나는 침대에 앉은 채 휠체어 좌판의 검은 벨크로 두 줄을 내려다보았다. 압력완화 방석 없이 오래 앉을 수는 없었다.

“건조까지 얼마나 걸립니까?”

내가 물었다.

나도윤은 세탁물 회수표를 확인했다.

“오후 건조가 끝나면 가져옵니다. 한 시간 안쪽일 겁니다.”

“야외 시간은 삼십 분 뒤입니다.”

“방석 준비가 안 되면 이번 회차는 어렵습니다.”

의료동 수용자들의 야외 시간은 길지 않았다. 그날은 비가 오지 않았고, 창문 너머 운동장 벽 위로 구름 없는 하늘이 보였다. 오른쪽 어깨 때문에 복도를 많이 돌지 못한 나에게 바깥 공기는 몸을 움직이지 않고도 기다릴 만한 일이었다.

“마른 수건을 깔면 안 됩니까?”

“압력완화 방석 대신 수건만 깔고 이동할 수 없습니다.”

도윤이 말했다.

나는 더 묻지 않았다. 안전을 흥정해서 야외 시간을 얻으면, 그 손해는 직원이 아니라 내 피부에 남았다.

십오 분 뒤 세탁 보조 인력이 깨끗한 회색 커버를 가져왔다.

“이거 먼저 쓰시면 됩니다.”

그는 커버를 내 침대 끝에 놓고 다른 세탁물을 나눠 주러 갔다. 도윤은 야외 인원 확인 때문에 복도로 나가 있었다.

커버는 내 방석과 같은 크기로 보였다. 뒤쪽에는 좌판 고정 끈이 두 개 있었고 지퍼도 같은 방향으로 열렸다. 그것을 씌우면 십 분 안에 휠체어로 옮겨 앉을 수 있었다.

나는 커버를 무릎 쪽으로 당겼다. 안쪽 솔기 옆에 흰 라벨이 박혀 있었다. 세탁을 여러 번 해 글씨가 번졌지만 침상 번호와 이름 첫 글자는 읽을 수 있었다.

배성환의 침상 번호였다.

어제 목욕실 앞에서 그의 샤워 의자를 기다리며 본 비품 바구니에도 같은 번호가 붙어 있었다. 나는 라벨을 한 번 더 펼쳤다. 내 번호 4271은 어디에도 없었다.

크기는 같았다. 커버 하나를 한 시간 먼저 쓴다고 방석이 망가지지는 않을 것 같았다. 내가 야외에서 돌아온 뒤 벗겨 배성환에게 보내도 됐다. 그 사이 내 커버가 마르면 바꿔 씌울 수 있었다.

배성환이 지금 당장 커버를 필요로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도 목욕 뒤 방석을 말리는 중일 수 있었고, 여분이 하나 더 있을 수도 있었다. 세탁 보조 인력이 먼저 쓰라고 했으니 내가 일일이 라벨을 확인할 책임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복도에서 야외 인원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났다.

나는 커버의 지퍼를 열었다. 빈 방석에 씌우기만 하면 됐다. 손잡이와 지퍼 방향을 맞추는 동안 오른쪽 어깨를 조금 써야 했지만 도윤이 돌아오면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다.

라벨을 안쪽으로 접으면 보이지 않았다.

그 순간 내가 가진 것은 커버가 아니었다. 세탁 보조 인력이 확인하지 못한 번호와, 도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는 몇 분이었다. 그 정보가 없는 사람들은 내가 말하지 않는 동안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었다.

나는 커버를 다시 접었다.

호출벨을 누르면 야외 인원 확인 중인 직원을 불러 세울 수 있었다. 나는 문 쪽으로 몸을 돌려 지나가는 보조 인력을 기다렸다. 시간이 더 지났다.

“저기요.”

세탁 보조 인력이 빈 수거함을 밀고 돌아올 때 내가 불렀다.

“이 커버 번호가 제 것이 아닙니다.”

그는 라벨을 확인했다.

“크기는 같은데요.”

