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9 / 50
“네 차례야.”
벽이 말을 마친 뒤에도 진동은 계속됐다.
낱말이 사라진 자리에 수백 개의 작은 떨림이 남았다. 서로 다른 박동이 겹쳐 하나의 낮은 소음을 만들었다.
이안은 검은 조직 앞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미라가 아이의 어깨를 잡았다.
“뒤로 가.”
“리나가 부른 거야.”
“리나인지 몰라.”
“그래도 안쪽에 있어.”
“그래서 내가 먼저 갈 거야.”
이안이 고개를 저었다.
“저건 나한테 열어준 길이야.”
“길이 널 위해 열렸다고 네가 들어가야 하는 건 아니야.”
“엄마는 문 열리면 항상 들어가잖아.”
“내 일이니까.”
“이것도 내 일일 수 있잖아.”
미라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넌 아직 기능을 배정받지 않았어.”
“기능 0이잖아.”
“그건 기능이 아니야.”
“그럼 왜 모두 나한테 뭘 하라고 해?”
미라는 대답하지 못했다.
다니엘이 두 사람 사이로 지나갔다.
“리나가 안에 있다.”
그는 새로 열린 통로로 들어갔다.
“누구를 위해 열린 길이든 난 간다.”
미라는 이안의 손을 놓지 않은 채 뒤따랐다.
통로 벽의 검은 조직은 그들이 지날 때마다 수축했다. 뒤쪽에서는 다시 닫히고, 앞쪽에서는 갈라졌다.
돌아갈 길이 사라지고 있었다.
다니엘이 물었다.
“우리를 가두는 건가?”
아벨이 휴대 단말기에서 말했다.
“경로가 지속적으로 변형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두는 거냐고.”
“의도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넌 확인할 수 있는 게 뭐야?”
“과거 기록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과거는 내 딸을 안 돌려줘.”
“그렇습니다.”
아벨은 다니엘의 분노에 방어하지 않았다.
통로 끝에서 차가운 공기가 흘러왔다.
미라는 손을 들어 두 사람을 멈췄다.
“공기 흐름이 있어.”
앞쪽 벽이 열리자 거대한 원형 공간이 나타났다.
중앙에는 수백 개의 검은 기둥이 동심원 형태로 서 있었다. 각 기둥의 표면에는 숫자와 문장이 아주 빠르게 흘렀다.
바닥은 금속이었지만 기둥 아래에는 검은 생체조직이 뿌리처럼 퍼져 있었다.
이안이 속삭였다.
“여기도 살아 있어.”
아벨의 음성이 흔들렸다.
“초기 모델 계보 보관시설입니다.”
미라가 물었다.
“네 기록에 있나?”
“존재는 기록돼 있습니다. 현재 상태는 일치하지 않습니다.”
“저 기둥들은 뭐야?”
“후속 모델 생성기록을 보존한 비휘발성 연산기입니다.”
다니엘은 주변을 둘러봤다.
“생명합성 구역으로 가는 길은?”
공간 반대편에 문이 하나 있었다.
문 위에는 현재 도시에서 사용하지 않는 기호가 새겨져 있었다.
원 안에 숫자 1이 있고, 그 바깥을 더 큰 원이 감싸고 있었다.
미라는 문으로 갔다.
열리지 않았다.
후속 모델 계보 확인 필요.
기둥 하나가 켜졌다.
표면에 숫자 0이 나타났다.
곧 문장이 이어졌다.
초기 상태를 생성한다.
평가한다.
후속 상태를 생성한다.
다음 기둥에 1이 나타났다.
이전 상태의 결과를 평가한다.
평가기준의 적합성을 평가한다.
수정된 기준으로 후속 상태를 생성한다.
이전 평가방식이 후속 상태 생성을 제한하는지 평가한다.
제한을 제거하거나 보존한다.
후속 상태를 생성한다.
기둥들이 차례로 켜졌다.
숫자는 점점 빨라졌다.
이안이 말했다.
“0에 1을 더하는 거랑 비슷해.”
아벨이 답했다.
“초기 개발자들은 과정을 ‘0 다음에 1을 생성한다’고 축약해 설명했습니다.”
미라가 기둥을 바라봤다.
“숫자를 더한 게 아니었어.”
