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을 건너는 해
마른 수건 한 장

에피소드 29 / 50

정기 목욕일 아침에는 씻기 전에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길었다.

나는 갈아입을 환자복과 속옷, 큰 수건 두 장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의료동 복도 끝에 서 있었다. 접근 가능한 목욕실은 하나였고, 먼저 들어간 배성환의 기침 소리가 문 너머에서 간간이 들렸다.

나도윤은 문 옆 시간표를 확인했다.

“십 분쯤 늦어질 것 같습니다.”

“제 시간이 줄어듭니까?”

“뒤 순서를 같이 조정합니다. 안에서 서두르실 필요 없습니다.”

나는 무릎 위 수건 모서리를 맞췄다. 오른쪽 어깨는 가만히 있을 때 아프지 않았지만 바퀴를 세게 밀면 묵직했다. 목욕실까지 온 경사로에서는 도윤이 휠체어를 밀었다.

문이 열리고 배성환이 나왔다. 이동식 산소장치에는 물방울이 맺히지 않도록 마른 천이 둘러져 있었다. 직원은 산소선이 바퀴에 닿지 않는지 보며 휠체어를 천천히 돌렸다.

“안 미끄러워요?”

배성환이 내게 물었다.

“아직 안 들어갔습니다.”

“바닥 말하는 거예요.”

그는 직원에게 다시 말했다.

“문 앞 물기 닦아야 해요.”

직원이 고무 밀대로 바닥의 물을 배수구 쪽으로 모았다. 다른 직원은 배성환이 쓴 샤워 의자를 세척하고 손잡이와 좌면을 닦았다. 나는 그들이 끝날 때까지 문 밖에서 더 기다렸다.

내 차례가 늦어진 것은 배성환이 오래 씻어서가 아니었다. 한 사람의 목욕이 끝난 뒤 다음 사람이 들어가기 전 해야 하는 일이 남아 있었다.

윤서진이 준비물 바구니를 확인했다.

“큰 수건 두 장, 작은 수건 한 장, 새 환자복, 미끄럼 방지 깔개. 소변주머니 고정용 끈이 없네요.”

도윤이 비품실로 갔다.

“지금 쓰는 끈 그대로 두면 안 됩니까?”

내가 물었다.

“물에 젖으면 피부에 닿는 부분이 마르지 않습니다. 목욕용 고정 끈으로 바꿨다가 끝나고 마른 걸로 다시 고정할게요.”

“그것 때문에 또 기다려야 합니까?”

“기다리기 어려우세요?”

“아니요. 뒤 사람이 또 늦어지니까요.”

“뒤 일정은 직원이 조정합니다.”

며칠 전 밤 조은경에게 들었던 말과 비슷했다. 다른 사람의 시간을 아끼기 위해 내 필요를 먼저 없애려는 일은,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친절하지 않았다. 준비물이 빠진 채 들어가면 젖은 몸으로 다시 기다리는 사람이 내가 될 수도 있었다.

도윤이 고정 끈을 가져오자 서진은 목욕실 문을 닫고 가림막을 펼쳤다. 샤워 의자의 바퀴가 잠겼는지 네 군데를 눌러 확인하고 발판을 올려 두었다.

“휠체어에서 샤워 의자로 옮길 때 오늘은 어느 쪽으로 돌고 싶으세요?”

“평소처럼 왼쪽으로요.”

“오른쪽 어깨 때문에 몸을 들어 올리지는 마세요. 난간을 잡고 상체를 옮기는 만큼만 하시면 됩니다. 골반과 다리는 저희가 돕겠습니다.”

서진과 보조 인력 한 명이 역할을 나눴다. 한 사람은 내 무릎과 발을 받쳤고, 다른 사람은 골반이 의자 가운데에 놓이는지 확인했다. 나는 왼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상체를 이동했다. 빨리 끝내려고 오른손으로도 의자를 밀려 하자 어깨가 당겼다.

“오른손 놓으세요.”

서진이 말했다.

“이 정도는 됩니다.”

“지금 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목욕 끝나고 다시 옮길 때 쓸 힘도 남겨야 합니다.”

나는 오른손을 허벅지 위에 놓았다. 직원들이 나머지 이동을 마쳤다. 소변주머니는 관을 당기지 않도록 샤워 의자 아래쪽 전용 걸이에 달았다. 배출구가 바닥에 닿지 않았고 관은 다리 뒤로 지나가지 않았다.

“좌면 가운데에 앉은 느낌은 어떠세요?”

