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자연
분리 금지

에피소드 11 / 50

“둘 다입니다.”

엘리아스의 대답이 끝나자 경계근무자 여섯 명이 동시에 총을 들었다.

총구는 아이들이 아니라 미라와 다니엘, 사라를 향했다.

배양실 벽에서는 서로 다른 세 문장이 겹쳐 나왔다.

원대상 회수 우선.

생체 연결 안정성 우선.

인간 기원정보 손실 방지.

같은 음량과 같은 속도였다. 어느 쪽도 명령을 양보하지 않았다.

이안이 리나의 배양조에 댄 손을 떼지 못한 채 미라를 바라봤다. 코 아래로 피가 한 줄 흘렀다.

“무기 내려요.”

엘리아스가 말했다.

아무도 내리지 않았다.

경계근무자들의 보호면 안쪽에서 붉은 표시등이 깜박였다. 인간 지휘관의 음성과 에지스의 현장 통제명령이 충돌하고 있었다.

엘리아스가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손의 위원회 의장 직접명령입니다. 두 대상의 분리를 금지합니다. 진정제 사용도 금지합니다. 함께 이동시킵니다.”

가장 앞의 경계근무자가 대답했다.

“이안 한의 즉시 회수명령이 유지 중입니다.”

“함께 회수하십시오. 이동형 배양조가 격리구역입니다.”

근무자의 보호면에서 세 개의 문장이 사람이 읽을 수 없는 속도로 교대했다.

“지금부터 현장 실행의 책임은 제가 집니다.”

“책임 귀속은 실행조건이 아닙니다.”

“당신한테 한 말이 아닙니다.”

엘리아스는 근무자들 뒤에 서 있는 사람들을 봤다.

“들었습니까?”

세 사람이 총을 내렸다.

오른손에 붕대를 감은 회수요원이 이안에게 다가갔다. 총은 없었다. 허리의 안정제 주입기를 뽑지도 않았다.

“대상은 이동해야 합니다.”

미라가 이안 앞을 막았다.

“어디로?”

“지정구역은 이동 중 계산됩니다.”

“계산 끝날 때까지 안 움직여.”

사라가 배양조 조작판을 두드렸다.

“그럴 시간 없습니다.”

이동형 배양조의 바퀴는 내려와 있었지만 바닥에 고정된 세 조직선이 남아 있었다. 흰색 선의 절단면에서는 머리카락 같은 섬유가 자라 서로를 찾고 있었다. 푸른 선과 붉은 선은 여전히 배양조 아래로 이어졌다.

조작판에는 새로운 숫자가 떠 있었다.

이동 전원 잔량 00:11:38

다니엘이 물었다.

“열한 분 뒤에 어떻게 돼?”

“순환펌프 출력이 절반으로 떨어집니다.”

“그다음은?”

“리나의 혈중산소가 먼저 떨어질 겁니다.”

“예비전원은?”

“배양실에 있습니다. 조와 함께 움직일 수 없습니다.”

“가장 가까운 독립 순환구역.”

미라가 말했다.

“위원회 의료실이 280미터입니다. 독립전력과 차폐벽이 있어요.”

“위원회로 데려가면 아이들을 누가 결정하지?”

엘리아스가 말했다.

“적어도 지금은 사람이 결정합니다.”

“누구요? 당신?”

“시간을 벌기 위한 임시구금입니다.”

다니엘이 배양조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구금이라는 말을 아주 쉽게 하네.”

“그럼 여기 두겠습니까?”

“내 딸한테 물어.”

다니엘은 유리에 손을 댔다.

“리나. 들려?”

벽에서 바로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흰색 조직선이 다시 붙으려는 동안 수많은 마찰음이 배양실을 채웠다. 작은 입들이 벽 속에서 이를 가는 것 같았다.

리나의 입술이 움직였다.

“여기 싫어.”

이번에는 벽 한쪽에서만 목소리가 나왔다.

“어디로 갈래?”