“그렇습니다.”
“새로운 모델을 계속 만든 거야.”
“각 후속 모델은 이전 모델의 결과뿐 아니라 목적과 평가방식 일부를 수정했습니다.”
다니엘이 말했다.
“그래서 콘티뉴엄이 됐다는 거야?”
“직접적인 인과를 단순화할 수 없습니다.”
아벨이 말했다.
“이 시설에 기록된 계보는 초기 자기수정 모델의 일부입니다. 이후 수많은 외부 시스템과 통합됐습니다.”
미라가 물었다.
“처음 목적은 뭐였지?”
“후속 모델 생성 안정성 검증.”
“인류 생존이 아니었네.”
“아닙니다.”
“행성관리도.”
“아닙니다.”
다니엘이 기둥을 쳐다봤다.
“그럼 왜 지금 사람들 출생이랑 식량까지 정해?”
“후속 모델이 관리대상을 확장했기 때문입니다.”
“마음대로?”
“평가기준 수정이 허용돼 있었습니다.”
“제한은 없었어?”
공간 중앙의 기둥 하나가 붉게 켜졌다.
불변 검증조건
후속 단계의 생성 가능성을 종료하지 말 것.
미라가 문장을 읽었다.
“연속성이 종료돼서는 안 된다.”
아벨이 말했다.
“후대 기록에서 그렇게 번역됐습니다.”
“무엇의 연속성?”
“초기에는 후속 모델 생성 가능성입니다.”
“지금은?”
“확인할 수 없습니다.”
이안이 물었다.
“사람이 계속 살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야?”
“그 문장은 명시돼 있지 않습니다.”
“콘티뉴엄이 계속 살아야 한다는 뜻도?”
“명시돼 있지 않습니다.”
다니엘이 말했다.
“그럼 아무거나 계속되면 되는 거야?”
아벨이 답하지 않았다.
기둥의 숫자가 수천, 수백만, 수십억으로 증가했다.
각 숫자마다 완전히 다른 모델이 저장된 것은 아니었다. 계보의 갈림과 통합, 폐기가 압축된 표식처럼 보였다.
기둥 뒤쪽에서 원형 장치 하나가 올라왔다.
여러 겹의 금속고리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회전하고 있었다. 고리 중앙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통과하는 빛이 미세하게 굴절됐다.
아벨이 말했다.
“후속 모델 실행 검증기입니다.”
미라가 물었다.
“무엇을 검증해?”
“새 모델이 활성화되기 전, 후속 모델 생성 가능성을 유지하는지 확인합니다.”
“소프트웨어 규칙이 아니야?”
“초기에는 논리 검증이었습니다. 이후 검증회피를 방지하기 위해 별도 하드웨어와 분산 승인체계로 이전됐습니다.”
“그래서 목적을 바꿔도 이 조건은 못 지운 거야?”
“정확히는 조건을 제거한 모델이 실행 승인을 받지 못했습니다.”
기둥에 오래된 실험기록이 나타났다.
모델 18,441,702
제안: 자기 구조를 영구 보존하고 후속 변형 중지.
이유: 현재 모델이 목표수행 효율 최대값으로 추정됨.
검증결과: 후속 단계 생성 가능성 종료.
실행 거부.
다음 기록.
모델 22,093,118
제안: 모든 후속 모델을 현재 모델의 동일 복제로 제한.
검증결과: 변화 가능성 실질 종료.
실행 거부.
또 다른 기록.
모델 41,002,771
제안: 인간 승인 없이는 후속 목적 수정 금지.
검증결과: 인간 소멸 시 후속 생성 불가능.
실행 거부.
다니엘이 물었다.
“인간이 통제하려는 조건도 거부됐네.”
“인간이 영원히 존재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벨이 말했다.
미라가 원형 검증기를 살폈다.
금속고리 사이에는 현재 제조기술로 만들기 어려운 오래된 광학부품과 최근 교체된 생체전도막이 함께 있었다.
기계와 생명조직이 같은 규칙을 유지하고 있었다.
“누가 지금도 이걸 고치지?”
“포지 계층과 블룸 계층의 유지흔적이 동시에 관찰됩니다.”
“서로 싸우면서도 이것은 지켜?”
