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숨.찐
쿠로다

에피소드 11 / 20

[방과 후 / 낡은 체육관]

낡은 체육관 관중석 맨 위에 한 남학생이 앉아 있었다.

3학년 쿠로다였다.

하라에게 덤볐던 아이들과 달리 그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차분해서 더 불편했다.

(쿠로다) : “생각보다 평범하게 생겼네.”

(하라) : “선배도요.”

쿠로다가 웃는다.

(쿠로다) : “내 밑에 들어와.”

(하라) : “싫습니다.”

(쿠로다) : “대답 빠르네.”

쿠로다는 휴대전화를 보여 준다.

하라가 주먹을 쥔 장면.

학생이 겁먹은 장면.

앞뒤가 잘린 영상만 보면 하라가 일진처럼 보인다.

(쿠로다) : “사람들은 전체를 안 봐. 보고 싶은 부분만 보지.”

코하루가 화면을 본다.

(코하루) : “잘라낸 거잖아요.”

(쿠로다) : “잘랐다는 증거 있어?”

쿠로다가 화면을 끈다.

(쿠로다) : “내 말을 들으면 영상도 소문도 멈춰. 싫으면 네 마음대로 하고.”

하라는 쿠로다에게 다가가지 않는다.

(하라) : “그럼 마음대로 할게요.”

쿠로다의 표정이 처음으로 차갑게 변한다.

(쿠로다) : “후회할 텐데.”

체육관을 나오는 길.

코하루가 묻는다.

(코하루) : “괜찮아?”

(하라) : “안 괜찮아.”

코하루가 놀란다.

하라가 피식 웃는다.

(하라) : “이제 괜찮다고 거짓말 안 하기로 했잖아.”

코하루도 조금 웃는다.

그날 밤, 편집된 영상이 학교 안에 퍼지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