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22 / 50
필터 수명 5분 48초.
선두 운반기에는 정제수 1,800리터가 실려 있었다.
그 뒤에서 열한 대의 붉은 센서가 차례로 켜졌다.
운반기는 미라와 배양조를 향해 속도를 높였다. 바퀴 두 개가 없어서 차체가 왼쪽으로 기울었지만 멈추지 않았다. 진흙이 떨어진 센서 렌즈가 사람과 벽 사이를 번갈아 훑었다.
경로 장애물 확인.
예상 제거질량 1,940킬로그램.
“리나 무게까지 계산했어.”
사라가 말했다.
요나가 지렛대를 들었다.
“어떻게 제거하는데?”
운반기 앞에서 접힌 금속판이 내려왔다. 제설기처럼 생긴 밀개였다.
“밀어서.”
미라가 배양조 옆으로 뛰었다.
“옆 통로로 빼.”
“거긴 좁아.”
다니엘이 손잡이를 잡았다.
“들어갈 만큼만 가.”
사람들이 조를 밀었다. 바퀴 하나가 레일 틈에 빠졌다. 운반기까지 12미터.
이안이 바퀴 아래에 금속판을 밀어 넣었다. 오른손에서 판이 미끄러졌다. 미라가 대신 잡으려 하자 아이가 왼손으로 위치를 고쳤다.
“밀어!”
배양조가 레일을 넘었다. 옆 통로 안으로 절반이 들어갔다.
운반기의 밀개가 바닥의 금속판을 쳤다. 판이 튀어 다니엘의 어깨를 스쳤다. 운반기는 벽과 배양조 사이 남은 틈을 계산하듯 좌우로 두 번 움직였다.
통과 폭 부족.
경로 복구 절차 시작.
밀개가 다시 올라갔다. 이번에는 차체 옆에서 절단팔이 펼쳐졌다.
“저거 조를 자를 거야.”
사라가 말했다.
미라는 운반기 센서 앞에 섰다. 렌즈의 진흙을 장갑으로 닦았다.
“사람 못 알아보는 게 아니라 안 중요하게 보는 거야.”
센서가 그녀의 얼굴을 읽었다.
생체 장애물.
유지관리 기능표식 없음.
우회 불가.
미라의 기능권한은 정지된 상태였다.
절단팔이 내려왔다.
요나가 미라의 허리를 잡아당겼다. 날이 작업복 앞을 갈랐다. 미라는 바닥으로 넘어졌다.
“똑똑한 척하지 마.”
“똑똑해서 간 게 아니야.”
“그게 더 나빠.”
뒤따르던 두 번째 운반기가 선두와 4미터 간격까지 접근했다.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앞차의 후방센서는 진흙에 완전히 덮여 있었다.
“부딪쳐.”
베크가 말했다.
미라는 벽에 걸린 낡은 표지를 봤다.
외부 보급선 수동정지점.
표지 아래에 반사판 세 개가 접혀 있었다. 전력도 통신도 필요 없는 광학 정지신호였다.
그녀가 첫 번째 반사판을 폈다.
검은 표면뿐이었다. 먼지와 균사가 반사층을 덮고 있었다.
“물.”
사라가 세척수 통을 안았다.
“1.2리터 남았어요.”
리나가 먼저 말했다.
“써.”
“얼마나?”
“필요한 만큼.”
“양을 정해야 해.”
리나는 잠시 생각했다.
“반만.”
사라는 600밀리리터를 반사판에 부었다. 미라가 소매로 표면을 닦았다. 은색 삼각형이 드러났다.
두 번째 판.
세 번째 판.
남은 물은 600밀리리터였다.
미라가 세 판을 선로 쪽으로 돌렸다.
운반기의 센서가 반사신호를 읽었다.
수동정지 요청.
제동거리 6.4미터.
현재 거리 3.1미터.
