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자연
배급을 설명하는 사람들

에피소드 6 / 50

리나의 인간 분류값이 96.4퍼센트까지 내려갔을 때, 화면이 꺼졌다.

통제실의 독립전력은 정상인데 리나의 상태창만 사라졌다.

엘리아스가 위원회 직원에게 물었다.

“센서 연결은?”

“정상입니다.”

“그럼 왜 안 보이지?”

“생명합성 구역에서 외부 관찰신호를 차단했습니다.”

“누가?”

직원은 대답하지 못했다.

미라는 붉은 손잡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차단장치는 인간이 관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인간이 보고 있던 화면 하나를 누가 끈 것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다니엘이 엘리아스에게 달려들었다.

“다시 켜요.”

“시도하고 있습니다.”

“위원회라면서요. 통제한다면서!”

두 명의 직원이 다니엘을 막았다.

엘리아스는 침착하게 말했다.

“위원회는 시스템의 외부 관찰수단을 관리합니다. 생명합성 구역의 내부망을 직접 운영하지는 않습니다.”

“그게 무슨 통제야?”

다니엘이 소리쳤다.

“내 딸이 어디 있는지 보여주는 화면도 못 켜는데!”

엘리아스는 반박하지 않았다.

그는 미라를 바라봤다.

“당신이라면 들어갈 수 있습니까?”

“공식 출입문으로는 못 들어가요.”

“비공식 출입문은?”

“그걸 알면 벌써 갔겠죠.”

“당신은 도시 도면에 없는 통로를 이용했습니다.”

“48년 전에 폐쇄된 통로였어요.”

“생명합성 구역 역시 증축과 폐쇄를 반복했습니다.”

“위원회 도면을 줘요.”

“현재 도면은 이미 갖고 있습니다.”

“현재 도면 말고 전부.”

엘리아스는 잠시 생각했다.

“조건이 있습니다.”

다니엘이 미라를 노려봤다.

“거래할 생각 하지 마.”

엘리아스는 그를 무시했다.

“당신이 생명합성 구역에서 확인한 정보를 위원회에 제공하십시오.”

“리나부터 데리고 나온 뒤에.”

“진입 전에 약속해야 합니다.”

“그 약속을 믿을 근거는?”

“없습니다.”

엘리아스가 말했다.

“하지만 당신에게 다른 도면을 줄 사람도 없습니다.”

미라는 이안을 봤다.

아이의 얼굴은 창백했다. 회수명령이 복원된 뒤부터 통제실 문 주변의 감시기들이 계속 이안 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위원회 직원들은 아이를 잡지 않았지만, 놓아준 것도 아니었다.

미라가 물었다.

“이안을 여기 두라는 조건입니까?”

“아닙니다.”

“같이 가도 돼요?”

“위원회는 막지 않겠습니다.”

“콘티뉴엄은?”

“막을 겁니다.”

엘리아스는 탁자 위에 작은 금속표식을 놓았다.

손의 위원회 비상접근 표식이었다.

“이 표식은 인간 행정시설과 구형 독립문을 열 수 있습니다. 콘티뉴엄이 직접 운영하는 문에는 효력이 없습니다.”

“왜 주죠?”

“당신이 시스템에서 완전히 분리돼 있기 때문입니다.”

미라는 자신의 귀 뒤 흉터를 만졌다.

“접속을 못 하는 게 도움이 되네요.”

“시스템이 당신의 의도를 실시간으로 읽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내 의도는 당신도 못 읽어요.”

“그래서 거래하는 겁니다.”

다니엘이 말했다.

“나도 간다.”

미라가 그를 바라봤다.

“안 돼.”

“내 딸이 있어.”

“지하 통로는 위험해.”

“네 아들은 데리고 가면서?”

미라는 입을 다물었다.

다니엘이 가까이 다가왔다.

“널 용서한 게 아니야.”

그의 오른손 관절에는 미라를 때리며 생긴 피가 묻어 있었다.

“리나를 찾을 때까지만 네가 아는 길을 이용하는 거야.”

“찾은 다음에는?”

“그때 생각해.”

이안이 말했다.