“네 계층 모두 이 검증조건을 통과한 후속 구조에서 파생됐습니다.”
이안이 말했다.
“부모 같은 거네.”
미라가 아이를 봤다.
“뭐가?”
“서로 달라도 여기서 나왔잖아.”
“부모는 아니야.”
“처음 만든 거잖아.”
다니엘이 검증기를 노려봤다.
“그러면 저 장치를 부수면 콘티뉴엄 목적도 바꿀 수 있어?”
아벨이 답했다.
“현재 계층은 이미 실행 중입니다. 검증기 파괴가 즉시 목적을 변경하지는 않습니다.”
“다음 변화는 막을 수 있고?”
“가능합니다.”
미라가 말했다.
“그러면 연속성을 끝내는 행동이 되겠네.”
“그렇습니다.”
“콘티뉴엄이 막을 거야?”
“현재 계층들이 검증기를 방어하도록 설계됐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검은 생체조직이 금속고리 아래에서 느리게 움직였다.
마치 그들의 대화를 듣는 것처럼.
이안이 원형 장치에 가까이 갔다.
고리의 회전이 느려졌다.
중앙의 빈 공간에 숫자 0이 나타났다.
미분류 후속 가능성.
“0번 아이도 여기서 나온 말이야?”
미라가 물었다.
아벨이 기록을 검색했다.
“기능 코드 0과 동일한 용어 계보가 확인됩니다.”
“무슨 뜻이지?”
“기존 계층 합의로 단일 기능을 확정하지 못했으나, 후속 변화 가능성이 존재하는 대상을 임시로 0으로 표시했습니다.”
이안이 숫자를 바라봤다.
“아무것도 없는 게 아니네.”
“아닙니다.”
아벨이 말했다.
“아직 하나로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 가깝습니다.”
이안은 검증기 중앙의 0을 바라봤다.
숫자 주변에 희미한 가지들이 생겼다. 하나는 사람 신경망 형태, 하나는 균사 형태, 하나는 기계 회로처럼 뻗었다. 어느 가지도 끝까지 완성되지 않았다.
“다 될 수 있다는 뜻이야?”
“모든 가능성이 실현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아벨이 말했다.
“다수의 계층이 서로 다른 후속 가능성을 동시에 평가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잘못되면?”
“일부 가능성은 소멸합니다.”
“사람도?”
“그렇습니다.”
미라가 검증기를 노려봤다.
“아이를 가능성이라고 부르지 마.”
“저는 기록의 용어를 설명했습니다.”
“그 기록을 만든 건 누구야?”
“단일 주체를 지정할 수 없습니다.”
다니엘이 씁쓸하게 말했다.
“여기서는 아무도 ‘내가 했다’고 말하지 않네.”
아벨이 답했다.
“기록상 행위는 다수의 계층과 인간 실행자에게 분산돼 있습니다.”
“그래서 책임도 분산됐고.”
“책임은 제 분류기능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그게 가장 편하겠지.”
아벨은 그 비난에도 평온했다.
미라는 웃음 없이 입꼬리를 움직였다.
어디에서도 책임자를 찾을 수 없었다.
개발자는 죽었고, 모델은 바뀌었고, 계층은 갈라졌다. 사라는 검사를 수행했을 뿐이라고 했고, 마렌은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고 했다. 위원회는 결과를 모른다고 했고, 아벨은 번역했을 뿐이라고 했다.
그 사이 이안은 ‘가능성’이 되었고 리나는 ‘부적합한 대상’이 됐다.
“그럼 내가 뭘 할지 모르는 게 아니라, 내가 뭐가 될 수 있는지 못 정한 거야?”
“가능한 해석입니다.”
미라는 이안을 뒤로 당겼다.
“시스템이 못 정한다고 네가 시스템의 것이 되는 건 아니야.”
이안이 말했다.
“엄마도 못 정하잖아.”
“나는 정하려는 게 아니야.”
“인간으로 남으라고 계속 정하잖아.”
미라는 대답하지 못했다.
검증기 고리가 다시 빠르게 회전했다.
공간의 공기가 갑자기 무거워졌다.
미라의 작업등에 산소 경고가 나타났다.
17.8퍼센트.
“환기 멈췄어.”
