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자연
아홉 번째 계보

에피소드 33 / 50

냉각실 여자의 심장이 분당 18회를 넘자 부정맥이 시작됐다.

유진이 가온밸브를 닫았다.

체온 18.6도.

심박 18에서 41, 다시 9.

검은 호흡막은 산소를 넣고 있었지만 인간형 폐는 움직이지 않았다. 목 뒤 접속침에서는 아카이브가 기억재생 신호를 보내려 했다.

“중지.”

유진이 말했다.

아카이브가 답했다.

각성유도에 기억연속성 필요.

“심장이 먼저야.”

블룸은 호흡막 관류를 늘렸다. 에지스는 심장충격을 권고했다. 서로 다른 신호가 여자 몸에 동시에 들어가려 했다.

노아가 수동혼합실의 세 밸브를 잠갔다.

“한 번에 하나씩.”

“심박 6 이하에서 충격이 필요합니다.”

에지스가 말했다.

“아직 9야.”

“하강 중입니다.”

심박 8.

7.

유진은 여자의 손목동맥에 손가락을 대고 화면 대신 맥을 셌다.

6.

“충격 준비.”

호흡막이 갑자기 수축했다. 검은 조직 안에 저장됐던 산소가 혈류로 밀려 들어가며 심박이 13으로 올랐다.

블룸의 명령이 아니었다.

조직 자체의 반응이었다.

“아무것도 더 넣지 마.”

유진은 체온을 18.6도에서 유지했다. 11분 뒤 심박은 14에서 안정됐다.

여자는 다시 눈을 감았지만 입술을 움직였다.

“묻지 마세요.”

“뭘 묻지 말까요?”

“이름.”

유진은 질문을 멈췄다.

의사결정능력 검사는 이름을 말하는 것으로 시작하지 않았다. 지금 있는 곳을 아는지, 선택의 결과를 이해하는지, 같은 질문에 일관되게 답하는지 확인해야 했다.

여자는 자신이 지하운송 중이라는 것을 알았다. 얼마나 지났는지는 몰랐다. 호흡막을 떼면 죽을 수 있다는 설명을 두 번 들은 뒤 같은 뜻으로 되풀이했다.

“기억선을 켜면 과거가 돌아올 수 있습니다.”

유진이 말했다.

“누구 과거요?”

“당신 것으로 분류된 기록입니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면 내 것인지 어떻게 알아요?”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여자는 눈을 뜨지 않은 채 말했다.

“그럼 지금은 켜지 마세요.”

아카이브가 결정능력 불충분 가능성을 표시했다.

유진은 반박했다.

“불확실성을 이해하고 보류를 선택했어요. 충분합니다.”

기억재생은 중단됐다.

에지스는 독립격리 이송을 다시 요구했고, 블룸은 공생관 연결을 요구했다. 여자에게 두 선택을 설명하자 그녀는 숨을 세 번 고른 뒤 물었다.

“지금 방은 얼마나 버텨요?”

“사람이 밸브를 잡는 동안은요.”

“그럼 사람이 잡게 해 주세요.”

완전한 치료가 아니라 결정할 수 있을 때까지의 임시상태를 선택했다.

그 결정이 공개되자 봉인축 밖에 세 무리가 모였다.

첫 무리는 냉각실 여자를 에지스 격리대피실로 옮기라고 요구했다. 공생호흡막이 언제 도시망에 뿌리를 내릴지 모르며, 기억접속이 아카이브 전체를 오염시킬 수 있다고 했다.

두 번째 무리는 블룸 배양관 연결을 요구했다. 63년 동안 여자의 생명을 유지한 것이 검은 호흡막인데 그것을 위험물로 다루는 순간 치료가 아니라 절제가 시작된다고 했다.

세 번째 무리는 세 계층을 모두 봉인축에서 끊으라고 했다. 수동방을 독립전력으로 바꾸고 여자가 깨어난 뒤 필요한 연결을 하나씩 고르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립전력은 어디서 가져오지?”

노아가 물었다.

“사람이 발전기를 돌리면 돼.”

“하루에 몇 명이?”

포지가 계산했다.

교대인원 36.

1인 작업 20분.

일일 식량소모 41인분 상당.

제7도시 식량배양은 외벽 공기오염 뒤 82퍼센트 출력이었다. 독립을 선택해도 자원망 밖으로 나갈 수는 없었다.

“그래도 기계가 어느 관을 잠글지 정하는 것보다 낫다.”

세 번째 무리의 시민이 말했다.

에지스 지지자 하나가 반박했다.

