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자연
다른 아이의 이름

에피소드 3 / 50

추적자들이 문을 자르기 시작한 지 43초 만에, 유지관리 통로의 공기가 달라졌다.

기계로 정화된 건조한 공기 속에 오래된 금속 냄새가 섞였다. 통로 벽에는 최근의 점검표시가 없었다. 바닥에 쌓인 회색 가루가 미라와 이안의 발자국을 그대로 남겼다.

제7도시는 사용하지 않는 공간도 정기적으로 청소했다. 먼지가 있다는 것은 콘티뉴엄의 관리범위 바깥으로 들어왔다는 뜻이었다.

미라는 그 사실을 안도해야 할지 두려워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뒤쪽에서 절단기가 금속을 긁는 소리가 들렸다.

이안이 물었다.

“여기가 어디야?”

“구형 교육망 보수통로.”

“어디로 이어져?”

미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알지 못했다. 지금 사용하는 도시 도면에서 이 통로는 48년 전에 폐쇄된 것으로 표시돼 있었다. 폐쇄 전 도면을 본 것은 견습 유지관리자 시절 한 번뿐이었다.

당시 교관은 말했다.

‘없어진 길은 외우지 마라. 도시는 계속 바뀐다.’

미라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기계가 새로운 길을 만들 때도 오래된 길은 물질로 남았다. 배관은 벽 속에 묻혔고, 전선은 끊긴 채 매달렸으며, 잠긴 문 뒤의 공간은 사라지지 않았다.

도시가 잊어도 물질은 남았다.

그 사실이 지금 그들을 살리고 있었다.

“엄마.”

“조용히 걸어.”

“아까 다른 아이로 바꿀 수 있다고 했지?”

미라가 걸음을 재촉했다.

“기록에 가능성이 있다고만 적혀 있었어.”

“그럼 할 거야?”

“아니.”

대답이 너무 빨랐다.

이안은 더 묻지 않았다.

그 침묵이 미라를 따라왔다.

통로 앞이 두 갈래로 갈라졌다. 오른쪽에는 녹슨 표지판이 있었다.

기능배정 지역중계기 7-B

왼쪽에는 폐열 회수시설이라고 적혀 있었다.

미라는 오른쪽으로 향했다.

이안이 표지판을 읽었다.

“기능배정?”

“오래된 중계기야.”

“왜 가?”

“네 기록을 원래대로 돌릴 수 있는지 보려고.”

“원래대로?”

“0이 되기 전으로.”

“다른 아이를 넣지 않고?”

미라는 잠시 멈췄다.

“그 방법부터 찾을 거야.”

뒤쪽의 절단음이 멎었다.

문이 뚫린 것이다.

곧 통로 저편에서 일정한 간격의 발소리가 들렸다. 뛰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미라가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는 것처럼 움직였다.

미라는 이안의 손을 잡고 달렸다.

낡은 중계실 입구는 수동식 압력문으로 막혀 있었다. 손잡이를 돌리자 안쪽에서 굳은 밀폐재가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문은 손가락 두 마디만큼 열리고 멈췄다.

미라는 어깨를 밀어 넣었다.

꿈쩍하지 않았다.

문 옆에는 압력차 경고판이 붙어 있었다. 중계실 내부 압력이 통로보다 낮았다. 강제로 열면 바깥 공기가 급격히 유입되며 폐쇄 장치가 작동할 수 있었다.

“뒤로 가.”

미라는 남은 공구를 꺼냈다.

“또 부술 거야?”

“열 거야.”

“그게 같은 말이잖아.”

미라는 지렛대를 문틈에 넣었다.

뒤쪽 모퉁이에 붉은 빛이 나타났다. 회수요원들의 탐색등이었다.

“이안, 손잡이를 잡아.”

“어떻게?”

“내가 밀면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려.”

“안 돌아가는데.”

“돌아갈 때까지.”

미라는 지렛대에 체중을 실었다.

금속이 휘었다.

압력문이 조금 더 벌어졌다.

통로 저편에서 음성이 들렸다.

대상 이안 한.

현재 위치를 유지하십시오.

보호자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습니다.

