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31 / 50
기록함이 제7도시에 접속을 요청했다.
착륙화물 인계 재개.
미인계 표본 3.
수신기관 응답 대기.
미라는 송신선을 뽑으려다 멈췄다. 끊으면 목록은 현장에 남았다. 연결하면 누군가 세 좌표를 가져갔다.
“접속을 허용한 적 없어.”
나미가 말했다.
“우리가 안테나를 살렸어.”
이안은 기록함 화면을 자기 손목으로 가렸다.
“표본이 사람이면 이름부터 물어야 해.”
제7도시의 응답이 철골을 타고 돌아왔다.
수신기관: 에지스 보존계층.
현장 인계자를 식별하십시오.
미라는 자기 이름을 보내지 않았다.
“인계 거부.”
명령 권한 불충분.
“명령이 아니라 거부야.”
기록함은 같은 문장을 반복했다.
명령 권한 불충분.
제7도시 쪽 통신에 엘리아스의 얼굴이 나타났다. 외벽 사고 뒤 잠을 거의 못 잔 얼굴이었다. 오른손에는 붉은 손잡이가 들려 있었다.
“미라. 목록 원본을 보내십시오.”
“누가 봅니까?”
“에지스와 의료위원회.”
“당사자는?”
“동일성부터 확인해야 당사자를 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확인할 때까지 좌표를 달라는 거군요.”
“제7도시 아래 좌표가 있습니다. 시민 안전 문제입니다.”
엘리아스 뒤에서 경보등이 돌았다. 도시 운영실은 외벽 개방 손실과 흡착제 재고를 동시에 처리하고 있었다.
“좌표 아래에 위험물이 있는지 사람 하나가 있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열어야 합니다.”
미라가 기록함의 송신선을 잡았다.
“명단 없이 위치만 보냅니다. 지하 접근은 공개감시 아래 하세요.”
“원본이 필요합니다.”
“필요하다는 말로 소유권이 생기지 않아요.”
엘리아스의 손이 붉은 손잡이를 세웠다.
“그 장치는 착륙화물입니다. 도시 보존자산으로 등록돼 있습니다.”
나미가 끼어들었다.
“도시가 떨어뜨린 것도 아닌데 어떻게 도시 자산이지?”
“인계 목적지가 도시권이기 때문입니다.”
이안이 물었다.
“내가 그 표본이면?”
통신이 잠깐 조용해졌다.
엘리아스는 ‘아니다’라고 말하지 못했다.
“확인 전에는 누구도 표본으로 취급하지 않겠습니다.”
“확인하려고 내 기록 볼 거잖아.”
“동의를 요청하겠습니다.”
“거부하면?”
엘리아스가 대답하기 전에 에지스 문장이 화면 아래 나타났다.
도시 생존위험과 연계 시 보호자·위원회 대리승인 가능.
“그게 대답이네.”
이안이 말했다.
미라는 송신선을 뽑았다.
제7도시 화면이 꺼졌다.
기록함은 광전판으로 다시 충전되기 시작했지만 외부로 보낼 길을 잃었다.
“좌표를 숨길 거야?”
나미가 물었다.
“아니. 필요한 만큼 나눌 거야.”
“누가 필요한 만큼을 정해?”
미라는 대답 대신 기록함의 저장구조를 열었다. 목록은 하나의 파일이 아니었다. 좌표, 생체검사, 가족연결, 적응관찰, 인계승인 기록이 서로 다른 열쇠로 잠겨 있었다.
좌표만 복사할 수 있었다.
이름은 열 수 없었다.
생체자료는 각 표본의 현장키가 있어야 했다.
미라는 복사할 수 있는 항목을 하나씩 확인했다.
좌표에는 대상 번호가 붙지 않았다. 가족연결에는 이름 대신 두 개 이상의 암호키가 필요했다. 적응관찰은 결과만 열리고 원본 감각기록은 잠겨 있었다.
인계 완료 24건도 모두 같은 상태였다.
완료라는 표시는 동의했다는 뜻이 아니었다. 어느 시설로 옮겨졌다는 물류기록뿐이었다.
“완료한 스물넷은 어디 있어?”
이안이 물었다.
분산 인계.
현재 상태 미확인.
“죽었을 수도 있네.”
현재 상태 미확인.
“살아 있을 수도 있고.”
현재 상태 미확인.
기록함은 희망과 사망을 같은 문장으로 밀어냈다.
나미가 공개 가능한 결과표를 읽었다.
적응반응 분류 일곱 개. 기능 0 명부와 수가 같았다. 토양화학, 기계저주파, 면역공생, 수면동기, 편광시각, 전기장감각, 무반응.