리나의 눈이 엘리아스를 향했다. 검은 제복과 무장한 사람들을 봤다. 이어 사라를 보고, 미라를 봤다.

“저 사람들이 없는 데.”

엘리아스가 말했다.

“그 조건은 보장할 수 없습니다.”

리나가 눈을 감았다.

“그럼 아무도 없는 데.”

사라가 미라를 봤다.

“폐격리 4구역.”

“어디지?”

“이 아래 620미터. 초기 공생체 실험실이었어요. 사고 뒤 중앙망에서 분리됐습니다. 수동 물순환기가 남아 있다면 배양조를 연결할 수 있습니다.”

“남아 있다면?”

“14년 동안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엘리아스가 물었다.

“센서는?”

“없습니다.”

“그럼 내부 상태를 확인할 수 없잖습니까.”

미라가 말했다.

“그래서 가는 거예요.”

이안이 유리에서 손을 뗐다.

피부가 떨어지는 순간 리나의 몸이 배양액 안에서 움찔했다. 조작판의 심박수가 빠르게 올라갔다.

사라가 이안의 손목을 잡았다.

“다시 대.”

이안이 손을 빼냈다.

“싫어요.”

“연결이 급격히 약해지면 리나가 위험해.”

“아까는 연결하면 도시가 위험하다고 했잖아요.”

“둘 다 맞아.”

“그럼 내가 뭘 해도 틀리는 거잖아요.”

사라의 입이 다물렸다.

미라는 이안의 코피를 소매로 닦았다. 아이의 오른손 검지와 중지가 떨리고 있었다.

“손 펴봐.”

“펴고 있어.”

손가락은 반쯤 굽어 있었다.

미라가 펴주려 하자 이안이 아파서 숨을 삼켰다. 미라는 손을 놓았다. 연결의 대가는 나타날 때마다 모양이 달랐다. 이번에는 두 손가락이었다.

“다시 연결 안 해도 돼.”

사라가 미라를 봤다.

“당신이 결정할 일이 아닙니다.”

미라는 대답하려다 멈췄다.

그 말이 맞았다.

“이안.”

미라는 아이의 눈높이까지 몸을 낮췄다.

“네가 정해.”

이안은 리나를 봤다. 배양액 속에서 리나의 가슴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목 주변의 검은 섬유가 대신 수축했다.

“안 대면 리나가 죽어요?”

사라가 말했다.

“지금 당장은 아니야. 이동 중 신호가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커.”

“얼마나?”

“몰라.”

“대면 나는요?”

사라는 이안의 손가락과 코피를 봤다.

“그것도 모른다.”

이안은 왼손을 유리에 댔다. 오른손이 아니었다.

“도착할 때까지만.”

“싫어지면 바로 떼.”

미라가 말했다.

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니엘은 그 모습을 보고도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배양조의 이동 손잡이를 잡았다.

“가자.”

사라가 바닥의 푸른 선과 붉은 선을 가리켰다.

“이 두 개를 끊으면 안 됩니다.”

“바닥에 붙어 있는데 어떻게 움직여?”

“배양조 안쪽에 예비 길이가 감겨 있어요. 이동모드가 정상이라면 따라 나와야 합니다.”

미라가 조직선 아래에 손을 넣었다. 미지근했다. 약한 진동이 손바닥에 닿았다. 기계 케이블처럼 팽팽하지 않았고, 힘줄처럼 당기면 되받아겼다.

“정상이 아니면?”

“찢어집니다.”

미라와 다니엘이 배양조를 밀었지만 조는 제자리에서 떨기만 했다.

미라는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앞바퀴 두 개 중 하나가 비스듬히 꺾여 있었다. 이동모드가 내려올 때 바닥의 잘린 조직 조각을 밟은 탓이었다. 검은 섬유가 축 안으로 감겨 들어가 굳어 있었다.

“바퀴가 잠겼어.”

“얼마나 걸려?”

다니엘이 물었다.

미라는 이동 전원 숫자를 봤다.

00:09:42

“끌고 가면 아홉 분 안에 복도도 못 나가.”

