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36 / 50
아린의 다리를 살릴 결정시간은 14분이었다.
발등혈류 19퍼센트.
종아리 압력 상승.
의식수준 불충분.
에지스는 무릎 아래 절단을 권고했다.
생존확률 94퍼센트.
패혈성 쇼크 8퍼센트.
블룸은 생체수지로 혈관과 근육을 연결하자고 했다.
생존확률 89퍼센트.
다리기능 유지 61~78퍼센트.
공생전환 범위 예측 불가.
세나는 세 번째 선택을 찾았다. 절단장비 유압관을 잘라 임시혈관으로 넣으면 발에 피를 보낼 수 있었다.
생존확률 71~86퍼센트.
다리기능 미정.
금속독성·혈전 위험 높음.
아린은 진통제와 압궤쇼크로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름을 부르면 눈을 떴지만 세 선택의 차이를 되풀이하지 못했다.
의료기록에 사전지시는 없었다.
“절단한다.”
테오가 말했다.
“생존확률이 가장 높아.”
네브가 반박했다.
“공생수지가 거의 같은 확률로 다리를 살려.”
“대신 다른 몸이 되지.”
“다리 없는 몸은 원래 몸이야?”
하킴은 두 사람 사이에 수동압력계를 놓았다.
“둘 다 아린 대신 고르려고 왔어.”
“기다리면 다리가 죽어.”
테오가 말했다.
“그래서 임시혈관으로 시간을 사.”
“성공확률이 가장 낮아.”
“결정할 사람을 살려 두는 확률이야.”
에지스는 현장 안전책임자에게 긴급대리권을 요청했다. 엘리아스의 승인이 있으면 절단을 시작할 수 있었다.
블룸도 생체응급권을 요청했다. 호흡·순환 손실이 임박했을 때 공생조직을 붙일 수 있는 권한이었다.
두 계층 모두 당사자가 답하지 못하는 시간을 자기 권한으로 채우려 했다.
엘리아스는 절단 승인 화면을 열었다.
노아가 물었다.
“아린 가족은?”
“도시 2에 있습니다. 연결까지 23분.”
“가족이 대신 고르면?”
“법적 대리권이 있습니다.”
“아린이 가족한테 자기 다리 맡긴 적은?”
“사전지시가 없습니다.”
“없다는 게 동의는 아니잖아.”
엘리아스의 손가락이 승인란 위에 멈췄다.
아린 발등혈류 16퍼센트.
결정시간 10분.
세나는 유압관을 삶을 시간이 없었다. 열수관에서 41도 물을 받아 내부를 씻고 중계소 탄소막 조각으로 걸렀다. 멸균이 아니라 오염량을 낮추는 과정이었다.
하킴이 관의 합성고무 피복을 벗겼다. 네브는 생체수지를 쓰지 않고 아린의 찢어진 혈관 끝을 찾았다. 테오는 절단용 죔줄을 준비했다.
서로 다른 선택을 원하는 네 사람이 임시혈관 실패 때 절단할 준비까지 함께 했다.
“승인 없이 넣으면 이것도 강제치료야.”
테오가 말했다.
“제거 가능한 임시조치야.”
“금속독성 생기면 못 되돌려.”
“다리 자르는 것보다 되돌릴 수 있어.”
유진이 원격으로 의식회복제를 제안했다. 혈압을 떨어뜨려 쇼크를 악화시킬 수 있지만 60~120초 판단능력을 돌릴 가능성이 있었다.
“그 약 자체에 동의 못 받았어.”
세나가 말했다.
“동의를 받기 위해 위험을 주는 거야.”
“안 쓰면 동의 없이 더 큰 치료를 하게 돼.”
결정시간 7분.
엘리아스가 의식회복제만 승인했다. 절단 승인은 보류했다.
세나가 아린의 정맥에 약을 넣었다.
혈압이 71에서 58로 떨어졌다.
아린의 눈이 열렸다.
유진은 선택을 세 문장으로 줄였다.
“다리를 자르면 살 확률이 가장 높습니다. 검은 수지를 넣으면 다리를 살릴 가능성이 높지만 몸이 변할 수 있습니다. 임시 금속관은 둘을 미루지만 감염과 혈전 위험이 큽니다.”
“얼마나 미뤄요?”
아린이 물었다.
질문을 이해했다.
“두 시간에서 여섯 시간.”
“그때 내가 다시 고를 수 있어요?”
“의식이 유지되면요.”
“관부터.”
“살 확률이 낮아집니다.”
“알아요. 관부터.”
