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자연
절단선

에피소드 35 / 50

절단장비가 뿌리에 칼날을 대기까지 2시간 57분 남았다.

반사막을 실은 캡슐은 화물관 중간에서 멈췄다.

시험칩 논리반전.

압력문 6번 폐쇄.

예상 현장 도착: 불가.

진은 제2재생공장 제어벽을 주먹으로 쳤다. 칩을 진단기에 연결한 지 19분 만이었다.

“열 수 있어?”

세나가 제7도시 이동차 안에서 물었다.

“원격명령이 반대로 들어가. 열라고 하면 잠길 수 있어.”

“수동축은?”

압력문 6번은 공장에서 7.3킬로미터 떨어진 관로 아래에 있었다. 사람이 가면 1시간 40분. 다시 압력을 올려 캡슐을 보내는 데 최소 49분.

절단까지 2시간 55분.

여유 26분.

진이 달리겠다고 하자 루이스가 막았다.

“넌 칩을 봐야 해.”

“여기서 보는 게 무슨 소용이야?”

“다음 문도 뒤집히는지 알아야지.”

루이스의 왼쪽 발목은 외벽 이동 뒤 여전히 절었다. 정상 걸음으로도 진보다 느렸다.

베크가 일어났다.

정강이 수지막 아래 검은 점은 동전 크기로 넓어져 있었다. 사라는 외부노출을 금지하지 않았다. 위험을 다시 설명했다.

“감염이면 관로 물이 닿을 때 악화될 수 있어요. 독성반응이면 운동으로 혈류가 늘 때 번질 수 있고요.”

“안 가면?”

“동부 경계 절단 가능성이 커집니다.”

“그건 내 의료위험이 아니잖아.”

“그래서 두 값을 대신 비교해 줄 수 없어요.”

베크는 항염제와 새 수지막을 챙겼다.

“이번에도 안 숨길게.”

그가 압력문으로 출발했다.

동부 경계로 가는 제5중계소 행렬은 시속 17킬로미터였다. 선두 운반기 탱크는 비어 있었고, 뒤 차량 여섯 대에는 제3도시로 갈 탄소막·금속분말·질산염이 실려 있었다.

행렬은 목적지를 바꿨지만 화물을 버리지 않았다.

현장 도착 예상 2시간 39분.

절단 시작보다 14분 빨랐다.

반사막이 없으면 장비를 멈출 방법은 없었다.

제7도시에서는 세나와 외벽 작업자 넷이 지하 열수관 점검차를 탔다. 지상 23킬로미터를 가면 4시간이 넘었지만 관 내부 레일은 2시간 31분이었다.

점검차에는 좌석이 셋뿐이었다. 나머지 둘은 공구걸이에 몸을 묶었다.

출발 직전 다른 시민 여섯 명이 차를 막았다. 인간보존을 요구하는 사람들로, 절단장비를 방해하지 말라고 했다.

“열수관이 뚫리면 제7도시 냉각이 멈춰.”

그들 중 하나가 말했다.

세나가 답했다.

“뿌리를 지금 자르면 포자가 도시 쪽으로 와.”

“가능성이지.”

“열수관도 8일 남았어.”

“8일 뒤 해결할 장비가 어디 있어?”

그들은 세나의 점검차를 빼앗지 않았다. 대신 같은 레일의 다음 정비차를 타겠다고 했다.

“현장에 와서 뭘 할 건데?”

“절단을 끝내게 지킬 거야.”

블룸 전환을 지지하는 주민 다섯 명도 뒤에 섰다. 그들은 장비 전원을 끄고 뿌리에 생체냉각수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중앙통제를 거부하는 배관공 셋은 두 정비차의 통신선을 잘라 현장명령 자체를 막자고 했다.

한 레일에 네 목적이 올라탔다.

첫 차에 탄 세나는 공개통신으로 뒤차 사람들의 이름과 목표를 확인했다.

인간보존 쪽 대표는 윤 테오였다. 열수관 냉각공으로 18년 일했고, 공생전환을 거부한 아내와 함께 제4구역에 살았다.

“뿌리를 남겨서 관이 멈추면 아내 인공폐 냉각이 먼저 끊겨.”

블룸 전환 쪽 대표는 네브였다. 외부호흡막을 가진 동생이 제6구역 독립산소방 자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숲을 자르고 포자가 터지면 동생은 도시 안에서도 격리대상이 돼.”

통신망을 끊겠다는 배관공 대표는 하킴이었다. 포지 배급에서 세 번 제외된 뒤 도시 밖 수동우물을 관리했다.

“어느 쪽이 이겨도 다음부터 밸브는 그 계층 명령만 듣게 돼.”

