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자연
열린 벽

에피소드 20 / 50

냉각수 저장고까지 612미터.

시속 34킬로미터.

제동은 한 번만 가능했다.

미라는 제동스위치에 손을 올리고 전조등 끝을 봤다. 새 선로는 지도에 없는 경사 아래로 꺾여 냉각수 저장고의 원형 격벽으로 이어졌다.

요나가 말했다.

“지금 멈추면?”

“다시 못 움직여.”

“안 멈추면?”

“저 벽을 뚫고 물속으로 들어가.”

남은 거리 547미터.

이안은 관자놀이를 누르고 있었다. 코피가 입술까지 흘렀다.

“어느 쪽으로 이어져?”

미라가 물었다.

“모르겠어.”

“아까 공장 안으로 바뀌었다고 했잖아.”

“그건 들렸어. 지금은 너무 많아.”

“뭐가?”

“물 소리. 기계 소리. 리나 소리.”

더 묻지 않았다. 이안의 말은 지도가 아니라 뒤섞인 신호였다.

화물칸에서 배양조 경보가 울렸다.

리나의 심박 146.

영양액 삼투농도 하락.

다니엘이 통신으로 말했다.

“미라, 속도 줄여.”

“그러면 여기서 멈춰.”

“딸 몸이 흔들릴 때마다 관 압력이 올라가.”

“멈춘 뒤 걸어서 갈 수 있는 길인지 확인이 안 돼.”

“그래도 물에 박는 것보다 낫잖아.”

남은 거리 403미터.

미라는 제동스위치를 눌렀다.

금속을 깎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앞으로 쓰러졌다. 배양조가 4센티미터 밀리며 바닥고리 하나를 뽑았다.

다니엘이 몸으로 조를 받쳤다.

“리나!”

액체가 한쪽으로 쏠렸다. 리나의 어깨가 유리벽에 부딪쳤다.

시속 29.

24.

제동전지 온도 한계 초과.

미라는 스위치를 놓지 않았다.

오른쪽 바퀴에서 불꽃이 창문 높이까지 튀었다.

시속 13.

열차는 냉각수 격벽 41미터 앞에서 멈췄다.

어둠이 돌아왔다.

제동전지 잔량 0.

구동 가능 전력 0.

추첨으로 탄 시민 파벨 진의 이마가 찢어졌다. 사라는 동공을 확인한 뒤 목을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했다.

미라는 운전석 문을 열었다. 뜨겁게 달아오른 금속 냄새와 축축한 공기가 들어왔다. 이곳은 공기정화망 바깥의 포지 내부구역이었다. 산소표시가 18.7퍼센트까지 내려갔다.

요나가 휴대등을 켰다.

“얼마나 버텨?”

“열차 공기전지는 주행에 안 썼어. 여섯 시간.”

“문 열어둔 채로?”

미라가 문을 닫았다.

“두 시간 반.”

화물칸에서 다니엘이 소리쳤다.

“사라!”

리나의 연결관 하나가 고정틀과 맞닿아 꺾여 있었다. 사라가 관을 폈지만 흐름표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보조순환이 막혔어요.”

“고쳐.”

“펌프는 돌아요. 관 안에 조직이 자랐을 수 있어요.”

“꺼내면?”

“조를 열어야 합니다.”

리나가 눈을 떴다.

“열지 마.”

사라가 유리 가까이 얼굴을 댔다.

“그대로 두면 오른쪽 폐 쪽 순환이 부족해져.”

“얼마나?”

“지금 수치면 23분 안에 통증이 심해지고, 그 뒤는 모르겠어.”

“밖에 가는 데는?”

“길부터 찾아야 해.”

리나는 꺾인 관을 내려다봤다.

“밖에서 열어.”

다니엘이 말했다.

“거기까지 못 가면?”

“여기서 열면 갈 수 없어.”

다니엘은 반박하지 못했다.

미라는 열차 앞쪽 사다리로 내려갔다. 선로는 격벽 앞에서 끝나지 않았다. 바닥 아래로 잠겼다. 푸른 냉각수가 얕은 수로를 채우고 있었고, 철로는 수면 아래를 지나 원형문 안으로 이어졌다.

