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자연
비가 오는 방

에피소드 15 / 50

폐격리실 천장에서 물이 떨어졌다.

한 방울이 미라의 공개방송 원고 위에 떨어져 ‘위험경고’라는 단어를 번지게 했다.

두 번째 방울은 이안의 뺨에 닿았다.

아이는 손등으로 물을 닦아 냄새를 맡았다.

“마시지 마.”

미라가 말했다.

“안 마셨어.”

“입도 만지지 말고.”

천장의 얼룩이 빠르게 넓어졌다.

폐격리 4구역 위에는 물 배관이 없었다. 14년 전 시설이 폐쇄될 때 급수선과 배양액선은 잘라냈다. 남은 것은 외벽 압력완충실로 이어지는 구형 환기덕트뿐이었다.

사라가 채취용기를 얼룩 아래 댔다.

“냉각수일 수 있어.”

미라가 말했다.

“냉각수면 푸른색이야.”

“오래된 배관에서 변색됐을 수도 있습니다.”

“여기 위에 배관이 없다니까.”

세 번째 방울이 떨어졌다.

곧 한 방울씩 셀 수 없게 됐다.

천장 이음새를 따라 가느다란 물줄기가 생겼다. 바닥 비상등 아래에서 물은 투명해 보였다. 사라가 용기에 모인 액체의 전도도와 산도를 측정했다.

“산도 5.3. 용존염이 높아요.”

다니엘이 물었다.

“도시 물이 아니야?”

“표준 급수는 중성입니다.”

이안이 천장을 봤다.

“비?”

누구도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제7도시에서 비는 교육영상 속의 현상이었다. 천장에서 정해진 양의 물이 나오지 않고, 하늘에서 무작위로 떨어지는 물. 아이들은 비를 본 적이 없었고 어른들 대부분도 마찬가지였다.

미라는 벽의 구형 설비도를 열었다. 중앙망이 아니라 금속판에 새겨진 도식이었다. 환기덕트는 위쪽으로 38미터 올라가 외벽 배수실과 만났다.

“외벽 배수실이 넘치고 있어.”

엘리아스가 원격 잠금키를 문틈에 댔다.

도시망 경보가 한꺼번에 들어왔다.

외부 강수 감지.

시간당 강수량 측정 불가.

제7·제8 외벽 배수문 응답 없음.

구형 물리관리 포트 잠금 상태.

미라가 눈을 감았다.

1,408개.

그녀의 공개고백 뒤 폐쇄된 구형 수리 포트 가운데 외벽 배수문이 포함돼 있었다.

“배수문 수동으로 열 사람이 있어요?”

“외벽 관리인력 열두 명이 이동제한 상태입니다.”

엘리아스가 말했다.

“배수실까지 갈 수 있습니까?”

“권한이 있으면.”

“권한은 폐기됐습니다.”

미라가 천장을 봤다.

“그럼 비는 낮은 데로 와요.”

폐격리실은 생명합성 구역에서 가장 낮은 방이었다.

사라가 물 표본에 시약을 떨어뜨렸다. 투명한 액체가 연한 갈색으로 변했다.

“유기물 반응.”

“얼마나?”

“도시 급수보다 최소 스무 배. 균인지 포자인지는 현미경이 필요해요.”

이안이 손등을 작업복에 문질렀다.

미라가 바로 아이의 손을 잡았다.

“따가워?”

“조금.”

손등에 작은 붉은 점 세 개가 올라왔다.

사라가 휴대 측정기를 가져왔다.

“검사해도 돼?”

이안은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사라는 피부 가까이에 광학판을 댔다. 접촉하지 않았다.

“표면 염증입니다. 아직 면역반응인지 화학자극인지 구분 못 해.”

“씻어야 해?”

“도시 물로.”

남은 물주머니에는 300밀리리터가 채 되지 않았다. 리나의 열교환기에 넣어야 할 물이기도 했다.

미라가 자기 소매의 마른 부분으로 이안의 손을 닦았다.

“그걸로 돼?”

“지금은.”

천장의 물줄기가 굵어졌다.

구리 음성관 밖에서 환호성이 들렸다.

누군가 소리쳤다.

“물이야!”

“마시지 마세요!”

미라가 관으로 외쳤다.

“외부에서 들어온 비예요. 유기물 반응 있어요!”