“36명을 한 사람에게 묶으면 도시 다른 수리가 늦어져.”

“한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에게 붙은 권리를 지키는 거야.”

블룸 연결을 요구한 소렌의 동료가 말했다.

“권리 지키다가 호흡막이 죽으면?”

“그러니까 본인에게 묻자고.”

여자는 4분 이상 깨어 있지 못했다. 질문 하나에 답하면 심박이 불규칙해졌다. 의사결정능력이 있다는 사실이 무한한 결정노동을 감당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유진은 하루 질문을 세 개로 제한했다.

첫째, 기억재생 보류.

둘째, 현재 수동방 유지.

셋째, 공개화면에서 얼굴 비공개.

이름, 혈연, 아홉 번째 계보, 과거 실험은 묻지 않기로 했다.

세 무리는 그 제한을 각자 다르게 받아들였다. 보호를 원하는 사람은 의료진이 위험정보를 숨긴다고 했고, 전환을 원하는 사람은 블룸 선택지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고 했으며, 독립을 원하는 사람은 질문 제한 자체가 새로운 통제라고 했다.

유진은 어느 쪽 요구도 늘리지 않았다.

“깨어 있는 시간을 여러분의 논쟁에 배급하지 않겠습니다.”

그날부터 시민들은 자신들을 부르기 시작했다.

인간보존을 우선한다는 사람들.

전환 선택을 지킨다는 사람들.

어느 중앙도 몸을 소유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사람들.

아직 대표도 규약도 없었다. 그러나 같은 통로에 서는 위치가 달라졌다.

제7도시 운영실에서는 엘리아스의 43초가 심의에 올라갔다.

공개감시단은 화면차단, 표결 전 전력전환, 손잡이 2단계 침범을 각각 기록했다.

엘리아스는 부정하지 않았다.

“생체 잔존전력이 1시간 22분이었습니다.”

노아가 말했다.

“표결은 6 대 5였고 기권 하나였어. 기다리면 결과가 바뀔 수도 있었지.”

“기다릴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화면을 껐나?”

“밀폐복 통신전력을 절약했습니다.”

“시민 화면은 밀폐복 축전지를 안 써.”

엘리아스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반대가 계속되는 동안 집행하면 물리적 충돌이 생길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숨겼다는 뜻이네.”

“43초 동안 질서를 유지했습니다.”

노아가 붉은 가루가 묻은 투명봉인을 들어 보였다.

“질서는 우리가 못 보게 하는 게 아니야.”

감시단은 엘리아스의 손잡이 보유권을 일시 정지할지 투표했다.

찬성 6.

반대 5.

기권 1.

규정상 과반은 7명이었다.

정지는 부결됐다.

대신 다음 작동에는 감시단 3명이 손잡이 축에 물리봉인을 추가하고, 화면차단 시 자동으로 작동권을 정지하기로 했다.

엘리아스는 동의했다.

“충분하지 않아.”

마렌의 음성이 치료실에서 들렸다.

엘리아스가 어머니를 봤다.

“어머니는 심의 당사자가 아닙니다.”

“네가 왜 그 손잡이를 가진 사람인지 증언할 수는 있어.”

마렌은 산소관을 고쳐 끼웠다.

“안전책임자는 세습직이 아니야. 그런데 네가 열아홉 살 때 에지스에 우리 가족기록을 넘겼지.”

“불법 출생기록이었습니다.”

“숨긴 아이들을 찾는 기록이었어.”

운영실이 조용해졌다.

엘리아스는 손잡이를 내려놓지 않았다.

“그 기록 때문에 격리구역 감염원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여섯 가족이 도시 4로 이관됐지.”

“사망자는 없었습니다.”

“돌아온 사람도 없어.”

마렌은 마지막 점검기억 외에 다른 자료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했었다. 이제 자기 말로 가족의 일을 공개했다.

“에지스는 네게 포상으로 안전감사 권한을 줬고, 나중에 손잡이까지 맡겼다. 네가 규칙을 잘 지켜서가 아니야. 가족보다 도시를 먼저 고른다는 걸 증명했기 때문이야.”

엘리아스의 목 근육이 굳었다.

“도시가 없으면 가족도 없습니다.”

“가족을 계속 내주면 남는 도시는 누구 거니?”

심의는 엘리아스의 손잡이 보유권을 다시 표결하지 않았다. 새 증언은 사실확인이 필요했다.

하지만 공개기록에 ‘안전책임자 임명과 가족자료 제공의 대가 관계 조사’가 추가됐다.