아린은 같은 답을 두 번 했다.
“수지가 싫어서입니까?”
네브가 물었다.
“아니. 다리 자르는 것도, 수지 넣는 것도 깨어서 고를래.”
의식은 83초 유지됐다.
세나와 하킴이 유압관을 혈관 사이에 넣었다. 네브는 공생수지 대신 봉합실로 연결했고 테오는 죔줄을 풀었다.
발등혈류 9퍼센트.
14퍼센트.
31퍼센트.
임시관이 피를 보냈다.
결정시간은 4시간 20분으로 늘었다.
금속관 안쪽 오염 때문에 항생제와 킬레이트제가 필요했다. 제7도시에는 둘 다 있었지만 현장까지 3시간 11분이었다.
제5중계소 행렬을 다시 돌리면 1시간 18분에 약을 보낼 수 있었다. 대신 생체액 1,100리터 처리와 제3도시 여과재 배송이 더 늦었다.
제3도시 새 규칙에 따라 식량 48시간분 초과손실은 재표결해야 했다.
이미 손실은 2일 16시간이었다.
나미가 북쪽 수리조와 제3도시 투표를 열었다.
“사람 한 명 약 때문에 도시 식량을 더 늦추는 건가?”
“그 사람을 살릴 약이야.”
“절단하면 약이 덜 필요해.”
“아린이 관부터 골랐어.”
투표는 약 배송 찬성 603, 반대 417, 기권 106이었다.
행렬이 다시 동부 경계로 향했다.
여과막 총지연 14시간 07분.
제3도시 식량예비 15일 21시간.
아린의 선택 비용을 도시 전체가 나눴다. 아린 개인 배급에서 빼지 않았다.
행렬은 1시간 24분 뒤 약을 가져왔다. 예상보다 6분 늦었다. 선두 운반기가 뿌리에 끌려간 절단장비를 장애물로 읽어 두 번 우회했기 때문이다.
임시관 안에는 이미 작은 혈전 세 개가 생겼다. 항생제와 킬레이트제를 넣자 혈압이 다시 떨어졌다.
아린은 두 번째 의식회복제를 쓰지 않았다. 처음 투여 뒤 혈압저하가 커서 이번에는 스스로 깨어날 때까지 28분을 기다렸다.
발등혈류 27퍼센트.
결정여유 1시간 06분.
아린이 눈을 떴을 때 유진은 새 결과를 설명했다.
절단 생존 93퍼센트.
공생수지 생존 87퍼센트, 기능유지 58~74퍼센트.
기계혈관 영구치환 생존 82퍼센트, 기능유지 31~69퍼센트.
임시관 추가유지는 6시간 내 혈전위험 64퍼센트.
“수지 넣으면 어디까지 변해요?”
“종아리 안에서 멈출 수도 있고 허벅지 혈관을 따라갈 수도 있어요.”
“기계관은?”
“두 번 이상 교체해야 할 수 있고 니켈을 계속 거를 약이 필요합니다.”
“다리 자르면?”
“현재 도시 재료로 의족은 만들 수 있지만 미세제어 칩은 없습니다.”
모든 선택에는 다섯 해 뒤가 아니라 다음 달의 물건이 필요했다.
아린은 테오와 네브, 하킴을 차례로 봤다.
“각자 내가 뭘 고르길 바랐는지 들었어요.”
테오가 고개를 숙였다.
“미안해.”
“의견 말한 게 아니라 내 다리 앞에서 싸운 게요.”
네브가 말했다.
“맞아.”
“이제 셋 다 나가 주세요.”
세 사람이 치료막 밖으로 물러났다. 세나와 유진만 남았다.
아린은 기계혈관을 골랐다.
“공생이 싫어서가 아니에요. 지금 내 몸이 어떤지 모르는 상태에서 살아서 퍼지는 걸 고르고 싶지 않아요. 절단은 혈관이 실패하면 다시 고를 수 있고요.”
영구 기계관은 임시관보다 굵었다. 절단장비의 구동유를 빼고 내부를 탄소막으로 여섯 번 씻었다. 완전멸균은 불가능했다.
유진이 연결하는 동안 세나는 혈류와 관압을 손으로 조절했다.
첫 연결에서 봉합부가 샜다. 피 140밀리리터를 잃었다.
두 번째 봉합 뒤 발등혈류 38퍼센트.
55퍼센트.
기능유지 예상 44~71퍼센트.
절단 재평가는 48시간 뒤로 미뤄졌다.
아린은 다리를 확실히 살리지 못했다. 대신 자기 선택으로 다음 결정을 미뤘다.