“우린 물이 없어요!”

라힘의 목소리였다.

“마시면 안 된다는 근거 있어요?”

사라가 말했다.

“없습니다. 안전하다는 근거도 없어요.”

“끓이면?”

미라는 복도의 설비를 생각했다.

“배양기 폐열관이 있어요. 아직 뜨거우면 끓일 수 있어요.”

“접근판 잠겼어요.”

모든 답이 같은 곳으로 돌아왔다.

구형 포트 잠금.

엘리아스가 폐쇄조치를 해제하라는 명령을 다시 보냈다.

비인가 대상교환 재발 위험.

“현재 침수 위험을 우선하라.”

침수 예상 사망 0~112명.

대상교환 확산 예상 자원손실 계산 불가.

계산 불가 위험을 우선 회피합니다.

미라가 잠금키를 빼앗아 벽에 던지려다 멈췄다.

물건이 깨지면 명령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볼 수 있는 화면만 하나 줄었다.

“아벨은?”

그녀가 물었다.

“구형 포트 잠금 이전 규칙을 갖고 있을 수 있어.”

엘리아스가 말했다.

“아벨까지 돌아가려면 폐격리실을 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외벽 배수실보다 멀어.”

다니엘이 배양조 아래를 가리켰다.

“물이 여기로 간다.”

바닥 경사가 리나의 수동 펌프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천장에서 떨어진 물이 펌프 받침 아래 고이기 시작했다.

전력선은 임시로 감아놓은 구리선이었다. 물이 단자에 닿으면 누전될 수 있었다.

미라와 노아가 배양조에서 떼어낸 포장막을 바닥에 펼쳤다. 물길을 문 쪽으로 돌리려 했지만 포장막 폭이 부족했다.

경계근무자들이 방수외투를 벗었다.

미라는 그것들을 겹쳐 임시 수로를 만들었다. 봉합할 도구가 없어 외투 가장자리를 금속 클립으로 집었다.

물은 문 쪽으로 흘렀다.

압력문 아래의 손가락만 한 틈으로 바깥에 나갔다.

문 밖 사람들이 비를 받기 위해 용기와 손을 내밀었다.

“마시지 말라고 했어요!”

미라가 말했다.

한 남자가 대답했다.

“언제까지 기다려요?”

“최소한 끓을 때까지.”

“열어줄 수 있어요?”

“폐열관을 부숴야 해요.”

“어떻게?”

미라는 머릿속으로 복도 구조를 그렸다.

“배양실 벽 북쪽에 수직 이음선이 있어요. 바닥에서 네 번째 고정점.”

“다 똑같이 생겼어요.”

“손을 가까이 대면 따뜻한 게 폐열관이야. 직접 만지지 말고.”

바깥에서 사람들이 벽을 더듬었다.

라힘이 말했다.

“찾았어요.”

“접근판 모서리 때려요. 중앙 말고 경첩 쪽.”

금속 치는 소리가 났다.

공개방송 직전 냉각시설 작업자 한 명이 신호를 잃던 소리가 미라의 귀에 남아 있었다.

“사람 다 물러나고 해요. 안에 증기 있으면.”

“알았어요.”

세 번의 충격 뒤 접근판이 떨어졌다.

뜨거운 공기가 음성관으로도 느껴질 만큼 복도에 퍼졌다. 사람들의 환호가 들렸다.

미라는 끓이는 방법과 응축천을 만드는 법을 설명했다. 배양기 청소용 금속통에 빗물을 담고 폐열관 위에 올리되, 밀폐하지 말라고 여러 번 말했다.

“뚜껑 닫으면 폭발해요.”

“알았어요.”

“완전히 열어둬요.”

“안다고요.”

사람들은 자신들이 살 방법을 배우는 동안 미라를 용서하지 않았다. 그 두 가지는 함께 가능했다.

리나의 배양조에서 경고음이 났다.

사라가 순환액을 확인했다.

“산소포화도가 올라가고 있어.”

“좋은 거 아니야?”

다니엘이 물었다.

“펌프 출력은 그대로예요.”

산소포화도는 84퍼센트에서 89, 92로 올라갔다.

리나의 목 주변 검은 섬유가 빠르게 빛났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빗물의 주기와 비슷했다.

사라가 배양조 외벽의 공생신호 측정값을 열었다.

“외부 생체신호가 들어옵니다.”