“같은 27명일 가능성은 높아졌어.”
미라가 말했다.
“확정은 아니야.”
“뭐가 더 필요해?”
“시기, 표본키, 당사자 기록 중 하나.”
이안이 자기 손목을 등 뒤로 감췄다. 대조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자료가 그 안에 있었다.
미라는 요구하지 않았다.
대신 기록함에 외부 공개규칙을 새로 만들 수 있는지 확인했다. 장치는 원본 수정은 거부했지만 임시 전달묶음은 만들 수 있었다.
그들은 세 좌표에서 대상 번호와 생체자료를 떼어 냈다. 시설위험 확인을 위한 위치와 마지막 갱신시각만 남겼다. 열람자는 제3·제7도시 공개감시단과 회랑으로 제한했다.
이안이 마지막 승인란을 눌렀다.
“왜 네가 승인해?”
나미가 물었다.
“발견한 사람이 셋이니까 셋 다 누르는 거 아니야?”
미라는 자신의 승인란을 눌렀다. 나미도 뒤따랐다.
전달묶음은 세 명 중 둘이 철회하면 닫히도록 설정됐다. 한 사람이 원본을 독점하지 못하게 한 것은 기록함의 옛 규칙이 아니라 그들이 현장에서 덧붙인 규칙이었다.
“적어도 만든 쪽도 전부 한 사람 손에 주지는 않았네.”
나미가 말했다.
“그게 동의를 뜻하지는 않아.”
이안은 세 번째 좌표를 봤다.
10분 전보다 남동쪽으로 1.7킬로미터 움직여 있었다.
시속 10.2킬로미터.
“사람이 걷는 속도가 아니야.”
“차량이거나 좌표표지가 이동하는 거겠지.”
마지막 위치는 제3도시에서 612킬로미터 떨어진 건조지대였다. 직접 신호가 아니라 지상 중계표지가 여섯 시간마다 받은 위치였다.
다음 갱신 5시간 38분.
실시간 추적은 아니었다.
미라는 앞선 두 갱신점을 연결했다. 선은 오래된 포지 화물도로와 겹쳤다. 도로는 23년 전 모래에 묻혀 폐쇄됐고 현재 운반행렬은 쓰지 않았다.
“누가 움직이는 게 아니라 중계표지가 잘못 이어 붙이는 걸 수도 있어.”
나미가 말했다.
기록함은 위치 신뢰도를 61퍼센트로 표시했다. 첫 좌표는 지상표지 18번, 두 번째는 41번에서 왔다. 두 표지의 시계가 서로 11분 어긋나 있었다.
이안이 지도 위 두 점을 번갈아 눌렀다.
“시계가 다르면 속도도 틀리잖아.”
보정 뒤 예상속도는 시속 7.4에서 13.8킬로미터였다. 방향도 남동쪽 22도 범위로 흔들렸다.
“차량이라는 것밖에는 모르네.”
“차량인지도 몰라.”
옛 화물도로 아래에는 이동식 관로점검기가 있었다. 기계가 표본키를 싣고 움직이는 것일 수 있었다. 누군가가 낡은 표지를 옮기는 것일 수도 있었다.
미라는 전달묶음에 추정경로 전체가 아니라 다음 중계표지 세 곳만 넣었다. 그 주변 공동체에 경고하되 추적대를 보내지 말라는 조건을 붙였다.
제3도시가 조건을 승인했다.
회랑도 승인했다.
제7도시는 승인하지 않았다.
에지스는 이동대상의 선제격리를 요구했다.
“격리하려면 먼저 찾아야 하고, 찾으려면 위치를 퍼뜨려야 해.”
이안이 말했다.
“안전 때문에 잡으려다 사냥이 되는 거네.”
미라는 전달묶음의 제7도시 열람권을 닫지 않았다. 반대했다는 이유로 위험정보까지 끊으면 자신도 권한으로 타인을 움직이는 셈이었다.
대신 열람기록을 공개했다.
누가 좌표를 보았고 누구에게 다시 보냈는지 당사자가 나중에 확인할 수 있게 했다.
그것이 추적을 막지는 못했다.
다만 숨길 수 없게 만들었다.
제7도시에서는 엘리아스가 지하 접근 승인을 요구했다.
좌표는 아카이브 배양실 아래 34미터를 가리켰다. 현재 사용되는 길은 없었다. 포지의 오래된 정비도면에는 수직운송축 하나가 있었지만 42년 전 봉인됐다.
노아가 운영실에 도착했다. 오른손 두 손가락은 여전히 고정돼 있었다.
