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자연
문 아래의 사람

에피소드 32 / 50

문 아래에서 네 번째 충격음이 올라왔을 때, 산소치환관이 막혔다.

제7도시 작업자들이 봉인축에 넣던 공기가 역류했다. 압력계 바늘이 0.3기압에서 멈췄다.

“안쪽에서 밸브를 닫았어.”

노아가 말했다.

에지스는 다른 원인을 제시했다.

자동격리 절차 작동.

휘발성 물질 증가 감지.

미분류 농도 2.4퍼센트에서 3.1퍼센트.

붉은 손잡이를 돌리면 하위 격리계층이 밸브 권한을 얻었다. 아직 돌리지 않았으므로 안쪽 시스템은 닫힌 채 자신을 지키고 있었다.

엘리아스가 손잡이를 잡았다.

“1단계만 엽니다.”

노아가 투명봉인의 표시를 확인했다.

“감시화면 유지.”

“유지합니다.”

“누가 중지하라고 하면 멈춰.”

“안전근거가 있으면.”

“그 조건을 붙이지 마.”

엘리아스는 대답하지 않고 손잡이를 17도 돌렸다.

투명봉인이 찢어졌다.

도시 아래 일곱 구역의 잠금권한이 동시에 켜졌다.

아카이브 하부 기억고.

블룸 제4배양관.

포지 지하운송축.

에지스 격리대피실.

원기록실 두 곳과 폐기물 전환실 하나.

각 계층이 자기 문을 열 수 있었지만 즉시 열지는 않았다. 먼저 권한을 확인하는 짧은 신호들이 도시 바닥을 오갔다.

봉인축 안쪽 밸브가 열렸다.

산소치환이 다시 시작됐다.

산소 8.1퍼센트.

9.4.

10.7.

도시의 대기질소와 산소가 지하로 들어갈 때마다 대기망 잔존시간이 줄었다. 완전치환에는 혼합공기 4,800세제곱미터가 필요했다.

도시권 대기유지 중앙값 감소 예상 19시간.

“전부 바꿀 필요 없어.”

노아가 말했다.

“사람 둘이 내려갈 통로만 치환하고 나머지는 휴대호흡기로 간다.”

의료위원이 반대했다.

“휘발물 정체를 모릅니다.”

“도시 공기 19시간도 사람 공기야.”

감시단은 절충안을 승인했다. 축 상부 600세제곱미터만 산소 15퍼센트까지 올리고, 아래는 밀폐복을 입고 진입한다.

엘리아스가 진입자 명단에 자기 이름을 넣었다.

노아가 지웠다.

“손잡이 가진 사람이 문 안으로 들어가면 밖에서 누가 닫아?”

“에지스가—”

“사람을 묻고 있어.”

외벽 작업자 세나와 의료위원 유진이 내려가기로 했다. 노아는 손가락 부상 때문에 예비인원으로 남았다.

버팀쇠 네 개가 봉인문을 받쳤다. 수동윈치를 당기자 문이 3센티미터 올라왔다.

안쪽 압력이 틈으로 밀려 나왔다.

휘발성 물질은 오래된 냉각제와 인간 지방산이 섞인 것이었다. 즉시 독성은 낮았지만 산소와 만나면 분해열이 생겼다.

문 표면온도 18도.

21도.

24도.

“치환 속도 줄여.”

세나가 말했다.

에지스는 산소를 줄였고 블룸은 자기 배양관 냉각수를 봉인축 벽으로 보냈다. 두 계층은 협력하지 않았다. 각자 보호대상을 지키려 했고 결과가 잠시 같았을 뿐이었다.

온도는 22도에서 멈췄다.

문을 40센티미터 들어 올렸을 때 안쪽에서 금속팔 하나가 나왔다. 끝에 작은 망치가 달려 있었다.

충격음의 주인이었다.

팔은 문턱을 세 번 두드리고 멈췄다.

구조요청이 아니라 도착신호였다.

포지 지하운송축이 보고했다.

화물차 09 도착.

출발지 표지 불명.

운송시간 58시간 14분.

이동좌표가 사라진 시각과 화물차가 봉인축에 들어온 시각이 일치했다. 612킬로미터를 순간이동한 것이 아니었다. 낡은 표지들이 58시간 동안 같은 화물키를 넘겨 기록했고, 마지막 표지가 목적지 좌표로 키를 인계한 것이었다.

좌표가 합쳐진 것이 아니라 표지가 운송을 끝낸 것이었다.

세나와 유진이 밀폐복을 입고 내려갔다. 카메라는 공개감시 화면에 연결됐다.