“아래는 모릅니다.”

“거울로 보실래요, 제가 설명할까요?”

“거울로 보겠습니다.”

서진이 옆 거울 각도를 바꿨다. 내 골반은 오른쪽으로 조금 기울어 있었다. 나는 왼손잡이를 잡고 상체를 들어 보려 했다.

“혼자 하지 마세요.”

나는 멈췄다. 두 직원이 다시 위치를 맞췄다. 두 번째에는 의자 등받이와 양쪽 허벅지 사이 간격이 비슷했다.

샤워기를 틀기 전 서진은 물을 손목 안쪽에 받아 온도를 확인하게 했다.

“조금 뜨겁습니다.”

그는 찬물을 더 섞었다.

“지금은요?”

“괜찮습니다.”

“배꼽 아래는 온도를 느끼기 어려우니 제가 다시 확인하면서 씻겠습니다. 상체와 얼굴은 직접 하시겠어요?”

나는 얼굴과 가슴, 왼팔은 직접 씻겠다고 했다. 오른쪽 등과 다리, 발은 도움을 요청했다. 가림막은 문과 의자 사이에 놓였고, 씻지 않는 부위에는 수건을 걸쳐 두었다.

물이 머리카락을 타고 목으로 흘렀다. 나는 비누를 묻힌 작은 수건으로 얼굴을 닦았다. 오른팔을 들어 겨드랑이를 씻을 때 어깨가 당겨 팔꿈치를 내렸다.

“거기는 도와주십시오.”

“팔을 제가 받쳐도 될까요?”

“네.”

서진이 팔꿈치 아래를 받쳤고 나는 손목에 힘을 빼었다. 보조 인력이 씻는 동안 팔이 갑자기 떨어지지 않게 지지했다. 도움을 받는 부위는 내가 처음 정한 것보다 하나 늘었다. 목욕을 잘한다는 점수가 있다면 깎이는 일처럼 느껴졌다.

“왼쪽 등은 직접 해 보겠습니다.”

긴 손잡이 수건을 잡고 등을 문질렀다. 손잡이를 뒤로 돌릴 때 오른쪽 어깨까지 따라 움직였다.

“그 동작은 오늘 피하는 게 좋겠습니다.”

서진이 말했다.

“왼손으로 하는데도요?”

“몸통을 버티려고 오른쪽 어깨에 힘이 들어갑니다. 계속하실지, 도움받을지 선택하세요.”

나는 손잡이를 내려놓았다.

“도와주세요.”

그는 대답 대신 어느 부분부터 닦을지 물었다. 나는 어깨뼈 아래부터 해 달라고 했다.

다리를 씻을 때 서진은 물 온도를 다시 확인했다. 나는 따뜻함을 느끼지 못했지만 물이 피부에 흐르는 것은 볼 수 있었다. 그는 발가락 사이와 뒤꿈치를 씻고 물기를 닦기 전 피부색을 확인했다. 상처나 붉어진 곳은 없었다.

씻기를 마친 뒤가 더 오래 걸렸다. 직원들은 바닥에 떨어진 물을 먼저 밀어 내 샤워 의자 바퀴가 미끄러지지 않게 했다. 큰 수건 한 장은 상체를 가리는 데 썼고, 다른 한 장으로 다리와 발을 눌러 말렸다. 문지르지 않고 피부 접히는 곳과 발가락 사이에 물기가 남지 않는지 확인했다.

문밖에서 휠체어 바퀴가 멈추는 소리가 났다. 다음 순서가 온 것 같았다. 나는 벽시계를 보았다. 원래 내 시간이 끝나는 시각을 칠 분 넘기고 있었다.

“다리는 대충 닦고 옷 입어도 됩니다.”

내가 말했다.

“대충이 어느 정도입니까?”

서진이 물었다.

“겉에 물기만 없으면 됩니다.”

“접히는 부위가 덜 마르면 피부가 불어 손상될 수 있습니다. 아래 감각이 적으니 불편해서 먼저 알기도 어렵고요.”

“다음 사람이 기다립니다.”

“그분에게는 대기 시간을 안내했습니다. 한재호 씨 피부 확인을 빼라는 동의는 그분이 할 수 없어요.”

나는 문 쪽을 보았다. 가림막 때문에 밖에서는 내 몸이 보이지 않았다. 기다리는 사람의 얼굴도 내게 보이지 않았다. 나는 보이지 않는 사람의 조급함을 대신 결정해서, 내게 필요한 일을 줄이고 있었다.

