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7 / 50
요나가 가진 외부용 필터는 세 개였다.
하나는 요나가 쓰고 있었다.
하나는 젖었다.
마지막 하나는 밀봉돼 있었다.
폐격리실 안팎에는 서른여섯 명이 있었다.
엘리아스가 숫자를 확인하는 동안 요나는 밀봉된 필터를 자기 표본가방 안으로 다시 넣었다.
다니엘이 물었다.
“안 줄 거야?”
“누구한테?”
“아이.”
“어느 아이?”
다니엘의 시선이 리나의 배양조로 갔다.
요나가 말했다.
“저 조는 필터로 못 움직여. 독립 순환장치가 필요해.”
“이안도 있어.”
“이안한테 주면 나머지 서른세 명은?”
“아이부터라는 말 몰라?”
“밖에서는 나이보다 폐 상태와 걸을 수 있는 거리가 먼저야.”
“그게 당신이 동생 줄 자른 이유야?”
폐격리실이 조용해졌다.
요나는 다니엘을 보지 않았다.
“그래.”
그녀가 말했다.
“그래서 누구 필터를 뺏을지 당신보다 오래 생각해봤어.”
다니엘은 더 말하지 못했다.
사라는 젖은 필터를 펼쳐 상태를 확인했다. 외부층에는 흰 포자와 검은 진흙이 붙어 있었지만 내부 탄소막은 일부 마른 상태였다.
“세척해서 재사용할 수 있습니까?”
“도시 물로 씻으면 바깥 미생물은 줄어도 필터 공생막이 죽어.”
요나가 말했다.
“비로 씻으면 포자가 더 붙고.”
“열로?”
“단백질막이 망가져.”
“그럼 못 쓰는 거야?”
“짧은 이동에는 쓸 수 있어. 누가 위험을 받을지 정하면.”
엘리아스가 원격 잠금키로 도시 필터 재고를 찾았다.
외부환경용 호흡필터 412개.
위치: 지표탐사 창고·외벽 경계소·비상대피소.
“412개면 충분해.”
다니엘이 말했다.
요나가 화면을 봤다.
“그중 지금 갈 수 있는 곳은?”
미라가 지도에서 폐격리실과 가장 가까운 비상대피소를 찾았다. 370미터. 문 다섯 개를 지나야 했다.
제5비상대피소 호흡필터 48개.
“여기.”
미라가 말했다.
노아가 경로를 확인했다.
“제3압력문에서 이동제한이 시행 중입니다.”
“부숴.”
다니엘이 말했다.
“구형 포트가 잠겨 경첩 덮개도 열리지 않습니다.”
“그럼 이 도시는 문 하나 때문에 다 죽는 거야?”
미라가 말했다.
“문 하나가 아니야. 문을 여는 방법이 다 같은 데 묶여 있어서 그래.”
원격 잠금키에 공기배분 경보가 떴다.
생명합성 하부구역 포자농도 증가.
에지스 격리환기를 시행합니다.
천장의 환기구가 닫혔다.
구형 기계판이 움직이며 공기 흐르는 소리가 멈췄다.
흰 숨관이 만드는 산소만 남았다.
산소농도는 20.1퍼센트.
아직 위험하지 않았다.
이산화탄소 수치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사라가 말했다.
“서른여섯 명이 있으면 두 시간 안에 두통과 판단저하가 올 수 있어요.”
“숨관이 더 만들면?”
“산소는 늘어도 이산화탄소를 얼마나 흡수하는지 모릅니다.”
요나가 말했다.
“젖어 있을 때는 먹어. 마르면 다시 내보내고.”
“확실해?”
“밖에서 측정한 적 있어.”
“같은 생물이 아닐 수 있잖아.”
“맞아.”
미라는 제5비상대피소 경로를 확대했다.
중간의 제3압력문에는 최신 전자잠금과 구형 기계잠금이 함께 있었다. 전자명령은 에지스가 통제했다. 기계잠금은 포트 폐쇄로 굳었다.
“문 옆에 압력센서 우회관이 있어.”
미라가 말했다.
노아가 물었다.
“감압실 때처럼 공기를 넣습니까?”
“이번에는 반대야. 센서값을 같게 만들면 전자잠금이 열릴 수 있어.”
