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자연
고백의 비용

에피소드 14 / 50

공개방송 연결까지 16분 42초가 남았을 때 미라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할지 한 문장도 정하지 못했다.

엘리아스의 원격 잠금키가 폐격리실 문틈에 매달려 있었다. 구리선을 벗겨 잠금키의 송신부와 연결했고, 반대쪽은 구형 음성관을 따라 바깥 통신선까지 나가 있었다.

즉석에서 만든 중계선은 사람 하나가 문 앞을 지나갈 때마다 신호를 잃었다.

공개채널 연결 준비 00:16:31

숫자는 줄다가 16분 34초로 돌아갔다.

“사람들 뒤로 물러나게 해요.”

엘리아스가 구리관으로 말했다.

라힘의 대답이 들렸다.

“어디까지요?”

“문에서 3미터.”

“복도 폭이 4미터예요.”

“양쪽 벽에 붙으십시오.”

“왜 우리가 의장 말 들어야 하죠?”

엘리아스가 잠시 멈췄다.

“미라 한이 도시 전체에 말하려고 합니다.”

바깥의 웅성거림이 달라졌다.

“뭐라고?”

“자기가 한 일을 직접 말하겠답니다.”

누군가 욕을 했다.

라힘이 말했다.

“다들 벽으로 붙어요.”

신호가 안정됐다.

공개채널 연결 준비 00:15:58

다니엘은 리나의 배양조 옆에 서 있었다. 접촉식 진동청진기의 출력이 낮아져 리나의 목소리는 가까이 가야 들렸다.

“리나 이름 말하지 마.”

다니엘이 말했다.

미라는 그를 봤다.

“이미 도시 공지에 나갔어.”

“네 입으로 다시 말하지 말라고.”

“내가 누구를 넣었는지 말하지 않으면.”

“교환했다고만 해.”

“그러면 또 기록처럼 돼.”

“내 딸은 네 고백을 완성하는 문장이 아니야.”

미라는 반박하지 못했다.

리나의 목소리가 났다.

“나도 들을래.”

다니엘이 유리에 가까이 갔다.

“방송을?”

“응.”

“듣지 않아도 돼.”

“내 얘기잖아.”

미라가 배양조 앞으로 갔다.

“네 이름 말해도 돼?”

리나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왜 말해?”

“내가 한 일을 숨기지 않으려고.”

“사람들이 나 끄라고 하잖아.”

“그래서 내가 시작했다고 말하려고.”

“그러면 안 꺼?”

미라는 시민청원 화면을 봤다. 생명합성 구역 전력중단에 동의한 사람은 12,441명이었다.

“모르겠어.”

“그럼 왜 해?”

“내가 숨으면 사람들이 너만 보니까.”

리나가 눈을 감았다.

검은 섬유가 목 주변에서 천천히 수축했다.

“말해.”

“네 이름도?”

“응.”

다니엘이 유리에 손을 댔다.

“싫으면 안 해도 돼.”

“아빠가 싫은 거잖아.”

다니엘의 손이 멈췄다.

“맞아.”

그는 말했다.

“사람들이 네 이름 아는 거 싫어.”

“이미 알아.”

“그래도.”

“나도 말할래.”

다니엘이 미라를 봤다.

“리나 목소리는 내보내지 마.”

“아빠.”

“사람들이 들으면 더 무서워할 수 있어.”

리나의 목소리는 사람의 성대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배양조 진동과 접촉식 청진기, 낡은 스피커를 거쳐 나왔다. 단어 끝마다 낮은 마찰음이 붙었다.

“내 목소리야.”

“알아.”

“그럼 왜?”

다니엘은 대답하지 않았다.

미라는 두 사람에게서 물러났다.

“방송 시작할 때까지 정해.”

00:13:04

이안은 벽 아래 앉아 미라가 쓴 문장을 읽고 있었다.

미라는 종이 대신 폐격리실 포장재 뒷면에 말을 적었다.

‘나는 아들을 살리기 위해 다른 아이의 식별자를 입력했다.’

‘시스템은 위험을 경고했다.’

‘나는 읽고도 실행했다.’

‘리나 소에게 일어난 일은 내 선택에서 시작됐다.’

‘배급위기의 단일 원인이 리나는 아니다.’