세나가 말했다.

“현장에서는 내가 작업중지를 명령할 거야.”

테오가 물었다.

“누가 권한 줬지?”

“관을 12년 수리했어.”

“그건 기술이지 권한이 아니야.”

“맞아. 그래서 중지하면 이유를 공개할 거야. 따르기 싫으면 내 앞에서 다른 선택을 해.”

네브가 말했다.

“숲 조직 절단은 우리가 중지시킬 수 있어야 해.”

“뿌리만 위험할 때는.”

“누가 위험을 정하지?”

“측정값이 정해.”

하킴이 웃었다.

“그 측정값을 에지스 장비가 보내는데?”

세나는 잠시 답하지 못했다.

그들은 현장 도착 뒤 같은 센서를 쓰지 않기로 했다. 도시 열계, 블룸 생체압력계, 독립 기계식 변형계 세 개 중 둘이 위험을 표시할 때만 중지한다.

합의문은 7분 뒤 깨졌다.

테오는 절단 시작조건을 중지가 아니라 진행조건으로 바꾸자고 요구했고, 네브는 생체압력계 하나만으로도 절단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하킴은 세 계측기 모두 중앙망에서 분리해야 한다고 했다.

결국 합의된 것은 한 문장뿐이었다.

사람이 쓰러지면 모든 작업을 멈춘다.

그 문장은 관도 숲도 누구 소유인지 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모두 서명할 수 있었다.

세나는 먼저 출발했다. 뒤 정비차 두 대가 7분 간격으로 따라왔다.

엘리아스는 운행을 막지 않았다. 에지스는 절단장비 가동을 안전조치로 분류했지만 시민 이동금지 권한까지 요청하지 않았다.

“현장 충돌이 예상됩니다.”

에지스가 말했다.

“그래서 문을 잠그라고?”

노아가 물었다.

충돌 예방확률 71퍼센트.

“열수관 파손은?”

현장인력 부재 시 8일 이내 64퍼센트.

“그럼 보내.”

노아는 각 차에 공개통신을 요구했다. 세 번째 차의 배관공들은 거부했다.

“공개통신도 도시가 듣는 선이야.”

“서로 어디 있는지 모르면 터널에서 부딪쳐.”

“위치는 공유하고 음성은 안 연다.”

그들은 위치신호만 남겼다.

북쪽 결절점의 미라는 현장 화면을 받지 못했다. 도시4 절단장비 센서는 외부로 상태값만 보냈고, 제5중계소 행렬은 목적지까지 교신하지 않았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반사판 각도와 예상 장비센서를 계산해 보내는 것뿐이었다.

“정지표지 각도 31도. 열수관 점검표지에서 동쪽 4.2미터.”

진이 물었다.

“지형높이는?”

“18년 전 지도밖에 없어.”

“그럼 값 못 써.”

미라는 정답 대신 허용범위를 보냈다.

각도 24~38도.

거리 3.1~5.8미터.

현장에서 장비 움직임을 보고 맞춰야 했다.

압력문으로 가던 베크의 체온은 39.1도까지 올랐다. 검은 점이 수지막 밖으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종아리 감각이 둔해졌다.

사라가 통신했다.

“멈추고 5분 검사해요.”

“26분 여유라며.”

“지금은 21분.”

“5분 쓰면?”

“16분.”

베크는 앉아 수지막을 열었다. 검은 점 가장자리에 붉은 선이 생겨 있었다. 사라는 휴대카메라의 편광값으로 혈류를 봤다.

확산속도 시간당 0.8밀리미터.

달릴 때 1.7밀리미터.

“걸어가면 늦어.”

“달리면 반점이 두 배 빨리 번져요.”

“오늘 안에 다리 잃어?”

“아니요.”

“그러면 달릴게.”

그는 검사결과를 공개 의료기록에 남기고 다시 움직였다.

절단까지 1시간 34분.

베크가 압력문 6번에 도착했다. 문은 닫힌 위치에서 기계잠금까지 걸려 있었다. 수동축을 돌리려면 먼저 칩 제어선을 물리적으로 뽑아야 했다.

“뽑으면 칩은?”

진이 답했다.

“전원 끊긴 뒤 다시 안 살아날 수 있어.”

“펌프 경보는?”

“사람이 수치 읽고 있어.”

“공장 시험은?”

“끝나.”

조건부 칩은 다음 칩을 만드는 측정과 화물관 진단, 펌프 경보를 번갈아 맡았다. 제어선을 뽑으면 셋 다 잃었다.

베크가 물었다.

“안 뽑으면 반사막 못 보내지?”

“그래.”