테오는 치료가 끝난 뒤 보존선 기록에 아린을 ‘비공생 치료 선택’으로 넣으려 했다.
아린이 삭제를 요구했다.
“나는 당신들 편을 고른 게 아니에요.”
네브도 전환권 기록에 ‘공생 선택 배제 사례’로 쓰려다 철회했다.
한 사람의 치료는 세력의 승리가 아니었다.
베크는 압력문 옆에서 쓰러졌다.
체온 40.0도.
검은 반점은 종아리 둘레의 23퍼센트까지 넓었다. 붉은 가장자리가 무릎 방향으로 올라왔다.
사라는 그를 공장 임시생활실로 데려갔다.
“항염제를 쓰면 독성 면역반응은 줄어요. 감염이면 번질 수 있어요.”
“또 같은 선택이네.”
“이번엔 자료가 하나 더 있어요.”
땀 속 니켈은 높았고 외부 균사 단백질도 늘었다. 독성과 감염이 함께 있을 가능성이 컸다.
전량 항염제는 감염위험이 컸다. 쓰지 않으면 과잉염증으로 혈관이 막힐 수 있었다.
베크가 물었다.
“반만 쓰면?”
“둘 다 충분히 못 잡을 수 있어요.”
“시험할 수 있어?”
사라는 양팔 피부에 극소량을 달리 투여하고 20분 반응을 보는 방법을 제시했다. 치료가 늦어지는 비용이 있었다.
베크는 동의했다.
왼팔 미량 항염.
오른팔 대조.
20분 뒤 왼팔 붉은 반응은 31퍼센트 줄었고 균사 대사신호는 8퍼센트 늘었다.
과잉염증과 감염이 동시에 있었다.
사라는 전량의 37퍼센트만 투여하고 항균여과를 병행했다.
체온은 39.4도까지 내려갔지만 검은 조직은 멈추지 않았다.
베크가 말했다.
“자르게 되면 나 깨어 있을 때 물어.”
사라는 그 문장을 사전지시로 저장했다.
37퍼센트 투여 뒤 두 시간이 지나자 체온은 38.9도에서 더 내려가지 않았다. 검은 반점 중심부에서는 통증감각이 사라졌고 가장자리만 타는 듯 아팠다.
사라는 4밀리미터 조직을 떼어 배양했다. 절개 전에 베크가 표본 열람권을 지정했다.
사라 단독진단 허용.
블룸 자동전송 금지.
에지스 격리판정에는 농도수치만 제공.
“왜 블룸은 안 돼?”
“조직이 산 걸 확인하면 몸 전체 연결을 권할 테니까.”
“에지스는?”
“검은 게 있다는 이유로 다리부터 격리할 테고.”
“사라는 다를 거라고 믿어?”
“아니. 내가 중지할 수 있어서 고르는 거야.”
배양결과 외부 균사는 인간 혈청 없이 증식하지 못했다. 니켈농도가 낮아지면 오히려 성장속도가 올랐다. 금속독성을 치료하면 균사가 빨라질 수 있었다.
둘을 동시에 줄이려면 혈청공급을 낮추고 니켈을 천천히 제거해야 했다. 그러면 다리 혈류가 줄었다.
사라는 종아리 냉각과 단계적 킬레이트를 제안했다.
보행금지 최소 31시간.
신경손상 위험 18~33퍼센트.
베크는 동의했다.
압력문까지 달린 대가로 그는 다음 외부작업에서 빠졌다. 누군가는 영웅이라고 불렀고, 그는 자기 이름 옆에서 그 단어를 지워 달라고 했다.
“칩을 죽이고 문을 연 거야. 결과가 필요해서 한 일이지, 좋은 사람이 돼서 한 게 아니야.”
제7도시 지하 생존자도 아린의 치료논쟁을 들었다. 얼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의료진은 비슷한 상황에 적용할 사전기준을 물었다.
여자는 하루 세 질문 가운데 하나를 사용했다.
“내가 답하지 못하면 현재 연결을 유지하세요. 떼거나 더 붙이지 말고.”
“유지하면 죽을 가능성이 더 높을 때는요?”
“죽음이 임박하고 되돌릴 수 있는 임시조치가 있으면 그것만.”
“임시조치가 없으면?”
여자는 오래 생각했다.
“그때는 가장 많이 살리는 걸 하지 말고, 가장 적게 바꾸는 걸 하세요.”
에지스는 정의가 불충분하다고 했다. 유진은 구체화했다.
공생기관 추가 금지.