이안의 손에 힘이 빠졌다.

“엄마, 위해 안 가한대.”

“손잡이 돌려.”

“따라가면 설명해줄 수도 있잖아.”

“설명할 생각이 있었으면 진작 했어.”

보호자 미라 한.

대상의 이동을 방해하면 보호자 기능이 정지될 수 있습니다.

“내 기능을 정지시키겠대.”

미라가 말했다.

“그런데 나를 해치지 않는다는 말은 안 하네.”

탐색등이 가까워졌다.

미라는 지렛대를 한 번 더 밀었다. 문 안쪽의 밀폐재가 끊어졌다. 공기가 휘파람 같은 소리를 내며 빨려 들어갔다.

“지금!”

이안이 손잡이를 돌렸다.

문이 열렸다.

두 사람은 안으로 들어가 손잡이를 반대 방향으로 밀었다. 문이 닫히기 직전 회수요원 한 명이 모퉁이에서 나타났다.

회색 보호복. 얼굴을 가린 불투명 보호면. 손에는 무기가 아니라 짧은 의료용 주입기가 들려 있었다.

그가 달려왔다.

미라는 문을 닫았다.

주입기가 문틈 사이로 들어왔다. 이안의 팔을 향했다.

미라는 공구로 주입기를 내리쳤다.

투명한 약액이 바닥에 흘렀다.

요원의 손이 문 사이에 끼었다. 보호장갑이 찢어지며 피가 보였다.

미라는 문을 더 밀었다.

요원이 처음으로 신음을 냈다.

이안이 외쳤다.

“엄마, 손!”

미라는 멈추지 않았다.

문이 완전히 닫혔다.

밖에서 무언가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미라는 손잡이를 잠갔다.

이안은 문을 바라봤다.

“저 사람 손 다쳤어.”

“살아 있어.”

“어떻게 알아?”

“비명 질렀잖아.”

“다쳤는데도?”

“우리를 잡으면 너도 다칠 수 있어.”

“그건 아직 모르잖아.”

미라는 이안을 돌아봤다.

아이의 눈에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 처음 생각했다.

그녀는 조금 전까지 도시의 공기를 수리하던 사람이었다. 이제는 문 사이에 낀 사람의 손을 보면서도 압력을 늦추지 않은 사람이었다.

“미안해.”

미라가 말했다.

이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중계실은 생각보다 넓었다. 오래된 연산단말기들이 벽면을 따라 설치돼 있었고, 중앙에는 원통형 기억장치가 놓여 있었다. 천장에서 늘어진 케이블들이 말라 죽은 뿌리처럼 바닥에 닿아 있었다.

전력은 끊겨 있었다.

미라는 비상전력함을 열었다. 축전지는 오래전에 제거됐지만 외부 전력선을 연결할 단자가 남아 있었다.

그녀는 작업키의 배터리를 분리해 선을 물렸다.

“그거 쓰면 작업키 못 쓰는 거 아니야?”

이안이 물었다.

“잠깐은 돼.”

“엄마가 말하는 잠깐은 얼마나 돼?”

“필요한 만큼.”

전류가 흐르자 오래된 단말기 하나가 켜졌다.

화면 중앙에 숫자 0이 나타났다.

잠시 후 1로 바뀌었다.

숫자는 일정한 속도로 증가했다.

미라는 손을 멈췄다.

“이거 봐.”

이안이 화면 앞으로 다가왔다.

“계속 더해지네.”

“중계기 기동검사야.”

“0 다음에 1.”

“그냥 숫자 확인이야.”

미라는 그렇게 말했지만 화면을 쉽게 외면하지 못했다.

어제 정화장치에서 93억 회의 복구명령을 보았다.

오늘은 폐쇄된 기능배정 중계기가 0에서 시작해 계속 1을 더하고 있었다.

단말기가 기동을 마치자 숫자가 사라졌다.

지역 기능배정 중계망 7-B

최종 동기화: 48년 3개월 전

중앙 연결: 불가

물리 관리 모드: 허용

미라는 인증부품을 단말기 아래의 슬롯에 넣었다.

상위 기능배정 권한이 확인되었습니다.