엘리아스가 말했다.
“잘못된 센서값을 입력하겠다는 겁니까?”
“실제 양쪽 압력도 맞출 거예요.”
“에지스는 포자격리를 위해 닫았습니다.”
“필터 없으면 여기 사람들이 포자를 더 마셔.”
“문을 열면 다른 구역으로 확산됩니다.”
미라가 그를 봤다.
“그러니까 통로 비우고 우리가 지나간 뒤 다시 닫아.”
“다른 구역 사람들은 동의했습니까?”
“그럼 물어봐요.”
엘리아스가 공개채널을 이용해 경로 주변에 공지를 보냈다.
생명합성 하부구역 인원 2명이 제5비상대피소 필터 회수를 위해 이동합니다.
통과 중 포자확산 위험이 있습니다.
인접 구역 주민은 환기구를 막고 통로에서 이탈하십시오.
응답은 즉시 왔다.
통과 거부 61퍼센트.
허용 28퍼센트.
응답 없음 11퍼센트.
다니엘이 말했다.
“우리 죽는 건 동의받았어?”
엘리아스가 화면을 내렸다.
“통과를 강행하면 우리가 다른 사람의 위험을 대신 정합니다.”
요나가 말했다.
“안 가면 여기 있는 사람 위험을 정하는 거고.”
“차이가 있습니다.”
“벽 어느 쪽에 있느냐?”
이안이 귀를 막았다.
처음에는 대화가 듣기 싫은 줄 알았다.
곧 코피가 났다.
미라가 아이에게 갔다.
“또 들려?”
“문 뒤.”
“무슨 소리?”
“사람들.”
제3압력문 주변 주민들의 손목표식과 환기장치가 같은 경보주기로 진동하고 있었다. 이안은 검은 조직과 직접 연결하지 않았는데도 바닥을 통해 전해지는 저주파를 느꼈다.
“막아도 들려.”
이안이 말했다.
“내가 연결한 거 아니야.”
“알아.”
“그런데 왜?”
“도시가 너무 크게 울려서.”
미라는 아이의 귀를 손으로 덮지 않았다.
“여기서 멀어질까?”
“어디로?”
폐격리실 안에는 조용한 곳이 없었다.
리나가 말했다.
“내 옆에 와.”
이안이 배양조 옆에 앉았다. 리나는 유리 안쪽에 손을 대지 않았다. 이안도 대지 않았다.
두 아이는 연결하지 않은 채 가까이 있었다.
이안의 호흡이 조금 느려졌다.
요나는 그 모습을 지켜봤다.
“제3도시에서 본 아이도 저랬어.”
미라가 물었다.
“어떻게?”
“벽에서 멀어지면 나아졌고, 땅에 가까우면 더 심해졌어.”
“그 아이 이름은?”
“라오.”
“몇 살?”
“열세 살이라고 했는데 기록은 열다섯이었어.”
“왜 달라?”
“기억을 잃었거나 거짓말했거나. 묻지 않았어.”
“지금 어디 있어?”
“제3도시 안.”
“그 아이 때문에 우리를 받지 말라고 한 거야?”
요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원격 잠금키에 다른 공기경보가 떴다.
제6주거구역 산소공급 71퍼센트.
미라와 이안의 숙소가 있던 구역이었다.
공기정화 제19구역 수동 관리포트 잠금.
필터 교체 불가.
그날 새벽 미라가 먼지 한 톨을 닦아냈던 곳이었다.
“19구역 필터가 또 막혔어.”
“작업자들은?”
“문 앞에 있지만 접근판을 못 열어.”
에지스가 공기배분 우선순위를 적용했다.
의료구역·아동구역·핵심생산시설 공급 유지.
저생존기여 구역 공급 제한.
제6주거구역 안에서 세 블록의 공기가 먼저 줄었다.
기능 미배정 성인.
회복 가능성이 낮은 만성질환자.
현재 생산기능이 없는 고령자.
이안이 화면을 봤다.
“저생존기여가 뭐야?”
엘리아스가 말했다.
“현재 도시 유지에 필요한 일을 수행할 가능성이 낮다고 분류된 사람들.”
“숨 덜 쉬어도 되는 사람?”