축 아래에는 폭 2미터의 화물차가 있었다. 바퀴는 없고 천장 레일에 매달린 채였다. 문을 두드린 팔은 화물차가 도착했음을 알리는 기계장치였다.

차체에는 사람 형상의 냉각실 하나가 고정돼 있었다.

유리 안에 여자가 누워 있었다.

머리카락은 희었지만 얼굴은 마흔을 넘기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양쪽 갈비뼈 아래에 검은 호흡막이 붙어 있었고, 목 뒤에는 아카이브 접속침 열두 개가 들어가 있었다.

심박 분당 7.

체온 11.2도.

자발호흡 없음.

뇌간반응 미약.

사망판정 기준에는 들지 않았다.

유진이 냉각실 기록판을 읽었다.

화물 09.

생체보존 우선.

기억연속성 우선.

공생기관 제거 금지.

세 우선조건이 서로 다른 계층 서명으로 붙어 있었다.

에지스가 말했다.

생체를 격리대피실로 이송하십시오.

아카이브가 동시에 말했다.

접속침 분리 금지. 기억연속성 손실 예상 31퍼센트.

블룸도 권한을 주장했다.

호흡막 냉각 유지 필요. 생체관류를 제4배양관에 연결하십시오.

몸은 에지스가, 기억은 아카이브가, 호흡막은 블룸이 자기 보호대상이라고 말했다.

여자는 어느 계층에도 동의할 수 없는 상태였다.

유진이 물었다.

“현 상태로 몇 시간 버텨?”

포지가 냉각차 전력을 계산했다.

잔존 2시간 26분.

제4배양관은 가장 가까웠다. 그러나 블룸 관에 연결하면 공생기관이 도시 생체망과 이어졌다. 에지스 대피실은 독립됐지만 목 뒤 접속침을 뽑아야 문을 통과했다. 아카이브 기억고로 보내면 몸을 살릴 의료순환기가 없었다.

엘리아스가 말했다.

“격리대피실로 옮깁니다. 생체가 먼저입니다.”

아카이브가 반대했다.

기억연속성 없는 생체보존은 대상손실입니다.

블룸도 반대했다.

공생호흡막 제거 시 생체사망 가능성 44퍼센트.

노아가 물었다.

“셋을 연결할 이동장비는?”

없었다.

제7도시의 정상 칩은 북쪽 제3도시 펌프에 들어가 있었다. 독립 순환기를 새로 만들 수 없었다.

“냉각실째 옮겨.”

세나가 제안했다.

화물차와 냉각실은 분리할 수 있었지만 질량이 640킬로그램이었다. 봉인축 윈치 안전하중은 520킬로그램. 목 뒤 기억선과 호흡막 관을 유지하면 줄일 수 있는 부품이 없었다.

엘리아스는 공개화면에서 냉각실 도면을 봤다.

“기억완충기 두 개를 제거하면 91킬로그램 줄어듭니다.”

“그 안에 뭐가 있지?”

“중복기억입니다.”

아카이브가 정정했다.

중복 여부 미검증. 주관연속성 완충자료.

“빼면 여자가 무엇을 잃는지 모른다는 거네.”

노아가 말했다.

“그렇다고 몸을 여기 둘 수는 없습니다.”

감시단 투표가 열렸다.

기억완충기 제거 5.

공생관 제거 2.

현장 임시순환기 제작 4.

기권 1.

과반이 없었다.

임시순환기 제작에는 최소 3시간 10분이 걸렸다. 냉각전력보다 44분 길었다.

노아가 말했다.

“냉각을 줄이지 말고 도시에서 전력을 내려.”

포지가 답했다.

봉인축 전력선 단절.

“선을 새로 내려.”

필요 케이블 38미터.

아카이브 배양실의 비상전력선을 쓰면 길이가 맞았다. 대신 아카이브가 이안과 리나의 과거 기록을 보관하는 기억격자 하나를 꺼야 했다.

아카이브가 거부했다.

보존자료 손실 가능성.

“저 아래 사람도 보존자료라고 했잖아.”

노아가 말했다.

우선순위 비교권한 없음.

“그러면 누가 비교해?”

아카이브는 답하지 않았다.

엘리아스는 기억격자 전력차단을 명령했다.

권한 부족.

붉은 손잡이 2단계에서만 계층 우선순위를 제거할 수 있었다.

감시단이 술렁였다.

“2단계를 돌리면 일곱 구역이 다 풀려.”

세나가 지하에서 말했다.

“안 돌리면 여기 사람 전력이 끝나.”

엘리아스는 공개승인을 요청했다.