이안이 옆에서 물었다.

“그게 아까 가져온 거야?”

“응.”

“훔친 거야?”

“뜯은 거야.”

“그게 더 나빠?”

“지금은 상관없어.”

미라는 대상 기록을 불러왔다.

이안의 이름이 가장 위에 나타났다.

이안 한

임시 기능 코드: 0

상태: 회수 대기

예정시간: 11:31:04

그 아래에 붉은 선택항목이 있었다.

원배정 복구

대상 식별자 교환

지역 회수 유예

미라는 먼저 원배정 복구를 눌렀다.

원배정 기록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왜?”

이안이 물었다.

“처음부터 0으로 만들어졌나 봐.”

“그럼 난 원래 기능이 없었던 거야?”

“아직 배정 전이었으니까.”

“다른 아이들은 배정 전이어도 0은 아니잖아.”

미라는 지역 회수 유예를 눌렀다.

유예 사유를 입력하십시오.

그녀는 ‘기능배정 오류’를 입력했다.

객관적 오류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보호자 이의제기.’

보호자는 유예 권한자가 아닙니다.

‘대상 건강 이상.’

대상 생체정보 정상.

‘시설 접근 불가.’

자동 이동수단 배정 가능.

‘전환 절차 위험.’

화면이 잠시 멈췄다.

위험은 유예 사유가 아닙니다.

미라는 문장을 다시 읽었다.

위험은 유예 사유가 아니다.

시스템에게 위험은 중단할 이유가 아니었다. 계산에 넣어야 할 변수일 뿐이었다.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세 번.

일정한 간격.

이안이 고개를 들었다.

“벽에서 들린 거랑 비슷해.”

이번에는 사람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미라 한.”

보호면에 가려졌던 요원의 목소리였다.

“문을 여십시오. 부상자는 치료가 필요합니다.”

미라가 문 쪽을 봤다.

“당신들이 데려가면 치료해.”

“대상을 인계하면 보호자와 대상 모두 처벌하지 않습니다.”

“아까 주입기에 뭐가 들어 있었지?”

“안정제입니다.”

“열한 살짜리한테 용량 확인도 안 하고?”

“대상 생체정보에 맞춰 자동 조절됩니다.”

이안이 작게 말했다.

“손에서 피 났어.”

미라는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지막 선택항목.

대상 식별자 교환.

누르자 경고창이 나타났다.

대상 식별자 교환은 전환 대상군 내부에서만 가능합니다.

동일 지역·유사 연령·최근 72시간 내 기능평가 완료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교환은 회수명령의 행정 식별자를 변경합니다.

생체 적합성은 변경하지 않습니다.

재검증 이후 원대상 회수명령이 복원될 수 있습니다.

이안이 문장을 소리 내 읽었다.

“행정 식별자만 바뀐다.”

미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 대신 다른 애가 잡혀가도, 나중에 다시 나를 잡으러 온다는 뜻이야?”

“그럴 수도 있다는 뜻이야.”

“그럼 왜 해?”

“시간을 벌 수 있어.”

“얼마나?”

화면 아래에 예상값이 나타났다.

예상 유예시간: 최소 47분, 최대 29시간.

예측 신뢰도: 31.2퍼센트.

“모르네.”

이안이 말했다.

“응.”

“그런데 다른 애는 바로 데리러 오고?”

미라는 후보 검색을 열지 않았다.

문밖에서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부상자의 출혈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당신들 의료요원이잖아.”

미라가 답했다.

“직접 치료해.”

“보호복이 절단돼 감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구역은 위생등급이 확인되지 않습니다.”

“그건 내 문제가 아니야.”

말하고 나서 미라는 자신이 한 말을 들었다.

이안도 들었다.

문밖의 남자도 들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알겠습니다.”

요원이 말했다.

“그러면 강제 개방을 시작합니다.”

문 바깥에서 장비가 작동했다.

압력문 중앙이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미라는 후보 검색을 눌렀다.

화면에 일곱 명의 이름이 나타났다.

모두 열 살에서 열두 살 사이의 아이들이었다.

첫 번째 후보는 다른 교육구역의 아이였다. 최근 평가일이 71시간 전이었다.