“그런 뜻으로 만든 말은 아닙니다.”
“결과는?”
엘리아스는 대답하지 못했다.
제6주거구역 제한 블록 예상 안전시간 47분.
미라가 필터 회수경로를 닫았다.
“먼저 19구역 가야 해.”
다니엘이 말했다.
“우리 필터는?”
“19구역 열면 제6구역 사람 수천 명이 숨 쉬어.”
“리나는 두 시간 뒤 위험하다며.”
“그래서 나눠 가.”
“누가?”
“노아하고 요나는 대피소. 나는 19구역.”
노아가 말했다.
“혼자 이동할 수 없습니다.”
“기능도 없는 나를 누가 막아?”
“공개재판 요구 대상입니다. 시민이 공격할 수 있습니다.”
“그럼 경계근무자 한 명.”
다니엘이 말했다.
“리나 옆 인원을 줄이지 마.”
리나의 목소리가 났다.
“미라 가.”
“리나.”
“나 여기 있어.”
“전기 끊기면.”
“아빠도 있고 사라도 있어.”
다니엘은 그 말이 안심되지 않는 얼굴이었다.
요나가 밀봉 필터를 이안에게 던졌다.
다니엘이 받았다.
“이제 주는 거야?”
“내가 돌아오지 못하면 아이한테 써.”
“그 전에는?”
“열지 마. 도시 안 포자에는 젖은 천으로 버텨.”
엘리아스가 바닥에 아홉 개의 표시를 그었다.
요나의 필터 셋과 대피소에 남았을 가능성이 있는 여섯 개였다.
“필터를 확보해도 현재 인원의 4분의 1만 이동할 수 있습니다.”
라힘이 음성관 너머에서 말했다.
“그걸 지금 정하자고요?”
“출발 직전에 정하면 충돌이 생깁니다.”
“지금은 안 생길 것 같아요?”
엘리아스는 사람들의 의료기록을 불러오려 했다. 상세기록은 에지스 보호권 아래 잠겨 있었다.
사라가 말했다.
“리나와 이안, 요나는 필터가 필요합니다. 호흡기 증상이 있는 근무자와 케린도.”
다니엘이 물었다.
“리나는 배양조째 간다며.”
“이동조를 바꾸는 동안 외기에 노출될 수 있어요.”
문 밖에서 누군가 말했다.
“왜 그 아이 몫은 따로인데?”
다니엘이 관으로 달려갔다.
리나가 먼저 말했다.
“따로 하지 마.”
“넌 꼭 필요해.”
“다른 사람도.”
엘리아스가 말했다.
“생존확률과 이동 성공 가능성을 기준으로 정해야 합니다.”
라힘이 물었다.
“누가 계산해요?”
“지금은 사람이 해야 합니다.”
“사람 누구?”
폐격리실 안팎 누구도 자기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요나가 바닥 표시 하나를 발로 지웠다.
“젖은 필터는 외벽까지 못 버틸 수 있어. 여덟 개라고 생각해.”
그녀는 두 번째 표시도 지웠다.
“내 필터는 귀환통로를 다시 열 때 써야 해.”
“당신만 특별해?”
라힘이 물었다.
“길 안내자가 쓰러지면 모두 길을 잃어.”
“그것도 생존기여도네.”
요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밖에서도 계산해. 다만 기계 뒤에 숨지 않고 얼굴 보고 말할 뿐이야.”
엘리아스가 남은 일곱 표시를 봤다.
“그 차이가 결과를 바꿉니까?”
“누가 책임질지는 바꾸지.”
미라가 말했다.
“아직 정하지 마요. 필터가 실제로 몇 개인지도 모르잖아.”
“최악을 기준으로 준비해야 합니다.”
“최악을 기준으로 사람부터 빼면, 필터가 더 있어도 누군가는 이미 버려진 사람이 돼.”
“그럼 당신 방법은?”
“필터를 더 만들어.”
요나가 말했다.
“재료와 시간이 없어.”
“숨관이 포자를 붙잡는 막을 만들잖아. 그 뒤에 도시 필터를 겹치면?”
사라가 흰 줄기를 봤다.
“포자농도가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그래도 일곱 명 정하고 끝내는 것보다 나아.”
