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숨.찐
빗속에서

에피소드 9 / 20

[방과 후 / 축제용품점]

점원이 두 사람을 보고 묻는다.

(점원) : “커플 포장 해 드릴까요?”

(하라) : “아닙니다!”

(코하루) : “절대 아니에요!”

동시에 외친 둘이 서로 본다.

(하라) : “‘절대’는 좀 심하지 않아?”

(코하루) : “너도 너무 크게 말했거든?”

상점가를 걷는 동안 하라는 계속 오른손을 감춘다.

계단에서 학생을 받친 뒤부터 손가락이 가끔 굳는다.

코하루가 눈치챈다.

(코하루) : “손 보여 줘.”

(하라) : “왜?”

(코하루) : “보여 줘.”

하라는 웃으며 넘긴다.

(하라) : “상자 들다가 삐었어.”

소나기가 쏟아진다.

둘은 좁은 처마 아래 붙어 선다.

코하루가 우산을 받다가 하라의 손과 닿는다.

손가락이 떨린다.

코하루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진다.

(코하루) : “이게 상자 때문이야?”

하라는 대답하지 못한다.

(코하루) : “너 요즘 계속 이상해. 근데 내가 알고 싶은 건 네 비밀 자체가 아니야.”

(하라) : “그럼?”

(코하루) : “왜 계속 혼자 아픈 척도 안 하고 버티는지.”

하라가 고개를 숙인다.

(코하루) : “말하기 싫은 건 기다릴 수 있어. 다친 것까지 속이지는 마.”

빗소리가 처마를 두드린다.

하라는 처음으로 코하루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제대로 한다.

(하라) : “미안해.”

맞은편 건물 아래.

누군가 휴대전화로 두 사람을 찍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