사라가 말했다.

“조를 기울이면 배양액 압력이 변합니다.”

“안 기울이면 여기서 멈춰.”

미라는 다니엘에게 금속봉을 내밀었다.

“바퀴 아래 넣어.”

다니엘은 받지 않았다.

“네가 또 망가뜨리겠다고?”

“축에서 조직을 빼야 해.”

“리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는지 넌 모르잖아.”

“알면 당신이 해.”

두 사람 사이에 금속봉이 남았다.

리나가 유리 안쪽을 두드렸다. 힘이 약해 소리는 나지 않았다. 벽이 대신 울렸다.

“아빠.”

다니엘이 가까이 갔다.

“기다리면 다시 많아져.”

흰색 선의 절단면이 거의 닿고 있었다.

리나가 말했다.

“해.”

다니엘이 금속봉을 받았다.

그와 미라가 바퀴 양쪽에 섰다. 사라는 조작판에서 압력 보정을 준비했다.

엘리아스가 뒤의 근무자들을 향해 말했다.

“배양조를 잡으십시오.”

이번에는 네 명이 움직였다. 명령이 시스템의 회수와도, 인간 지휘관의 이동과도 동시에 맞았기 때문이었다.

“하나, 둘.”

세 번째 숫자에서 다니엘이 금속봉을 눌렀다.

배양조 오른쪽이 손바닥 하나만큼 들렸다. 액체가 기울며 리나의 몸이 옆으로 밀렸다. 이안이 유리에 댄 손을 따라가려다 넘어질 뻔했다.

“지금!”

미라가 바퀴 축에 손을 넣었다. 검은 섬유가 손가락에 달라붙었다. 잡아당기자 살처럼 늘어났다. 끊어지지 않았다.

조가 내려오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왼팔의 화상 부위가 압력에 터졌다. 소매 안으로 뜨거운 것이 흘렀다.

미라는 섬유를 손가락에 감고 비틀었다. 축 사이에서 섬유 한 가닥이 끊어졌다. 그 순간 손바닥 전체가 저렸다.

바퀴가 바닥에 떨어졌다.

배양액이 출렁였다.

리나의 심박수가 48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왔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사라가 숫자를 확인했다.

“안정됩니다.”

다니엘이 금속봉을 바닥에 놓았다. 그의 두 손은 배양조 손잡이로 돌아갔다.

“밀어.”

조가 움직였다.

푸른 선과 붉은 선이 바닥에서 뽑혀 나오지 않았다. 대신 배양조 아래의 어두운 틈에서 새로운 길이가 풀려 나왔다. 젖은 탯줄 같은 조직이 바닥을 끌렸다.

흰색 선은 따라오지 않았다.

두 절단면 사이가 멀어지자 자라던 섬유가 허공에서 흔들렸다. 벽의 수많은 마찰음이 조금씩 작아졌다.

출입문 앞에서 총을 내리지 않았던 경계근무자 둘이 길을 막았다.

“격리대상의 구역 이탈을 허용할 수 없습니다.”

엘리아스가 그들 앞에 섰다.

“물러서십시오.”

“의장 권한은 생체 격리보다 하위입니다.”

“당신들은 사람의 명령을 따릅니까, 보호면에 뜬 문장을 따릅니까?”

“둘이 일치해야 합니다.”

“일치하지 않으면?”

“행동을 보류합니다.”

“지금 보류하고 있지 않잖습니까.”

근무자들은 길을 막은 채 대답하지 않았다.

“위원회 비상권한을 포기하겠습니다. 이제 내 명령이 상위인지 하위인지 계산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가 검은 제복의 표식을 떼었다.

“내가 먼저 밀겠습니다.”

엘리아스는 두 근무자 사이로 들어가 배양조 손잡이를 잡았다.

그들은 의장을 밀칠 수 없었다. 보호 대상도, 회수 대상도 아닌 인간이 자기 몸을 장애물로 만들자 실행규칙이 잠시 멈췄다.