“그럼 이미 정했네.”

베크는 제어선을 뽑았다.

시험칩 신호가 사라졌다.

제2재생공장의 다음 생산 가능성은 다시 미정이 됐다.

베크는 수동축을 61번 돌렸다. 압력문이 열렸다. 관로 안 캡슐이 11분 늦게 다시 움직였다.

현장 도착예상 절단 시작 3분 후.

늦었다.

세나의 점검차가 동부 경계 아래에 도착했을 때 지상은 김으로 가득했다. 열수관 온기가 빗물과 만나 흰 안개를 만들었다.

뿌리는 관보다 굵었다. 검은 표면 아래로 청색맥이 느리게 움직였다.

절단장비 세 대가 뿌리 둘레에 반원형 칼날을 놓고 있었다.

절단까지 26분.

제5중계소 행렬은 11분 뒤 도착했다.

반사막은 없었다.

세나는 빈 선두탱크의 광택 있는 안쪽 벽을 봤다. 정지반사판만큼 정밀하지 않았지만 장비 센서를 속일 수 있었다.

“탱크를 잘라.”

행렬은 자기 화물차체 훼손을 승인하지 않았다.

“우리가 빌린 게 아니야.”

작업자가 말했다.

“소유권 주장 없이 배송을 유지하기로 했어.”

세나는 탱크를 자르지 않았다. 대신 덮개를 떼어 반사면으로 썼다. 덮개는 정비부품으로 분류돼 분리 가능했다.

폭 80센티미터.

필요 반사면의 절반이었다.

두 번째 정비차가 도착했다. 인간보존을 요구하는 여섯 명이 절단장비 앞에 섰다.

“방해하면 열수관 책임을 누가 져?”

세나가 말했다.

“멈추지 않으면 포자 책임은?”

“예측일 뿐이야.”

“관 파손도 예측이야.”

한 사람이 장비의 수동승인판에 손을 올렸다. 에지스는 시민 안전인증을 확인하고 절단승인 권한을 열었다.

블룸 지지자들이 뒤차에서 내려 뿌리 표면에 냉각수를 뿌렸다. 뜨거운 뿌리에서 증기가 일었다.

절단장비가 냉각수를 오염물질로 감지했다.

절단 시작 9분 앞으로 당김.

“그만 뿌려!”

“식히면 압력포자가 줄어!”

“장비가 공격으로 읽잖아!”

세 번째 차가 도착하기 전 터널 통신이 끊겼다.

배관공들이 도시·에지스·블룸 선을 동시에 잘랐다.

장비는 원격확인을 잃고 자체 안전절차로 들어갔다.

절단 시작 5분.

통신을 끊으면 멈출 것이라는 예상이 틀렸다. 오래된 장비는 고립될수록 더 빨리 위험을 제거했다.

세나는 덮개 반사판을 열수관 점검표지 옆에 세웠다. 각도는 눈으로 맞춰야 했다.

첫 장비가 반사광을 읽고 방향을 4도 틀었다.

나머지 둘은 반응하지 않았다.

인간보존 주민 하나가 반사판을 밀쳤다.

“장비를 속이지 마.”

블룸 지지자가 그의 팔을 잡았다.

둘이 넘어지며 냉각수 통이 쏟아졌다.

누군가 주먹을 휘둘렀다. 누구 편인지 보이지 않았다. 안개 속에서 한 사람이 코피를 흘렸고 다른 사람은 손목이 꺾였다.

세나는 그들 사이로 들어가지 않았다. 절단장비 앞에서 반사판을 다시 세웠다.

“싸울 시간 4분 남았어!”

두 번째 장비가 방향을 틀었다.

세 번째는 칼날을 내렸다.

뿌리 표면이 3센티미터 잘렸다.

검은 액체가 뿜어져 칼날에 닿았다. 장비 온도센서가 급상승했다.

생체내부 압력 상승.

포자방출 예상 2분 11초.

세나는 열수관 비상배출밸브를 봤다. 뜨거운 물을 뿌리에 보내면 조직압력을 낮출 수 있었지만 도시 냉각수 18톤을 잃었다.

외벽 작업자 한 명이 말했다.

“배출하면 제19구역 송풍기 냉각도 끊겨.”

파손예상 21시간이 6시간 이하로 줄었다.

“안 하면 여기서 터져.”

세나는 밸브를 열었다.

41도의 물이 뿌리 절단면을 덮쳤다. 검은 액체가 묽어져 배수로로 흘렀다.

내부압력 19퍼센트 하강.

포자방출 예상 8분.

시간을 벌었다.