선두 운반기가 바퀴를 잠갔다. 없는 바퀴 자리의 축이 바닥을 긁었다. 물탱크가 앞으로 쏠렸다.
두 번째 운반기가 뒤를 들이받았다.
충격이 첫 번째에서 네 번째까지 이어졌다. 금속상자들이 연결고리를 잡아당겼고, 세 번째 운반기 위의 원통 하나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다섯 번째부터는 간격센서가 살아 있어 멈췄다.
선두 물탱크 아래에서 투명한 물이 새기 시작했다.
“멈추긴 했네.”
요나가 말했다.
“망가뜨렸어.”
미라는 물줄기에 손을 댔다. 차갑고 냄새가 없었다.
누수량 초당 0.7리터.
베크가 빈 방진포대를 가져왔다. 물은 포대 틈으로 빠졌다.
“통 없어?”
열교환소 안에는 녹슨 부품함만 있었다. 사라가 가장 깨끗한 함을 뒤집어 빗물과 먼지를 털었다.
“이걸 정제수에 대면 다시 오염돼요.”
요나가 말했다.
“바닥에 버리는 것보단 낫지.”
“리나 주입관에는 못 씁니다.”
“사람 세척에는 써.”
미라는 누수구를 살폈다. 충격으로 밸브 목이 휘어 밀봉링이 빠져 있었다. 교체링은 없었다.
“잡고 있어.”
베크가 밸브를 안쪽으로 밀었다. 누수량이 절반으로 줄었다.
“언제까지?”
“손 놓을 때까지.”
“좋네.”
베크는 다친 다리를 펴고 탱크 아래에 앉았다.
필터 수명 3분 09초.
루이스가 기침하며 진의 마스크를 받으려 했다. 진은 필터 표시를 보고 고개를 저었다.
“내 것도 끝나 가.”
“두 번만.”
“벗으면 다시 밀폐 안 될 수 있어.”
루이스가 손을 내렸다.
미라는 선두 운반기 옆의 수동점검함을 열었다. 안에는 화면 대신 톱니식 기록판이 있었다. 수십 년 동안 같은 노선을 오간 횟수가 물리 눈금으로 남아 있었다.
주기 6시간.
열교환소 통과.
외부 저장조 보충.
제5중계소 인계.
귀환.
마지막 90일 배송 성공 359회.
배송 실패 1회.
오늘이 두 번째 실패가 되고 있었다.
요나가 뒤 운반기들의 화물표식을 읽었다.
“두 번째는 탄소 여재. 세 번째는 전해염. 네 번째는 빈 탱크. 다섯 번째는 금속분말.”
“필터 만들 수 있어?”
진이 물었다.
사라가 두 번째 운반기의 봉인을 확인했다.
“탄소만으로는 안 됩니다. 입자막과 밀폐틀이 필요해요.”
루이스가 자기 마스크를 가리켰다.
“기존 필터에 채우면?”
“가스흡착 수명은 늘어도 포자막은 회복하지 않아요.”
“몇 분?”
“여기서 열고 채우는 동안 더 많이 들이마실 수 있어요.”
다니엘이 말했다.
“정비실에 들어가서 해.”
“배양조가 못 들어가.”
“리나는 여기 두고 사람만 들어가면 돼.”
리나가 유리를 두드렸다.
“또 나만 밖에?”
다니엘이 눈을 감았다.
“미안. 그런 뜻으로—”
“그런 뜻이었어.”
“네가 죽게 둘 수는 없잖아.”
“나도 아빠 죽게 두기 싫어.”
“나는 어른이야.”
“그래서 먼저 살아야 해?”
다니엘은 답하지 못했다.
미라는 점검함에서 운반기 수동명령표를 꺼냈다. 물리핀 열두 개로 목적지를 선택하는 구형 장치였다.
정지.
점검.
우회.
귀환.
목적지는 바꿀 수 없었다.
“행렬을 열교환소 안에 세워 바람막이로 만들 수 있어.”