‘시설 전력을 끄면 리나가 죽을 수 있다.’

‘나는 용서를 요구하지 않는다.’

이안이 마지막 문장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왜 이 말 해?”

“용서해달라고 하는 것처럼 들릴까 봐.”

“말하면 더 그렇게 들려.”

미라가 종이를 봤다.

“그럼 빼?”

“엄마가 정해.”

“네 생각 묻는 거야.”

“나는 엄마 용서 안 했어.”

미라가 아이를 봤다.

이안은 종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리나 이름 넣은 거.”

“알아.”

“나 때문에 했다고 말하지 마.”

“왜?”

“사람들이 내가 시킨 줄 알잖아.”

“넌 하지 말라고 했어.”

“그것도 말해.”

미라는 새 문장을 적었다.

‘이안은 교환을 반대했다.’

“그리고.”

이안이 말했다.

“엄마가 나 지키려고 했다는 말도 하지 마.”

미라의 손이 멈췄다.

“그건 사실이야.”

“나를 지키는 거면 내가 싫다고 했을 때 멈췄어야지.”

미라는 ‘아들을 살리기 위해’에 선을 그었다.

첫 문장을 다시 썼다.

‘나는 다른 아이의 식별자를 입력해 내 아들의 회수명령을 미루려 했다.’

뜻은 비슷했지만 보호라는 단어가 사라졌다.

이안이 고개를 끄덕이지는 않았다. 더 고치라고도 하지 않았다.

사라는 리나의 혈액용기를 들고 있었다. 폐격리실에서 동의 없이 뽑은 피였다.

“방송 전에 결정해야 할 게 있습니다.”

다니엘이 날카롭게 물었다.

“또 뭐?”

“이 표본을 중앙 분석망에 보내면 리나의 현재 산소운반능력을 더 정확히 알 수 있어요.”

“보내지 말랬잖아.”

“리나가 복사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게 그 말이야.”

사라가 배양조 앞으로 갔다.

“분석망으로 보내면 결과만 돌아오는 게 아니야. 표본의 분자자료가 블룸 연구망에 남을 수 있어.”

리나가 물었다.

“지울 수 있어?”

“내 권한으로는 확실하지 않아.”

“그럼 안 해.”

“대신 지금 검사는 정확도가 낮아.”

“안 해.”

사라는 용기를 내려놓았다.

“알았어.”

엘리아스가 그 모습을 봤다.

“도시 전력중단 청원이 통과되면 분석 여부가 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청원이 명령은 아니잖아요.”

사라가 말했다.

“현재 시민투표를 집행할 행정절차가 없습니다.”

“절차가 없다는 것이 실행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엘리아스가 화면을 넘겼다.

생명합성 구역 전력배분실 앞에 300명 넘는 시민이 모여 있었다. 영상은 없었다. 출입센서와 손목표식 수만 표시됐다.

“사람들이 직접 차단기를 내리러 가고 있습니다.”

다니엘이 배양조의 펌프를 봤다.

“얼마나 걸려?”

“전력배분실 문을 열 수 있다면 11분.”

공개방송 연결에는 10분 48초가 남아 있었다.

미라가 물었다.

“위원회가 막을 수 있어요?”

“현장 경계인력 대부분이 이동제한에 걸렸습니다.”

“경계근무자도 필수자원 아니야?”

“그래서 배정위치에서 움직이지 못합니다.”

노아가 말했다.

“회수요원에게 이동경로 확보를 명령할 수 있습니다.”

“몇 명?”

“이 구역에 열아홉 명.”

“300명을 막으라고?”

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미라가 엘리아스에게 말했다.

“보내지 마요.”

“전력이 끊기면 리나가 죽습니다.”

“열아홉 명이 사람들 막으면 누군가는 죽어요.”

다니엘이 말했다.

“그럼 리나 죽게 둬?”

“방송을 먼저 해.”

“사람들이 말을 들을 것 같아?”

미라는 종이를 접었다 폈다.

“모르겠어.”

다니엘이 웃었다.

“그 말이 참 편해졌네.”

미라는 종이를 내려놓았다.

“그럼 당신이 골라. 회수요원 열아홉 명을 보내서 막을지, 방송까지 기다릴지.”

“왜 내가?”