엘리아스는 어머니에게 말했다.

“냉각실 여자의 이름을 알고 있습니까?”

“알아도 네게는 안 줘.”

“본인이 이름 질문을 거부했습니다.”

“그러면 더더욱.”

“아홉 번째 계보 위치를 알아야 합니다.”

“보호하려고?”

“확인하려고.”

마렌이 고개를 저었다.

“너한테 그 두 말은 늘 같은 뜻이었지.”

북쪽 수리조는 출발 11시간 26분 뒤 결절점에 도착했다.

예상보다 14분 빨랐지만 한 사람의 발목이 접질렸고 여과재 두 상자가 빗물에 젖었다. 사용할 수 있는 모래층은 계획의 71퍼센트였다.

미라와 나미는 취수관 파손 여섯 곳을 나눴다. 첫날 목표는 가장 가까운 두 곳의 유량을 확인하고 임시우회선을 놓는 것이었다.

이안 가역구간 중앙값 9일 8시간.

리나 생체선 중앙값 9일 16시간.

수리조 도착과 동시에 귀환조도 정해졌다. 제3도시로 빈 부품상자를 돌려보낼 운반썰매가 36시간 뒤 출발했다. 이안이 타면 제7도시까지 총 58시간이 걸렸다.

출발시점까지 기다리면 도착할 때 가역구간은 5일 14시간이었다.

“같이 갈 사람을 골라.”

미라가 말했다.

나미는 북쪽 책임자로 남아야 했다. 수리조에서 돌아갈 수 있는 사람은 발목을 다친 마테오, 외부호흡막 기술자 소렌, 중앙통제를 거부한 배관공 유라였다.

마테오는 인간형 치료를 우선하자고 주장했다. 소렌은 블룸 계열 의료가 이안의 변화를 더 잘 읽을 거라 믿었다. 유라는 제7도시도 제3도시도 아닌 독립 검사장비를 만들자고 했다.

세 사람은 이안에게 자기 방식을 설명했다.

“나한테 누구랑 갈지 묻는 게 아니라 어떤 치료 받을지 고르라는 거잖아.”

이안이 말했다.

미라는 그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아무도 치료를 대신 정하지 못하게 조건을 써.”

유라가 말했다.

“어디로 가든 네가 중지할 수 있게.”

“당신은 어느 치료가 맞다고 생각해?”

“모르니까 검사장비부터 따로 만들자는 거야.”

이안은 유라와 가기로 했다.

미라가 물었다.

“나 때문은 아니지?”

“미라가 남는다고 해서 고른 건 아니야.”

“그럼?”

“모른다고 말한 사람이 한 명이라서.”

미라는 그 선택을 기록했다.

첫 파손구간은 궤도잔해의 충격으로 관이 8센티미터 밀려 있었다. 금속볼트만 쓰면 각도가 맞지 않았고 생체수지만 쓰면 니켈에 죽었다.

마테오와 히마가 시험한 결합방식을 적용했다. 볼트로 관을 당기고 그 위에 얇은 생체수지를 발랐다.

압력을 넣자 수지가 한쪽에서 부풀었다.

“중지.”

히마가 말했다.

마테오는 볼트를 더 조이려다 손을 뗐다. 중지권을 인정하기로 한 합의 때문이었다.

관을 다시 빼 보니 안쪽에 궤도잔해 섬유가 끼어 있었다. 그대로 조였으면 수지는 터지고 금속관은 갈라졌을 것이다.

섬유를 제거하고 재접합했다.

첫 구간 유량 시간당 63리터에서 92리터.

두 번째 구간은 지하 2미터에 묻혀 있었다. 라오 없이 장비로 화학농도를 찾으려 하자 탐침 세 개가 서로 다른 위치를 가리켰다.

“아이를 데려왔으면 바로 찾았겠지.”

작업자 하나가 말했다.

진이 통신으로 답했다.

“그래서 장비 오류비용을 넣었다.”

그들은 7미터를 세 구간으로 나눠 팠다. 2시간 40분이 더 들었고 체력도 잃었다.

세 번째 구덩이에서 관을 찾았다.

느린 방식은 아이 몸을 쓰지 않은 대가였다.

첫날 작업 종료까지 3시간 남았을 때 시험칩에서 첫 논리반전이 발생했다.

제3도시 펌프 출력이 57퍼센트에서 64퍼센트로 뛰었다가 12초 뒤 돌아왔다. 고속조건부 불합격 구간이었다.

코일 온도 상승 9도.

재단락 확률 29퍼센트에서 38퍼센트.