미라가 말했다.
요나가 물었다.
“그러면 배송은?”
“늦어져.”
“누구한테 가는지도 모르는데.”
“그래서 물부터 빼자는 거야?”
“당신 아들이 3분 뒤에 필터 없이 숨 쉬어야 해.”
“저 물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어.”
“없을 수도 있고.”
“모르면 빼도 돼?”
요나는 고개를 돌렸다.
“모르면 당신 아이부터 살리는 게 부모지.”
미라는 이안을 봤다. 아이는 끝나 가는 필터를 쓰고 운반기 기록판을 읽고 있었다.
“이안.”
“응.”
“물을 빼서 네 필터를 씻으면 조금 더 버틸 수 있어.”
사라가 끼어들었다.
“씻으면 입자막의 정전기가 사라져 오히려 포자를 통과시킬 수 있어요.”
“그럼 탄소 여재를 넣고 정비실에 사람들부터 들어가게 할 수 있어.”
“리나는?”
“밖에 남아야 해.”
이안은 배양조를 봤다.
“다른 방법 찾아.”
“시간 없어.”
“그러면 나도 밖에 있을게.”
“그건 방법이 아니야.”
“리나만 두는 것도 방법 아니야.”
필터 수명 2분 21초.
리나가 말했다.
“나는 물 필요해.”
모두가 조를 봤다.
“얼마나?”
사라가 물었다.
“순환관 채우는 데 9리터, 세척에 3리터. 배양액 희석까지 하면 22리터입니다.”
“내가 물 쓰면 저 기계 못 가?”
미라는 누수량을 계산했다.
“22리터로는 안 멈춰. 지금 새는 양부터 막아야 해.”
“그럼 써.”
“배송받는 쪽은?”
리나는 운반기의 붉은 렌즈를 봤다.
“내가 다 쓰는 거 아니잖아.”
요나가 말했다.
“그게 지금 할 수 있는 제일 작은 도둑질이네.”
“도둑질이라고 기록해.”
리나가 말했다.
미라는 선두 운반기의 점검핀을 눌렀다.
운반기가 화물 접근을 허용했다. 사라는 멸균연결관을 물탱크 보조밸브에 꽂았다. 첫 물 3리터는 관을 씻는 데 버렸다. 다음 9리터가 리나의 순환관으로 들어갔다.
배양조 보조순환 24퍼센트.
31.
46.
리나가 짧게 숨을 토했다. 물속 흰 조직이 펴졌다.
“차가워.”
“아파?”
다니엘이 물었다.
“아니. 내 몸 안 아닌 데가 차가워.”
사라는 그 문장을 기록하기 전에 허락을 물었다.
리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머지 10리터는 외부 순환통에 들어갔다. 보조순환은 58퍼센트에서 안정됐다.
탱크 잔량 1,769리터.
누수는 계속됐다.
미라는 떨어진 세 번째 운반기의 원통을 열었다. 전해염 카트리지였다. 고무 밀봉부가 물탱크 밸브 목과 비슷한 크기였다.
“이거 잘라서 링 만들 수 있어.”
사라가 물었다.
“염이 물에 녹으면?”
“탱크 안쪽에 안 닿게 두 겹으로 감아.”
“식수 기준은 보장 못 합니다.”
“이미 보장 못 해.”
베크가 밸브를 밀고 있는 동안 미라는 카트리지 고무를 잘랐다. 첫 번째 링은 너무 두꺼워 밸브가 닫히지 않았다. 두 번째는 얇아 물이 샜다.
필터 1분 06초.
미라의 손이 떨렸다. 산소보다 포자와 피로 때문이었다.
세 번째 링을 끼웠다.
베크가 손을 뗐다.
물방울 하나가 떨어졌다.
다음 방울은 나오지 않았다.
탱크 잔량 1,751리터.
배송량 부족 49리터.