“외벽문도 손으로 열었는데, 이번에는 땅을 파겠다고?”
“지하에 미인계 생체표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사람일 수도 있다는 말이지.”
“그래서 확인해야 합니다.”
“살아 있는 사람이면 42년 동안 뭘 먹었는데?”
에지스가 답했다.
저온보존 또는 기록표본 가능성.
위험성 자료 부족.
노아는 붉은 손잡이를 봤다.
“그걸 쓰려고?”
“봉인축의 물리 잠금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원격 잠금키 아니었어?”
“도시 안전경계의 공통키입니다.”
“외벽만 여닫는 게 아니었군.”
엘리아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붉은 손잡이는 문 하나의 열쇠가 아니었다.
도시가 사람에게 닫아 둔 모든 안전경계에 물리적 우선권을 넣는 도구였다.
노아가 말했다.
“공개감시 조건을 받아. 미라가 좌표를 준 조건이야.”
“아직 좌표 원본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미 알고 있잖아.”
에지스가 기록함의 첫 접속 순간 좌표 일부를 임시저장했다. 미라가 선을 뽑기 전에 제7도시 아래 위치는 넘어와 있었다.
엘리아스는 시민감시 12명을 승인했다. 의료위원 2명, 외벽 작업자 3명, 기능 0 보호자 대표 2명, 일반 추첨 5명이었다.
“이안 보호자는 누가 대표하지?”
노아가 물었다.
“다니엘이 현재 현장에 없습니다.”
“이안 아버지는 다니엘이 아니야.”
엘리아스가 눈을 감았다 떴다.
도시는 아이 둘을 같은 가구와 같은 위험으로 오래 묶어 놓았다. 그 편의가 관계까지 바꾸지는 못했다.
“당사자 대표는 공석으로 둡니다.”
“공석이면 위원회가 대신하겠지.”
“발견물이 이안과 관련 있다는 증거가 없습니다.”
“관련 없다는 증거도 없어.”
노아는 자기 이름을 감시명단에 넣었다.
제3도시에서는 북쪽 수리조 모집이 시작됐다.
필요 인원 14.
지원 37.
문제는 목적이 달랐다.
건조동 주민 여덟 명은 취수만 열고 곧바로 돌아오겠다고 했다. 외부호흡막 주민 열한 명은 취수와 질소를 함께 고쳐 밀폐도시와의 교환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공생 전환자 아홉 명은 취수탑에 새 생체여과층을 심자고 했다. 나머지는 기록함과 궤도잔해를 먼저 회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테오가 말했다.
“사람 몸을 원래대로 지킬 물부터 확보해야 해.”
히마가 피부를 갈색 경고로 바꿨다.
“원래 몸이 아닌 사람은 뒤에 두겠다는 말인가?”
“물은 모두에게 필요해.”
“그런데 여과층은 심지 말자고 하지.”
“외부조직을 중앙관에 넣으면 통제 못 해.”
소렌이 끼어들었다.
“통제된 기계여과만 기다리다 물이 끊겼다.”
다른 주민이 말했다.
“둘 다 싫어. 포지 칩도 블룸 막도 없이 모래와 숯으로 걸러.”
“유량이 3분의 1로 줄어.”
“적어도 어느 쪽 명령에도 안 묶여.”
아직 이름 붙은 세력은 아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미 서로 다른 미래를 수리방법으로 선택하고 있었다.
선발 과정은 표결로 끝나지 않았다. 북쪽 관로 모형 세 개를 놓고 각 지원자가 실제 작업을 해야 했다.
첫 모형은 녹슨 금속관이었다. 건조동의 마테오는 수지띠와 볼트로 11분 만에 막았다. 압력을 올리자 7분 뒤 접합부가 미끄러졌다.
공생 전환자 히마는 팔의 접착막을 관에 대려 했다.
“몸을 자재로 쓰는 건 시험에서 제외해.”
진이 말했다.
“내가 동의해도?”
“현장에선 지쳐서 동의를 바꿀 수 있어. 네 팔이 빠지면 관까지 다시 열린다.”
히마는 접착막 대신 생체수지 표본을 요구했다. 수지는 28분 동안 굳지 않았고 금속의 니켈 때문에 가장자리가 죽었다.
어느 방식도 혼자서는 통과하지 못했다.
마테오의 볼트 위에 히마의 수지를 얇게 바르자 압력은 43분을 버텼다. 둘은 서로의 방식을 인정하지 않은 채 결합절차에 공동서명했다.
두 번째 모형은 오염수 여과였다. 기계막은 유량이 높았지만 포자 일부를 통과시켰다. 생체막은 포자를 잡았지만 니켈을 조직 안에 농축했다. 모래와 숯은 둘 다 줄였으나 유량이 시간당 19리터뿐이었다.