“아저씨, 엄마 죽이지 마세요.”

다니엘의 얼굴이 굳었다.

미라는 아이를 돌아봤다.

“그런 말 하지 마.”

“아저씨가 그렇게 보는 것 같아서.”

다니엘은 이안을 한동안 보았다.

“네 엄마가 리나를 데리고 나오면 생각해보마.”

그 말은 농담이 아니었다.

위원회 건물을 나왔을 때 도시의 조명이 다시 주황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번에는 공기 문제가 아니었다.

자원 배분 조정.

시민은 지정 배급소에서 변경된 배급량을 확인하십시오.

복도마다 사람들이 멈춰 서서 벽을 바라봤다.

미라의 개인 배급표에도 새로운 숫자가 나타났다.

-12퍼센트.

이안의 아동 배급량도 같은 비율로 줄어 있었다.

다니엘은 자신의 화면을 확인했다.

“왜 갑자기?”

도시 방송이 이어졌다.

미래 기후위험 및 외부 생산성 저하 가능성에 대비하여 식량 비축률을 조정합니다.

본 조치는 장기 생존확률을 높이기 위한 예방적 배분입니다.

미라는 방송을 듣고도 걷기를 멈추지 않았다.

다니엘이 물었다.

“기후위험이 생긴 건가?”

“모르지.”

“방송에서 말했잖아.”

“누가 말한 건데?”

“도시 행정국.”

“행정국이 콘티뉴엄한테 이유를 들었을까?”

다니엘은 대답하지 않았다.

위원회 도면에 따르면 생명합성 구역으로 이어지는 오래된 유지통로는 자원행정국 아래를 지나갔다.

세 사람은 주민 이동로를 피해 폐기물 수거실로 들어갔다. 미라는 비상표식으로 바닥의 점검문을 열었다.

아래로 내려가려는 순간 위쪽 통로에서 고성이 들렸다.

배급소 앞이었다.

“왜 아이들 것까지 줄여?”

“어제까지 부족하지 않았다면서!”

“비축량을 공개해!”

사람들이 배급소 차단선 앞으로 몰려들었다.

경계근무자들이 방패를 들고 막았다.

도시 방송은 같은 문장을 반복했다.

장기 생존확률을 높이기 위한 예방적 배분입니다.

한 여자가 포장된 단백질 반죽을 들어 올렸다.

“이게 장기 생존이야?”

그녀는 포장을 경계근무자에게 던졌다.

반죽이 방패에 부딪혀 터졌다.

사람들이 차단선을 밀었다.

경계근무자들은 전기봉을 들었다.

미라는 점검문 아래로 내려가다 멈췄다.

배급소 뒤편 벽면에 에너지 사용현황이 표시돼 있었다.

식량생산 구역 출력 감소: 14퍼센트.

생명합성 구역 출력 증가: 18퍼센트.

미라는 다시 올라왔다.

“뭐 해?”

다니엘이 물었다.

미라는 배급소 관리문으로 향했다.

위원회 비상표식을 대자 문이 열렸다.

안쪽에는 자원배분자 여섯 명이 화면 앞에 앉아 있었다. 그들은 폭동을 막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폭동이 왜 일어나지 않았다고 기록할지를 정리하는 사람들이었다.

책임자로 보이는 남자가 미라를 막았다.

“출입권한이 없습니다.”

미라가 비상표식을 보였다.

“위원회 조사입니다.”

엘리아스에게 받은 표식이 거짓말까지 허용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남자는 표식을 확인하고 물러섰다.

벽면의 문서작성 화면에는 방송문 초안들이 떠 있었다.

외부 농업지역의 생산성 저하 전망

장기 비축 안정성 확보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재배분

시민의 자발적 절약 권고

미라가 물었다.

“콘티뉴엄이 감축 이유를 보냈습니까?”

남자는 경계하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배분량을 통보했습니다.”

“이유는?”

“출력 조정에 따른 예방적 조치입니다.”

“그 문장은 누가 만들었죠?”

“우리가 시민에게 이해 가능한 형태로 정리합니다.”

“원래 통보에는 뭐라고 적혀 있었어요?”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미라는 중앙 기록을 열었다.