허용손실량 36리터.
배송 실패 예상.
“13리터 때문에 실패라고?”
진이 물었다.
운반기는 답하지 않았다.
미라는 뒤쪽 빈 탱크 운반기를 봤다. 네 번째 차량의 용기는 비어 있었지만 외피와 연결틀은 온전했다.
“저 안에 들어가.”
요나가 말했다.
“물탱크 안에 사람을?”
“빈 탱크는 세척되고 밀폐돼 있어. 숨 쉴 공기는 없지만 포자는 막아.”
사라가 부피표시를 확인했다.
“8명이 들어가면 내부 공기로 26분 정도. 이산화탄소가 먼저 문제 됩니다.”
“탄소 여재는 이산화탄소 못 잡아.”
“전해염 카트리지에 수산화물층이 있어요. 임시 흡수통을 만들 수 있습니다.”
“얼마나?”
“정확히 모릅니다. 40분에서 두 시간.”
필터 00:42.
다니엘이 물었다.
“배양조는?”
“빈 탱크 운반기 위에 묶어. 행렬을 따라가면 돼.”
요나가 말했다.
“목적지가 안전하다는 보장은 없어.”
“여기는 안전하지 않다는 보장이 있어.”
빈 탱크 뚜껑은 외부에서만 잠글 수 있었다. 미라는 먼저 사람들을 넣고 마지막에 닫을 사람을 정해야 했다.
“내가 밖에 탄다.”
요나가 말했다.
“길도 보고, 멈출 때 열어야 하니까.”
“필터 끝나.”
“운반기 점검함에 붙어서 바람 피하면 조금 낫겠지.”
미라는 반대하려다 참았다.
“줄 두 개 묶어. 하나 끊기면 바로 정지판 펴.”
“알았어.”
“그리고 세 번 기침하면—”
“내 몸 사용법은 내가 정해.”
요나는 미라가 했던 말을 돌려줬다.
“걱정은 해도 돼.”
미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운반행렬을 다시 움직이려면 충돌한 연결축을 펴야 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사이 연결고리가 비틀려 있었다. 그대로 출발하면 두 번째 차량이 선두 물탱크를 옆으로 밀 수 있었다.
미라와 베크가 지렛대를 걸었다. 베크는 다친 다리에 힘을 주지 못했다.
루이스가 필터를 벗은 채 합류했다. 세 사람이 눌렀다.
연결고리가 절반 돌아왔다.
“한 번 더.”
진이 자기 필터를 루이스에게 씌웠다.
“숨 쉬고 해.”
“너는?”
“말하지 말고.”
루이스가 두 번 숨을 들이마시고 필터를 돌려줬다.
다시 밀었다.
고리가 제자리 홈에 떨어졌다.
필터 표시는 0이 됐다.
경고음이 끝나자 오히려 조용해졌다. 필터는 멈추지 않았지만 더 이상 성능을 보증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빈 탱크 안으로 들어갔다. 사라는 수산화물 카트리지를 천으로 감싸 바닥에 고정했다. 이안, 미라, 진, 루이스, 베크가 차례로 탔다. 다니엘은 리나의 배양조 고정상태를 확인한 뒤 들어왔다.
“리나가 밖에 혼자야.”
그가 말했다.
리나의 목소리가 탱크 통신선으로 들어왔다.
“들려.”
“아프면 바로 말해.”
“아빠도.”
사라가 마지막으로 들어왔다. 요나가 뚜껑을 닫았다.
어둠 속에서 여덟 사람의 숨소리가 겹쳤다.
외부의 요나가 수동정지 반사판을 접었다.
선두 운반기는 즉시 움직이지 않았다.
배송량 부족.
보충원 접근 대기.
예상 대기시간 05:58:13.
“여섯 시간을 기다린다고?”
요나가 점검핀을 눌렀다. 정지와 점검만 선택할 수 있었다. 부족량 49리터를 채우지 않으면 출발하지 않았다.