미라가 물었다.

“빗물에서?”

“환기덕트 전체일 수도 있어요.”

검은 조직은 이 방에 없었다.

하지만 천장 이음새 안에서 아주 가는 회색 실이 내려오고 있었다. 머리카락보다 가늘고 젖어 있었다. 실 끝이 공기 중에서 벌어지며 투명한 막을 만들었다.

다니엘이 금속봉을 들었다.

“잘라.”

사라가 막았다.

“기다려요.”

“리나한테 연결되잖아.”

“산소포화도가 회복됐습니다.”

“뭘 하는 건지도 모르면서?”

“그래서 보려는 거예요.”

다니엘이 리나에게 물었다.

“아파?”

접촉식 청진기에서 목소리가 나왔다.

“차가워.”

“어디가?”

“안쪽.”

“싫어?”

리나는 회색 실을 보고 있었다.

“모르겠어.”

다니엘이 말했다.

“모르면 끊어.”

“아빠가?”

그는 금속봉을 내리지 못했다.

사라가 회색 실 아래에 표본접시를 놓았다. 실은 접시에 닿자 빠르게 퍼졌다. 물 한 방울을 둘러싼 뒤 작은 기포를 만들었다.

산소였다.

“광합성?”

미라가 물었다.

“조명이 약해요. 저장된 화학에너지를 쓰는 것 같아.”

“얼마나 가?”

“모릅니다.”

기포가 커지자 회색 실 표면에 검은 점들이 솟았다.

사라가 표본접시를 덮었다.

“포자일 수 있어요.”

경계근무자 한 명이 기침했다.

처음에는 한 번이었다.

곧 같은 사람이 연속해서 기침했다. 보호면을 다시 썼지만 중앙 표시가 죽어 공기필터 상태를 알 수 없었다.

노아가 그를 문 쪽으로 데려갔다.

“눈이 따갑습니다.”

근무자가 말했다.

목 주변에 붉은 반점이 생겼다.

사라는 가지고 있던 알레르기 억제제를 확인했다.

“한 회분뿐이에요.”

“줘.”

노아가 말했다.

“경증일 수 있습니다.”

“악화된 다음에는 늦어.”

근무자가 고개를 저었다.

“저 말고 밖에 있는 사람부터 확인하십시오.”

구리관 너머에서 기침 소리가 들렸다.

한 명이 아니었다.

빗물을 받았던 사람들이 눈과 목의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끓이는 중 증기를 마신 사람들의 증상이 더 빨랐다.

사라가 음성관으로 물었다.

“숨쉬기 어려운 사람?”

세 사람이 대답했다.

라힘이 말했다.

“케린이 또 쓰러졌어요.”

“저혈당이 아니라 호흡?”

“목을 잡고 있어요.”

사라는 억제제 주입기를 봤다.

격리실 안의 근무자와 밖의 케린.

한 회분.

“밖으로 보내.”

근무자가 말했다.

노아가 그를 봤다.

“당신도 악화될 수 있습니다.”

“보호복 필터가 남아 있습니다.”

“표시가 꺼져 확인 못 합니다.”

“아직 숨쉴 수 있습니다.”

사라가 주입기를 시료전달관에 넣었다.

“목 바깥에 놓고 눌러요. 정맥 찾지 말고.”

라힘이 받았다.

몇 초 뒤 케린의 숨소리가 조금 느려졌다.

근무자는 벽에 기대 앉았다. 눈물이 계속 흘렀지만 호흡은 유지됐다.

사라가 말했다.

“비를 끓이면 미생물은 줄어도 단백질과 독성물질이 증기에 섞일 수 있어요.”

미라가 물었다.

“그럼 어떻게 걸러?”

“지금 장비로는 안전을 보장 못 합니다.”

“보장 말고 가능성.”

사라는 회색 실 표본을 봤다.

“고온에서 변성시키고 활성탄이 있으면 일부를 흡착할 수 있어요.”

“활성탄은 공기필터에 있어.”

노아가 근무자의 보호면 필터를 분리했다.

“이것을 쓰면 보호면은 더 이상 기능하지 않습니다.”

기침하던 근무자가 말했다.

“이미 표시도 안 됩니다.”

“표시와 여과는 별개야.”

미라가 필터를 받았다.

“이거 하나로 몇 명?”

사라가 말했다.