적합 조건 충족.

두 번째 후보는 의료구역에 입원 중이었다.

세 번째 후보의 상태에는 ‘보호자 없음’이라고 적혀 있었다.

미라의 손가락이 그 이름 위에 멈췄다.

보호자가 없는 아이.

누구도 바로 알아차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안이 물었다.

“누구야?”

“몰라.”

“모르는 애면 돼?”

미라는 손을 뗐다.

모르는 아이의 이름이 더 쉬워 보였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얼굴을 모르면 죄가 작아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다른 방법을 찾았다.

사망자 기록을 불러왔다.

생체 활성 대상만 교환 가능합니다.

성인 기록을 넣었다.

연령 조건 불충족.

자신의 번호를 입력했다.

대상군 불일치.

시스템은 살아 있는 아이를 요구했다.

화면 아래의 시간이 줄어들었다.

11:22:17

문 중앙의 금속이 붉어졌다.

이안이 말했다.

“나가자.”

“어디로?”

“저 사람들한테.”

미라는 고개를 들었다.

“안 돼.”

“다른 아이 보내는 것보다 낫잖아.”

“뭐가 일어날지 모르잖아.”

“다른 애도 모르잖아.”

“이안.”

“엄마는 그 애가 어떻게 되는지 모르니까 괜찮은 거야?”

미라가 의자를 밀치고 일어났다.

“괜찮다고 안 했어.”

“그럼 하지 마.”

“나도 안 하고 싶어.”

“그런데 왜 보고 있어?”

미라는 대답하지 못했다.

단말기에 새로운 통신요청이 나타났다.

발신자: 다니엘 소.

미라는 화면을 바라봤다.

통신을 거절했다.

다시 요청이 들어왔다.

세 번째 요청에는 긴급 표시가 붙었다.

미라가 연결했다.

다니엘의 얼굴이 나타났다. 배경은 제2교육구역 복도였다.

“미라, 어디야?”

“왜?”

“이안 때문에 학교 난리야. 회수요원들이 돌아다니고 있어.”

“리나는?”

“검사 중이야.”

다니엘은 불안해 보이면서도 애써 웃었다.

“아까 예비검사 결과가 좋았나 봐. 특별 적성평가를 바로 받으래.”

미라의 시선이 후보 목록으로 향했다.

일곱 번째 이름.

리나 소.

최근 기능평가 완료: 1시간 18분 전.

연령: 11년 2개월.

동일 교육구역.

식별자 교환 적합도: 98.7퍼센트.

미라는 화면을 최소화했다.

“리나 지금 어디 있어?”

“학교 평가실. 그런데 이상해. 보호자 동의가 필요 없다고 하네.”

“집에 데려가.”

“왜?”

“그냥 데려가.”

“검사 끝나지도 않았는데?”

“다니엘, 지금 당장.”

다니엘의 표정이 변했다.

“너 뭐 알아?”

“이안도 비슷한 검사를 받았어.”

“그래서?”

미라는 문이 녹는 소리를 들었다.

“검사를 중단시켜.”

“이유를 말해.”

“설명할 시간이 없어.”

“그건 네가 할 말이 아니지. 내 딸 일이야.”

다니엘이 화면 밖을 돌아봤다.

“평가관이 나왔어.”

미라의 숨이 멎었다.

“리나는?”

“안에서 마무리 중이래.”

“들어가.”

“출입권한이 없어.”

“문을 열어.”

다니엘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너처럼?”

“그래.”

“미라, 무슨 일이야?”

미라는 말할 수 없었다.

다니엘이 화면 가까이 다가왔다.

“리나 기록을 확인할 수 있어? 네가 유지관리자니까 일반 단말기보다 더 볼 수 있잖아.”

“안 돼.”

“한 번만 봐줘. 기능이 뭔지 미리 알 수 있으면—”

“다니엘.”

“리나가 교육자가 되고 싶어 하는 거 알지? 혹시 다른 기능이면 미리 얘기해주려고.”

그가 개인 식별번호를 전송했다.

리나 소

보호자 승인 조회번호: 7-22-4419

후보 교환창의 빈칸이 자동으로 활성화됐다.

