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4 / 50
회수요원들의 발소리가 완전히 사라진 뒤에도 미라는 문을 열지 못했다.
단말기 화면에는 리나의 예상 도착시간이 계속 줄어들고 있었다.
00:12:04
00:12:03
00:12:02
이안은 중계실 반대편에 앉아 있었다. 무릎을 끌어안고 바닥만 바라봤다.
미라는 복원 명령을 반복했다.
교환 처리 중에는 복원할 수 없습니다.
“언제 끝나는데?”
그녀가 물었다.
생체 재검증 이후 교환 처리가 종료됩니다.
“재검증은 어디서 해?”
정보 제공 권한이 없습니다.
“교환을 실행한 사람이잖아.”
실행 권한과 정보 열람 권한은 동일하지 않습니다.
미라는 주먹으로 단말기를 쳤다.
화면이 흔들렸다.
“엄마.”
이안이 말했다.
“왜?”
“그거 부수면 못 돌려놓잖아.”
미라는 손을 내렸다.
아이의 말이 맞았다.
그녀는 조금 전까지 어떤 장치든 열고 고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자신이 한 일은 장치 안에 있지 않았다. 이미 다른 사람들의 문과 승강기, 학교와 회수차량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미라는 다니엘에게 연결했다.
응답이 없었다.
다시 걸었다.
세 번째 연결에서 화면이 켜졌다.
다니엘은 달리고 있었다. 화면이 흔들렸고 그의 뒤로 교육구역의 벽이 빠르게 지나갔다.
“어디야?”
미라가 물었다.
“리나 따라가는 중이야.”
“어느 길?”
“이동차량이 2구역 하부로 내려갔어. 보호자는 동행할 수 없대.”
“차량 번호 보여?”
다니엘이 숨을 몰아쉬며 뒤를 돌아봤다.
복도 끝에 흰색 운송차량이 보였다. 창문이 없는 의료용 차체였다.
옆면에 숫자가 적혀 있었다.
B-031.
미라는 기억했다.
“다니엘, 멈춰.”
“뭐?”
“차량은 네가 따라가면 속도를 올릴 거야.”
“그럼 그냥 보내?”
“서비스망으로 추적할게.”
“너 어디야?”
미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니엘이 멈춰 섰다.
“너 이거랑 관련 있어?”
“리나부터 찾아야 해.”
“내 질문에 답해.”
“차량이 어디로 가는지 확인하고 연락할게.”
“미라.”
그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방식이 달라졌다.
친구를 부르는 목소리가 아니었다.
“이안은 어디 있어?”
미라는 통신을 끊었다.
중계실 문을 열자 통로 밖에는 피가 떨어져 있었다.
회수요원의 손에서 나온 피였다. 붉은 점들이 그들이 떠난 방향으로 이어지다 모퉁이 너머에서 사라졌다.
이안은 피를 피해서 걸었다.
미라는 피 위를 밟았다.
“어디 가?”
“운송망.”
“리나 찾으러?”
“응.”
“돌려놓을 거야?”
미라는 대답했다.
“그래.”
“어떻게?”
“재검증 전에 교환을 취소하면 돼.”
“아까는 못 한다고 했잖아.”
“중앙 이동중계기에 가면 가능할 거야.”
“가능할 거야?”
“해봐야 알아.”
이안은 걸음을 멈췄다.
미라가 돌아봤다.
“왜?”
“나를 데려가면 취소되는 거 아니야?”
미라의 표정이 굳었다.
이안은 단말기의 경고문을 기억하고 있었다.
원대상의 생체 지정은 유지된다.
재검증 전 원대상을 제시하면 행정 교환이 무효화될 가능성이 있었다.
미라 역시 생각하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생각한 뒤 지웠다.
“그럴 수도 있어.”
“그럼 가자.”
“어디로?”
“차량 있는 데.”
“안 돼.”
“리나 돌려놓는다며.”
“다른 방법을 찾는다고 했어.”
“다른 방법 없으면?”
“있어.”
“모르잖아.”
미라는 이안의 어깨를 잡았다.
“내가 널 저 사람들한테 데려가려고 여기까지 온 것 같아?”
“나는 가겠다고 했어.”