요나가 물에 손전등을 비췄다.

“열차째 저장고에 넣으려고 만든 길이야?”

“냉각재 운반차용이겠지.”

격벽 옆에는 오래된 수동조작판이 있었다.

냉각재 반입.

비상 배출.

외부 열교환로.

마지막 항목 위에는 물리봉인이 덧씌워져 있었다.

포지 생산계보 보호.

미라는 조작판 아래 도면함을 열었다. 종이와 얇은 금속판이 습기에 붙어 있었다. 요나가 한 장씩 떼어냈다.

현재 선로는 저장고 안에서 두 갈래로 나뉘었다. 하나는 제2열 하부로 들어갔다. 다른 하나는 외벽 열교환탑으로 이어지는 폐기 노선이었다.

“밖으로 나가는 길이 있네.”

요나가 말했다.

“막혀 있어.”

폐기 노선은 17년 전 폐쇄됐다.

이유: 외부 열교환효율 저하, 포자 유입, 열교환판 부식.

대체: 내부 냉각수 순환.

노선을 여는 수동레버는 저장고 반대편에 있었다. 수심은 2.3미터였다.

“잠수해서 당기면 돼?”

“당기기만 해서는 열차가 안 움직여.”

도면 아래에 비상 배출 절차가 있었다.

저장고 수위차를 이용해 외부 열교환로로 냉각수를 밀어내는 방식이었다. 배출터빈이 돌아가면 폐기 노선에 11분 동안 전력이 공급됐다.

수위차 28미터를 만들려면 냉각수 2,740톤을 버려야 했다. 제2열의 냉각유지시간은 16시간으로 줄고 결정씨앗 손실확률은 68퍼센트가 됐다.

요나가 수치를 읽었다.

“사람은 나가고 공장은 죽을 수 있다는 거네.”

“공장 안에도 스물세 명 있어. 숫자만 비교하지 마.”

미라는 답하지 못했다.

열차 통신에 아민 코레가 연결됐다. 영상은 떨렸고 뒤에서 경보등이 돌고 있었다.

“열차 위치를 확인했습니다.”

미라가 물었다.

“선로 바꾼 거 당신들이 했어요?”

“포지 운반기가 4년 전에 변경했습니다. 외벽 노선의 부식을 피해 냉각재 운반선으로 통합한 겁니다.”

“사람 타는 열차도 이쪽으로 오는데 왜 지도 안 고쳤어요?”

“사람을 태울 계획이 없었습니다.”

“지금은 있어요.”

아민의 뒤에서 누군가 외쳤다.

“축 온도 74도!”

제19구역 송풍기 화면도 함께 열렸다. 세나가 새 베어링의 내측 링을 축에 밀어 넣고 있었다. 링이 절반에서 걸렸다.

남은 시간 00:05:31.

“망치 쓰지 말랬지.”

미라가 말했다.

“안 써.”

세나는 가열띠를 더 감았다.

“축이 찌그러졌어. 새 베어링 규격이 맞아도 안 들어가.”

아민은 예비축까지 보냈어야 했다고 말했다. 세나는 86킬로그램짜리 축도 사람을 더 보내면 옮길 수 있었다고 쏘아붙였다.

미라가 말했다.

“축 표면 갈아. 외측 0.6밀리미터.”

“그러면 편심 생겨.”

“이미 생겼어. 완전한 수리 못 해. 하루만 버티게 해.”

“하루 뒤에는?”

“그때 살아 있는 사람이 다시 고쳐.”

세나가 연마기를 들었다.

송풍기 시간 00:04:48.

아민이 미라에게 말했다.

“비상 배출을 하면 제2열은 버티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다른 길 있어요?”

“열차의 사람들을 내려 저장고 위쪽 보행통로로 이동시키십시오.”

“리나 배양조는?”

“남겨야 합니다.”

다니엘이 통신을 열었다.

“누구 마음대로?”