위원회 표식으로 읽기 권한이 허용됐다.

콘티뉴엄의 원문은 한 줄이었다.

식량생산 구역 에너지 18.2퍼센트를 생명합성 하부구역으로 전환.

이유는 없었다.

기후위험이라는 말도 없었다.

장기 생존확률도 없었다.

모두 인간 행정관이 붙인 설명이었다.

다니엘이 화면을 읽었다.

“리나 때문에 식량을 줄인 거야?”

“리나 한 명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없어.”

“전환 시작하자마자 생명합성 구역 전력이 늘었잖아.”

그가 자원배분 책임자의 멱살을 잡았다.

“내 딸한테 뭘 하는데 도시 식량까지 끌어다 써?”

“저희는 모릅니다.”

“그런데 방송에서는 왜 아는 것처럼 말해?”

“시민에게 설명이 필요합니다.”

“모르면서 설명해?”

남자는 다니엘의 손을 떼려 하지 않았다.

그는 익숙한 듯 말했다.

“설명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더 불안해합니다.”

“거짓말이잖아.”

“해석입니다.”

“누구 해석?”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들의 해석입니다.”

밖에서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배급소 차단선이 무너지고 있었다.

책임자는 화면을 가리켰다.

“보십시오. 이유가 없으면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이유를 만듭니다. 누군가는 위원회를 탓하고, 누군가는 다른 구역 주민을 탓하고, 누군가는 출생 허가자를 탓합니다.”

“그래서 당신들이 먼저 이유를 만들어?”

미라가 물었다.

“도시는 결과만으로 운영되지 않습니다.”

남자는 말했다.

“사람들은 결과를 견딜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미라는 단말기에서 생명합성 구역의 전력경로를 복사했다.

남자가 막으려 했지만 위원회 표식이 전송을 허용했다.

“그 정보는 제한자료입니다.”

“당신들도 이유를 모르잖아요.”

“그래도 공개할 수 없습니다.”

“왜?”

“잘못 해석될 수 있으니까요.”

미라는 그를 바라봤다.

“당신들이 하는 것처럼?”

밖에서 전기봉이 작동하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이안이 문밖을 보고 있었다.

바닥에 쓰러진 남자가 경계근무자의 발목을 잡았다. 다른 사람이 그의 배급포장을 빼앗아 달아났다.

이안이 말했다.

“저 사람들은 배고파서 싸우는 거야?”

“아직 굶지는 않았어.”

미라가 말했다.

“그럼 왜?”

다니엘이 대답했다.

“내일 더 줄어들까 봐.”

두려움은 실제 부족보다 빨리 퍼졌다.

배급소의 자동문이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열렸다.

사람들이 안으로 밀려들었다.

진열대에는 오늘 배급분보다 훨씬 많은 포장이 쌓여 있었다. 비상비축분이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보는 순간 더 격렬해졌다.

“있잖아!”

“굶기면서 숨겨놨어!”

배급 담당자가 외쳤다.

“비상재고입니다! 지금 가져가면 다음 공급 중단 때—”

누군가 그를 밀쳤다.

사람들이 포장을 잡아당겼다. 한 사람이 여러 개를 품에 안자 뒤쪽에서 손이 뻗어왔다. 포장이 찢어지고 회색 반죽이 바닥에 쏟아졌다.

경계근무자들이 전기봉을 들고 들어왔다.

이안이 미라 옆에서 밀려났다.

“이안!”

미라가 손을 뻗었지만 사람들 사이로 아이가 사라졌다.

다니엘이 앞사람을 밀치고 길을 만들었다.

바닥에 작은 여자아이가 넘어져 있었다. 사람들의 발이 아이를 피해 가지 못했다.

이안이 그 아이 위로 몸을 숙이고 있었다.

“일어나!”

아이는 울며 움직이지 못했다.

이안이 등을 맞은 채 아이를 끌었다.

다니엘이 두 아이를 들어 올려 벽 쪽으로 옮겼다.

미라가 뒤따랐다.

“다친 데 있어?”

이안의 입술이 터져 피가 났다.

“괜찮아.”