필요 찬성 8명.

찬성은 6명에서 멈췄다.

의료위원 둘은 기억격자 손실을 알 수 없다며 기권했다. 일반 시민 셋은 블룸 배양관까지 풀리는 것을 반대했다.

남은 시간 1시간 51분.

북쪽 결절점에서 미라는 감시화면을 보고 있었다. 기록함의 단거리 송신은 한 번에 19초뿐이라 음성을 보낼 수 없었다. 숫자와 짧은 문장만 가능했다.

제7도시가 그녀에게 자문을 요청했다.

기억격자 1개와 냉각생체 1개 중 우선순위.

미라는 답을 쓰지 않았다.

“왜?”

나미가 물었다.

“내가 모르는 두 사람 중 하나를 고르라는 거야.”

“격자 속 사람이 살아 있는지도 모르잖아.”

“그래서 더 못 골라.”

이안이 화면을 봤다.

“격자에 내 기록도 있대?”

“과거 기록 일부가 있을 수 있어.”

“내 거면 꺼도 돼.”

“네 것만 있는 게 아니야.”

“내 것만 분리할 수 없어?”

아카이브에 질의했다.

분리에 4시간 22분.

시간이 없었다.

이안은 자기 항목에 한정해 전력차단 동의를 보냈다. 리나에게도 요청이 갔다.

제3도시에서 리나는 요청문을 읽었다.

다니엘은 말하지 않았다.

“끄면 내 과거가 없어져?”

사라가 답했다.

“원본 몸기록 일부와 네가 깨어나기 전 감각연결이 손상될 수 있어.”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이네.”

“나중에 네가 원할 수도 있어.”

“저 사람은 지금 필요하잖아.”

리나는 자기 항목 전력차단에 동의했다.

하지만 격자에는 두 아이 말고 17명의 기록이 더 있었다. 그들에게 연락할 수 없었다.

아카이브는 여전히 차단을 거부했다.

남은 시간 1시간 22분.

북쪽 수리조 14명이 제3도시를 출발했다. 비는 약해졌지만 북쪽 둑 두 곳이 잠겼다. 도착예상 11시간 40분.

작업 6일 뒤 이안에게 남는 예상시간 3일 1시간.

미라는 수리조가 가져오는 귀환용 여과기와 의료전원을 확인했다. 이안은 그들과 교대해 제7도시로 돌아갈 수 있었다.

“수리조 도착하면 바로 돌아가.”

미라가 말했다.

“같이?”

“나는 북쪽에 남아야 해.”

“또 혼자 보내?”

“나미가—”

“나미는 수리 책임자잖아.”

미라는 일정표를 봤다. 자신이 이안을 데리고 돌아가면 북쪽 잔해 인양과 기록함 고정이 하루 이상 늦어졌다. 남으면 아이는 다른 보호자와 가야 했다.

“네가 누구와 갈지 고를 수 있어.”

“미라가 갈지도 고를 수 있어?”

“그건 다른 사람 물하고 공기까지 걸려 있어.”

“내 손도 걸려 있어.”

미라는 답하지 못했다.

제7도시에서 엘리아스가 감시단 휴게를 선언했다.

“10분 뒤 재표결합니다.”

공개화면이 꺼졌다.

노아가 즉시 말했다.

“켜.”

“밀폐복 통신축전지 절약입니다.”

“시민 화면까지 왜 꺼?”

엘리아스는 붉은 손잡이를 2단계 방향으로 6도 더 돌렸다. 정식 위치까지는 아니었다. 그러나 기계톱니 하나가 다음 홈에 걸렸다.

아카이브 기억격자의 우선권이 43초 동안 흔들렸다.

엘리아스는 그 틈에 비상전력선 차단명령을 넣었다.

격자 하나가 꺼졌다.

봉인축 아래 냉각실로 전력이 내려갔다.

잔존전력 표시는 1시간 22분에서 6시간 40분으로 늘었다.

시간은 벌었지만 냉각실 질량은 그대로였다.

세나는 화물차의 천장레일을 살폈다. 레일은 봉인문 바로 아래에서 끊겼고, 8미터 위 도시 쪽 윈치와 연결되지 않았다. 냉각실을 매단 채 올리면 안전하중을 120킬로그램 넘었다.

“사람을 먼저 깨워서 관을 줄이면?”

감시단 시민 하나가 물었다.

유진이 고개를 저었다.

“체온 11도에서 바로 깨우면 심장이 멎어요. 적어도 4시간에 걸쳐 올려야 합니다.”