아민은 그를 보지 못했다. 화면에는 리나의 배양조 상태만 떠 있었다.

“전환기 생명체 한 개체의 손실보다 생산계보 손실이—”

“이름 말해.”

리나의 목소리가 벽 진동을 타고 들어왔다.

아민의 문장이 멈췄다.

“리나 소.”

“다시 말해.”

“리나 소를 남겨야 합니다.”

“왜?”

“배양조는 보행통로 폭을 통과하지 못합니다.”

“그건 알아.”

“비상 배출은 수천 명이 사용하는 공기·전력 제어용 연산기판의 생산 가능성을 훼손합니다.”

“그것도 이제 알아.”

“그래도 나가겠습니까?”

리나는 꺾인 관이 당기는 통증에 몸을 조금 웅크렸다.

“응.”

아민이 미라를 봤다.

“당신이 결정합니까?”

“아니요.”

“그럼 열차에 탄 예순 명이 제2열 작업자 스물세 명과 도시의 미래를 결정합니까?”

“그것도 아니에요.”

“결정은 누가 합니까?”

미라는 저장고의 수동레버를 봤다.

“결과에 손을 대는 사람이요.”

“그게 권한의 정의입니까?”

“아니요. 지금 우리가 가진 시간의 모양이에요.”

철학처럼 들리는 말이 입에서 나오자 미라는 곧 후회했다. 말은 물을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작업복 허리의 안전줄을 요나에게 건넸다.

“내가 들어갈게.”

“팔 그 상태로?”

“레버 당기는 데 두 팔 필요 없어.”

“물속에서 걸리면?”

“당겨.”

“아주 좋은 계획이네.”

요나는 줄을 자기 허리에 묶었다.

냉각수는 차가울 줄 알았지만 미지근했다. 제2열에서 돌아온 열이 저장고 바닥에 남아 있었다. 미라가 수로에 내려서자 물이 갈비뼈까지 찼다. 왼팔 상처에 냉각수가 스며들었다. 통증이 팔을 타고 목까지 올랐다.

“오염도?”

사라가 휴대측정기를 봤다.

“금속분진 높아요. 상처 담그지 마요.”

“이미 늦었어.”

미라는 숨을 들이마시고 잠겼다.

물속의 레버는 세라믹 봉인재에 묶여 있었다. 절단기가 먹히지 않았다. 숨이 부족해진 미라가 줄을 두 번 당기자 요나가 끌어올렸다.

“못 잘라.”

“다른 공구?”

노아가 라힘이 던진 주머니에서 짧은 지렛대를 꺼냈다.

“이건 분기기 해제용입니다.”

“세라믹은 못 깨.”

이안이 열차 아래로 내려오려 했다.

미라가 소리쳤다.

“거기 있어.”

아이는 멈췄다.

미라는 자기 목소리를 들었다. 또 먼저 막았다.

“물 근처로 오면 네가 뭘 듣게 될지 몰라. 그래도 내려오고 싶으면 안전줄 묶어.”

이안은 잠시 생각했다.

“안 내려갈게.”

“그래.”

“대신 리나가 말하는 거 들어.”

배양조 안의 리나는 눈을 감고 있었다. 화물칸 배수구로 내려간 흰 실이 냉각수 표면에 닿아 있었다. 실 끝이 물결에 따라 흔들렸다.

“오른쪽.”

리나가 말했다.

미라가 물었다.

“뭐가?”

“레버 오른쪽 아래가 비어 있어.”

사라가 말했다.

“생체선이 수압진동을 감지하는 것 같습니다. 정확도는 알 수 없어요.”

“리나, 네가 느낀 거야, 블룸이 보내는 거야?”

“몰라.”

“그럼 안 써도 돼.”

리나가 눈을 떴다.

“내가 쓰겠다고 했어.”

미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른쪽 아래. 그것만 믿을게.”

두 번째로 물에 들어갔다.

레버 오른쪽 아래에는 손가락 두 개가 들어갈 틈이 있었다. 미라는 지렛대를 넣고 왼팔까지 뻗었다. 상처에서 피가 풀릴 때 세라믹에 금이 갔다. 한 번 더 밀었다.