“네가 몰라서 그래.”
“리나도 모르잖아.”
“이안.”
“엄마가 했으니까 엄마가 돌려놔야 해.”
“그래서 가는 거야.”
“나 빼고?”
미라는 아이의 눈을 보지 못했다.
그녀는 통로 벽의 보수표시를 찾았다. 운송망으로 연결되는 폐열 덕트가 70미터 앞에 있었다.
“지금은 따라와.”
이안은 움직이지 않았다.
“엄마는 나를 지키는 게 아니야.”
미라가 돌아봤다.
“뭐?”
“엄마가 한 일이 틀렸다는 걸 보기 싫어서 나를 숨기는 거야.”
미라는 손을 들었다가 멈췄다.
때리려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안은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그 작은 움직임이 미라의 손을 공중에 얼어붙게 했다.
그녀는 손을 내렸다.
“가자.”
이번에는 이안이 뒤따랐다.
운송망 위쪽의 폐열 덕트는 사람이 겨우 기어갈 수 있는 크기였다. 아래에서는 의료차량이 이동하는 진동이 규칙적으로 전해졌다.
미라는 차량 B-031의 동력주파수를 작업키로 찾았다.
작업키의 배터리는 중계기 가동으로 거의 소진돼 있었다. 화면이 계속 깜박였다.
“찾았어?”
“아직.”
“리나는 몇 분 남았어?”
미라는 답하지 않았다.
화면에 신호가 나타났다.
B-031.
현재 위치: 교육구역 하부 운송로.
목적지: 비공개.
예상 도착시간: 7분 41초.
미라는 차량의 전력경로를 추적했다. 목적지가 감춰져 있어도 운송로의 분기 신호는 볼 수 있었다.
동쪽으로 두 번.
지하 12층으로 하강.
생명생산 구역 방향.
“생명합성 구역이야.”
이안이 말했다.
미라는 화면을 가렸다.
“어떻게 알아?”
“그쪽에서 소리가 나.”
“무슨 소리?”
이안은 덕트 바닥에 귀를 댔다.
“벽에서 들리던 거.”
미라도 들으려 했다.
차량 진동과 공기 흐르는 소리뿐이었다.
“앞으로 가.”
덕트 끝에는 운송로 비상정지실이 있었다. 미라는 덮개를 열고 아래를 내려다봤다.
좁은 제어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녀가 먼저 내려가고 이안을 받았다.
운송로 화면에는 B-031이 접근 중이라고 표시됐다.
미라는 비상정지 명령을 눌렀다.
의료 전환 대상 운송은 정지할 수 없습니다.
“수동 차단.”
충돌 위험이 발생합니다.
“감속.”
전환 일정 지연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게 목적이야.”
목적이 승인되지 않았습니다.
미라는 제어반을 열었다.
운송로 자기유도선을 물리적으로 끊으면 차량은 정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같은 구간을 지나는 다른 차량도 멈춘다.
화면에 현재 운송목록이 나타났다.
B-031 뒤 38초 간격으로 응급의료차량이 접근하고 있었다.
탑승자: 급성 호흡부전 환자 3명.
미라의 손이 멈췄다.
이안이 화면을 봤다.
“끊으면 저 사람들도 멈춰?”
“잠깐.”
“죽을 수도 있어?”
“의료진이 타고 있어.”
“그래서 안 죽어?”
미라는 절단기를 내려놓았다.
비상정지 대신 분기기를 수동 전환하면 B-031만 보수선로로 돌릴 수 있었다.
다만 분기기 작동에는 현장 밸브를 직접 당겨야 했다.
제어실 반대편의 투명창 너머로 운송로가 보였다.
벽면에는 비상 출입문이 있었다.
미라는 문을 열었다.
강한 바람이 들어왔다.
“여기 있어.”
“같이 갈래.”
“차량이 지나가.”
“엄마 혼자 가면 문 잠길 수도 있잖아.”
“여기서 열어주면 돼.”
“엄마는 나한테 문 열라고 하고 맨날 혼자 가.”
“이번에도 그래.”
미라는 운송로로 뛰어내렸다.