“물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니 계산할 수 없습니다.”

“또 한 명분은 만들 수 있어?”

경계근무자들이 서로를 봤다.

엘리아스가 자기 비상호흡기의 필터를 뺐다.

“두 개.”

노아도 보호면 필터를 분리했다.

다른 근무자들이 뒤따랐다.

필터 일곱 개.

미라는 필터를 자르지 않았다. 안의 층 구조를 모른 채 뜯으면 활성탄과 섬유막이 섞였다. 필터 전체를 빗물 통과관에 직렬로 연결해야 했다.

격리실의 오래된 배양액 관을 잘라 여과관으로 만들었다. 노아가 연결부를 잡고 사라가 비누막 검사를 했다. 미라는 필터 방향을 맞췄다.

바깥 사람들은 같은 구조를 만들 수 없었다.

문 아래 틈으로 필터관을 밀어냈다.

“이걸로 천천히 내려요.”

라힘이 받았다.

“안에는?”

“우리는 아직 물 있어요.”

다니엘이 남은 물주머니를 봤다.

미라는 그의 시선을 봤지만 말을 바꾸지 않았다.

여과된 물은 맑았다. 냄새도 줄었다.

사라는 안전하다고 말하지 않았다.

밖의 사람들은 케린에게 한 모금부터 먹였다.

10분 동안 증상이 없자 임신한 기술자와 아이가 있는 사람에게 차례로 나눴다. 누구도 충분히 마시지 못했다.

빗물은 계속 들어왔다.

수로를 통해 문 밖으로 보내는 양보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양이 많아졌다. 바닥 물높이가 발목까지 올라왔다.

펌프 단자는 임시 방수막 위에 있었지만 오래 버티지 못했다.

미라가 설비도를 다시 봤다.

폐격리실 바닥에는 비상 배수구가 있었다. 배수구는 외벽 완충실과 반대 방향, 도시 하부 폐수저장조로 이어졌다.

열면 물은 빠졌다.

대신 폐수저장조의 압력이 높으면 오염물이 역류할 수 있었다.

중앙 센서값은 없었다.

“배수구 열어야 해.”

사라가 말했다.

“하부 저장조 상태를 모릅니다.”

“안 열면 펌프 잠겨.”

다니엘이 리나를 봤다.

“열어.”

미라가 바닥의 원형 덮개를 찾았다. 덮개 중앙에는 구형 물리관리 인증부가 있었다.

붉은 잠금 표시.

1,408개 중 하나였다.

노아가 드라이버를 넣었다. 날이 휘었다.

“잠금핀 세 개입니다.”

미라가 손으로 덮개 가장자리를 더듬었다. 완전히 밀폐된 구조가 아니었다. 압력차가 생기면 자동으로 조금 열리도록 얇은 파열판이 옆에 있었다.

“위에서 못 열면 아래에서 밀게 하면 돼.”

“어떻게?”

미라는 펌프의 예비압력선을 봤다.

배양조 순환과 연결된 선이 아니었다. 폐격리실 세척용 공기압축관이었다.

“공기 넣어서 파열판 깨.”

사라가 말했다.

“폐수저장조로 압력이 들어가면 내부 기체가 역류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다들 문 쪽으로 가.”

“리나는 움직일 수 없습니다.”

“배양조 흡기 막고.”

리나의 목소리가 나왔다.

“또 나 때문에?”

미라가 유리에 가까이 갔다.

“네 펌프만 문제가 아니야. 이 방 전력이 다 물에 잠겨.”

“밖에 물 보내면?”

“복도도 이미 차고 있어.”

“배수구 열면 아래는?”

미라는 대답하지 못했다.

폐수저장조에 생물이 있는지, 다른 사람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모르겠어.”

리나가 눈을 감았다.

“아무 데도 없는 데가 없네.”

미라는 그 말을 기억했다.

“없어.”

그녀가 말했다.

“물이 가면 어디엔가 도착해.”

엘리아스가 물었다.

“다른 선택은?”

“전력을 끄고 배양조를 높은 곳으로 옮기는 것.”

“리나 생존시간은?”

사라가 말했다.

“현재 공생조직이 외부 산소를 만들고 있어 이전보다 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측정할 수 없습니다.”

“배수구를 열면?”

“역류물 독성도 측정할 수 없습니다.”