봉인재가 깨지며 레버가 튀었다.

저장고 전체가 흔들렸다.

미라는 줄을 잡지 못했다. 물살이 몸을 격벽 쪽으로 끌고 갔다. 잘린 세라믹 조각이 허벅지를 긁었다.

요나가 안전줄을 당겼다.

매듭이 허리를 조였다. 미라의 얼굴이 수면 밖으로 나왔다.

그녀가 숨을 토하는 동시에 비상 배출 경보가 울렸다.

냉각수 배출량 초당 4.2톤.

제2열 냉각유지 가능시간 15:57:11.

결정씨앗 손실확률 71퍼센트.

폐기 노선 전력 공급 00:10:59.

열차 바퀴 아래 전력선에 푸른 불이 들어왔다.

아민의 화면 뒤에서 작업자들이 움직였다. 누군가는 미라를 욕했고, 누군가는 냉각관을 닫으러 뛰었다.

아민이 말했다.

“우리는 제2열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포기하라고 안 했어요.”

“당신이 시간을 16시간으로 줄였습니다.”

“그 안에 고쳐요.”

“부품이 없습니다.”

“사람은 있잖아요.”

“사람이 소재를 만들 수는 없습니다.”

“알아요.”

미라는 열차로 올라갔다.

“그래서 내가 없앤 걸 기록해요.”

아민은 대답하지 않았다.

열차가 다시 움직였다.

저장고 수문이 열리며 푸른 물이 선로 아래로 빨려 나갔다. 바퀴가 물을 갈랐다. 원형 격벽 안에서 분기날이 천천히 폐기 노선 쪽으로 붙었다.

통과 전력 9분 32초.

외벽까지 1.8킬로미터.

열차가 터널 안으로 들어갔다.

제19구역 화면에서 세나가 연마기를 놓았다.

새 베어링이 축 끝까지 들어갔다.

“돌려.”

작업자들이 수동기동 손잡이를 밀었다.

송풍기가 한 바퀴 돌았다.

두 번째 회전에서 축이 흔들렸다.

세 번째에서 날개 하나가 외벽을 스쳤다.

경고시간이 0에 닿았다.

모터가 켜졌다.

금속음이 길게 이어졌다.

미라는 화면을 보며 기다렸다.

공기 유량 19퍼센트.

27.

41.

축 진동 허용치 230퍼센트.

세나가 말했다.

“하루는 못 가.”

“얼마나?”

“여덟 시간. 운 좋으면 열둘.”

제6구역과 제8구역의 압력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도시는 당장 숨을 잃지 않았지만 반도체 공장에는 16시간의 제한시간이 생겼다.

열차는 폐기 노선을 따라 외벽 하부에 도착했다.

전력 공급은 2분 14초 남아 있었다.

앞에는 두 개의 문이 있었다.

안쪽 압력문과 외부 열교환문.

두 문 사이 공간은 배양조가 들어갈 만큼 넓었다. 이곳은 사람용 감압구가 아니라 냉각수를 버리던 산업용 방출구였다.

“바깥문 열면 안쪽문이 자동으로 닫혀야 해.”

요나가 말했다.

미라는 안쪽문 경첩을 봤다. 흰 숨관이 틈마다 자라 있었다. 빗물이 들어온 뒤 급속히 두꺼워진 조직이었다.

“자동으로 안 닫혀.”

노아가 물었다.

“제거할까요?”

“시간 없어. 열차 들어가면 안쪽문부터 손으로 닫아.”

열차가 두 문 사이로 들어갔다.

뒤쪽 안쪽문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숨관이 눌리며 흰 액체가 흘렀다. 문은 바닥에서 38센티미터를 남기고 멈췄다.

전력 01:31.

사람 열두 명이 문에 붙어 밀었다.

움직이지 않았다.

미라는 숨관을 절단기로 잘랐다. 한 줄을 자를 때마다 다른 줄이 문틈 안으로 눌려 들어갔다.