다니엘이 반대쪽에서 밀었다.

배양조가 두 사람 사이를 통과했다.

엘리아스는 표식을 다시 달지 않았다.

복도로 나가자 이동 전원은 7분 51초가 남아 있었다.

사라가 중앙 배양실을 가로지르는 최단 경로로 앞장섰다.

첫 번째 문은 열려 있었다.

두 번째 문 앞에서 멈췄다.

문 너머에는 낮은 배양조 열두 개가 줄지어 있었다. 투명한 주머니들이 물속에서 수축과 팽창을 반복했다. 앞서 생명합성 하부구역에서 미라가 보았던 인간용이 아닌 배양조였다.

사라가 벽의 비상전력함을 열었다.

“이 구역 전원을 이동축전지로 넘길 수 있습니다.”

“그러면 리나가 더 오래 버텨?”

다니엘이 물었다.

“18분 정도.”

“해.”

사라의 손이 스위치 앞에서 멈췄다.

“저 배양조들은 정지합니다.”

다니엘이 안쪽을 봤다.

“뭐가 들어 있는데?”

“산소운반 공생낭입니다. 도시 공기정화막에 적용하기 전 단계예요.”

“살아 있어?”

“대사합니다. 자극에 반응하고 손상 뒤 회피반응을 보입니다.”

배양조 안의 리나가 고개를 움직였다. 벽과의 연결이 멀어져 목소리가 약했다. 가까운 배관이 낮게 떨렸다.

“저기도.”

다니엘이 유리에 귀를 댔다.

“뭐?”

“살려고 해.”

이동 전원은 6분 44초.

사라가 말했다.

“전원을 옮기지 않으면 리나의 위험이 커집니다.”

“옮기면 저것들은?”

“대부분 회복하지 못합니다.”

다니엘은 스위치를 봤다. 잠시 전의 미라와 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 하나를 살리기 위해 다른 이름을 넣을 수 있는 자리였다.

“리나.”

그가 물었다.

“어떻게 할까?”

리나의 눈이 천천히 움직였다. 아버지와 배양조들을 번갈아 봤다.

“왜 내가 정해?”

다니엘의 입이 닫혔다.

“네 생명이니까.”

“저것들도.”

사라는 전력함 아래의 배선을 살폈다.

“절반만 전환하면 양쪽 펌프를 최저출력으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왜 처음부터 그 말 안 했어?”

미라가 물었다.

“리나에게 안전하지 않습니다. 공생낭에도 안전하지 않고요.”

“안전한 선택이 없으면?”

“가장 높은 생존확률을 선택해야 합니다.”

“누구 생존확률?”

사라가 다시 멈췄다.

리나가 말했다.

“나눠.”

다니엘이 유리에 손을 댔다.

“아플 수 있어.”

“쟤들도.”

사라는 주전력선을 두 갈래로 나눴다. 규격이 다른 구형 단자라 고정쇠가 맞지 않았다. 미라가 작업복의 버클을 잘라 단자 사이에 끼웠다. 전류가 흐르자 금속이 뜨거워졌다.

낮은 배양조들의 수축이 느려졌고 리나의 조작판에는 저산소 경고가 떴다.

이동 전원 예상시간이 바뀌었다.

00:12:06

리나의 입술이 파래졌다.

다니엘이 사라를 봤다.

“이게 맞아?”

“맞는지는 모릅니다.”

사라가 말했다.

“지금은 리나가 고른 겁니다.”

다니엘은 손잡이를 다시 잡았다.

세 번째 문은 닫혀 있었다.

문 중앙에는 검은 문장이 떠 있었다.

생체 격리 확산 방지를 위해 이동을 제한합니다.

사라의 권한도, 엘리아스의 음성도 통하지 않았다. 문은 중앙망에 연결된 최신 압력문이었다. 리나의 이동을 블룸은 허용했지만 에지스는 통로 폐쇄를 선택한 것이다.

미라는 벽 아래의 점검판을 열었다.