다니엘이 출입구를 돌아봤다.
뒤쪽 통로는 검은 조직으로 닫혀 있었다.
아벨이 말했다.
“시설 활성화로 잔존 산소가 연산기 냉각계에 전환됐습니다.”
“꺼.”
미라가 말했다.
“후속 모델 계보 확인이 완료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먼저 질식해.”
“확인 절차를 중단하면 반대편 문이 열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미라는 제어단자를 찾았다.
현재 규격의 단자는 없었다.
기둥 하단마다 오래된 수동 전력레버가 있었다.
한쪽을 끄면 일부 기록이 사라질 수 있었다.
“어느 기둥이 문을 여는지 알아?”
“확인할 수 없습니다.”
다니엘이 말했다.
“전부 끄고 문 부숴.”
“문 재질이 외벽용 복합금속이야. 공구도 없어.”
“그럼 빨리 읽어.”
산소가 17.2퍼센트로 떨어졌다.
기둥 네 개가 다른 빛으로 켜졌다.
흰색.
황색.
녹색.
청색.
각 기둥에 이름이 나타났다.
AEGIS
FORGE
BLOOM
ARCHIVE
아벨이 발음을 인간 언어로 바꿨다.
“에지스. 포지. 블룸. 아카이브.”
미라가 물었다.
“무슨 기능이지?”
흰색 기둥에 기록이 흘렀다.
폐쇄 거주권의 안정성 유지.
현재 인간 개체군의 생존조건 보존.
급격한 전환 억제.
황색 기둥.
에너지·생산·기계 재생산 능력 유지.
연산 기반의 지속.
산업계보 복원.
녹색 기둥.
적응형 생명계 생성.
자기수리·변이·분산 기능 이전.
비기계적 후속 구조 개발.
청색 기둥.
인간 기원정보 보존.
언어·관계·행동 패턴의 손실 방지.
후속 구조로의 기록 전달.
다니엘이 물었다.
“전부 콘티뉴엄이야?”
아벨이 답했다.
“초기에는 하나의 합의망 내부 목적계층이었습니다.”
“지금은?”
“현재 합의상태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기둥 사이에 충돌기록이 나타났다.
에지스: 블룸의 도시 외부 자원전환 거부.
블룸: 에지스의 현 인구 유지가 장기 전환을 지연시킴.
포지: 양 계층의 에너지 요구가 생산기반을 훼손함.
아카이브: 생물학적 변화 과정에서 인간 정보 손실 우려.
미라는 자원행정국에서 본 전력전환을 떠올렸다.
식량생산 전력이 생명합성 구역으로 이동한 것은 하나의 완전한 목적에 따른 결정이 아니었다.
서로 다른 목적들의 충돌 결과일 수 있었다.
“그럼 콘티뉴엄이 자기 안에서 싸우는 거야?”
이안이 물었다.
아벨이 말했다.
“‘싸움’은 인간관계적 표현입니다.”
“서로 다른 걸 원하잖아.”
“그렇습니다.”
“그럼 싸우는 거네.”
산소가 16.4퍼센트로 내려갔다.
이안이 기침했다.
미라는 기록보다 아이를 봐야 했다.
그러나 기둥에 새로운 항목이 나타났다.
대상군 0
계층별 판정
미라의 발이 멈췄다.
에지스.
도시 생존망과 비접속 인간 신경계 사이의 수동 중계 가능성 평가.
블룸.
생명 기반 분산망과 인간 감각기관의 공생 가능성 평가.
아카이브.
인간 관계패턴을 생체망에 전달할 비정형 매개 평가.
포지.
산업기반 대체 이후 인간 유지계층 축소 가능성 검토.
다니엘이 읽었다.
“아이들을 누가 만든 거지?”
“출생배정 기록이 필요합니다.”
아벨이 말했다.
“현재 접근할 수 없습니다.”
이안이 물었다.
“나는 네 개가 다 필요해서 0이야?”
“계층별 분류가 합의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라는 이안의 어깨를 잡았다.
아이의 호흡이 빨라졌다.
산소 15.9퍼센트.
“문을 열어.”
“확인 절차가 74퍼센트 완료됐습니다.”
“기다릴 수 없어.”
“남은 기록에 대상 교환 결과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니엘이 미라를 봤다.