바닥의 유도선이 푸른빛을 냈다. 저 멀리서 차량의 전조등이 나타났다.
비상 분기밸브는 30미터 앞이었다.
미라는 달렸다.
차량이 접근한다는 경고음이 울렸다.
선로에서 이탈하십시오.
밸브에 도착해 손잡이를 잡았다.
움직이지 않았다.
48년 동안 사용되지 않은 장치처럼 굳어 있었다.
미라는 양손으로 당겼다.
금속이 삐걱거렸다.
B-031이 가까워졌다.
차량의 흰색 차체가 보였다.
앞쪽 보호창 안에는 운전자가 없었다.
완전 자동운송이었다.
측면의 작은 투명창 뒤로 누군가의 손이 보였다.
아이의 손.
리나가 창을 두드렸다.
미라는 손잡이를 더 세게 당겼다.
움직이지 않았다.
“엄마!”
제어실에서 이안이 소리쳤다.
화면에 새로운 선택지가 나타난 모양이었다.
“여기 버튼 있어!”
“누르지 마!”
“원대상 제시!”
미라의 몸이 굳었다.
이안이 읽었다.
“원대상이 이동 게이트에 들어가면 교환을 취소할 수 있대!”
운송로 옆에 생체인식 게이트가 있었다.
이안이 제어실에서 나오려 했다.
미라는 외쳤다.
“문 닫아!”
“내가 들어가면 리나 내려준대!”
“그 문 잠가!”
이안이 운송로로 발을 내디뎠다.
미라는 밸브에서 손을 놓고 아이에게 달렸다.
그 순간 손잡이가 반쯤 내려갔다.
분기선의 푸른빛이 켜졌다.
그러나 완전히 전환되지 않았다.
B-031이 다가왔다.
미라는 이안을 밀어 제어실 안으로 넣고 몸으로 문을 막았다.
“나가야 해!”
이안이 그녀를 밀었다.
“리나가 보여!”
차량이 두 사람 앞을 통과했다.
리나가 창에 손바닥을 붙이고 있었다.
그녀는 울고 있었다.
미라와 눈이 마주쳤는지는 알 수 없었다.
차량은 반쯤 전환된 분기점에서 크게 흔들렸다. 금속이 긁히며 불꽃이 튀었다.
잠시 속도가 줄었다.
미라가 문을 열고 달려가려 했다.
그러나 뒤따르던 응급의료차량의 경고음이 들렸다.
분기선이 완전히 열리지 않은 상태였다.
그대로 두면 두 차량이 충돌할 수 있었다.
미라는 리나의 차량과 분기밸브를 번갈아 봤다.
B-031은 느린 속도로 멀어지고 있었다.
응급차량은 빠르게 접근했다.
이안이 외쳤다.
“리나 따라가!”
미라는 밸브를 원위치로 밀었다.
분기선이 닫혔다.
응급의료차량이 안전하게 본선으로 통과했다.
그 사이 B-031은 다음 차단문 너머로 사라졌다.
미라는 운송로에 서서 닫힌 문을 바라봤다.
이안이 말했다.
“갈 수 있었잖아.”
“뒤에 환자들이 있었어.”
“리나도 있었어.”
“세 사람이 죽을 수도 있었어.”
“리나는 한 명이라서?”
미라는 아이를 돌아봤다.
“그런 뜻 아니야.”
“선생님도 83명 때문에 나를 보냈다고 했어.”
“이안.”
“엄마도 똑같이 했어.”
미라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말이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업키에 알림이 떴다.
교환대상 리나 소
전환시설 도착
생체 재검증 개시
미라는 복원 명령을 눌렀다.
이번에는 다른 답이 나타났다.
원대상을 제시하면 교환 철회가 가능합니다.
제시 가능시간: 00:02:41
이안이 화면을 보았다.
“아직 돼.”
전환시설은 차단문 너머 300미터에 있었다.
2분 41초면 뛰어서 도착할 가능성이 있었다.
미라는 이안의 팔을 잡았다.
“안 돼.”
“왜?”
“널 넘겨야 하니까.”
“내가 간다고 했잖아.”
“네가 결정할 일이 아니야.”
“내 몸인데?”
“넌 열한 살이야.”