두 선택 모두 계산되지 않았다.

엘리아스가 미라를 봤다.

“당신 판단은?”

“배수구를 열어요.”

“근거는?”

“전력을 끄면 확실히 펌프가 멈춰. 역류는 일어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

“리나.”

다니엘이 말했다.

“들었지?”

“응.”

“열까?”

“아래 사람 없어?”

엘리아스가 오래된 도시 인구도를 확인했다.

“공식 거주자는 없습니다.”

미라가 말했다.

“공식이라는 말 붙였어.”

“폐수저장조에 비공식 거주자가 있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센서도 없잖아.”

리나가 접촉청진기의 진동막에 손가락을 댔다.

“열어.”

“괜찮아?”

다니엘이 물었다.

“안 괜찮아.”

리나가 말했다.

“그래도 열어.”

미라는 세척용 압력관을 파열판 단자에 연결했다.

모두가 문 쪽으로 물러났다. 경계근무자들은 배양조 앞에 방수막을 들었다.

미라가 수동압축기 손잡이를 내렸다.

한 번.

압력계가 움직이지 않았다.

두 번.

바늘이 0.2까지 올라갔다.

세 번째에 바닥 아래에서 낮은 울림이 왔다.

이안이 귀를 막았다.

“아래에서 소리 나.”

“물소리?”

“아니.”

“뭔데?”

“긁는 소리.”

미라가 압축을 멈췄다.

모두가 들었다.

바닥 아래에서 무언가가 원형 배수구 덮개를 긁고 있었다.

한 번.

두 번.

사람 손이 두드리는 간격은 아니었다.

사라는 바닥 가까이 측정기를 댔다.

“생체진동입니다.”

다니엘이 물었다.

“뭐가 살아 있어?”

“그건 모릅니다.”

바닥 물높이가 발목 위로 올라왔다.

펌프 단자 아래 방수막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미라가 압축기 손잡이를 잡았다.

“계속해야 해.”

이안이 말했다.

“잠깐.”

아이는 배수구 가까이 갔다.

“가지 마.”

미라가 말했지만 손으로 잡지 않았다.

이안은 물속에 무릎을 대지 않고 쪼그려 앉았다. 굽은 손가락 대신 왼손 손바닥을 덮개 위에 올렸다.

피부 아래 푸른 선이 빛나지 않았다.

“무슨 소리야?”

리나가 물었다.

“말은 아니야.”

“그럼?”

“올라오려고 해.”

“열면 물 빠져?”

“응.”

“그것도 올라오고?”

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리나가 말했다.

“열어.”

미라가 압축기를 눌렀다.

압력 0.4.

0.7.

파열판이 깨졌다.

원형 덮개가 손가락 한 마디만큼 솟았다.

검은 공기가 먼저 나온 것이 아니라 물이 아래로 빨려 들어갔다. 강한 소용돌이가 생겨 작업복 자락을 당겼다.

미라와 노아가 이안을 뒤로 끌었다.

물높이가 빠르게 내려갔다.

그 뒤 배수구 틈으로 흰색 줄기 하나가 올라왔다.

눈이 없고 잎도 없었다.

젖은 관절처럼 마디가 있는 줄기였다.

끝부분이 벌어지며 폐격리실 공기를 빨아들였다. 표면의 작은 구멍들이 열렸다 닫혔다.

사라가 다가가려 하자 미라가 막았다.

“먼저 측정.”

사라는 공기측정기를 들었다.

산소농도가 0.3퍼센트 올라갔다.

동시에 미확인 포자농도 경고가 떴다.

흰 줄기는 물을 따라 더 올라왔다.

한 개가 두 개가 됐다.

두 개가 여섯 개가 됐다.

리나의 배양조 속 검은 섬유가 같은 주기로 수축했다.

리나가 말했다.

“저거 알아.”

다니엘이 유리에 손을 댔다.

“어디서 봤어?”

“본 적 없어.”

“그런데 어떻게 알아?”

리나의 눈이 흰 줄기의 움직임을 따라갔다.

“내 폐가 저렇게 해.”

도시망에 새 경보가 떴다.

외부 강수 유입지점 46개.

미확인 생체반응 19개 구역.

구형 배수망을 통한 역방향 생장 감지.

비는 도시에 물만 가져오지 않았다.

도시 아래에서 기다리던 것들에게 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