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숨.찐
족제비에게 물린 날

에피소드 14 / 20

[방과 후 / 방송부실]

하라는 처음부터 전부 이야기한다.

폐신사.

족제비.

고열.

그날 밤부터 들리기 시작한 먼 소리.

갑자기 강해진 힘.

빨라진 반사신경.

냄새와 진동까지 전보다 선명해진 것.

코하루는 중간에 한 번도 끊지 않는다.

이야기가 끝난 뒤 한참 말이 없다.

(코하루) : “잠깐만.”

(하라) : “응.”

(코하루) : “그러니까… 족제비한테 물리고 초능력 같은 게 생겼다고?”

(하라) : “나도 말하면서 이상한 건 알아.”

(코하루) : “이상한 정도가 아닌데.”

하라가 고개를 숙인다.

(하라) : “그래서 말을 못 했어.”

코하루가 지난 일들을 하나씩 떠올린다.

말도 안 되게 빠른 회피.

휘어진 자전거 손잡이.

멀리 있는 말을 들은 것 같은 순간.

소음에 무너졌던 모습.

(코하루) : “그럼 내가 계속 이상하다고 느낀 게….”

(하라) : “응.”

(코하루) : “왜 진작 말 안 했어?”

(하라) : “나도 무서웠어. 그리고 네가 알면 위험한 데까지 따라올 것 같았어.”

코하루의 얼굴이 굳었다.

(코하루) : “그건 또 네가 내 선택을 대신한 거네.”

하라가 바로 고개를 끄덕인다.

(하라) : “맞아. 미안해.”

잠시 침묵.

코하루가 한숨을 쉰다.

(코하루) : “아직 완전히 믿기는 어렵다.”

(하라) : “당연하지.”

(코하루) : “근데 네가 거짓말해서 못 믿는 거랑, 말이 너무 황당해서 못 믿는 건 다른 문제야.”

하라가 웃음을 터뜨린다.

코하루도 결국 웃는다.

그리고 처음으로 묻는다.

(코하루) : “그래서 얼마나 멀리까지 들을 수 있어?”

그 질문을 듣는 순간 하라는 조금 숨이 놓였다. 이제 코하루 앞에서만큼은, 아무것도 아닌 척할 필요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