“그래서 엄마가 다른 애 몸을 결정해도 돼?”
미라는 이안을 끌어안았다.
아이의 몸이 굳어 있었다.
안으려 한 것이 아니라 붙잡은 것이었다.
이안은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쳤다.
“놔!”
“안 돼.”
“리나 돌아오게 할 수 있어!”
“너를 잃을 수 없어.”
“그럼 리나는 잃어도 돼?”
“안 된다고 했잖아!”
미라의 목소리가 운송로에 울렸다.
이안이 움직임을 멈췄다.
작업키의 시간이 줄었다.
00:00:12
00:00:11
00:00:10
미라는 이안을 놓지 않았다.
00:00:03
00:00:02
00:00:01
화면이 바뀌었다.
교환 철회 가능시간 종료.
재검증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안은 미라의 팔 안에서 힘을 뺐다.
그것은 용서가 아니었다.
더 이상 싸워도 소용없다는 판단이었다.
다니엘에게서 통신이 왔다.
미라는 받지 못했다.
음성메시지가 재생됐다.
배경은 조용했다.
“미라.”
다니엘의 목소리가 낮았다.
“집에 왔어.”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혹시 리나가 너한테 연락했어?”
미라는 눈을 감았다.
“학교에서는 생명합성 구역으로 갔다고만 해. 오늘 밤 돌아오는지 아무도 몰라.”
화면 속 다니엘은 리나의 방에 앉아 있었다.
침대 위에는 아이가 아침에 벗어놓은 잠옷이 구겨져 있었다. 벽에는 리나가 그린 그림들이 붙어 있었다. 교실 한가운데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을 그린 그림. 주변에는 작은 아이들이 손을 들고 있었다.
“침대가 비어 있어.”
다니엘이 말했다.
“기능검사인데 왜 침대가 비어 있어야 하지?”
미라는 입을 열었다.
말이 나오지 않았다.
다니엘이 화면을 바라봤다.
“너 정말 아무것도 몰라?”
미라는 통신을 끊었다.
운송로의 벽면에 리나의 상태가 표시됐다.
생체 재검증 진행 중
대상 의식상태: 진정
보호자 동의: 불필요
그 아래에 새로운 문장이 나타났다.
교환대상의 귀환 일정은 없습니다.
이안은 먼저 걷기 시작했다.
미라는 빈 화면을 바라보다 뒤따랐다.
작업키가 한 번 더 울렸다.
다니엘이 리나의 방에서 긴급 접근요청을 보냈다.
이번에는 영상이 아니라 공간 공유 요청이었다. 미라가 허용하자 리나의 방을 촬영한 입체영상이 운송로 벽 앞에 펼쳐졌다.
침대와 작은 책상, 교육자 배정을 상상하며 모아둔 학습기록. 리나가 돌보던 작은 배양식물 두 개가 창문 없는 벽 아래에 놓여 있었다.
다니엘은 화면 밖에서 말했다.
“리나 팔찌가 여기 있어.”
침대 위에 아동용 신분팔찌가 놓여 있었다.
“검사받을 때 새 팔찌를 줬나 봐. 이걸로 위치를 찾을 수 있어?”
미라는 대답하지 못했다.
기존 팔찌는 교환 명령이 입력된 순간부터 리나의 시민식별정보에서 분리됐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도 시도했다.
“팔찌를 방 단말기에 대.”
다니엘이 시키는 대로 했다.
사용자 리나 소.
교육 기능: 일시 정지.
거주공간 사용권: 검토 중.
개인 배급: 정지.
소유물 처리: 보호자 대기.
다니엘이 문장을 읽었다.
“배급 정지?”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검사받으러 간 아이 배급을 왜 끊어?”
미라는 리나의 위치조회 항목을 열었다.
해당 시민은 현재 도시 기능체계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무슨 뜻이야?”
“아직 몰라.”
“넌 계속 모른다고 해.”
다니엘은 팔찌를 손에 쥐었다.
“그런데 이안한테 무슨 일이 생길지는 알고 도망쳤지?”
미라는 침묵했다.
“리나는 오늘 아침에 이걸 두고 갔어.”
다니엘이 팔찌를 화면 가까이 들었다.