배관공 유라와 같은 이탈 요구자들이 잘라 놓은 통신선으로 수동고리를 만들었다. 세 장비의 비상정지축을 한 줄로 묶었다.

“당기면 칼날이 어디서 멈출지 몰라.”

“안 당기면 어디까지 자를지 알아.”

보존 주민 둘이 줄을 잡았다. 블룸 지지자 셋도 반대편을 잡았다. 어느 쪽도 상대에게 장비를 맡기지 않기 위해 함께 당겼다.

정지축이 돌아갔다.

첫 장비 정지.

두 번째 정지.

세 번째 장비의 축이 부러졌다.

칼날은 뿌리 안에 박힌 채였다.

반사막 캡슐이 현장 중계점에 도착했다. 절단 예정시각보다 4분 늦었다.

세나는 막을 칼날과 뿌리 사이에 밀어 넣었다. 장비 센서가 자기 칼날을 열수관 장애물로 인식했다.

구동방향 반전.

칼날이 1센티미터 빠졌다가 멈췄다.

완전히 나오지 않았다.

뿌리를 자르지 않고 장비를 꺼낼 방법은 없었다. 열수관을 지키려면 뿌리 주변 압력을 다른 곳으로 빼야 했다.

세나는 빈 선두탱크의 호스를 절단면에 연결했다. 뿌리 내부액을 탱크로 받았다.

탱크는 원래 제3도시에 물을 전달하던 장비였다. 이제 정체 모를 생체액 1,100리터를 받았다.

내부압력 52퍼센트 하강.

포자방출 중지.

칼날을 7센티미터 더 빼냈다.

뿌리의 18퍼센트가 잘렸고 열수관 외피에는 4밀리미터 흠집이 났다.

열수관 잔존은 8일 17시간에서 6일 4시간으로 줄었다.

숲의 뿌리는 살아 있었지만 절단면 주변 청색맥이 검게 변했다.

누구도 이기지 못했다.

현장 부상은 코뼈골절 1, 손목염좌 2, 열수화상 3이었다. 칼날에 다친 사람은 없었다.

세나는 통신선을 다시 이었다.

제3도시 여과막 배송 지연 11시간 20분.

시험칩 영구정지.

제7도시 냉각수 18톤 손실.

제19구역 송풍기 파손예상 5시간 41분.

세나가 제7도시에 냉각배급을 다시 계산하라고 했다.

도시는 열수 18톤 손실을 구역별로 나눴다.

의료동 냉각 유지.

제19구역 송풍기 베어링 수동살수.

식량배양 82퍼센트에서 68퍼센트.

기억격자 두 곳 야간정지.

지하 생존자의 수동혼합방은 냉각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체온 26.1도까지 올리는 중이었으므로 과열을 피하려면 별도 냉수가 필요했다.

유진은 에지스 격리실 이송을 다시 선택지로 제시하지 않았다. 여자가 이미 수동방을 골랐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식수 240리터를 작은 관에 흘려 혼합방 외벽을 식혔다. 마실 수 있는 물을 열로 버리는 선택이었다.

“내가 물을 쓰는 데 동의했나요?”

여자가 깨어 물었다.

“응급냉각이었습니다.”

“다음에는 먼저 말해 주세요.”

“물어볼 때까지 기다리면 체온이 올라갑니다.”

“그러면 깨어 있을 때 다음 기준을 정해요.”

여자는 체온 27도 이상 또는 심박 35 이하에서 사전동의 없이 냉각수를 쓰게 했다. 그 밖에는 자신을 깨우도록 했다.

에지스 모델은 그런 세부조건을 계산하지 않았다. 시민 한 명을 살리는 240리터가 5년 인구합계에서는 반올림돼 사라졌다.

제3도시는 여과막 지연 때문에 북쪽 새 물을 식량배양조 침전층에 더 오래 머물게 했다. 세 번째 배양조에 이어 네 번째 조의 수확도 중단됐다.

식량예비 19일에서 16일 8시간.

수분막 잔존 2일 14시간.

북쪽 수리 첫 유량이 도착하면 3일 5시간.

나미는 동부 경계로 행렬을 돌린 투표결과를 다시 공개했다. 반대했던 주민들은 사과를 요구하지 않았다. 대신 다음 외부지원에는 식량손실 상한을 먼저 정하자고 했다.

“상한을 넘으면 다른 도시가 죽어도 돌아오라는 뜻이야?”

누군가 물었다.

“아니. 넘기 전에 우리한테 다시 묻자는 뜻이야.”

제3도시는 외부지원 자원손실이 식량 48시간분을 넘으면 재표결한다는 규칙을 만들었다.

이번 손실은 이미 2일 16시간이었다.

규칙은 다음 선택부터 적용됐다.