전력 00:58.

외부문을 여는 데 42초가 필요했다.

요나가 말했다.

“지금 시작해야 해.”

“뒤가 안 닫혔어.”

“전력 끊기면 둘 다 못 열어.”

엘리아스의 통신이 들어왔다.

“외부문 개방을 보류하십시오.”

미라는 절단기를 멈추지 않았다.

“이유.”

“안쪽문 밀폐율이 71퍼센트입니다. 외부문을 열면 제4·6·8구역 압력이 함께 떨어집니다.”

“얼마나?”

“6분 안에 호흡곤란 기준 아래로 내려갈 수 있습니다.”

세나가 끼어들었다.

“송풍기 출력 더 올리면 날개 깨져.”

외부문 전력 00:41.

다니엘이 말했다.

“리나는 10분도 못 버텨.”

엘리아스가 물었다.

“열차 안 생존자는?”

사라가 대답했다.

“공기 두 시간 남았지만 리나의 보조순환은 8분 이내에 열어야 합니다.”

“도시 세 구역에는 4,800명이 있습니다.”

요나가 외부문 손잡이에 손을 댔다.

“또 숫자네.”

엘리아스가 말했다.

“숫자를 말하지 않으면 사람이 사라집니다.”

미라는 안쪽문 아래에 엎드려 도시 쪽을 봤다. 38센티미터 틈 너머로 터널이 이어져 있었다. 공기가 이미 그쪽으로 흐르고 있었다.

“세 구역 사람들한테 알려요.”

“대피시간이 없습니다.”

“그래도 알려요.”

엘리아스는 공개경보를 켰다.

외벽 산업용 방출구 개방 가능성.

제4·6·8구역 압력 저하 예상.

내부 밀폐실로 이동하십시오.

예상 준비시간 36초.

열지 말라는 요구와 열어 달라는 요구가 함께 쏟아졌다. 제6구역에 아이가 있다는 사람도, 이동할 수 없다는 사람도 있었다.

미라가 외부문 기동손잡이를 잡았다.

엘리아스가 물었다.

“당신이 결정합니까?”

미라는 화면 속 얼굴들을 볼 수 없었다. 이름과 문장만 흘렀다.

“네.”

“결과를 기록하겠습니다.”

“내 이름으로 해요.”

그녀가 손잡이를 내렸다.

외부문 기동.

00:42.

전력 공급 잔량 00:33.

시간이 맞지 않았다.

외부문이 절반도 열리기 전에 전력이 끊길 것이었다.

요나가 말했다.

“냉각수 더 빼.”

아민이 즉시 반대했다.

“안 됩니다.”

“9초 필요해.”

“추가 배출 시 제2열 냉각유지시간이 12시간 아래로 떨어집니다.”

미라는 비상 배출레버를 한 단계 더 밀었다.

냉각수 배출량 초당 6.8톤.

제2열 냉각유지 11:43:02.

외벽 전력 00:51.

문이 올라갔다.

처음 열린 틈으로 빗물이 쏟아졌다. 바깥 공기가 흙과 금속과 썩은 잎 냄새를 밀어 넣자 열차 안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안쪽문 아래 틈에서는 도시의 건조한 공기가 반대 방향으로 빠져나갔다. 흰 숨관이 갑자기 부풀었다. 외부 수분을 만난 조직이 문 아래에서 갈라지며 틈을 더 벌렸다.

밀폐율 54퍼센트.

39.

제4·6·8구역 압력 저하.

세나가 송풍기 출력을 올렸다.

축 진동 310퍼센트.

“더는 못 올려!”

외부문이 배양조 높이까지 열렸다.

요나와 노아가 필터를 쓰고 먼저 나갔다. 외기 산소는 19.1퍼센트였지만 금속성 미세먼지는 기준치의 4.7배였고 포자 농도는 측정범위를 넘었다. 단기 호흡만 가능하다는 판정이었다.

요나가 손을 들었다.

“열어 둬!”