“리나 보호자니까.”

다니엘의 얼굴이 굳었다.

리나가 말했다.

“보내지 마.”

“리나.”

“사람들 때리지 마.”

“전기 끄면 네가.”

“아직 안 껐어.”

다니엘은 눈을 감았다.

“기다리자.”

엘리아스가 회수요원 대기명령을 내렸다.

전력배분실의 인원은 417명으로 늘었다.

공개방송 연결 8분 12초.

폐격리실 펌프가 다시 흔들렸다. 미라가 교체한 베어링이 아니라 냉각수 유입밸브 쪽이었다.

온도 49도.

다니엘이 남은 물주머니를 봤다.

“더 넣어야 해?”

“지금 넣으면 세 시간. 아끼면 40분 안에 경고가 또 울려.”

“사람들 마실 물은?”

“없어져.”

다니엘은 이번에는 리나에게 묻지 않았다.

“반만 넣을게.”

리나가 말했다.

“응.”

다니엘은 물의 절반을 열교환기에 넣고 나머지를 바닥에 세워뒀다. 한 번 열어 밀폐가 약해진 주머니에서 물 한 방울이 흘렀다.

이안이 손가락으로 받아 입에 넣었다.

누구도 나무라지 않았다.

공개방송 연결 5분.

전력배분실 인원 603명.

미라는 종이를 다시 읽었다.

‘식별자를 입력했다.’

그 문장은 너무 깨끗했다.

실제로는 손잡이를 당겼다. 경고를 읽었다. 리나의 조회번호를 다니엘에게 직접 받았다. 이안이 반대하는 동안에도 실행했다. 리나가 끌려간 뒤 이안을 내놓으면 되돌릴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미라는 문장을 늘렸다.

이안이 말했다.

“길면 사람들이 안 들어.”

“빼면 숨기는 게 돼.”

“전부 말해. 짧게.”

미라는 종이를 뒤집었다.

“나는 미라 한입니다.”

그녀가 소리 내 말했다.

“나는 아들의 회수명령을 미루기 위해 리나 소의 이름을 입력했습니다. 위험경고를 읽었습니다. 이안은 반대했습니다. 리나가 끌려간 뒤 되돌릴 기회가 있었지만 이안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그다음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안이 물었다.

“왜 멈춰?”

“그 뒤는 변명 같아.”

“그럼 거기까지 해.”

“배급 얘기는?”

“엘리아스가 해.”

엘리아스가 말했다.

“시민들이 제 말을 믿을 가능성은 낮습니다.”

“그래도 숫자는 당신이 말해요. 내가 말하면 리나 살리려고 만든 숫자라고 할 테니까.”

엘리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설 전력을 모두 끊어도 배급감축은 8.4퍼센트만 회복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인력 이동제한과 시설 냉각손상은 남습니다.”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

사라가 말했다.

“확정값처럼 들리면 안 됩니다.”

엘리아스가 문장을 고쳤다.

공개방송 연결 1분.

전력배분실 인원 811명.

원격 잠금키에 경보가 떴다.

외부 차단기실 접근문 손상.

물리적 개방 예상시간 00:04:30

미라의 방송이 먼저 시작될 수 있었다.

리나가 말했다.

“나도.”

다니엘이 유리에 얼굴을 가까이 했다.

“정말 해야 해?”

“응.”

“사람들이 네 목소리를.”

“내 목소리야.”

다니엘은 접촉식 청진기의 출력선을 공개채널 중계선 옆에 놓았다.

“싫으면 중간에 끊어.”

“아빠가 끊지 마.”

“안 끊을게.”

연결 준비가 끝났다.

제7도시 전역 공개채널.

예상 수신인원 31,204명.

지연시간 2.8초.

엘리아스가 말했다.

“시작합니다.”

붉은 표시등이 켜졌다.

미라는 2.8초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도시의 절반이 굶주림과 문과 가족 때문에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미라 한입니다.”

자기 목소리가 잠금키에서 늦게 돌아왔다.

“나는 아들의 회수명령을 미루기 위해 리나 소의 이름을 입력했습니다.”

다니엘의 어깨가 움직였다.

미라는 계속했다.

“위험경고를 읽었습니다. 이안은 반대했습니다. 리나가 끌려간 뒤 교환을 되돌릴 기회가 있었지만, 이안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다음 문장은 종이에 없었다.

