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28 / 50
윤서진은 피부 확인을 마친 뒤 소변주머니를 침대 옆 걸이에 다시 걸었다.
“아침 배출량도 확인하겠습니다.”
그는 이동식 가림막을 침대 옆으로 끌어왔다. 정호는 세면대로 가려고 슬리퍼를 찾다가 가림막이 놓이는 것을 보고 반대편에 앉았다. 서진은 손을 씻고 장갑을 낀 뒤 주머니 안의 양과 색을 먼저 눈으로 확인했다.
“관 당기는 느낌은 없으세요?”
“없습니다.”
“허벅지 고정 부위 불편한 건요?”
“보이는 건 없습니다. 느낌은 잘 모릅니다.”
“그럼 제가 피부도 같이 보겠습니다.”
나는 환자복 자락을 필요한 만큼 올리는 데 동의했다. 서진은 고정 부위가 눌리거나 붉어진 곳이 없는지 보고, 관이 다리 아래에서 꺾이지 않았는지 손으로 따라 확인했다. 연결부는 건드리지 않았다.
그는 눈금이 있는 용기를 주머니 아래에 놓았다. 배출구가 용기 안쪽에 닿지 않게 잡고 내용물을 비웠다. 용기의 눈금은 오백과 육백 사이에서 멈췄다.
“오백사십.”
서진이 말했다.
그는 배출구를 닦고 잠근 뒤 주머니를 다시 침대보다 낮은 위치에 걸었다. 기록판의 아침 칸에 `540, 맑은 황색, 침전 없음, 관 꺾임 없음`이라고 적었다.
“정상입니까?”
내가 물었다.
“지금 확인한 범위에서는 특이사항 없습니다.”
“그럼 맑은 황색까지 매번 쓸 필요가 있습니까?”
서진은 장갑을 벗어 버리고 손을 씻었다.
“다음번에 달라졌는지 비교하려면 지금 상태가 있어야 합니다.”
“안 달라지면요?”
“안 달라졌다는 걸 다음 사람이 확인하겠죠.”
그는 측정 용기를 들고 나갔다. 비우고 씻어 정해진 자리에 돌려놓는 일은 기록판에 적히지 않았다.
나는 아침 칸의 숫자를 보았다. 오백사십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숫자였다. 그런데 숫자로 적힌 순간 내가 밤새 무언가를 제대로 해낸 것처럼 보였다. 물을 너무 적게 마시지도 않았고 관이 막히지도 않았으며, 도움 요청도 결국 했다는 결과처럼 읽고 싶었다.
아침 식사 뒤 서진은 내 수분 섭취표에 물과 국의 양을 적었다. 물은 이백 밀리리터, 국은 절반이라고 했다.
“국 절반은 정확하지 않잖습니까.”
내가 말했다.
“섭취량은 용기 기준과 남은 양을 보고 추정합니다.”
“몇 밀리리터인지 재면 되지 않습니까?”
“매번 식판의 국을 측정 용기에 옮길 수는 없어요. 기록 목적에 맞는 방법을 씁니다.”
나는 표를 들여다보았다. 오전 총량을 정확히 맞추면 오후 배출량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설명되지 않는 숫자가 없으면 몸을 잘 관리한 사람이 되는 기분이 들 것 같았다.
“오늘 마셔야 하는 목표량이 있습니까?”
“의사가 정한 제한이나 별도 지시가 없으니 한꺼번에 몰아서 마시지 말고 평소처럼 나눠 드세요. 입 마름과 식사, 활동량도 보고요.”
“정확한 숫자는요?”
“한재호 씨가 점수 맞추듯 마시지 않게 하려고 지금은 범위만 설명드리는 겁니다.”
서진은 오전에 마실 물병을 내 왼쪽 탁자에 두었다. 눈금은 백 밀리리터마다 표시돼 있었다. 나는 그가 나간 뒤 첫 번째 선까지 물을 마셨다. 목이 마른 정도보다 표에 적힐 숫자를 먼저 생각했다.
침대에서 휠체어로 옮겨 앉을 때는 보조 인력이 소변주머니를 먼저 침대 걸이에서 풀었다. 나는 왼손으로 난간을 잡고 상체를 옮겼다. 오른쪽 어깨에는 힘을 덜 주었다. 직원은 내가 완전히 앉은 뒤 주머니를 휠체어 옆의 낮은 걸이에 달고 관의 여유를 확인했다.