화물칸 고정끈이 풀렸다. 다니엘과 사라, 작업자 세 명이 배양조를 밀었다. 바퀴가 외부문 턱에 걸렸다.

리나의 심박 158.

보조순환 정지.

다니엘이 말했다.

“들어야 해.”

여섯 사람이 배양조 아래에 어깨를 넣었다.

미라도 붙으려 했다. 왼팔이 올라가지 않았다.

“빠져.”

다니엘이 말했다.

“나도—”

“당신은 이안 데리고 나가.”

미라는 이안을 봤다.

아이 손목의 푸른 선이 빗물 쪽으로 뛰고 있었다.

“같이 갈래?”

미라가 물었다.

이안은 리나를 봤다.

“먼저 밀어.”

미라는 오른손으로 배양조 뒤를 밀었다.

바퀴가 턱을 넘었다.

조가 기울었다가 돌아왔다.

리나가 처음으로 도시 외벽 바깥에 나갔다.

사라가 바로 조의 점검구를 열었다. 다니엘이 방수포를 세우고 요나가 빗물을 막았다. 꺾인 관 안에는 흰 조직이 자라 있었다. 사라는 리나에게 보여 주었다.

“이걸 잘라야 순환이 돌아와. 감각선일 수도 있어.”

“자르면 뭐 잃어?”

“모르겠어.”

“안 자르면?”

“오른쪽 폐 기능이 손상될 수 있어.”

리나는 밖을 보려 했지만 방수포가 시야를 가렸다.

“조금만 열어 줘.”

다니엘이 포를 들었다.

회색 하늘 아래 검은 땅이 펼쳐져 있었다. 외벽을 따라 물이 흘렀고, 멀리 낮은 구조물 사이에서 흰 줄기들이 바람에 눕고 일어났다. 숲이라기에는 성기고, 폐허라기에는 너무 많이 움직였다.

빗방울 하나가 배양조 유리에 떨어졌다.

리나가 말했다.

“잘라.”

사라가 조직선을 절단했다.

리나의 몸이 굽었다. 다니엘이 유리에 손을 대려다 멈췄다.

“잡아도 돼?”

리나가 눈을 감은 채 손바닥을 유리에 붙였다.

다니엘이 같은 자리에 손을 댔다.

보조순환이 12퍼센트에서 다시 올라갔다.

21.

37.

열차 안에서는 아홉 개의 필터를 누구에게 줄지 다시 다투고 있었다. 외부문은 열려 있었지만 필터 없는 사람들은 턱 앞에서 멈췄다.

미라가 마지막 필터를 이안에게 씌우자 아이가 물었다.

“엄마 건?”

“나는 문 닫고 나갈게.”

“닫히지도 않잖아. 나도 남을래.”

“안 돼.”

말이 먼저 나오자 이안이 고개를 저었다.

“또 엄마가 정했어.”

외부에서 리나가 유리를 두드렸다.

“이안.”

아이는 열린 문과 미라를 번갈아 봤다.

도시 쪽 압력이 더 떨어졌다.

제6구역에서 밀폐실 하나가 닫혔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312명 수용. 나머지 1,040명 이동 중.

제8구역의 마렌이 통신에 나타났다.

“수분회수소 압력문 닫았어요. 여기 86명 들어왔어요.”

“호흡 가능시간?”

엘리아스가 물었다.

“여섯 시간. 물은 있어요.”

제4구역은 응답하지 않았다.

미라는 외부문 옆 수동해제축을 봤다. 문을 닫으면 다시 열 전력이 없었다. 닫히더라도 리나와 밖으로 나간 사람들은 돌아올 수 없었다.

밖에는 필터를 쓴 아홉 명과 배양조 속 리나가 있었다.

안에는 미라와 필터 없는 쉰 명이 넘는 사람이 있었다.

이안은 그 사이에 서 있었다.

미라가 물었다.

“네가 뭘 원하는지 말해.”

“엄마랑 리나랑 같이 나가고 싶어.”

“문을 닫을 사람이 필요해.”

노아가 밖에서 말했다.

“제가 돌아가겠습니다.”