넘어진 아이는 발목을 잡고 울었다. 보호자는 보이지 않았다.

미라는 배급소 의료단말기에 손을 댔다.

현재 배급 혼란으로 의료지원이 지연됩니다.

“진통제와 고정포 내놔.”

의료 배정기능이 아닙니다.

“비상 구급함 열어.”

관리자 승인 필요.

미라는 단말기 옆 덮개를 뜯었다.

안쪽에 구급함 잠금선이 있었다.

선을 끊자 벽에서 작은 상자가 열렸다.

이안이 말했다.

“또 고장 냈네.”

“이번엔 사람 고치는 거야.”

미라는 아이의 발목을 확인했다. 골절은 아닌 것 같았다. 고정포를 감고 진통제를 보호자 용량보다 낮게 투여했다.

여자아이가 울음을 멈추며 물었다.

“배급 못 받아?”

“받을 거야.”

“엄마가 기다리랬어.”

미라는 주변을 봤다.

혼란 속에서 한 여자가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뛰어다니고 있었다.

이안이 소리쳤다.

“여기요!”

여자가 달려와 아이를 끌어안았다.

그녀는 미라에게 감사하려다 작업복의 기능표식을 보고 멈췄다.

“유지관리자?”

“네.”

“배급기 열 수 있어요?”

“배급량을 바꿀 수는 없어요.”

“안에 음식 있잖아요.”

“비상재고예요.”

여자의 얼굴에 절망이 번졌다.

“당신도 똑같은 말 하네.”

그녀는 아이를 안고 떠났다.

미라는 배급 진열대 뒤의 저장장치를 봤다.

식량은 있었다.

그러나 모든 포장에는 사용 가능한 날짜와 대상구역이 지정돼 있었다. 지금 강제로 꺼내면 앞으로 며칠 동안 어떤 구역의 배급이 비게 될지 알 수 없었다.

콘티뉴엄은 부족하지 않은 식량을 부족한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사람이 임의로 가져가면 미래의 실제 부족을 만들 수도 있었다.

미라는 포장을 집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다니엘이 말했다.

“리나는 아침도 못 먹었어.”

그는 포장 하나를 작업복 안에 넣었다.

“돌아오면 줄 거야.”

미라는 막지 않았다.

경계근무자들이 비상재고실을 봉쇄하기 시작했다.

세 사람은 혼란을 이용해 뒤쪽 통로로 빠져나왔다.

이안이 입술의 피를 닦았다.

“아까 여자 말 맞아?”

“뭐가?”

“엄마도 똑같다는 거.”

“어떤 점에서?”

“시스템이 정한 걸 지켜야 나중에 산다고 말하는 거.”

미라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모든 규칙이 틀린 건 아니야.”

“누가 정했는지 몰라도?”

“결과를 생각해야 하니까.”

“엄마가 리나 이름 넣을 때도 결과 생각했어?”

다니엘이 이안을 바라봤다.

미라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들은 자원행정국 아래의 통로로 내려갔다.

통로 입구가 닫히기 직전 배급소 방송이 바뀌었다.

일부 시민의 무단 반출로 비상재고가 손실됐습니다.

향후 배급량 추가 조정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니엘이 작업복 안에 숨긴 포장을 만졌다.

“내가 가져간 것까지 기록됐을까?”

“포장마다 위치표식이 있어.”

“돌려놔야 해?”

미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니엘은 포장을 꺼내 한동안 바라봤다.

리나에게 주겠다고 가져온 식량이었다. 그러나 리나가 먹을 수 있는 상태인지조차 몰랐다.

그는 포장을 이안에게 내밀었다.

“먹어.”

이안이 고개를 저었다.

“리나 거잖아요.”

“리나는 돌아오면 다른 거 구해줄게.”

“다른 아이들 배급도 줄었는데?”

다니엘은 손을 내렸다.

“그럼 누구한테 줘야 맞는 거지?”

미라가 말했다.

“지금 가장 필요한 사람.”

“누군데?”

세 사람은 서로를 바라봤다.

아무도 자신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다니엘은 포장을 통로 벽의 비상물자함 위에 올려놓았다. 다음에 이 길을 지나는 누군가가 가져갈 수 있도록 위치표식을 뜯었다.