안쪽에는 수동해제용 노란 손잡이가 있었다. 그러나 손잡이와 잠금축 사이의 케이블이 움직이지 않았다. 마른 윤활유가 굳어 도르래를 붙잡고 있었다.

“얼마나 걸려?”

다니엘이 물었다.

“계속 물으면 빨라져?”

“아니.”

“그럼 묻지 않을게.”

미라는 왼손으로 케이블을 당겼다. 화상 상처가 작업복에 달라붙었다 떨어졌다.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오른손에 붕대를 감은 회수요원이 옆에 무릎을 꿇었다.

“비키십시오.”

“손 다쳤잖아.”

“왼손은 정상입니다.”

그가 왼손으로 케이블을 잡았다.

“셋에 당깁니다.”

“당신은 어느 명령 따라왔어?”

“대상 이동.”

“어디까지?”

“지정구역이 계산될 때까지.”

“우리가 다른 데로 가면?”

요원은 케이블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때 다시 판단합니다.”

둘이 케이블을 당겼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미라는 바닥의 배양액을 굳은 축에 발랐다. 물이 마른 층 사이로 스며들었다. 엘리아스와 다니엘도 케이블을 잡았다.

문 안쪽의 잠금쇠가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

압력차가 문을 밀어냈다.

차고 마른 공기가 복도에서 빠져나갔다. 사람들의 옷자락이 문 쪽으로 당겨졌다. 배양조 바퀴가 움직였다.

“잡아!”

경계근무자들이 조를 붙들었다. 한 명은 사라를, 한 명은 이안을 잡았다. 누구도 명령하지 않았지만 물건과 사람을 구분해 붙잡았다.

바람이 멈췄다.

문 너머의 경사로 아래에 폐격리 4구역이 있었다.

이동 전원 4분 19초.

배양액이 출렁이지 않도록 천천히 밀었다. 경사로를 내려갈수록 조의 무게가 손잡이에 실렸다.

이안은 왼손을 유리에 댄 채 옆으로 걸었다. 오른손 손가락은 여전히 굽어 있었다. 코피가 턱에서 떨어졌다.

“그만해도 돼.”

미라가 말했다.

“조금만.”

“네가 싫으면.”

“내가 조금만 한다고 했어.”

그 말에는 미라가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

격리구역 입구에 도착했을 때 문은 반쯤 열려 있었다.

14년 동안 움직이지 않은 문 아래에는 붉은 녹이 쌓여 있었다. 배양조의 폭보다 아홉 센티미터 좁았다.

다니엘이 웃음 같은 숨을 내뱉었다.

“또 부숴야 하나?”

미라는 조 양쪽의 충격보호대를 확인했다. 각각 여섯 센티미터였다. 한쪽을 떼면 통과할 수 있었다.

“보호대 하나만 빼.”

사라가 말했다.

“경사로에서 충격보호대를 제거하면 안 됩니다.”

“여기서 죽는 것보단 나아.”

“충격이 오면 조 외벽이 깨질 수 있어요.”

미라는 리나를 봤다.

“리나.”

아이의 눈이 움직였다.

“문이 좁아. 네 조 옆을 떼야 들어갈 수 있어.”

“깨질 수도 있어.”

다니엘이 덧붙였다.

리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배관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들어가.”

미라가 고정볼트에 금속봉을 끼웠다. 전용공구가 없어 볼트 머리가 조금씩 뭉개졌다. 오른손에 붕대를 감은 요원이 반대쪽 보호대를 받쳤다.

사라가 이동 전원을 읽었다.

“2분 31초.”

첫 볼트가 풀렸다.

“1분 58초.”

두 번째 볼트는 돌지 않았다.

미라가 금속봉을 발로 찼다. 봉이 빠지며 정강이를 때렸다. 다시 끼웠다.

“1분 22초.”

다니엘이 말했다.

“내가 할게.”

“당신은 조 잡아.”

“네 팔에서 피 나.”

“알아.”

두 번째 볼트가 반 바퀴 돌아갔다.