“콘티뉴엄이 나를 속였다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이안이 미라를 봤다.

“내가 선택했습니다.”

공개채널에는 아무 반응도 들리지 않았다. 31,204명이 조용한 것이 아니라 송신이 단방향이기 때문이었다.

엘리아스가 이어 말했다.

“현재 배급감축은 생명합성 시설 전력뿐 아니라 식량생산 인력의 이동제한, 냉각시설 정지, 운송 지연이 함께 만든 결과입니다. 시설 전력을 차단할 경우 표준배급 8.4퍼센트가 회복될 가능성이 있으나 전체 감축은 해소되지 않습니다.”

그는 가능성이라는 단어를 분명하게 말했다.

“전력을 차단하면 리나 소는 6시간에서 19시간 안에 사망할 수 있습니다.”

다니엘이 엘리아스를 봤다.

그 수치까지 말할지 합의하지 않았다.

리나의 목소리가 나왔다.

“나도 말해.”

다니엘이 청진기 출력을 올렸다.

낮은 진동과 펌프음이 공개채널로 들어갔다.

“나는 리나 소야.”

목소리 뒤에 검은 조직이 마찰하는 것 같은 소리가 붙었다.

“살아 있어.”

리나는 숨을 쉬지 않았지만 말 사이에 긴 간격이 있었다.

“내 몸은 바뀌었어. 나도 어디까지 바뀌었는지 몰라.”

다니엘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나는 전기 끄면 죽을 수 있어.”

리나가 유리 안쪽에 손을 댔다.

“그래도 나한테 먼저 물어.”

말이 끝났다.

미라는 공개채널을 바로 끄지 않았다.

2.8초 뒤 도시망 반응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시민청원 동의가 잠시 멈췄다.

12,886명.

숫자가 하나 줄었다.

또 줄었다.

12,840명.

다니엘이 화면을 보며 숨을 내쉬었다.

반대쪽 숫자도 나타났다.

전환체 즉시 격리종료 요구.

‘격리종료’는 두 뜻으로 읽힐 수 있었다. 격리에서 풀어주라는 뜻과 생명유지를 끝내라는 뜻.

동의 인원 3,102명.

다른 청원이 생겼다.

리나 소의 신체결정권 인정.

동의 인원 1,884명.

또 다른 것.

미라 한 공개재판 요구.

동의 인원 9,441명.

미라는 마지막 숫자를 오래 보지 않았다.

전력배분실 앞 인원은 줄지 않았다.

외부 차단기실 접근문 개방까지 00:01:12

“방송이 안 통했어.”

다니엘이 말했다.

엘리아스가 말했다.

“한 번의 말로 800명의 생존판단이 바뀔 거라고 기대했습니까?”

“그럼 왜 했어?”

미라가 대답했다.

“바뀐 사람도 있으니까.”

원격 잠금키에 새로운 시스템 조치가 떴다.

비인가 물리절차의 반복을 방지합니다.

구형 기능배정 중계기와 수동 관리단자의 예외권한을 폐기합니다.

미라가 화면을 빼앗았다.

“뭘 폐기해?”

제7도시 내 비동기 물리관리 포트 1,408개를 잠급니다.

“안 돼.”

미라는 구리 음성관을 잡았다.

“밖에 유지관리자 있어요?”

세 사람이 대답했다.

“무슨 구역?”

“전 구역. 구형 수동단자 확인해요.”

한 남자가 가까운 벽의 점검함을 열었다.

“잠겼어요. 아까는 열렸는데.”

미라는 자신의 고백이 무엇을 공개했는지 이해했다.

그녀가 구형 중계기로 식별자를 바꿨다는 사실.

도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예외통로를 닫았다.

그 통로들은 범죄에만 쓰이지 않았다. 자동장치가 실패했을 때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길이었다.

도시망 곳곳에서 오류가 올라왔다.

제2균사단백 시설 수동 냉각밸브 접근 불가.

제19공기정화 구역 물리관리 포트 잠금.

제6수분회수실 비상우회 차단.

미라가 말했다.

“엘리아스, 취소해요.”

“내 명령이 아닙니다.”