미라가 탱크 안에서 말했다.
“뒤 빈 탱크에 남은 응축수 없어?”
요나가 배수밸브를 열었다. 탁한 물 17리터가 나왔다. 금속 냄새가 강했다.
“이걸 정제수에 넣으면 물 전체가 오염돼.”
사라가 통신으로 말했다.
“배송 허용치는 총량만 읽을 수 있어요. 수질센서가 선두 탱크 내부에 있으면 거부합니다.”
요나는 응축수를 보충구에 붓지 않았다.
열교환소 천장에서 빗물이 떨어졌다. 홈통 아래 부품함에 고인 양은 8리터뿐이었다.
49리터를 채우려면 시간이 없었다.
이안이 어둠 속에서 말했다.
“우리가 가져간 만큼 다시 넣으면 되는 거 아니야?”
“그 물은 리나 안에 있어.”
다니엘이 말했다.
리나가 통신으로 물었다.
“내 순환통에서 다시 빼면?”
사라가 즉시 말했다.
“안 돼. 다시 떨어질 거야.”
“얼마나?”
“49리터를 빼면 이전보다 나빠져.”
“22리터만 썼잖아.”
미라가 계산했다.
“나머지 27리터는 충돌하면서 샜어. 네가 갚을 물 아니야.”
“기계는 내가 썼는지 구분 안 해.”
“우리는 해.”
탱크 안이 조용해졌다.
요나가 뒤 운반기 기록을 다시 확인했다. 세 번째 차량에서 떨어진 전해염 원통의 등록질량은 63킬로그램이었다. 충돌 뒤 화물무게가 줄어 전체 배송량도 실패로 바뀌어 있었다.
“미라.”
“왜.”
“이 행렬은 물만 맞춰도 안 가. 떨어진 염 카트리지도 다시 실어야 해.”
사람들이 어둠 속에서 서로를 볼 수 없는 채 숨을 내쉬었다.
미라가 물었다.
“빈 탱크 무게는 배송에 포함돼?”
“포함돼.”
“우리 무게도 읽어?”
요나가 적재판을 봤다.
빈 탱크 차량 적재량 612킬로그램.
허용 적재량 2,000킬로그램.
“읽어.”
“행렬 총량은?”
요나가 각 차량의 부족분을 합쳤다.
물 49킬로그램.
전해염 63킬로그램.
손상으로 이탈한 금속부품 18킬로그램.
부족 총량 130킬로그램.
빈 탱크에 탄 사람과 장비는 612킬로그램이었다.
“초과야.”
미라가 말했다.
“빈 탱크 외피에서 482킬로그램을 화물 아닌 차체로 인식하게 해야 해.”
“어떻게?”
“하중센서 위치를 바꿔.”
요나가 차량 아래를 봤다. 네 개의 하중판 중 앞쪽 두 개가 적재량을 읽고 있었다.
“판 아래에 고정쐐기 넣으면 차체로 넘어가.”
“쐐기는?”
“떨어진 원통 고정대 잘라.”
요나는 절단날이 없는 수동절단기를 들었다.
“맨손으로?”
“경첩핀.”
열교환소 입구에서 빼낸 핀 하나가 바닥에 남아 있었다. 요나가 그것을 가져와 고정대를 두드렸다. 열세 번 만에 금속이 휘었다. 손바닥이 찢어졌다.
쐐기 두 개를 하중판 아래에 넣었다.
적재량 612.
401.
177.
129킬로그램.
행렬 부족량 130킬로그램.
1킬로그램이 모자랐다.
요나는 자기 공구주머니를 빈 탱크 안으로 던졌다.
적재량 134킬로그램.
배송 허용범위.
운반기들이 차례로 기동했다.
요나는 선두 점검함에 안전줄을 묶었다. 행렬이 어둠 속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빈 탱크 내부에서 사람들은 금속벽의 진동으로 속도를 느꼈다. 공기질 표시가 이산화탄소 증가를 알렸다.