“다리 뒤로 지나가지 않았습니까?”
내가 물었다.
“오른쪽 허벅지 바깥으로 내려가 있습니다. 직접 보실래요?”
나는 몸을 숙이지 않고 거울을 요청했다. 직원이 작은 손거울을 관 옆에 비춰 주었다. 관은 환자복 아래에서 바깥쪽으로 나와 곧게 내려가 있었다. 주머니는 방광보다 낮았고 바퀴에도 닿지 않았다.
“됐습니다.”
“이동하다 바퀴에 닿거나 관이 팽팽해 보이면 말씀하세요. 연결부는 직접 풀지 마시고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전 운동 시간에 의료동 복도를 두 번 돌았다. 오른쪽 어깨 때문에 평소보다 천천히 바퀴를 밀었다. 한 바퀴를 돌 때마다 나는 주머니가 바퀴와 닿지 않는지 내려다보았다. 두 번째에는 관이 환자복 주름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나는 손을 집어넣어 관을 당기지 않고 나도윤을 불렀다.
“오른쪽 관이 꺾였는지 봐 주십시오.”
도윤은 휠체어를 멈추게 하고 옆에서 확인했다.
“꺾이지 않았습니다. 옷자락만 위에 있습니다.”
그는 환자복 끝을 조금 펴 주었다. 내가 움직이는 동안 주머니 고리가 돌아가 앞면이 안쪽을 향해 있었다.
“눈금이 안 보입니다.”
“지금 돌려 드릴까요?”
“네.”
도윤은 주머니 자체를 비틀지 않고 걸이 방향만 바꿨다. 숫자가 다시 바깥을 향했다. 그는 그 일을 순찰 기록에 쓰지 않았다. 내가 관을 건드리지 않고 확인을 요청한 것도 적지 않았다.
점심 전 나는 물병의 두 번째 선까지 마셨다. 서진이 섭취량을 확인하러 왔을 때 내가 먼저 말했다.
“이백 밀리리터 마셨습니다.”
“목말라서 드셨어요?”
“오전 양을 맞추려고요.”
“무슨 양에 맞췄습니까?”
“아침 배출량이 오백사십이었으니까 너무 적게 마시면 오후 수치가 떨어질 것 같아서요.”
서진은 물병과 기록판을 번갈아 보았다.
“배출량은 방금 마신 물만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식사와 약, 전날 섭취, 몸 상태와 시간도 영향을 줘요. 숫자를 예쁘게 만들려고 마시지 마세요.”
“예쁜 숫자가 뭡니까.”
“한재호 씨가 설명할 수 있다고 느끼는 숫자겠죠.”
나는 기록판에서 시선을 뗐다.
“물을 줄여야 합니까?”
“아니요. 지금 마신 양에 문제 있다는 말이 아닙니다. 목이 마르면 나눠 마시고, 갑자기 너무 많거나 적게 마시게 되면 알려 주세요.”
그는 `200`을 섭취 칸에 적었다. 내가 계산해서 마셨다는 말은 쓰지 않았다. 그것은 오늘 몸의 수분 상태를 다음 근무자에게 전하는 데 필요한 정보가 아니었다.
점심 약을 먹을 때 물을 더 마셨다. 서진은 약 봉투의 이름과 개수를 확인하고 내 손바닥에 놓아 준 뒤 삼키는 것을 보았다. 나는 물병을 들어 눈금이 백오십 밀리리터쯤 내려간 자리에서 멈췄다.
“백오십 마셨습니다.”
“약 드시기 전에는 눈금이 어디였어요?”
“이백이었습니다.”
서진이 병을 눈높이까지 들어 보았다.
“병이 기울어져 있어서 남은 양은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약 복용 물은 약 백오십으로 적겠습니다.”
“정확히 백오십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겁니까?”
“기록은 측정 방법만큼 정확합니다. 모르는 걸 정확한 것처럼 쓰지는 않아요.”
그는 섭취표에 `약 150`이라고 적었다. 나는 `약` 자가 숫자를 망치는 것처럼 느꼈다. 하지만 병을 마시기 전과 후에 측정 용기로 옮긴 것은 아니었다. 내가 백오십이라고 말한 것보다 그 글자가 더 정확했다.