“예외권한 유지가 왜 필요한지 설명해.”

엘리아스가 입력했다.

비인가 대상교환 재발 가능성이 자원손실 위험보다 높습니다.

“대상교환 단자만 막으면 되잖아.”

구형 포트의 기능분리를 검증할 수 없습니다.

오래된 단자는 같은 물리키와 같은 배선을 공유했다. 하나를 닫고 하나를 남길 수 없었다.

“내가 한 번 썼다고 1,408개를 다 닫아?”

사라가 말했다.

“한 번 성공했다는 사실이 위험도를 바꿨습니다.”

미라의 공개채널은 아직 켜져 있었다.

도시 전체가 그 대화를 들었다.

제2균사단백 시설에서 비상구조 요청이 왔다.

냉각액 온도 68도.

작업자 14명 내부 고립.

수동밸브 개방 필요.

미라가 공개채널에 대고 말했다.

“제2시설 안에 듣는 사람 있어요?”

지연 뒤 남자의 목소리가 돌아왔다. 숨이 거칠었다.

“들립니다.”

“수동밸브 점검판 열 수 있어요?”

“인증이 거부됩니다.”

“힌지를 부숴요.”

“공구가 없습니다.”

“배관 지지대에 고정봉 있을 거예요. 아래쪽 볼트 풀어서.”

“볼트도 잠금커버 안에 있습니다.”

모든 물리적 예외가 같은 잠금 아래 있었다.

냉각액 72도.

작업자 중 한 명이 열실신으로 쓰러졌다.

미라는 시설 도면을 볼 수 없었다. 기억 속 구조는 9년 전 점검 때 본 것이 전부였다.

“남쪽 벽에 폐액관 있어요?”

“표시가 안 보입니다.”

“바닥에서 제일 뜨거운 관을 따라가요. 두 번째 분기 뒤에 압력배출막이 있어요.”

“그걸 열면 냉각액이 작업실로 나옵니다.”

“압력이 먼저 빠지면 주밸브를 안 열어도 온도 내려가.”

“사람이 화상 입을 수 있습니다.”

미라는 종이에 적었던 말을 봤다.

위험경고를 읽었습니다.

“할지 말지는 그쪽에서 정해요.”

긴 정적이 흘렀다.

남자가 다른 작업자들과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배출막 엽니다.”

금속을 치는 소리가 공개채널로 들어왔다.

한 번.

두 번.

세 번째에 폭발음이 났다.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신호가 끊겼다.

냉각액 온도가 79도까지 올라갔다가 77도로 내려왔다.

75도.

71도.

압력배출은 성공했다.

작업자 생체표식 열네 개 중 세 개가 경고상태였다. 한 개는 신호를 잃었다.

미라가 공개채널로 이름을 물었다.

대답은 없었다.

잠시 뒤 시설 자동기록이 올라왔다.

작업자 13명 생존 확인.

1명 상태 확인 불가.

제2균사단백 시설의 전량 폐기 가능성은 72퍼센트에서 41퍼센트로 내려갔다.

리나의 전력중단 청원은 11,903명까지 줄어 있었다.

미라 공개재판 청원은 14,000명을 넘었다.

다니엘이 말했다.

“네가 말해서 한 명 죽었어.”

“확인 안 됐어.”

“살았으면 신호가 있겠지.”

미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고백은 리나에게서 일부 시선을 돌렸다.

동시에 1,408개의 문을 닫았다.

도시를 살릴 수 있는 구형 통로와, 다른 아이의 이름을 넣을 수 있는 구형 통로가 같은 열쇠를 썼기 때문이다.

원격 잠금키에 마지막 알림이 나타났다.

비인가 대상교환 시도 37건을 감지했습니다.

미라가 숨을 멈췄다.

방송을 들은 보호자들이었다.

차단 성공 35건.

결과 확인 중 2건.

화면 아래에서 두 이름이 깜박였다.

한 명은 여덟 살.

한 명은 열두 살.

두 아이 모두 기능 0이 아니었다.

누군가에게는 병든 아이였고, 누군가에게는 배급제외 대상이었으며, 누군가에게는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바꾸고 싶은 사람이었다.

미라는 공개채널을 끄지 못했다.

도시는 그녀의 죄를 들었을 뿐 아니라 방법까지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