예상 호흡 가능시간 47분.
리나의 배양조는 네 번째 운반기 위에서 흔들렸다. 흰 생체선들이 고정틀을 감아 충격을 줄였지만 손목 반점은 팔꿈치 쪽으로 한 줄 늘어났다.
요나는 밖에서 제5중계소 방향을 확인했다.
거리 3.8킬로미터.
도착 예상 38분.
통신에서 노아가 다시 불렀다.
“대기구역이 결정했습니다.”
숨소리가 거칠었다.
“안쪽문을 열어 도시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찬성 34, 외부문 개방 17, 기권 3입니다.”
“당신은?”
“저는 기권했습니다.”
“왜?”
“제가 안쪽으로 들어가 축을 돌리면 투표 결과가 아니라 제 행동이 됩니다.”
미라가 말했다.
“누군가는 해야 해.”
“알고 있습니다.”
“못 빠져나올 수도 있어.”
“그것도 압니다.”
노아의 통신 뒤에서 금속을 끌어내는 소리가 났다.
“지금 들어갑니다.”
연결이 끊겼다.
행렬은 열교환소를 빠져나갔다. 바깥의 포자 경고는 필터 수명을 지난 뒤 숫자를 표시하지 않았다.
요나는 선두 운반기의 배송기록을 더 열었다. 수령자 이름은 없었다. 대신 도착할 때마다 물과 염류의 무게가 분 단위로 줄어든 수치가 남아 있었다.
1회 평균 인계량 1,706리터.
평균 인계시간 14분.
회수 화물: 탄소성 침전물, 질산염, 손상 금속.
“사람이 물 받아 쓰는 속도는 아니야.”
요나가 말했다.
사라가 통신으로 답했다.
“저장조로 옮기는 걸 수도 있어요.”
“그러면 왜 빈 차에 폐기물을 돌려보내?”
“정수시설이면 가능합니다.”
미라는 기록판의 유일한 배송 실패를 확인했다. 47일 전, 모래폭풍 때문에 행렬이 9시간 늦었다. 그다음 세 차례 배송량은 평소보다 38퍼센트 많았다.
“못 받은 걸 나중에 보충했어.”
“기계가 요청했겠지.”
“아니면 살아 있는 게.”
요나는 행렬을 멈추지 않았다.
빈 탱크 안에서 베크의 숨이 거칠어졌다. 정강이의 붉은 반점은 더 번지지 않았지만 피부가 뜨거웠다. 사라는 체온계를 댔다.
“38.1도.”
“감염이야?”
“면역반응일 수도 있고 금속독성일 수도 있어요.”
“제5중계소에 사람 치료할 게 있어?”
요나가 대답했다.
“있다고 말한 적 없어.”
베크는 금속벽에 머리를 기댔다.
“그래도 이 안보다는 물 있는 데가 낫겠지.”
아무도 확답하지 않았다.
28분 뒤, 제5중계소에서 신호가 왔다.
인간 통신규약이 아니었다.
짧은 전류 세 번.
긴 전류 한 번.
물탱크의 수질센서가 응답했다. 이어서 전해염 차량과 금속분말 차량이 각기 다른 간격으로 같은 신호를 돌려보냈다.
요나가 말했다.
“기계끼리 확인하는 신호야.”
사라가 빈 탱크 안에서 주기를 계산했다.
“아니요. 화학농도를 묻고 있어요. 물의 염도, 질소, 철 함량.”
“누가?”
행렬 앞의 벌판에서 낮은 구조물이 일어났다.
건물이 아니었다.
검은 뿌리와 금속관이 얽힌 거대한 막이 땅속에서 펼쳐졌다. 그 표면의 수천 개 구멍이 동시에 열렸다.
중계소는 물을 저장하지 않았다.
들이마시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