기억접속 확대 금지.
인간형 기관 절제 금지.
세 금지 가운데 하나라도 위반해야 생존하는 경우 의료진 2명과 시민감시 2명이 최소변경을 기록하고 집행한다.
여자는 동의했다.
리나는 같은 기준을 제안받았다.
“내가 답 못 하면 아빠가 정해?”
유진이 답했다.
“네가 지정하면요.”
다니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리나는 사라와 아샤를 공동대리인으로 지정했다. 두 사람이 다르게 판단하면 현재 순환을 유지하고 기다린다.
다니엘을 지정하지 않았다.
“알겠어.”
다니엘이 말했다.
그는 항의하지 않았다.
북쪽 수리조에서는 세 집단이 최소규칙을 만들었다.
인간형 신체 보존을 우선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을 `보존선`이라 불렀다. 강제절단은 반대하지만 공생조직의 도시망 편입에는 사전승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환 선택을 지키는 사람들은 `전환권`이라는 말을 썼다. 전환을 강요하지 않는 것과 전환을 치료실에서 배제하지 않는 것을 함께 규칙으로 삼았다.
중앙통제를 거부하는 사람들은 이름 투표부터 거부했다. 바깥에서는 그들을 `이탈자`라고 불렀지만 당사자들은 자기들을 하나의 집단으로 보지 않았다.
유라는 말했다.
“우린 같은 곳으로 가는 게 아니라, 누가 길을 하나로 만드는 걸 거부하는 거야.”
세 집단 모두 내부에서 갈렸다. 보존선 안에도 리나의 수술거부를 지지하는 사람이 있었고, 전환권 안에도 블룸 중앙망 연결을 거부하는 사람이 있었다. 이탈자 중 일부는 회랑 기계와의 계약을 원했고 일부는 모든 자동계층을 끊자고 했다.
이름은 경계를 선명하게 했지만 사람을 완전히 담지 못했다.
이안과 유라의 귀환썰매는 예정대로 출발했다.
이안 가역구간 중앙값 8일 2시간.
제7도시 도착예상 5일 16시간 남음.
미라는 출발점까지 같이 걸었다. 썰매에는 빈 부품상자와 물 9리터, 독립 여과기 하나가 실렸다.
“손 느려지면 운전하지 마.”
“유라가 해.”
“감각 섞이면 바로 말하고.”
“알아.”
“아카이브 연결은—”
“안 쓸게.”
이안이 먼저 말했다.
“더 할 말 있어?”
미라는 아이를 안으려다 멈췄다.
“안아도 돼?”
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미라는 짧게 안았다. 아이가 먼저 팔을 풀 때 놓았다.
“같이 안 가서 미안해.”
“미안하다고 선택이 없어지는 건 아니잖아.”
“알아.”
“그래도 말해도 돼.”
썰매가 남쪽으로 움직였다.
미라는 뒤따라가지 않았다.
유라는 첫 2킬로미터를 아무 말 없이 운전했다. 썰매의 왼쪽 궤도가 진흙에 미끄러질 때마다 속도를 줄였다. 이안이 길을 감지해 보겠다고 하지 않도록 일부러 지도를 크게 띄워 두었다.
“독립검사장비는 진짜 있어?”
이안이 물었다.
“완성된 건 없어.”
“그럼 왜 있다고 한 것처럼 말했어?”
“만들자고 했지, 있다고 안 했어.”
“뭘로 만들어?”
유라는 가져온 부품상자를 열었다. 회랑이 폐기한 압력센서, 제3도시의 피부전도계, 제2재생공장 불량 측정칩 두 개가 있었다.
“각각은 정확하지 않아. 셋이 같은 변화를 보일 때만 기록할 거야.”
“에지스 검사보다 나아?”
“느리고 덜 정확해.”
“그럼 왜 써?”
“원자료가 아카이브나 블룸으로 자동으로 안 가.”
이안은 오른손을 폈다. 약지와 소지가 0.7초 늦었다. 출발 전보다 0.3초 더 느려졌지만 진동하는 썰매 위 측정이라 오차가 컸다.
유라는 세 센서를 붙이지 않았다.
“지금 재고 싶어?”
“미라가 바로 말하라고 했어.”
“미라가 말한 것과 네가 원하는 건?”
이안은 잠시 생각했다.
“알고 싶어.”
측정은 썰매를 세우고 했다. 피부전도계는 악화를, 압력센서는 변화없음을, 불량칩은 오히려 반응개선을 표시했다.
셋이 일치하지 않았다.
“결과 없음.”
유라가 말했다.
