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을 건너는 해
두 시간 뒤의 자세

에피소드 27 / 50

그날 밤 나는 호출벨을 누르지 않고 십오 분을 더 누워 있었다.

오른쪽 어깨를 쉬게 하려고 왼쪽으로 몸을 기울여 놓은 뒤였다. 처음에는 엉덩이 아래 압력이 줄어든 것 같았지만, 무릎 사이에 받친 베개가 조금씩 앞으로 밀렸다. 오른쪽 다리는 따라 움직이지 않았고 발끝이 침대 난간 쪽으로 돌아갔다.

배꼽 아래로는 불편한지 알 수 없었다. 눈으로 보면 자세가 틀어져 있었다.

호출벨은 왼손 옆에 있었다. 눌러 달라고 부탁하지 않아도 닿는 자리였다.

나는 천장을 보며 다음 순회까지 기다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밤 근무자는 어차피 한 시간 안에 들어올 것이고, 자세 한 번 바로잡자고 사람을 따로 부르는 것은 일을 하나 더 만드는 것 같았다.

십오 분이 지나자 왼쪽 팔꿈치가 저렸다. 나는 팔로 상체를 밀어 자세를 바꾸려 했다. 오른쪽 어깨에 통증이 올라와 중간에 멈췄다. 무릎 사이 베개는 더 아래로 빠졌다.

정호가 옆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벨 눌러.”

“순회 올 겁니다.”

“그때까지 왜 그러고 있어.”

“이 정도는 기다릴 수 있습니다.”

정호는 내 다리를 보았다. 그가 손을 뻗으려 하자 내가 먼저 말했다.

“다리는 건드리지 마세요.”

“알았어.”

그는 호출벨 쪽을 턱으로 가리켰다.

나는 버튼을 눌렀다.

잠시 뒤 야간 근무 간호사가 들어왔다. 낮에 몇 차례 본 적은 있었지만 내 처치를 맡는 것은 처음이었다. 이름표에는 조은경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는 먼저 침상 번호와 내 이름을 확인한 뒤 무슨 도움이 필요한지 물었다.

“왼쪽으로 기울인 자세가 풀렸습니다. 무릎 베개가 빠졌고 오른쪽 발이 난간 쪽으로 돌아갔습니다.”

“어깨 통증은요?”

“혼자 밀려고 할 때 아팠습니다. 지금은 가만히 있으면 괜찮습니다.”

은경은 침대 높이를 자기 허리 가까이 올리고 난간을 내렸다. 소변주머니가 침대 틀 안쪽에 걸려 있는지, 관이 허벅지 아래에 눌리지 않았는지 먼저 확인했다.

“왼쪽으로 다시 눕는 게 좋으세요, 바로 눕는 게 좋으세요?”

나는 바로 눕겠다고 했다. 한 자세로 버틴 시간이 길지 않았지만, 왼쪽 팔꿈치도 쉬게 하고 싶었다.

“제가 어깨를 당기지는 않을 겁니다. 난간을 잡고 상체를 가능한 만큼 옮겨 주세요. 골반과 다리는 제가 맞추겠습니다.”

은경이 베개를 빼고 시트를 팽팽하게 폈다. 나는 왼손으로 난간을 잡았다. 오른쪽 팔에는 힘을 적게 주었다. 내가 상체를 조금 옮기는 동안 은경은 무릎과 발목을 받쳐 다리를 정면으로 돌렸다.

“오른쪽 발뒤꿈치가 침대에 닿는 느낌은 있습니까?”

“없습니다.”

“제가 보고 확인할게요.”

그는 발뒤꿈치를 들어 피부를 살폈다. 이어 엉덩이 아래 시트의 주름을 펴고, 몸을 잠깐 옆으로 기울여 피부 상태를 확인해도 되는지 물었다.

“네.”

정호는 반대쪽으로 돌아누웠다. 나는 그 행동에 고마워해야 할지, 신경 쓰지 말라고 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은경은 필요한 부위만 노출하고 확인한 뒤 바로 환자복과 이불을 정리했다.