미라는 그의 다친 손을 봤다.

“수동축 두 바퀴 반 돌려야 해.”

“왼손으로 하겠습니다.”

미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노아가 문턱을 다시 넘어왔다.

“이번에는 틀리면 말해 주십시오.”

그는 수동축에 지렛대를 끼웠다.

미라가 이안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자기 필터는 없었다. 요나가 마스크를 벗어 건넸다.

“세 번 숨 쉬고 줘.”

미라는 필터를 쓰고 세 번 숨을 들이마셨다. 네 번째는 참았다. 필터를 요나에게 돌려줬다.

외부 공기는 차가웠다.

노아가 축을 돌렸다.

외부문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안쪽문은 여전히 38센티미터 열려 있었다. 도시 공기는 줄어든 틈으로 빠르게 새었다. 그러나 외부문이 닫히면 손실은 멈출 수 있었다.

열차 안에 남은 사람들은 외벽 대기구역에 갇혔다. 그들에게는 공기전지 두 시간분과 도시 쪽으로 돌아갈 수 없는 무동력 열차가 있었다.

외부문이 절반쯤 내려왔을 때 흰 숨관이 레일 사이에서 솟았다.

노아가 소리쳤다.

“걸렸습니다!”

미라는 문 아래로 다시 들어가려 했다.

이안이 팔을 잡았다.

“엄마가 나가라고 했잖아.”

“노아 혼자 못 닫아.”

“내가 정한 건 같이 나가는 거였어.”

미라는 아이 손을 떼지 못했다.

노아가 지렛대를 놓고 절단기를 들었다. 오른손 붕대가 다시 붉어졌다. 그는 왼손으로 숨관을 잡고 오른손으로 절단기를 눌렀다.

한 줄.

두 줄.

문이 다시 내려왔다.

마지막 틈으로 노아의 얼굴이 보였다.

“닫히면 대기구역 압력은 유지됩니다.”

“너는?”

“안쪽에 있겠습니다.”

“왜?”

“제가 선택했습니다.”

문이 닫혔다.

완전 밀폐는 아니었다. 91퍼센트.

도시 세 구역의 압력은 위험선 바로 위에서 멈췄다.

제4구역에서는 37명이 저산소 증상을 보였고 두 명이 의식을 잃었다. 사망 여부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

제19구역 송풍기는 임시 베어링으로 계속 돌고 있었다.

반도체 제2열에는 11시간 31분이 남았다.

밖에 나온 사람들은 외벽에서 멀어지지 못했다. 필터가 없는 미라는 숨을 참았다가 요나의 마스크를 다시 받았다.

휴대센서는 산소 19.3퍼센트와 함께 포자 18배, 금속분진 5.1배를 경고했다.

비는 약해지고 있었다.

마스크를 벗고 짧게 숨을 들이마셨다. 흙과 젖은 철, 곰팡이와 낯선 단맛이 섞여 있었다. 목이 즉시 따가워졌다. 미라는 기침하며 마스크를 돌려줬다.

“숨은 쉴 수 있어.”

요나가 말했다.

“얼마 동안?”

아무도 답하지 못했다.

이안은 빗물 위에 쪼그려 앉았다. 웅덩이 표면에는 흰 막이 떠 있었다. 아이가 손을 대기 전에 미라가 손목을 잡았다.

이번에는 이안이 화내지 않았다.

“봐.”

그가 말했다.

흰 막 아래의 작은 검은 점들은 빗방울마다 흩어졌다가 다시 모였다. 바람을 피하는 움직임은 아니었다.

점들은 이안의 그림자를 피해 밝은 쪽으로 갔다.

리나의 배양조에서 흰 실이 유리 배수구를 통과해 밖으로 나왔다. 실 끝이 웅덩이에 닿자 검은 점들이 한꺼번에 멈췄다.

잠시 뒤 점들은 외벽 쪽이 아니라 먼 폐허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휴대센서는 생물학적 반응을 확인했지만 분류와 위험도 계산에 실패했다. 그 아래 필터 예상수명이 나타났다.

00:4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