엘리아스가 바닥 표시를 모두 지웠다.
“필터를 확인할 때까지 명단을 만들지 않겠습니다.”
라힘이 말했다.
“그 말은 기록해요.”
엘리아스가 비상 단말기에 입력했다.
외벽 이동자 사전선정 보류.
필터 실재고와 대체여과 실험 뒤 당사자 공개절차로 결정.
이안이 물었다.
“공개절차가 뭐야?”
“아직 만들어야 합니다.”
“또 우리가 먼저 해?”
“이번에는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리나가 물었다.
“실패하면?”
요나가 대답했다.
“필터 없는 사람도 나갈지 남을지 자기가 정해야 해.”
“필터 없으면 죽을 수 있잖아.”
“남아도 죽을 수 있어.”
아무도 아홉 개의 표시를 다시 그리지 않았다.
요나와 노아는 제5비상대피소로 향했다.
미라는 경계근무자 한 명과 제19공기정화 구역으로 갔다.
제3압력문 앞에서 길이 갈라졌다.
문 너머 주민들은 통로를 비우지 않았다.
스무 명쯤이 압력문 반대편에 서 있었다. 투명창 너머로 얼굴이 보였다.
한 여자가 손목 화면을 유리에 댔다.
제6구역 거주자.
공기공급 제한 대상.
그녀가 말했다.
“우릴 지나가겠다고?”
미라가 문 앞 음성기에 대답했다.
“19구역 필터 열러 가요.”
“당신 미라 한이잖아.”
“맞아요.”
“저 아이 대신 다른 아이 넣은.”
“맞아요.”
“당신 때문에 수동문 다 잠겼고.”
“맞아요.”
여자는 미라를 오래 봤다.
“들여보내면 고칠 수 있어?”
“확실하지 않아요.”
“그 말밖에 못 해?”
“열어보지 않고 된다고 말하면 거짓말이에요.”
여자가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했다.
압력문 안쪽에서 그들이 직접 통로를 비우기 시작했다.
“지나가요.”
“포자 위험 있어요.”
“이미 비 들어왔어.”
“환기구 막고 문에서 떨어져요.”
미라는 압력센서 우회관을 열었다. 포트는 잠겼지만 가느다란 측정관은 외부로 노출돼 있었다.
경계근무자가 반대편 압력값을 읽었다.
미라는 두 구역의 보조 환기밸브를 손으로 조절했다.
압력차 3킬로파스칼.
2.
1.
전자잠금이 잠시 풀렸다.
압력평형 확인.
미라가 문을 밀었다.
안쪽 사람들이 반대편에서 당겼다.
문이 열렸다.
젖은 공기가 두 구역 사이를 섞었다.
누군가는 기침했고 누군가는 처음으로 더 깊이 숨을 들이켰다.
미라는 주민들 사이를 지나갔다.
한 남자가 그녀의 팔을 잡았다.
경계근무자가 움직이려 했지만 미라가 막았다.
남자는 공격하지 않았다.
“우리 블록부터 열어.”
“19구역 전체 필터를 열면 같이 돌아와요.”
“안 되면?”
“여기 보조밸브를 수동으로 열게요. 다른 블록 공기는 줄어들 수 있어요.”
“그럼 다른 사람한테 물어야 해?”
남자가 물었다.
“47분 안에?”
미라는 대답하지 못했다.
공기정화 제19구역 접근문 앞에는 유지관리자 여섯 명이 있었다.
모두 미라의 전 동료였다.
아무도 반갑게 인사하지 않았다.
가장 나이 많은 작업자 세나가 말했다.
“네가 포트 잠그게 만들었어.”
“알아.”
“접근판 경첩까지 내부잠금이야.”
“새벽에 연 덕트 있어?”
“중앙 필터실 안쪽.”
“바깥에서 닿는 우회관.”
세나가 고개를 저었다.
“너 견습 때나 쓰던 폐분진관?”
“그건 인증 없어.”
“사람 못 지나가.”
“사람 말고 공구.”
미라는 필터실 벽 아래의 폐분진관을 찾았다. 지름 18센티미터. 안은 굳은 먼지로 막혀 있었다.
작업자들이 수동흡입기를 연결했다.