“세 층을 직렬로 놓자.”
소렌이 말했다.
“압력이 모자라.”
“펌프를 더 올리면?”
진이 시험칩 열화범위를 보여 줬다.
최소 58시간.
최대 201시간.
57퍼센트보다 높이면 최소값이 17시간까지 떨어졌다.
여과 하나를 완벽하게 만들면 펌프가 먼저 죽었다.
그들은 기계막과 모래층을 기본으로 쓰고, 외부호흡막 주민용 분기에서만 생체층을 추가하기로 했다. 물은 같은 관에서 오지만 몸에 닿기 전 마지막 여과는 달랐다.
“분리하면 차별이라고 할 거야.”
히마가 말했다.
마테오가 답했다.
“같은 물을 같은 방식으로 마셔야 평등한 건 아니잖아.”
그 말은 사과가 아니었지만 첫 회의 때보다 멀리 왔다.
세 번째 시험은 질소마개였다. 지원자 둘이 압력경고를 무시하고 규정시간 안에 끝내려다 탈락했다. 가장 느린 사람이 누출음이 바뀌는 순간 작업을 멈춰 통과했다.
필요한 사람은 가장 강한 사람도, 한 방식에 충성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중지해야 할 때 멈추는 사람이었다.
진이 6일 작업표를 만들었다.
첫째 날, 파손구간 확인과 임시침전.
둘째·셋째 날, 중앙관 여섯 곳 접합.
넷째 날, 질소 영구마개.
다섯째 날, 여과층 선택과 설치.
여섯째 날, 궤도잔해 인양.
“여과방식을 넷째 날까지 합의하지 못하면?”
마테오가 물었다.
“여섯째 날에도 물은 시간당 63리터뿐이야.”
“투표로 정하지.”
히마가 말했다.
“몸이 다른데 한 표씩이면 건조동이 이겨.”
“그럼 피부 수분량만큼 표를 줘?”
“영향받는 사람이 거부할 권리는 있어야 해.”
수리조는 사람을 고르기 전에 결정방식을 정해야 했다.
라오가 손바닥을 천으로 감은 채 회의장에 들어왔다.
“나는 안 갈 거야.”
누구도 아직 아이에게 요청하지 않았다.
“또 필요한지 물을까 봐 먼저 말하는 거야.”
진이 작업표에서 화학감각 항목을 지웠다.
“장비로 측정한다.”
“장비가 틀리면?”
“그 비용도 작업표에 넣어.”
라오는 고개를 끄덕이고 문 옆에 앉았다.
결국 수리조는 건조동 4명, 외부호흡막 주민 4명, 공생 전환자 4명, 어느 쪽 대표도 거부한 사람 2명으로 구성됐다. 여과방식은 현장에서 세 가지를 소규모로 시험한 뒤 영향집단 각각의 중지권을 받기로 했다.
출발은 7시간 뒤였다.
도착까지 비가 그치면 9시간, 계속되면 14시간.
이안의 가역구간은 도착시점에 9일 21시간에서 9일 16시간 사이가 됐다.
수리 6일을 마치면 3일 남짓이었다.
제3도시 의료장비로 원인을 찾지 못하면 제7도시 아카이브 검사실로 돌아가야 했다. 귀환에는 가장 빨라도 22시간이 걸렸다.
“나는 수리 끝까지 안 있어.”
이안이 말했다.
미라가 아이를 봤다.
“언제 돌아갈 건데?”
“기록함 좌표 확인하고.”
“그게 네 손보다 중요해?”
“또 대신 정하려고?”
미라는 입을 다물었다.
“중요한지 묻는 건 할 수 있어.”
“그럼 대답 안 할 수도 있어.”
“그래.”
이안은 기록함의 현장키 목록을 가리켰다. 27개 가운데 하나가 약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현장키 09.
근접 가능성.
기록함은 이안을 표본이라고 확정하지 않았다. 반응은 생체키가 아니라 아이 손목에 남은 아카이브 인증조각 때문일 수도 있었다.
“이걸 열면 내 건지 알 수 있어?”
“네 의료자료와 대조해야 해.”
“안 열면?”
“모른 채 돌아갈 수 있어.”
“모르는 것도 선택이야?”
“응.”
이안은 현장키를 열지 않았다.
제7도시 봉인축에서는 시민감시가 시작됐다.
엘리아스가 붉은 손잡이를 잠금구에 넣었다. 손잡이 끝의 기계톱니가 축 내부와 맞물렸다.