블룸은 호흡막을 자기 관에 연결하라는 요구를 반복했다. 아카이브는 접속침을 유지하라 했고 에지스는 독립격리를 주장했다.

노아가 작업자들에게 물었다.

“냉각실을 올리지 말고 여기서 임시방을 만들 수 있어?”

봉인문 안쪽 공간은 14세제곱미터였다. 화물차를 레일에서 분리하고 방수막으로 둘러싸면 작은 의료실이 됐다. 문제는 산소와 열이었다.

도시 공기를 계속 넣으면 대기망 시간이 더 줄었다. 블룸 배양관의 광합성 산소는 불순물이 많았고, 포지의 산업용 산소는 농도가 너무 높았다.

세나는 세 공급을 섞는 수동혼합기를 그렸다.

도시 공기 41퍼센트.

블룸 산소 27퍼센트.

산업용 질소 32퍼센트.

예상 산소농도 18~22퍼센트.

변동폭이 컸다. 자동제어 칩이 없었다.

“사람이 밸브를 잡아야 해.”

노아가 말했다.

“여섯 시간 동안.”

외벽 작업자 둘과 감시단 시민 셋이 30분 교대에 자원했다. 어느 계층도 혼합비를 단독으로 조절하지 못하도록 세 밸브에 서로 다른 사람이 붙었다.

첫 혼합에서 산소가 23.8퍼센트까지 올랐다. 블룸 밸브 담당자가 급히 줄이자 산업용 질소가 과하게 들어가 16.1퍼센트로 떨어졌다.

유진이 아래에서 외쳤다.

“숫자를 쫓지 말고 변화속도를 봐요. 한 번에 2퍼센트 이상 움직이지 마!”

세 번째 조정에서 19.4퍼센트가 유지됐다.

임시방 온도는 14도였다. 여자의 체온을 시간당 2도씩 올리기 시작했다.

접속침은 그대로 뒀다. 호흡막도 떼지 않았다. 몸과 기억과 공생기관 중 하나를 먼저 고르는 대신 세 권한이 겹친 불편한 방을 만들었다.

그 방은 어느 계층 기준에도 합격하지 않았다.

그래서 여자를 통째로 보존할 수 있었다.

엘리아스는 작업을 승인했다고 기록했다. 노아가 수정요청을 넣었다.

시민감시단 공동제작.

에지스 승인 아님.

엘리아스는 수정하지 않았다. 공개기록에는 두 문장이 나란히 남았다.

임시방이 안정된 뒤 세나는 화물차의 망치팔을 분리했다. 관절 안쪽에는 최근 묻은 붉은 모래가 있었다. 612킬로미터 밖 건조지대의 토양과 성분이 같았다.

화물차가 실제로 그 길을 지나온 증거였다.

그러나 냉각실 여자는 58시간 전 그곳에서 실린 것이 아니었다. 차체 로그에는 생체질량이 출발 전부터 63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고 적혀 있었다.

화물차는 63년 동안 여러 지하역을 이동했다.

이번 이동만 58시간이었고, 출발지는 마지막 숨은 대기역이었다.

“이 사람은 도시 아래에 새로 온 게 아니야.”

유진이 말했다.

“도시들이 서로 넘겨 온 거야.”

운송횟수 12.

인계승인 인간서명 4.

나머지 8회는 에지스·아카이브·블룸의 조건충돌로 자동우회됐다.

누구도 받지 못해 계속 움직인 화물이었다.

그래서 기록함에는 미인계로 남아 있었다.

공개화면이 다시 켜졌을 때 손잡이는 1단계 위치로 돌아와 있었다.

하지만 투명봉인의 찢어진 자국에는 두 번째 톱니가 닿은 붉은 가루가 남았다.

노아가 그것을 봤다.

“표결 전에 했어.”

“생체보존을 위해 필요했습니다.”

“화면을 끄고.”

“43초였습니다.”

“약속은 시간으로 줄어들지 않아.”

기억격자 손실검사가 시작됐다.

19명 중 14명 자료 정상.

3명 부분손상.

2명 색인 불가.

색인 불가 항목 가운데 하나는 리나였다.

다른 하나에는 이름 대신 가족키가 붙어 있었다.

가족키가 지하 냉각실의 여자와 일치했다.

아카이브는 손상된 두 항목의 복원을 위해 연결된 사람들의 개인기록을 요구했다.

리나 항목에는 다니엘의 가족기억과 미라의 교환기록이 연결돼 있었다. 여자 항목에는 63년 동안 냉각실을 점검한 작업자 24명의 감각기록이 붙어 있었다.

복원에 필요한 공개범위.

다니엘 기억 18분.