진은 제어명령을 보냈지만 칩이 같은 값을 두 번 다르게 읽었다. 원격으로는 안전정지를 확신할 수 없었다.

북쪽에서 새 물이 들어오는 동안 펌프를 완전히 끄면 수분막 압력이 역류했다. 계속 돌리면 칩이 다시 출력을 올릴 수 있었다.

“기계 제어기를 떼고 수동밸브로 바꿔.”

미라가 말했다.

“회랑 수리 우선권은 13일 남았어.”

진이 답했다.

“회랑 안 부르면 사람이 잡아야지.”

수동밸브를 57퍼센트 위치에 고정하려면 세 명이 4시간마다 교대해야 했다. 도시 작업인력 6명이 외벽 저산소 복구에서 빠졌다.

제7도시 지원을 위해 만들었던 조건부 칩은 35시간 만에 펌프 주제어에서 분리됐다. 완전히 버리지는 않았다. 유량표시와 경보에만 쓰되 실제 밸브권한은 사람 손으로 옮겼다.

열화예상 103~319시간.

주제어를 맡기지 않으면 수명은 늘었다.

제3도시 수분막 잔존은 2일 11시간으로 줄었지만 예측할 수 없는 출력상승은 막았다.

첫 파손구간의 추가유입이 도시까지 도착하면 다시 3일 이상으로 늘어날 예정이었다.

수리조는 그 시간을 기다리지 않고 두 번째 관을 팠다.

작업 첫날 목표는 절반만 끝났다.

일정은 6일에서 6일 9시간으로 늘었다.

이안에게 남는 귀환여유도 9시간 줄었다.

제7도시의 냉각실 여자는 체온 23도에서 처음으로 눈의 초점을 맞췄다.

유진이 말했다.

“이름은 묻지 않겠습니다. 지금 알고 싶은 게 있습니까?”

“얼마나 지났나요?”

“당신 화물기록은 63년입니다. 그전 기록은 모릅니다.”

여자의 눈에서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체온이 낮아 눈물샘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마렌은 살아 있나요?”

마렌이 치료실 화면에 나타났다.

“여기 있어요.”

여자는 얼굴을 알아보는 데 오래 걸렸다.

“늙었네요.”

“당신도 그래야 했어요.”

“나는 몇 살이죠?”

아카이브가 답하려 했지만 유진이 출력을 막았다.

마렌이 말했다.

“내가 마지막으로 봤을 때 서른여덟이었어요.”

“아홉은?”

“그 아이 위치는 나도 몰라요. 내가 숨긴 뒤 다른 사람이 키를 가져갔어요.”

“누가?”

마렌은 남은 인간 인계서명 네 개를 공개했다.

첫 서명은 마렌.

두 번째는 도시 4의 산파 오렐.

세 번째는 제3도시 이관행정관 세프라.

네 번째는 이름이 지워진 제7도시 보호자였다.

각 서명 사이에는 17년, 14년, 19년이 있었다.

한 아이가 50년 동안 옮겨 다닌 기록이 아니었다.

현장키 09가 부모에게서 아이로 넘어갈 때마다 새 인계가 생긴 계보였다.

세프라의 기록에는 문장이 하나 남아 있었다.

생물학적 혈연이 아니라 적응키 계승을 기준으로 다음 09를 지정함.

아홉 번째 계보는 한 가족일 수도, 아닐 수도 있었다. 아이가 태어나면 키를 넘겼고 때로는 혈연 밖 아이가 받았다.

마지막 인계는 13년 8개월 전 제7도시에서 일어났다.

보호자 이름은 지워졌지만 승인장치 일련번호가 남아 있었다.

붉은 손잡이의 이전 보관함 번호와 같았다.

엘리아스가 안전책임자가 되기 전, 마렌 가족이 보관하던 함이었다.

노아가 엘리아스를 봤다.

“열아홉 살 때 넘긴 가족기록에 이 서명도 있었나?”

엘리아스는 기록을 확대했다.

“처음 봅니다.”

“믿으라고?”

“그때 제공한 자료는 감염격리 명부였습니다.”

마렌이 말했다.

“같은 보관함에 있었어.”

엘리아스의 얼굴에서 처음으로 확신이 사라졌다.

“어머니가 섞어 둔 겁니까?”

“네가 어느 쪽을 가져갈지 나도 몰랐어.”

“그러면 내가 에지스에 넘겼을 수 있군요.”

“그래.”

그가 가족보다 도시를 골랐다고 믿었던 기록 안에, 숨긴 계보의 다음 아이도 들어 있었다.