서진은 빈 약봉지를 확인함에 넣고 물병을 다시 손 닿는 곳에 두었다. 병 입구가 오염되지 않게 뚜껑을 닫고, 탁자 위에 흘린 물 한 방울을 닦았다. 섭취표에는 숫자만 남았다. 약 이름 확인과 손 씻기, 뚜껑을 닫은 일은 다른 기록에 있거나 어디에도 없었다.
오후 교대 때 다른 간호사가 왔다. 그는 아침 기록을 읽고도 소변주머니를 다시 보았다.
“색은 오전과 비슷하고, 관 꺾임 없습니다. 지금 비워도 될까요?”
나는 동의한 뒤 가림막을 요청했다.
“네. 먼저 가림막 치겠습니다.”
간호사는 정호에게 잠시 세면대 쪽에 있어 달라고 말하고 손을 씻었다. 새 장갑을 끼고 측정 용기를 가져왔다. 과정은 아침과 같았지만 양은 달랐다. 삼백이십 밀리리터였다.
“아침보다 적네요.”
내가 말했다.
“시간 간격도 다르고 오전 활동도 있었으니 숫자 하나로 비교하지 않습니다.”
“정상 범위입니까?”
“색과 흐름, 현재 상태에 특이사항 없습니다.”
간호사는 오후 칸에 `320`을 적었다. 그 아래에는 투명한 작은 칸들이 시간순으로 이어져 있었다. 저녁, 취침 전, 야간, 다음 날 아침.
“이 표는 언제 끝납니까?”
“이 기록지는 오늘 자정에 끝납니다.”
“그러면 내일부터는 안 합니까?”
“내일 날짜의 기록지를 씁니다.”
간호사는 측정 용기를 씻으러 갔다. 나는 오후 칸까지 채워진 표를 보았다. 아침 오백사십과 오후 삼백이십 사이에 어떤 결론도 적혀 있지 않았다. 두 숫자는 나를 칭찬하지도 경고하지도 않았다.
가림막 너머 세척대에서 물소리가 났다. 간호사는 측정 용기를 정해진 세제로 씻고 헹군 뒤 건조대의 내 침상 번호 칸에 엎어 놓았다. 다른 수용자의 용기와 섞이지 않도록 번호를 다시 확인했다. 장갑을 버리고 손을 씻은 다음에야 다음 침상으로 갔다.
조금 뒤 교대 인계 목소리가 복도에서 들렸다. 내 이름 뒤에는 야간 체위 확인, 오른쪽 어깨 통증, 오전과 오후 배출량, 관 흐름 이상 없음이 짧게 이어졌다. 내가 숫자를 맞추려고 물을 마셨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대신 다음 근무자가 확인해야 할 것들이 남았다.
“정상이라고 했는데도 인계합니까?”
나는 돌아온 서진에게 물었다.
“정상이니까 빼는 게 아닙니다. 지금까지 어떤 상태였는지 알아야 다음 확인에서 달라진 걸 볼 수 있어요.”
“아무것도 안 달라지면 계속 같은 말을 합니까?”
“필요하면요. 다만 같은 말을 복사하는 게 아니라 직접 확인하고 말합니다.”
기록판의 문장은 비슷했지만 확인한 사람과 시간은 달랐다. 그 차이는 문장보다 손 씻는 횟수와 가림막을 펴고 걷는 동작, 눈금을 읽기 위해 허리를 낮추는 몸에 더 많이 남아 있었다.
저녁 투약 전 서진이 다시 관과 주머니 위치를 확인했다. 내가 침대로 옮겨 앉은 뒤라 휠체어 걸이에서 침대 걸이로 바뀌어 있었다. 직원은 이동할 때 관이 잠깐 눌리지 않았는지 확인했고, 서진은 현재 흐름을 보았다.
“아까 확인했습니다.”
나는 습관처럼 말했다.
“그 뒤에 이동했으니까 다시 봅니다.”
나는 환자복 자락을 들어 그가 관의 경로를 볼 수 있게 했다. 서진은 연결부와 고정 부위를 확인하고 가림막을 걷었다.
“특이사항 없습니다.”
그 말은 하루 동안 세 번째였다.
저녁 배출량이 기록되자 표의 한 줄이 더 채워졌다. 자정까지 남은 칸은 두 개였다. 나는 빈칸을 보며 오늘의 합계를 미리 계산했다. 합계가 나오면 하루가 정리될 것 같았다.
그러나 다음 칸 위에는 아직 시간이 오지 않았다.
그 칸의 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