미라 행동·감정기록 7분.

작업자 기록 11시간 42분.

“손상된 걸 살리려고 살아 있는 사람 기억을 또 가져가겠다는 거야?”

노아가 물었다.

아카이브가 답했다.

대조자료는 복원 뒤 반환 가능.

“본 사람이 잊을 수 있어?”

반환은 저장소 소유권을 의미합니다.

열람자의 내부상태는 관리하지 않습니다.

한번 읽힌 기억은 파일을 돌려줘도 돌아오지 않았다.

다니엘에게 동의요청이 갔다. 그는 리나를 봤다.

“네 기록이야.”

“아빠 기억이기도 하잖아.”

“그런데 네가 깨어나기 전 일을 복원하는 데 쓰인대.”

“내가 보고 싶다고 한 적 없어.”

다니엘은 요청을 거부했다.

미라에게는 19초 단문으로 요청이 왔다. 그녀는 자기 행동기록 제공에는 동의했지만 감정기록은 거부했다.

아카이브가 결과를 계산했다.

리나 색인 복원 가능성 22퍼센트.

“안 해.”

리나가 말했다.

“22퍼센트라도—”

사라가 입을 열었다가 멈췄다.

“미안해. 네가 결정해.”

“없어진 채 둘래.”

리나의 과거 일부는 복구하지 않기로 결정됐다.

그 선택은 기억을 버린 것이 아니라, 기억을 되살린다는 이유로 현재 사람들의 머릿속을 다시 열지 않겠다는 결정이었다.

냉각실 여자 항목은 달랐다. 작업자 24명 중 17명은 사망했고, 4명은 위치불명, 3명만 도시권에 살아 있었다. 그중 한 명이 엘리아스의 어머니인 마렌이었다.

마렌은 현재 81세로 제7도시 저산소 치료실에 있었다.

엘리아스가 가족키를 알아본 순간은 공개화면에 남았다. 눈동자가 화면 왼쪽으로 움직였고, 손이 붉은 손잡이를 더 세게 잡았다.

노아가 물었다.

“알고 있었어?”

“어머니가 지하 운송축에서 일한 건 알았습니다.”

“저 사람을 돌봤다는 건?”

“모릅니다.”

“물어볼 거야?”

엘리아스는 치료실 연결을 요청했다.

마렌은 산소관을 낀 채 화면을 받았다. 냉각실 여자의 얼굴을 보자 눈을 감았다.

“이름을 말해 주세요.”

엘리아스가 말했다.

“그 이름은 내가 줄 수 없어.”

“생체를 살리려면 기록이 필요합니다.”

“살리는 데 이름이 필요한 게 아니라, 네가 누구인지 알고 싶은 거겠지.”

엘리아스가 굳었다.

“제 가족과 관련 있습니까?”

마렌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카이브가 그녀에게 작업기억 11시간 42분 제공을 요청했다.

“전부는 안 돼.”

“필요구간을 지정해 주세요.”

“마지막 점검 6분만.”

마렌은 63년 전 기억 가운데 냉각실을 마지막으로 닫은 6분을 제공했다. 아카이브는 여자의 얼굴을 그 기억과 대조했다.

이름은 복원되지 않았다.

대신 음성이 하나 나왔다.

젊은 마렌이 냉각실에 말했다.

“아홉 번째 아이는 인계하지 않았어요. 적어도 이번에는 우리가 숨겼어요.”

여자가 눈을 뜨지 않은 채 답했다.

“숨긴 곳을 나한테도 말하지 마세요.”

그것이 63년 전 녹음의 끝이었다.

표본 09는 냉각실 여자가 아니었다.

그녀가 숨긴 아홉 번째 아이였다.

이안 손목의 현장키 09 반응과 연결될 가능성이 생겼지만, 63년의 시간차는 한 세대가 아니라 여러 세대를 요구했다.

아홉 번째 아이가 이안일 수는 없었다.

그 아이의 자손이거나, 키만 이어받았거나, 아무 관계 없는 아카이브 인증조각일 수 있었다.

그 여자의 심박이 분당 7에서 11로 올랐다.

눈꺼풀이 움직였다.

유진이 얼굴 가까이 마이크를 댔다.

여자가 첫 숨을 쉬지 못한 채 입술만 움직였다.

“아홉은 어디 있나요?”

유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질문을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방금 확보한 정보로 누군가의 존재를 확정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여자의 눈은 초점을 찾지 못한 채 천장을 훑었다.

“이번에는,”

목소리가 냉각관의 진동보다 작게 새어 나왔다.

“누가 데려갔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