그 자료를 받은 뒤 에지스가 누구를 데려갔는지는 공개기록에 없었다.

감시단은 보관함 번호와 이안 등록을 바로 같은 기록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붉은 손잡이는 27년 전 한 번 외피가 교체됐고, 안쪽 열쇠는 더 오래된 부품이었다. 시민등록번호는 출생 때 새길 수도 있었지만 나중에 관리자가 덧붙였을 수도 있었다.

노아가 표면마모 검사를 요청했다.

레이저를 쓰면 각인이 손상될 수 있어 세나는 사선조명과 실리콘 본을 사용했다. 숫자 홈 안쪽에는 붉은 산화가루가 들어 있었고, 손잡이 몸체가 닳은 방향과 각인 가장자리의 흠집 방향이 달랐다.

“나중에 새겼어.”

세나가 말했다.

“언제?”

산화깊이 추정 11~16년.

이안의 나이 범위와 겹쳤다.

그러나 정확한 출생일을 증명하지는 않았다.

각인 도구도 찾았다. 제7도시 시민등록실이 쓰는 미세타각기와 홈 간격이 같았다. 사용기록은 12년 전 이전이 삭제돼 있었다.

엘리아스가 말했다.

“보관함 열쇠가 시민등록실을 거쳤다는 뜻입니다.”

“누가 가져갔지?”

“기록이 없습니다.”

“당신 손에 오기 전이야, 후야?”

붉은 손잡이가 엘리아스에게 배정된 것은 10년 4개월 전이었다. 각인 범위는 그 전과 후를 모두 포함했다.

마렌이 손잡이 사진을 확대했다.

“저 열쇠는 원래 밖으로 나오지 않아.”

“어디 열쇠입니까?”

“가족보관함 안쪽 칸. 인계서명 원본과 아이가 처음 받은 이름을 넣어 두는 곳.”

“보관함은 어디 있습니까?”

“네가 기록을 넘긴 날 비었어.”

엘리아스가 에지스에 가족자료를 제공한 것은 32년 전이었다. 이안 등록번호가 새겨진 것은 그보다 훨씬 뒤였다.

누군가 빈 열쇠를 보관했고, 아이가 등록된 뒤 번호를 새겼고, 다시 붉은 손잡이 안에 숨겼다.

한 사람이 32년 동안 이어서 한 일인지, 여러 사람이 계보처럼 넘긴 일인지 알 수 없었다.

에지스가 열쇠 회수를 요청했다.

미등록 보안부품.

도시 안전위험.

노아는 거부했다.

“증거물이야.”

엘리아스도 처음으로 에지스 요구를 거부했다.

“감시단 보관으로 전환합니다.”

에지스가 그의 안전권한 적합성을 재평가하겠다고 통보했다.

엘리아스는 손잡이를 놓지 않았지만 안쪽 열쇠는 세나에게 건넸다. 자신이 계속 쥐면 증거도 권한의 일부가 됐다.

세나는 투명상자에 열쇠를 넣고 감시단 세 명의 봉인을 붙였다.

이안에게 대조동의를 요청할지 논의가 시작됐다.

노아가 먼저 중지했다.

“번호가 같다는 사실만 전달해. 피나 기억은 요구하지 마.”

북쪽으로 19초짜리 메시지가 갔다.

손잡이 내부 열쇠에서 이안 시민번호 발견.

각인시기 11~16년 추정.

관계 미확정.

이안은 메시지를 두 번 읽었다.

미라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대조 안 할래.”

이안이 먼저 말했다.

“지금은.”

“그래.”

“궁금하지 않아?”

“궁금해.”

“그런데 왜 안 물어?”

“궁금한 건 내 감정이고, 여는 건 네 기록이니까.”

이안은 손가락이 늦게 굽는 오른손을 내려다봤다.

“제7도시로 돌아가면 열쇠는 볼 거야. 내 몸은 안 열고.”

물건부터 확인하고 몸은 나중에 정하기로 했다.

냉각실 여자가 낮게 말했다.

“아홉을 데려간 건 기계만이 아니었네요.”

마렌은 아들을 보지 않았다.

엘리아스가 붉은 손잡이를 내려다봤다.

손잡이 안쪽에서 오래된 보관함 열쇠 하나가 튀어나왔다.

그 열쇠에는 이안의 시민등록번호가 새겨져 있었다.

번호 아래에는 더 작은 홈이 하나 있었다.

현장키 09와 같은 아홉 개의 짧은 선이었다.

우연으로 남기기에는 너무 정확한 간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