투명한 안쪽 면에 작은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리나 소. 교육자 희망.’
아이들이 기능 배정 전에 몰래 새기는 문구였다. 공식 기능이 희망과 무관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기 이름 옆에 원하는 삶을 적어두는 작은 저항.
“어제 나한테 물었어.”
다니엘이 말했다.
“교육자가 안 되면 내가 실망할 거냐고.”
미라는 눈을 감았다.
“뭐라고 했어?”
“무슨 기능이든 자랑스러울 거라고 했지.”
다니엘이 허공을 봤다.
“거짓말이었어. 교육자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깨끗하고 오래 살 수 있는 기능이니까.”
그는 침대에 앉았다.
“그래도 살아서 다른 기능을 받는 걸 생각했지. 기능도 못 받고 사람이 아니게 될 거라고는 생각 못 했어.”
이안이 화면 앞으로 다가갔다.
“아저씨.”
다니엘은 아이를 봤다.
“제가 가면 리나 돌아올 수도 있었어요.”
미라가 아이의 팔을 잡았다.
“말하지 마.”
“엄마가 못 가게 했어요.”
다니엘의 눈동자가 미라에게 향했다.
그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안의 입으로 다시 듣자 얼굴이 달라졌다.
“기회가 있었어?”
미라가 말했다.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었어.”
“몇 퍼센트였는데?”
“몰라.”
“그런데 안 했어?”
“이안도 데려갈 수 있었으니까.”
“그래.”
다니엘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그거네.”
그는 침대 위의 잠옷을 집어 들었다.
“나였어도 내 딸을 골랐을지도 몰라.”
미라가 화면을 봤다.
다니엘은 잠옷을 접었다가 다시 펼쳤다.
“그래서 더 끔찍해.”
“무슨 뜻이야?”
“네가 괴물이 아니라는 게.”
다니엘이 말했다.
“평범한 부모라는 게.”
그는 공간 공유를 종료하려 했다.
이안이 말했다.
“리나 물건 버리지 마세요.”
다니엘의 손이 멈췄다.
“안 버려.”
“돌아오면 그대로 있어야 하니까.”
“그래.”
다니엘이 대답했다.
“그대로 둘 거야.”
영상이 꺼졌다.
미라는 어두워진 운송로 벽을 바라봤다.
리나의 시민기록은 이미 방에서 분리되고 있었다. 아이가 돌아오기도 전에 도시는 그 아이가 차지하던 공간부터 정리하기 시작했다.
화면이 꺼지기 직전 방의 환경표시가 바뀌었다.
거주자 부재에 따른 산소공급 38퍼센트 감축 예정.
실내온도 보존기준 해제.
미사용 공간 전환 검토.
다니엘이 다시 화면을 켰다.
“이 방 아직 리나 방이야.”
단말기는 같은 문장을 반복했다.
현재 등록 거주자가 없습니다.
“내가 보호자야.”
보호자 권한은 대상자의 거주 등록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다니엘은 침대에 리나의 팔찌를 다시 채워놓았다. 작은 원형 팔찌가 이불 위에 놓이자 마치 아이 손목이 그 자리에 남은 것처럼 보였다.
“이제 있잖아.”
그가 단말기에 말했다.
“리나 물건 있고, 침대 있고, 내가 기다리잖아.”
시스템은 대답하지 않았다.
미라는 그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리나의 이름을 바꾼 순간 단순히 회수차량의 목적지만 바뀐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했다. 도시가 사람 한 명을 구성하는 배급, 방, 교육, 관계의 기록 전체가 함께 떨어져 나가고 있었다.
리나의 침대는 그대로였다.
이안은 사라진 공간 공유영상이 있던 벽을 손으로 만졌다.
“내 방도 내가 없어지면 바로 다른 사람 줘?”
미라는 대답하지 못했다.
“엄마는 내 물건 남겨둘 거야?”
“네가 돌아올 거니까.”
“리나도 돌아올 수 있잖아.”
미라는 아이의 손을 잡았다.
그 말에 동의하면서도, 자신이 리나의 귀환 가능성을 얼마나 믿고 있는지는 말할 수 없었다.
아이만 돌아갈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