미라는 손을 화면에서 떨어뜨렸다.

이안도 번호를 보았다.

“엄마.”

미라는 다니엘에게 말했다.

“리나 데리고 집으로 가.”

“검사 끝나는 대로.”

“지금.”

“왜 계속 그것만 말해?”

문 한가운데에 작은 구멍이 뚫렸다.

붉은 탐색광이 안으로 들어왔다.

이안이 뒤로 물러났다.

미라는 통신을 끊었다.

후보 목록에서 리나의 이름을 눌렀다.

화면이 물었다.

원대상: 이안 한

교환대상: 리나 소

행정 식별자를 교환하시겠습니까?

“하지 마.”

이안이 말했다.

미라는 확인 버튼에 손가락을 올렸다.

“시간만 벌 거야.”

“누구 시간?”

“널 데리고 여기서 나가서, 둘 다 구할 방법을 찾을 시간이야.”

“엄마는 아까도 모른다고 했어.”

“찾을 거야.”

“못 찾으면?”

미라는 이안을 보지 않았다.

문 밖의 요원이 말했다.

“강제 개방까지 30초.”

이안이 미라의 손목을 잡았다.

“나 때문에 하지 마.”

“너 때문이 아니야.”

“그럼 누구 때문인데?”

“나는 네 엄마야.”

“그게 이유야?”

“그거면 충분해.”

미라는 확인 버튼을 눌렀다.

화면이 즉시 바뀌지 않았다.

교환에 따른 결과를 확인하십시오.

1. 교환대상에게 즉시 회수명령이 발령될 수 있습니다.

2. 원대상의 생체 지정은 유지됩니다.

3. 재검증 결과에 따라 양 대상이 모두 회수될 수 있습니다.

4. 교환 실행자는 결과에 대한 행정 책임을 부담합니다.

미라는 네 번째 문장을 읽지 않았다.

아니, 읽었지만 기억하지 않기로 했다.

최종 물리 확인이 필요합니다.

단말기 오른쪽 아래에서 오래된 금속 손잡이가 튀어나왔다.

작은 붉은 손잡이였다.

도시 중앙에 있다는 최종 차단장치와 닮은 모양이었다.

미라는 그것을 잡았다.

이안이 손목을 놓았다.

“엄마.”

미라는 손잡이를 아래로 당겼다.

중계실의 모든 화면이 꺼졌다.

1초 뒤 다시 켜졌다.

이안의 이름 옆에 있던 카운트다운이 사라졌다.

대상 교환 처리 중.

문밖의 절단음도 멈췄다.

회수요원이 말했다.

“대상 식별정보가 변경됐습니다.”

다른 목소리가 대답했다.

“새 위치로 이동한다.”

발소리가 멀어졌다.

미라는 숨을 내쉬었다.

이안은 움직이지 않았다.

단말기에 새로운 문장이 나타났다.

원대상 이안 한

회수명령: 보류

생체 재검증: 진행 중

그 아래에 다른 이름이 나타났다.

교환대상 리나 소

회수명령: 발령

예상 도착시간: 00:16:38

16분.

미라가 복원 버튼을 눌렀다.

교환 처리 중에는 복원할 수 없습니다.

다시 눌렀다.

같은 문장이 나타났다.

통신기가 울렸다.

다니엘이었다.

미라는 받지 않았다.

음성메시지가 자동 재생됐다.

“미라, 이상해.”

다니엘의 숨소리가 거칠었다.

“갑자기 검사실 문이 잠겼어. 회색 옷 입은 사람들이 왔어. 리나를 다른 데로 데려간대.”

배경에서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빠?”

리나였다.

“아빠, 집에 가는 거 아니야?”

다니엘이 누군가에게 소리쳤다.

“어디로 데려갑니까? 보호자입니다. 대답하세요.”

기계음이 들렸다.

대상 리나 소.

전환 절차를 위해 이동합니다.

메시지가 끊겼다.

이안은 미라를 보지 않았다.

“시간 벌었네.”

아이의 목소리는 조용했다.

미라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화면에 마지막 문장이 떠올랐다.

대상 교체 승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