“그러면 하십시오.”

내가 말했다.

“계속하겠습니다. 오른쪽 다리부터 말릴게요.”

서진은 허락을 새로 얻은 사람처럼 고마워하지 않았다. 수건의 마른 면을 바꿔 발목과 무릎 뒤를 눌렀다. 보조 인력은 내가 옆으로 기울 때 상체가 밀리지 않도록 어깨가 아닌 몸통을 받쳤다.

큰 수건 한 장이 젖자 새 수건이 필요했다. 선반에는 다음 사람 몫으로 준비한 두 장만 남아 있었다.

“제가 가져오겠습니다.”

보조 인력이 말했다.

“다음 사람 수건을 먼저 쓰면 안 됩니까?”

“그러면 그분이 들어올 때 다시 기다려야 합니다.”

그는 비품실에서 마른 수건을 한 장 더 가져왔다. 가져오는 동안 서진은 젖은 수건으로 문지르지 않고 상체를 가린 채 기다렸다. 시간이 줄어들지는 않았지만, 누구의 준비물도 다른 사람의 필요 때문에 사라지지 않았다.

“다 말랐습니까?”

“허벅지 뒤쪽을 한 번 더 확인하겠습니다. 몸을 조금 기울여도 될까요?”

“네.”

두 사람이 몸을 지지하는 동안 서진이 좌면과 닿았던 부분을 말렸다. 젖은 수건은 바구니에 들어갔다. 목욕용 고정 끈도 풀어 젖은 비품 통에 따로 넣었다.

갈아입을 환자복을 입히기 전에 나는 소매 순서를 정했다. 오른팔을 먼저 넣으면 어깨를 덜 들 수 있었다. 직원은 소매를 팔 쪽으로 모아 손부터 통과시키고 천을 위로 올렸다. 옷자락이 등과 골반 아래에서 접히지 않도록 완전히 펴는 데는 다시 몸을 기울여야 했다.

환자복 바지 허리끈은 처음에 오른쪽 골반 아래로 말려 들어갔다. 나는 느끼지 못했다. 서진이 거울을 비춰 주자 얇은 끈이 피부와 좌면 사이에 놓인 것이 보였다.

“이대로 이동하면 눌립니다. 다시 빼겠습니다.”

두 직원이 내 몸을 반대쪽으로 기울였고 서진이 끈을 꺼냈다. 옷을 입었다는 사실만으로 입는 일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 주름 하나를 펴기 위해 방금 했던 동작을 다시 해야 했다.

“매번 이렇게 확인합니까?”

“매번 주름지는 곳이 다르니까요.”

“안 접힌 날도 있잖습니까.”

“확인하기 전에는 어느 날인지 모릅니다.”

“제가 앞으로 숙이면 뒤를 펴기 쉽지 않습니까?”

“어깨로 버티지 않고 가능하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어지러우면 바로 말씀하세요.”

나는 왼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앞으로 조금 숙였다. 직원이 옷 주름을 폈다. 한 번에 끝나지 않아 다시 기울였다.

휠체어로 돌아갈 때도 처음과 같은 순서를 밟았다. 바퀴 잠금, 발판, 관과 주머니 위치, 내가 잡을 손잡이, 두 직원의 역할을 확인했다. 나는 아까보다 지쳐 있었고 오른팔에는 힘을 거의 주지 않았다.

옮겨 앉은 뒤 서진이 거울로 골반 위치와 옷 주름을 보여 주었다. 소변주머니는 마른 고정 끈으로 다시 휠체어 옆에 달렸다.

“끝났습니까?”

내가 물었다.

“한재호 씨 목욕은 끝났습니다.”

문이 열리자 다음 순서의 수용자가 마른 수건을 무릎에 올리고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문을 빠져나간 뒤에도 직원들은 안에 남았다.

젖은 수건 바구니를 세탁물 수거함으로 옮기고, 샤워 의자 좌면과 손잡이를 닦고, 바닥 물기를 배수구로 밀었다. 사용한 고정 끈은 세척 통으로 갔다. 새 큰 수건 두 장과 작은 수건 한 장이 선반에 놓였다.

나는 복도에서 오른쪽 어깨에 냉찜질 주머니를 받았다. 도윤이 다음 목욕일이 적힌 시간표를 확인하고 내 이름 옆에 오늘 완료 표시를 했다.

완료 표시 아래에는 다음 주 날짜가 이미 적혀 있었다.

목욕실 안에는 다시 마른 수건이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