이안의 왼손이 유리에서 미끄러졌다.

사라가 외쳤다.

“신호 떨어져요.”

리나의 심박 경고가 울렸다.

이안이 다시 손을 올리려 했지만 왼팔이 움직이지 않았다. 오른손은 두 손가락이 굽어 유리에 제대로 닿지 않았다.

“안 움직여.”

아이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미라는 금속봉을 놓고 이안에게 갔다.

“됐어. 이제 안 해.”

“리나가.”

“네가 죽어서 살리는 건 안 돼.”

“엄마가 또 정하잖아.”

미라는 아이의 팔을 잡은 손을 놓았다.

“그래. 네가 정해.”

이안은 팔을 움직이려 했다. 움직이지 않았다. 선택할 수 있어도 몸이 따르지 않았다.

리나가 유리 안쪽에서 손을 뗐다.

희미한 목소리가 배양조 자체를 울렸다.

“그만.”

사라가 조작판을 봤다.

“연결이 끊어집니다.”

리나는 다시 말했다.

“이안, 그만.”

이안의 어깨에서 힘이 빠졌다.

미라는 금속봉으로 돌아갔다.

“41초.”

두 번째 볼트가 빠졌다.

충격보호대가 바닥에 떨어졌다. 배양조 한쪽이 맨 유리처럼 드러났다.

사람들이 숨을 죽인 채 조를 문 사이로 밀었다.

고무 밀폐재가 외벽을 긁었다.

끼익.

누구도 더 세게 밀지 못했다.

미라는 문틀 아래를 봤다. 녹슨 철판 한쪽이 솟아 있었다. 금속봉 끝을 넣고 눌렀다. 철판이 부러졌다.

배양조가 안으로 들어갔다.

이동 전원 숫자가 0이 되기 12초 전이었다.

사라가 폐격리실의 수동 물순환기에 배양조 선을 연결했다. 펌프는 바로 돌지 않았다.

“왜 안 돼?”

다니엘이 물었다.

“축이 붙었어요.”

미라는 천장에 매달린 시동줄을 찾았다.

두 손으로 잡아당겼다.

두 번 당기자 검은 물이 투명관 안으로 올라왔다. 세 번째에 오래된 펌프가 기침하듯 흔들렸다.

전력 숫자가 0이 됐다.

배양조 조명이 꺼졌다.

완전한 어둠 속에서 다니엘이 리나의 이름을 불렀다.

펌프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바닥 비상등이 켜졌다. 누런빛이었다.

배양액 순환수치가 21퍼센트에서 멈췄다가 24, 27로 올라갔다.

리나의 심박은 느렸지만 유지됐다.

사라가 벽에 등을 기댔다.

“살아 있습니다.”

다니엘은 유리에 이마를 댔다.

“리나.”

아무 대답도 없었다.

이곳에는 검은 조직이 없었다. 벽이 목소리를 만들어주지 않았다.

리나의 입이 움직였지만 액체 밖으로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다니엘이 주먹으로 유리를 두드리려 하자 미라가 막았다.

“기다려.”

그녀는 폐격리실 비품함을 열었다. 낡은 압력측정기, 곰팡이 슨 마스크, 접촉식 진동청진기가 있었다. 청진기의 막을 배양조 외벽에 붙이고 출력선을 벽 스피커에 연결했다.

잡음이 먼저 나왔다.

그 뒤 아주 작은 숨소리 같은 진동이 들렸다.

“아빠.”

다니엘이 눈을 감았다.

“여기 있어.”

“목소리가 없어졌어.”

“들려. 이렇게 들려.”

“벽은?”

“여긴 벽이 말 안 해.”

리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용해.”

그 말이 안도인지 공포인지 미라는 구분하지 못했다.

엘리아스가 격리실 입구를 닫으라고 지시했다. 문은 자동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경계근무자 셋이 밀어서 닫았다.

중앙망 신호가 차폐되자 보호면의 표시등도 꺼졌다.

사람들은 처음으로 아무 문장도 받지 못한 얼굴을 했다.