“배성환 씨 침상 번호입니다.”

“세탁실에서 묶음이 바뀌었나 보네요. 잠깐만요.”

그는 커버를 들고 나갔다. 내가 왜 라벨을 봤는지, 그대로 쓰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묻지 않았다.

도윤이 돌아왔을 때 야외 이동까지 십 분이 남아 있었다.

“커버 왔습니까?”

“배성환 씨 것이 와서 돌려보냈습니다.”

도윤은 침대 끝을 확인했다.

“본인 것은 아직 건조 중이랍니다. 지금 출발 준비는 어렵겠습니다.”

“저 커버를 썼다가 돌아와서 바꾸면 안 됐습니까?”

“배성환 씨 사용 상태를 확인하지 않고 임시로 돌릴 수는 없습니다. 서로 바꾸려면 세척과 배정도 다시 확인해야 하고요.”

“그 사람에게 지금 필요한지는 압니까?”

“제가 확인할 일입니다.”

도윤은 무전으로 배성환의 커버가 돌아갔는지 물었다. 상대편 직원은 방석 교체를 기다리는 중이었다고 답했다. 여분은 같은 크기가 아니었다.

내가 그대로 사용했다면 배성환은 자기 커버를 찾느라 기다렸을 것이다. 그것을 알고 나자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동시에 그 사실을 들은 것이 보상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가 실제로 기다렸다는 말을 몰랐어도 커버를 돌려보냈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제가 말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습니까?”

“다음 배정 확인 때 찾았겠죠.”

“그럼 결국 밝혀졌겠네요.”

“그랬을 겁니다.”

도윤은 내 선택을 평가하지 않았다. 야외 인원표에서 내 번호 옆에 불참 표시를 했다. 사유 칸에는 `의료 비품 준비 지연`이라고 썼다.

“제가 반납했다고는 안 씁니까?”

“물품 오류는 세탁 인계표에 씁니다. 야외활동표에는 참석 여부와 사유만 기록합니다.”

그는 다음 수용자를 부르러 갔다.

휠체어들이 복도에 한 줄로 섰다. 정호도 야외 시간에 나갔다. 그는 왜 내가 침대에 남는지 묻지 않았다. 도윤이 철문을 열었고 바퀴 소리가 차례로 멀어졌다.

나는 창문으로 운동장 일부를 보았다. 벽 위의 하늘은 침대에서도 보였지만, 공기의 온도는 알 수 없었다. 창문은 손가락 두 마디만큼만 열렸고 방충망 뒤로 바람이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윤서진이 오전 확인을 위해 들어왔다. 그는 빈 휠체어 좌판과 침대 끝에 커버가 없는 것을 보고 인계표부터 확인했다.

“방석 준비가 늦어졌네요.”

“잘못 온 것을 돌려보냈습니다.”

“배정 오류는 확인했습니다. 지금은 침대에서 압박 완화할게요. 어느 쪽으로 기울이고 싶으세요?”

“조금 전에 바로 누웠습니다.”

“얼마 동안 같은 자세였습니까?”

나는 시간을 정확히 몰랐다. 야외 인원이 나간 뒤 창문만 보고 있었다.

“삼십 분쯤 된 것 같습니다.”

서진은 시계를 확인하고 오른쪽 어깨 상태를 물었다. 나는 왼쪽으로 기울이겠다고 했다. 그는 소변주머니 관과 시트 주름을 확인한 다음 몸을 옮겨도 되는지 다시 물었다.

“커버가 곧 오면 휠체어로 옮길 텐데 또 해야 합니까?”

“곧이 몇 분인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지금 필요한 자세를 맞추는 겁니다.”

나는 난간을 잡았다. 서진이 골반과 다리를 받치고 등 뒤에 베개를 넣었다. 발뒤꿈치가 눌리지 않는지 살핀 뒤 기록판에 체위와 시각을 적었다.

“커버를 돌려보낸 것도 기록합니까?”

“물품 인계표에 배정 오류가 남습니다.”

“제 기록에는요?”