“붉은 부위는 없고 피부 손상도 없습니다. 그래도 지금처럼 시트가 말리면 압박이 생길 수 있어요.”

그는 발뒤꿈치 아래에 얇은 받침을 넣었다. 종아리 전체가 받쳐지고 발뒤꿈치는 침대에서 조금 뜨게 했다. 소변주머니 관은 다리 바깥쪽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여유를 남겼다.

“이 자세로 두 시간 뒤 다시 확인하겠습니다. 그전에 경련이 오거나 관이 당기는 게 보이면 불러 주세요. 감각이 없더라도 눈으로 이상한 위치가 보이면요.”

“순회 때 보면 되지 않습니까?”

내가 물었다.

“순회와 체위 확인은 같은 일이 아닙니다.”

은경은 침대 끝 기록판에 시간을 적었다. 호출 시각과 자세, 피부 상태, 어깨 통증, 다음 확인 예정 시각이 차례로 들어갔다.

“제가 조금 늦게 불렀습니다.”

“몇 분 정도요?”

“십오 분쯤요.”

“그것도 기록할까요?”

그 질문에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늦게 부른 일을 고백하면 성실한 환자로 보일 것 같았고, 기록하지 않으면 방금의 솔직함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필요한 기록입니까?”

“현재 상태와 처치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반복해서 도움 요청을 미뤄 피부 위험이 생기면 그때는 관리 계획에 필요하고요.”

“그럼 쓰지 마세요.”

은경은 적지 않았다.

그는 침대 높이를 원래대로 내리고 난간을 올린 뒤, 호출벨이 왼손에 닿는지 내 손으로 확인하게 했다. 나는 손바닥을 펴 버튼을 눌러 보지 않고 가장자리만 만졌다.

“확인됐습니까?”

“네.”

“다음에는 자세가 무너지기 시작할 때 불러도 됩니다. 완전히 빠진 뒤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어요.”

“다른 방이 더 급할 수도 있잖습니까.”

“그 판단은 근무자가 합니다. 호출한 사람이 먼저 정해서 취소하면 저희는 알 수 없습니다.”

그 말은 내게 우선권을 준다는 뜻이 아니었다. 호출음을 들은 뒤 누가 먼저 가야 하는지는 직원들이 정했다. 나는 필요한 사실을 알리는 데까지만 맡으면 됐다.

“호출했는데 바로 못 올 수도 있습니다.”

은경이 덧붙였다.

“그때는 기다리되, 상태가 달라지면 다시 누르세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 눌렀다는 이유로 도움을 받을 자격이 확정되는 것도 아니고, 늦게 부른다고 다른 사람의 시간을 아껴 주었다는 증거가 생기는 것도 아니었다.

그가 나간 뒤 나는 오히려 기록되지 않은 십오 분을 오래 생각했다. 버틴 시간도, 결국 벨을 누른 일도 점수가 되지 않았다. 침대 위에 똑바로 놓인 다리와 펴진 시트만 남았다.

“부르는 게 뭐가 그렇게 싫어.”

정호가 등을 보인 채 물었다.

“싫은 게 아닙니다.”

“그럼.”

“사람을 자꾸 부르면 혼자 할 수 있는 것까지 못 하는 사람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정호가 천천히 돌아누웠다.

“못 하는 걸 부른 거잖아.”

“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다 어깨 아팠고.”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는 매번 같지 않았다. 오전에는 컵을 옮길 수 있었고, 오후에는 경사로에서 밀어 달라고 해야 했다. 침대 난간을 잡고 상체를 움직일 수 있어도 골반 아래 시트의 주름은 볼 수 없었다. 도움을 덜 받으면 내 몸이 내 것이 되는 줄 알았지만, 필요를 늦게 말하는 동안 내 몸은 더 오래 잘못된 자리에 놓여 있었다.

두 시간 뒤 은경이 다시 왔다.

나는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호출하지 않았는데도 기록한 시각에 맞춰 들어왔다. 그는 조명을 가장 낮게 켜고 먼저 나를 깨워도 되는지 물었다.

“안 잤습니다.”