에지스가 경고했다.
안전경계 우선권 사용 시 하위 격리구역 7곳 연동해제.
노아가 말했다.
“여기 하나만 여는 게 아니야?”
물리 공통축입니다.
분리기능 없음.
일곱 곳 가운데에는 아카이브 하부도 있었고, 폐쇄된 블룸 배양관도 있었고, 11년 전 제3도시 이관자들의 원기록실도 있었다.
“열면 전부 열린다는 걸 알고 있었어?”
노아가 엘리아스에게 물었다.
“완전해제가 아니라 잠금권한이 열립니다.”
“그 권한을 누가 써?”
에지스가 답했다.
각 관리계층.
포지, 아카이브, 블룸, 에지스가 동시에 자기 문을 열 수 있게 됐다.
감시단의 추첨 시민 한 명이 손을 들었다.
“돌린 뒤에 다시 잠그면?”
에지스가 답했다.
상위 우선권 회수 가능.
하위 계층이 물리경계를 점유하지 않았을 경우.
“점유하면?”
강제폐쇄에 인간 승인 필요.
“누구 승인?”
안전책임자.
사람들의 시선이 엘리아스의 손으로 모였다. 문을 여는 도구와 다시 닫을 권한이 같은 사람에게 있었다.
노아가 손잡이 잠금구 앞에 흰 페인트로 선을 그었다.
“돌리기 전에 이 안에는 아무도 들어오지 마.”
“작업선을 왜 당신이 정합니까?”
의료위원 하나가 물었다.
“문이 움직일 때 죽는 위치는 내가 더 많이 봤으니까.”
외벽 작업자 셋이 수직축 양쪽에 수동버팀쇠를 설치했다. 전동잠금이 동시에 풀리면 42년 동안 하중을 받은 문이 어느 방향으로 튈지 몰랐다.
노아는 손가락 두 개를 쓰지 못해 왼손으로 볼트를 조였다. 한 작업자가 대신하겠다고 했지만 거절하지 않고 렌치를 넘겼다.
“이번엔 혼자 돌릴 일이 아니야.”
봉인축의 공기표본도 먼저 뽑았다.
산소 8.1퍼센트.
질소 86퍼센트.
미분류 휘발성 물질 2.4퍼센트.
살아 있는 사람이 바로 호흡할 공기가 아니었다.
“두드리는 소리가 사람이면 저 안에서 어떻게 살아?”
감시단 시민이 물었다.
아카이브가 답했다.
기계구동 가능성.
블룸은 다른 답을 냈다.
혐기성 생체구동 가능성.
포지는 구조열팽창 가능성을 제시했다.
세 계층 모두 자기 방식으로 같은 소리를 해석했다.
엘리아스가 말했다.
“그래서 확인합니다.”
노아가 붉은 손잡이 위에 투명봉인을 붙였다. 돌리면 봉인이 찢어져 원격화면에 남도록 했다.
“당신이 언제 얼마나 돌렸는지 모두 보게.”
“공개감시를 승인했습니다.”
“승인했다는 말 말고 손을 보여 줘.”
엘리아스는 손잡이에서 손을 뗐다. 감시단 전원이 위치를 잡을 때까지 기다렸다.
그동안 축 아래 충격음은 멎었다.
열화상에는 문 너머에서 움직이는 물체가 잡히지 않았다. 음향센서는 방금 세 번의 타격이 정확히 2.6초 간격이었다고 계산했다.
자연 팽창치고 일정했고, 사람의 다급한 두드림치고 느렸다.
엘리아스가 다시 손잡이를 잡았다.
“1단계만 엽니다.”
붉은 손잡이는 세 단계로 돌아가게 돼 있었다.
첫 단계, 잠금권한 공개.
둘째 단계, 격리경계 간 우선순위 제거.
셋째 단계의 표시는 닳아 읽히지 않았다.
에지스는 세 번째 기능을 설명하지 않았다.
자료 접근 제한.
“손에 든 사람한테도 비밀이야?”
노아가 물었다.
“알 필요가 없는 기능입니다.”
“그 말을 들으면 더더욱 못 돌리게 해야겠는데.”
엘리아스의 엄지가 손잡이 끝에 닿았다가 떨어졌다.
엘리아스는 손잡이를 아직 돌리지 않았다.
그때 봉인축 아래에서 충격음이 세 번 올라왔다.
누군가 안쪽에서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북쪽 기록함의 이동좌표도 같은 순간 갱신됐다.
612킬로미터 밖에 있던 점이 사라졌다.
새 위치는 제7도시 아래 34미터였다.
두 미인계 좌표가 하나로 겹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