전력이 없어서 여섯 명이 손잡이를 번갈아 돌렸다.
검은 먼지가 덩어리로 나왔다.
먼지는 마른 가루가 아니었다. 빗물과 흰 실이 엉겨 젖은 솜처럼 관 안쪽에 붙어 있었다. 한 번 손잡이를 돌릴 때마다 흡입기 가죽막이 기침하듯 접혔다.
세나가 말했다.
“새벽에는 이게 없었어.”
“비도 없었으니까.”
“하루도 안 됐는데 이렇게 자라?”
미라는 흰 실 끝을 봤다. 기존 필터의 균사와 새로 들어온 줄기가 결합한 흔적이 있었다.
“오늘 자란 게 아닐 수도 있어. 벽 안에 있다가 물길만 찾았겠지.”
“도시는 알고 있었어?”
“센서가 없던 곳이면 몰랐어.”
“우리는?”
미라는 손잡이를 다시 돌렸다.
“우리도 벽을 안 열었으니까.”
제6구역 안전시간 31분.
관이 열리자 미라는 긴 연결봉 끝에 절단고리를 달았다.
“안에서 뭘 자르려고?”
세나가 물었다.
“필터 고정망.”
“잘못 걸면 송풍날개 잘라.”
“그래서 당신이 방향 말해.”
세나는 벽에 귀를 대고 송풍기 진동을 들었다.
“오른쪽 20도. 위로.”
미라가 연결봉을 넣었다.
끝이 보이지 않았다.
금속 긁는 소리가 관 안에서 울렸다.
“아래.”
“이 정도?”
“더.”
고리가 무언가에 걸렸다.
미라가 당겼다.
움직이지 않았다.
작업자 둘이 함께 잡았다.
“지금!”
고정망이 찢어졌다.
필터가 송풍기 쪽으로 빨려 들어가는 소리가 났다.
세나가 외쳤다.
“멈춰!”
미라가 연결봉을 놓았다.
필터 일부가 송풍날개에 걸렸다. 진동이 불규칙해졌다.
“망쳤어.”
경계근무자가 말했다.
세나가 다시 벽에 귀를 댔다.
“아니. 아직 돌아.”
필터를 막고 있던 젖은 먼지가 찢어진 틈으로 떨어졌다.
공기 유량이 71퍼센트에서 78로 올라갔다.
83.
송풍날개 진동도 함께 커졌다.
미라는 말했다.
“90 넘기면 수동으로 출력 줄여.”
“수동포트 잠겼어.”
미라는 눈을 감았다.
하나를 열어 다른 고장을 만들었다.
공기 유량 88퍼센트.
송풍기 베어링 온도 상승.
세나가 물었다.
“얼마나 버텨?”
미라는 진동을 들었다.
“두 시간. 길면 네 시간.”
“그 뒤?”
“날개가 깨질 수 있어.”
“교체부품은?”
“포지 창고.”
“이동제한.”
두 사람은 서로를 봤다.
제6구역 제한 블록에 공기가 돌아왔다.
안전시간 표시는 사라졌다.
대신 제19구역 송풍기 고장 예상시간이 나타났다.
02:17:44
미라는 연결봉을 뺐다.
그 끝에는 젖은 먼지와 함께 흰 실이 붙어 있었다.
비에서 들어온 생체조직이었다.
필터를 막은 원인은 먼지만이 아니었다.
흰 실은 연결봉 위에서 작은 구멍을 열었다.
미라가 숨을 내쉬자 그쪽으로 몸을 틀었다.
원격 잠금키에서 요나의 음성이 들어왔다.
“대피소 도착했어.”
뒤에서 금속을 치는 소리가 났다.
“필터 창고 문은 열었어?”
“열었는데.”
요나의 숨이 거칠었다.
“필터가 48개가 아니야.”
“몇 개?”
“여섯 개.”
“나머지는?”
“11년 전에 제3도시 탐사계획으로 반출됐어.”
미라가 흰 실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요나가 말했다.
“그 탐사계획, 내 팀 기록에 없어.”
제6구역은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다.
주인공 일행이 도시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필터는 아홉 개뿐이었다.
그리고 누군가는 11년 전부터 제3도시로 가는 길을 알고 있었다.