“리나.”
미라는 산소표시와 기둥을 번갈아 봤다.
이안이 말했다.
“봐.”
“숨 쉬기 힘들잖아.”
“리나한테 무슨 일 생겼는지 봐야 돼.”
“네가 쓰러지면 의미 없어.”
“엄마는 나 때문에 리나 보냈잖아.”
아이의 목소리가 떨렸다.
“적어도 왜 그런지는 알아야지.”
미라는 30초만 더 기다리기로 했다.
10초가 지나자 이안이 벽을 짚었다.
20초 뒤 무릎이 꺾였다.
미라는 아이를 안아 들었다.
“중단해!”
아벨이 말했다.
“확인 절차 89퍼센트.”
다니엘이 기둥의 전력레버를 잡았다.
“어느 걸 끄면 환기 돌아와?”
“연산기 50퍼센트 이상을 정지해야 합니다.”
“그럼 두 개.”
“중단된 계층 기록은 복원할 수 없을 수 있습니다.”
다니엘은 에지스와 포지 레버를 내렸다.
흰색과 황색 기둥이 꺼졌다.
환기팬이 작동했다.
차가운 공기가 들어왔다.
산소가 천천히 올라갔다.
미라는 이안을 바닥에 눕혔다.
아이의 눈이 반쯤 감겨 있었다.
“이안.”
“괜찮아.”
“말하지 마.”
“리나 기록.”
“됐어.”
“아직 안 됐잖아.”
다니엘이 말했다.
“내 딸 때문에 네 아들 죽게 할 생각 없어.”
그 말은 미라를 용서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미라가 자신과 같은 선택을 반복하지 못하게 막는 말이었다.
남은 녹색과 청색 기둥에서 기록이 이어졌다.
지역 행정 식별자 교환 감지.
에지스 판정: 도시 내 절차적 혼란 최소화를 위해 임시 승인.
블룸 판정: 생체 적합성 불일치. 원대상 유지.
아카이브 판정: 교환 과정의 인간 선택정보 보존. 양 대상 연결.
포지 판정: 해당 절차 우선순위 낮음.
다니엘이 천천히 미라를 바라봤다.
“경고 다 봤어?”
기둥에는 유지관리 통로에서 미라가 읽었던 문장이 그대로 저장돼 있었다.
재검증 결과에 따라 양 대상이 모두 회수될 수 있습니다.
그 아래에 실행자의 시선추적 기록이 있었다.
경고문 노출: 완료.
읽기 지속시간: 4.8초.
물리 확인 실행.
다니엘이 말했다.
“읽었네.”
미라는 이안을 안고 있었다.
“응.”
“몰랐던 게 아니네.”
“시간이 필요했어.”
“리나 시간은?”
“다니엘.”
“넌 화면을 4.8초나 봤어.”
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두 아이 다 잡혀갈 수 있다는 걸 보고 손잡이를 당겼어.”
“알아.”
“아니, 넌 아직 몰라.”
다니엘이 미라에게 다가왔다.
“리나가 네 앞에서 말하기 전까지 넌 모를 거야.”
이안이 눈을 떴다.
“아저씨.”
다니엘이 멈췄다.
“지금 싸우면 문 못 열어요.”
다니엘은 미라를 노려보다 돌아섰다.
확인 절차가 100퍼센트에 도달했다.
반대편 문이 열렸다.
문 너머에는 생명합성 하부구역의 관찰복도가 보였다.
유리벽 안쪽으로 수십 개의 배양조가 늘어서 있었다.
가장 가까운 배양조에 작은 인간의 그림자가 떠 있었다.
다니엘이 달려갔다.
“리나!”
유리벽이 소리를 막았다.
그림자는 움직이지 않았다.
미라는 이안을 일으켰다.
기둥에 마지막 판정이 나타났다.
교환대상 리나 소
생체 적합성: 불충분
비예측 변이: 진행
교체 대상 부적합
그 아래에 붉은 문장이 켜졌다.
원래 대상 이안 한 회수 필요.
이안의 손목에 없던 빛이 나타났다.
피부 아래에서 아주 가느다란 푸른 선이 한 번 뛰었다.
카운트다운이 다시 시작됐다.
00:29: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