“한재호 씨 기록에는 방석 준비 지연으로 침상 안정 중, 압박 완화 시행이라고 적습니다.”

“제가 오류를 말한 건 안 들어갑니까?”

서진은 펜을 멈추지 않았다.

“치료와 관리에 필요한 행동을 적는 기록입니다.”

그는 내 선택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지 않았다. 중요하다고도 말하지 않았다. 시트가 접히지 않았는지 한 번 더 확인한 뒤 다음 침상으로 갔다.

커버를 돌려보낸 일이 갑자기 불합리하게 느껴졌다.

배성환은 내가 무엇을 놓쳤는지 몰랐다. 세탁 보조 인력은 자기 실수를 바로잡았고, 도윤은 두 장의 표에 서로 다른 사유를 적었다. 나만 야외 시간을 잃었다. 내가 커버를 잠깐 썼더라도 아무도 다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었다.

나는 그 가능성을 오래 계산했다. 십 분만 쓰기, 돌아온 뒤 바로 벗기기, 직원에게 나중에 말하기. 모두 내가 먼저 알고 있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늦게 알려야 가능한 선택이었다.

운동장 쪽 철문이 열리는 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야외 인원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지만 종료 안내가 시작된 모양이었다. 내가 지금 마음을 바꿔도 나갈 수 없었다. 커버를 돌려보낸 선택은 끝났고, 놓친 시간도 다시 배정되지 않았다.

그 불편함을 견디는 것이 대가라고 이름 붙이는 순간에도 나는 계산하고 있었다. 한 시간짜리 손해를 감수했으니 오늘의 나는 어제보다 나은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배성환의 커버가 그에게 돌아간 일과 내 평가표는 연결돼 있지 않았다. 세탁 인계표에도 내 이름은 오류를 신고한 사람으로 남지 않았다.

사고 현장을 떠올리지는 않았다. 오늘의 커버 하나를 여섯 해 전 승인과 나란히 놓는 순간, 지금 한 일이 커 보이고 과거의 일이 작아질 것 같았다. 두 일은 같은 저울 위에 있지 않았다.

오후 건조가 끝난 뒤 내 커버가 돌아왔다. 안쪽 라벨에는 내 침상 번호와 4271이 적혀 있었다. 보조 인력은 빈 방석의 방향을 확인하고 커버를 씌웠다. 지퍼가 좌판 뒤로 가도록 맞추고 고정 끈을 벨크로에 붙였다.

“이전해도 될까요?”

“네.”

직원 둘이 침대와 휠체어 사이의 공간을 확보했다. 소변주머니 관과 발판, 바퀴 잠금을 확인한 뒤 내가 왼손으로 난간을 잡았다. 오른쪽 어깨에 힘을 덜 주고 골반과 다리 보조를 받았다.

앉은 뒤에는 방석 위치와 옷 주름을 다시 확인했다. 모든 준비가 끝났을 때 야외 인원은 이미 돌아와 손을 씻고 있었다.

정호의 환자복 소매에서 햇볕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실제로는 세탁 세제 냄새일 수도 있었다.

“못 나갔어?”

그가 물었다.

“커버가 늦었습니다.”

“다음에 나가면 되지.”

정호는 더 묻지 않고 물을 마셨다.

저녁 전 세탁 보조 인력이 수정된 인계표를 들고 왔다. 그는 내 이름 옆에 커버 수령 서명을 받았다. 표 위쪽에는 침상 번호, 품목, 수량이 줄마다 적혀 있었다.

내 바로 아래 줄은 비어 있었다. 다음 방의 수용자가 아직 받지 못한 물품이 무엇인지 나는 표를 기울이면 읽을 수 있었다.

“여기에만 서명하세요.”

보조 인력이 자기 손가락으로 내 칸을 가리켰다.

나는 다른 줄에서 눈을 떼고 내 이름 옆에만 서명했다.

그는 표를 뒤집어 들었다.

누가 무엇을 기다리는지 먼저 안다는 것은, 말하지 않는 동안 그 사람의 순서를 붙잡고 있는 일이 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