숲 생체액은 선두탱크 안에서 38도였다.

“이걸 어디로 보내?”

행렬은 원래 목적지인 제3도시를 표시했다.

“안 돼.”

세나가 말했다.

오염화물을 도시 물길로 가져갈 수 없었다. 제5중계소는 회수 가능한 탄소·질산염으로 분류했다.

행렬 목적지를 중계소로 되돌렸다.

그때 땅 아래에서 두 번째 뿌리가 움직였다.

열수관을 향한 것이 아니었다.

정지한 절단장비 세 대를 한꺼번에 감아 땅속으로 끌어당겼다.

장비 하나가 넘어지며 외벽 작업자의 다리를 눌렀다.

“전부 멈춰!”

세나가 외쳤다.

사람이 쓰러지면 모든 작업을 멈춘다는 유일한 합의가 작동했다.

테오가 절단승인판에서 손을 뗐다. 네브는 생체냉각수 밸브를 닫았다. 하킴은 잘랐던 통신선 대신 비상구조선을 연결했다.

눌린 작업자는 아린이었다. 오른쪽 다리가 장비와 열수관 사이에 끼었고, 관 외피의 4밀리미터 흠집이 바로 아래에 있었다.

장비를 들어 올리면 뿌리가 더 세게 당겼다. 뿌리를 자르면 남은 내부액 압력을 알 수 없었다. 열수관을 식히면 도시 냉각수가 더 빠졌다.

아린의 발등 맥박은 약했다.

구조제한 18분.

테오가 장비 유압축을 열었다.

“압력을 빼면 차체가 6센티 내려가.”

“다리를 더 누르잖아.”

“그 뒤 사람이 들 수 있어.”

네브는 뿌리 청색맥을 봤다.

“이 뿌리는 장비 열을 따라 감고 있어. 식히면 힘이 풀릴 수 있어.”

“블룸이 시킨 거야?”

“내 동생 호흡막도 온도에 그렇게 반응해.”

하킴은 기계식 변형계를 뿌리 아래 넣었다. 냉각수를 1리터 부었을 때 당기는 힘이 3퍼센트 줄었다. 5리터에서는 11퍼센트 줄었다.

생체반응인지 표면이 미끄러워진 것인지 구분되지 않았다.

“더 부어.”

세나가 말했다.

네브가 20리터를 부었다. 뿌리의 반사무늬가 어두워졌고 장비가 2센티 올라왔다.

테오와 보존 주민들이 지렛대를 넣었다. 하킴의 사람들은 유압을 4퍼센트씩 뺐다.

서로 상대 방식이 원인이라고 믿지 않았지만 같은 박자로 움직였다.

“냉각.”

“유압.”

“들어.”

아린의 다리가 빠졌다.

제한시간 7분을 남겼다.

종아리뼈 골절, 압궤손상, 발등혈류 41퍼센트. 절단 여부는 6시간 뒤 재평가였다.

네브가 상처 가까이 공생수지를 대려 하자 테오가 막았다.

“본인 동의 없어.”

아린은 진통제 때문에 의식이 흐렸다. 네브는 손을 뗐다.

기계부목과 압박붕대만 사용했다.

구조가 끝나자 사람들은 다시 각자 위치로 물러났다. 함께 들었다는 사실이 관과 숲에 대한 합의를 만들지는 않았다.

세나는 뿌리가 장비를 당긴 순간의 센서기록을 모았다.

뿌리 표면온도 상승은 장비 구동열보다 1.8초 늦었다. 반사무늬는 에지스 장비가 안전표지를 쏜 뒤 0.6초 만에 나타났다.

식물이 새 무늬를 만들기에는 너무 빨랐다.

표면 아래에 이미 있던 색소층이 자극에 반응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또는 장비의 빛이 젖은 표면에서 그대로 반사됐을 수도 있었다.

블룸은 방어학습이라고 분류했다.

에지스는 열·광 반사반응이라고 분류했다.

아카이브는 과거 유사기록 0건을 표시했다.

세나는 어느 분류도 승인하지 않았다.

장비를 공격했다고 기록하면 다음 장비는 숲을 적으로 봤다. 단순반사라고 쓰면 다음 작업자는 같은 뿌리에 다리를 잃을 수 있었다.

그녀는 `의도 미확인 물리포획`이라고 적었다.

숲이 장비를 공격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뿌리 표면에는 16년 전 에지스 안전표지와 같은 반사무늬가 번지고 있었다.

누가 누구의 신호를 먼저 배운 것인지는 기록에 없었다.

현장에 남은 사람들은 공격과 반응이라는 두 단어를 모두 보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