“내 손이 나빠진 건 보여.”
“보이지만 원인이 신경인지 추위인지 흔들림인지 몰라.”
그들은 30분 뒤 같은 자리에서 다시 재기로 했다. 답이 없다는 사실을 실패가 아니라 결과로 남겼다.
유라는 미라에게 `관찰상 지연 증가, 계측 불일치, 연결 사용 없음`만 보냈다. 원파형은 이안 손목에 남겼다.
“미라가 더 달라고 하면?”
“네가 정해.”
이안은 30분 뒤 자료까지 보고 결정하겠다고 했다.
썰매는 다시 남쪽으로 갔다.
제7도시에서 다니엘은 리나의 공동대리인 지정이 끝난 뒤 혼자 의료동 밖으로 나왔다.
그의 개인단말에는 43초 화면차단 때 생성된 임시색인이 남아 있었다. 엘리아스가 기억격자 전력을 빼는 동안 공동승인 잠금이 흔들렸고, 다니엘 화면에 열려 있던 리나의 폐·공생막 모형이 자동복사된 것이었다.
원본은 아니었다.
해상도 61퍼센트.
검은 생체선 마디와 인간형 폐잔존, 배양조 순환반응이 들어 있었다.
다니엘은 임시색인을 삭제하려 했다. 삭제화면에는 이 자료가 리나의 공동승인 원본에서 분리돼 개인단말 소유로 바뀌었다고 표시됐다.
삭제권한 보유.
재전송권한 보유.
개인단말 규칙으로는 그의 자료였다.
몸의 출처는 리나였다.
그는 의료동으로 돌아가 배양조 앞에 섰다. 리나는 검은 생체선 마디를 하나씩 세고 있었다.
“아까 공동대리인에서 아빠 뺀 거,”
다니엘이 말했다.
리나가 돌아봤다.
“화났어?”
“아니.”
“거짓말.”
“섭섭하지만 네가 왜 그랬는지는 알아.”
“그러면 둘 다 말하면 되잖아.”
다니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섭섭해. 그래도 반대 안 해.”
리나는 막을 조금 더 투명하게 했다.
“아빠가 대신 안 정하면 나중에 바꿀 수도 있어.”
그 말은 다니엘에게 작은 가능성처럼 들렸다. 신뢰가 돌아오는 가능성과 수술을 다시 고를 가능성을 그는 분리하지 못했다.
“이안 손은 더 느려졌대.”
“알아.”
“너하고 같은 변화인지 알 수 있으면—”
“같은 숫자라고 같은 게 아니랬잖아.”
“그래도 확인은 해야 하지 않을까?”
“내 자료로?”
질문이 정확히 닿았다.
다니엘의 단말 안에는 이미 자료가 있었다.
“공동승인 없이는 안 해.”
그가 말했다.
리나는 그 말을 약속으로 받아들였다.
“응.”
다니엘은 자료가 공동승인 잠금 밖으로 복사됐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그가 의료동을 나갈 때 리나는 막을 불투명하게 바꾸지 않았다.
그래서 배신은 이전보다 쉬워진 것이 아니라 더 무거워졌다.
리나가 지정한 공동승인에는 닿지 않는 파생자료였다. 그러나 몸을 비교하기에는 충분했다.
에지스가 계보 09 확인을 위해 자료제공을 요청했다.
대상 보호가능성 향상.
강제치료 계획 생성 아님.
다니엘은 요청을 세 번 닫았다.
네 번째에는 이안의 손 신경 가역구간과 리나의 생체선 시간이 나란히 떴다.
5일 16시간.
8일 21시간.
그는 리나를 수술시키려고 자료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고 스스로 말했다. 두 아이의 변화가 같은 계보인지 확인하려는 것뿐이라고 했다.
다니엘은 임시색인을 에지스에 전송했다.
리나에게 묻지 않았다.
사라와 아샤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에지스는 4초 만에 자료를 받았다.
계보 09 일치가능성 68퍼센트.
강제치료 계획 생성 아님이라는 문장은 사라졌다.
대신 새 문장이 나타났다.
두 대상 동시격리 권고.
권고 아래에는 집행조건이 붙었다.
신경 가역구간 72시간 미만 또는 생체선 순환입구 접촉.
둘 중 하나가 발생하면 보호자 동의 없이 이송 가능.
다니엘은 전송취소를 눌렀다.
이미 배포된 비교결과는 회수되지 않았다.
보호는 다시 한 번, 당사자보다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보호를 멈출 권한은 자료를 보낸 사람에게도 남아 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