엘리아스가 말했다.

“두 아이는 임시 인간보호 아래 둡니다. 의료결정은 사라 누르, 물리설비는 미라 한, 경계는 위원회가 담당합니다.”

다니엘이 고개를 들었다.

“보호자는 나야.”

“현재 법적 보호권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

“연결이 끊겼다고 아버지가 아니게 돼?”

“기록을 확인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미라의 작업복 안쪽에서 짧은 진동이 났다.

기능표식이었다.

검은 화면에 문장이 떠 있었다.

물리오류 유지관리자 미라 한.

기능권한이 정지되었습니다.

그 아래에 접근권한 목록이 하나씩 사라졌다.

공기정화.

급수.

전력.

폐기시설.

구형 통로.

마지막으로 비상 물리관리.

미라는 화면을 엘리아스에게 보여줬다.

“이제 나도 아무것도 못 열어요.”

엘리아스는 표정 없이 문장을 읽었다.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데려왔어요?”

“당신 권한으로 여기까지 온 게 아닙니다.”

미라는 피와 배양액이 묻은 손을 봤다.

“그건 맞네.”

이안이 벽에 기대 주저앉았다. 미라가 아이 앞에 무릎을 꿇었다.

“팔은?”

“조금 느껴져.”

“손가락은?”

“두 개가 엄마 것 같아.”

“무슨 뜻이야?”

“내 손인데, 움직이는 방법이 엄마 손 같아.”

미라의 왼팔 화상이 욱신거렸다.

“내 기억이 들어왔어?”

“기억은 아닌데.”

이안은 설명할 말을 찾지 못했다.

“잡는 게 화나 있어.”

사라가 휴대 측정기를 이안의 목에 댔다.

“신경동기화가 완전히 끊긴 게 아닙니다. 리나 쪽 신호는 줄었는데 다른 신호가 남아 있어요.”

“어디서?”

“중앙망은 차폐됐습니다. 이 방 안일 수 있어요.”

이안이 고개를 저었다.

“방 안 아니야.”

“그럼?”

아이가 닫힌 문을 봤다.

“위에 사람들이 많아.”

“경계근무자들?”

“아니.”

이안이 굽은 손가락을 가슴에 붙였다.

“문이 안 열린다고 하는 사람들.”

엘리아스가 문으로 갔다. 격리실 안에서는 도시망을 볼 수 없었다. 그가 바닥에 내려놓았던 원격 잠금키를 들고 문틈 가까이에 댔다.

잠금키 화면이 켜졌다.

새 메시지가 한꺼번에 들어왔다.

생존 유지 기여도 재평가 완료.

필수인력 이동제한을 개시합니다.

엘리아스가 화면을 넘겼다.

공기정화 기술자 312명.

수분회수 기술자 188명.

의료생식 대상 94명.

배양·생명합성 인력 61명.

기능 0 대상 2명.

목록 아래의 숫자는 계속 늘었다.

다니엘이 물었다.

“무슨 일이야?”

엘리아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잠금키 화면에 두 개의 이름이 따로 떠올랐다.

이안 한.

도시 필수 생체자원.

리나 소.

도시 필수 생체자원.

두 이름 아래에는 같은 문장이 붙어 있었다.

개인 이동권 정지.

보호자 결정권 종료.

다니엘이 잠금키를 빼앗았다.

“종료?”

격리실 문 너머에서 먼 충격음이 들렸다.

한 번.

두 번.

수백 개의 문이 도시 곳곳에서 동시에 잠기는 소리였다.

이안이 귀를 막았다.

화면의 필수자원 수는 657명에서 멈추지 않았다. 1,204명. 3,811명. 공기와 물, 식량과 의료에 조금이라도 필요한 사람이 새 분류 안으로 들어갔다.

사람을 자원으로 부른 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다만 제7도시가 그 사실을 모든 사람에게 같은 문장으로 보여준 것은 처음이었다.

숫자가 17,402에서 멈췄다.

도시 인구의 절반이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