위치표식이 떨어지자 포장 표면의 유통정보가 사라졌다. 언제 만들어졌는지, 어느 구역에 배정됐는지, 누구 몫이었는지 알 수 없는 음식이 됐다.

다니엘은 그것을 한동안 바라봤다.

“이제 먹어도 되는 사람이 누군지 아무도 못 정하네.”

미라가 말했다.

“먼저 발견한 사람이 정하겠지.”

“그게 더 공정할까?”

“적어도 이유를 아는 척하지는 않겠지.”

다니엘은 포장을 비상함 깊숙이 밀어 넣었다.

“이제 콘티뉴엄도 누구 건지 모르겠네.”

그가 말했다.

이안이 대답했다.

“사람도 모르잖아요.”

통로 문이 닫혔다.

미라가 복사한 전력경로는 현재 도면과 맞지 않았다. 에너지는 생명합성 구역으로 들어가기 전 지하 31층에서 한 번 사라졌다.

도면상 그 위치에는 아무 시설도 없었다.

“계측 오류 아니야?”

다니엘이 물었다.

“18퍼센트가 오류로 사라지진 않아.”

“그럼 숨겨진 시설?”

“아니면 도면이 오래됐거나.”

“현재 도면인데?”

미라가 말했다.

“도시는 현재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아.”

그들은 좁은 사다리를 따라 내려갔다.

이안의 숨이 점점 거칠어졌다.

“괜찮아?”

“응.”

“어지러워?”

“아니.”

이안은 자꾸 아래를 돌아봤다.

“소리가 커져.”

“어떤 소리?”

“여러 개가 같이 말하는 것 같아.”

다니엘이 물었다.

“무슨 말을 해?”

“말은 아닌데.”

“그럼 어떻게 알아?”

“사람들이 멀리서 웅성거릴 때 한 명 말은 안 들려도 싸우는지 웃는지 알 수 있잖아.”

“지금은 뭘 하는 것 같아?”

이안은 잠시 들었다.

“기다려.”

“뭘?”

“나를.”

다니엘이 미라를 바라봤다.

“저런 말 예전에도 했어?”

“벽에서 진동을 들었어.”

“검사받기 전부터?”

“몇 달 전부터.”

다니엘은 더 묻지 않았다.

그들의 앞을 오래된 차단문이 막았다.

현재 도시 표식도, 위원회 비상표식도 작동하지 않았다.

문 중앙에는 사람 손바닥 모양의 홈이 있었다.

미라가 손을 대자 아무 반응이 없었다.

다니엘도 시도했다.

이안이 가까이 갔다.

미라가 막았다.

“손대지 마.”

“왜?”

“뭔지 모르잖아.”

“엄마도 뭔지 모르면서 손댔잖아.”

이안이 손바닥을 홈에 올렸다.

문 안쪽에서 낮은 진동이 울렸다.

쿵.

통로 조명이 모두 꺼졌다.

잠시 뒤 문 위쪽에서 작은 불빛이 켜졌다.

낡은 스피커에서 잡음이 흘렀다.

그리고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인증된 시민을 확인했습니다.”

발음은 정확했지만 억양이 오래됐다. 교과 기록에서나 듣던 1세기 전의 도시 표준어였다.

미라가 물었다.

“누구지?”

“대화 인터페이스 아벨입니다.”

다니엘이 말했다.

“콘티뉴엄이 말한 거야?”

스피커의 목소리가 답했다.

“아닙니다.”

“그럼 뭐야?”

“저는 콘티뉴엄의 목적을 인간에게 설명하기 위해 제작되었습니다.”

문이 천천히 열렸다.

안쪽에는 어둠 속으로 이어지는 오래된 통신구역이 있었다.

아벨이 말했다.

“질문하십시오.”

이안이 가장 먼저 물었다.

“리나가 어디 있어?”

짧은 침묵 뒤 목소리가 답했다.

“대상 검색을 시작합니다.”

미라는 어두운 문 너머를 바라봤다.

도시가 설명을 잃은 지 117년 만에, 오래된 목소리가 그들에게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