“지금 자세 확인하겠습니다. 바로 누운 채로 계속 있고 싶으세요?”

오른쪽 종아리가 짧게 떨렸다. 이불 아래에서 발이 받침 가장자리로 밀려 있었다.

“오른쪽으로 조금 기울이고 싶습니다.”

은경은 몸을 돌리기 전에 소변주머니 관의 여유부터 확인했다. 내 왼손을 배 위에 두게 하고, 오른쪽 어깨가 눌리지 않도록 팔 위치를 물었다. 나는 팔을 가슴 앞으로 가져다 달라고 했다.

“당기는 느낌 있으면 바로 말하세요.”

“아래는 당겨도 모릅니다.”

“그래서 제가 보고, 한재호 씨는 어깨와 허리 위쪽 느낌을 말해 주세요.”

그는 내 말을 정정하려 하지 않았다. 내가 모르는 부위는 자신이 확인했고, 내가 느끼는 부위는 내 대답을 기다렸다.

몸을 오른쪽으로 기울인 뒤 등 뒤에 베개를 받쳤다. 무릎 사이 베개는 이번에는 앞쪽으로 빠지지 않게 길게 넣었다. 발목끼리 닿지 않는지 확인하고 이불을 덮었다.

“어깨는요?”

“조금 눌립니다.”

그가 등 뒤 베개를 손바닥 두께만큼 뺐다.

“지금은요?”

“괜찮습니다.”

“괜찮다는 게 통증이 없다는 뜻인가요, 참을 만하다는 뜻인가요?”

나는 잠시 어깨를 움직여 보았다.

“가만히 있으면 통증이 없습니다.”

은경은 그 말을 기록했다. 내가 참고 견딜 만한지를 묻지 않고, 통증이 있는지를 다시 확인한 것이 이상하게 낯설었다.

새벽이 가까워졌을 때 오른쪽 다리에 경련이 왔다. 무릎이 두 번 들썩였고 베개가 다시 앞으로 밀렸다. 이번에는 바로 호출벨을 눌렀다.

은경 대신 의료동 보조 인력이 들어왔다. 은경은 다른 방 처치 중이라고 했다. 그는 기록판을 먼저 읽고 내 이름과 요청을 확인했다.

“경련 뒤 무릎 베개가 빠졌습니다. 오른쪽 발 위치도 봐 주세요.”

그는 혼자 자세를 바꾸지 않고 다른 직원을 불렀다. 두 사람은 침대 높이를 맞추고 관과 피부, 발뒤꿈치, 어깨 순서로 확인했다. 조금 전 은경이 했던 질문이 다시 나왔다.

“오른쪽으로 계속 기울여 있을까요, 바로 누울까요?”

나는 왜 기록을 읽고도 같은 것을 묻느냐고 할 뻔했다. 기록에는 두 시간 전의 선택이 적혀 있었다. 지금 원하는 자세는 적혀 있지 않았다.

“바로 눕겠습니다.”

두 사람은 내 대답에 맞춰 몸을 옮겼다. 한 사람은 골반과 다리를 받쳤고 다른 사람은 어깨와 시트를 정리했다. 내 몸은 같은 순서로 확인됐지만, 자세는 전과 달라졌다.

아침 근무가 시작될 무렵 윤서진이 기록판을 들고 들어왔다. 그는 야간 기록을 읽고 오른쪽 어깨와 피부 상태를 다시 물었다.

“밤에 확인했습니다.”

내가 말했다.

“아침 상태를 확인하는 겁니다.”

서진은 같은 질문을 처음부터 했다. 어느 쪽으로 돌아눕고 싶은지, 어깨 통증은 가만히 있을 때도 있는지, 관이 당겨 보이는지 물었다.

나는 어젯밤의 대답을 반복하지 않았다. 지금은 왼쪽으로 기울이고 싶었고, 어깨는 팔을 들 때만 아팠다.

서진이 장갑을 끼며 피부 확인에 동의하느냐고 물었다.

“네.”

침대 높이가 다시 올라갔다.

밤새 맞춘 자세는 아침에 다시 풀렸다.

그것은 아무도 잘못해서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